그리운 날이면 그림을 그렸다

그리운 날이면 그림을 그렸다

$15.00
Description
“언제부터인가 나는 그의 그림에서 시를 읽어내고 싶었다.”
‘풀꽃 시인’ 나태주 × 자연예술가 임동식
그림, 마침내 시(詩)가 되다
1945년생. 해방둥이, 동갑내기. 을유생, 닭띠. 임동식 화백과 나태주 시인. “공주라는 고즈넉한 도시에서 만나 한세상을 함께 산 두 사람.” 나태주 시인은 언제부터인가 “그의 그림에서 시를 읽어내고 싶었”다며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를 밝힌다. 시인의 표현을 빌리면 임동식 선생은 “오로지 화가 그것일 뿐인 사람”. “나무를 사랑해 나무를 그리다가 끝내 나무가 되어버린” 화가 임동식은 자연(自然),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향한 겸허한 사랑을 화폭에 담는다. 작고 사소해 보이는 사물에 대한 애정을 꾸준히 시로 써온 ‘풀꽃 시인’ 나태주. 인생이라는 고단한 여정에서 두 친구가 건져올린 삶의 고즈넉한 정경은 그림이 되고, 마침내 시(詩)가 된다. 임동식 화가의 그림 51점과 그 유장한 아름다움에 헌정하는 시 48편, 그리고 나태주 시인의 순수한 서정이 빛나는 애송시 6편이 수록되었다.
저자

나태주

1945년충청남도서천군시초면초현리111번지그의외가에서출생하여공주사범학교와충남대학교교육대학원을졸업하고오랫동안초등학교교사로재직했다.2007년공주장기초등학교교장을끝으로43년간의교직생활을마친뒤,공주문화원장을거쳐현재는공주풀꽃문학관을운영하고있다.1971년[서울신문(현,대한매일)]신춘문예시「대숲아래서」가당선되어문단에데뷔,등단이후끊임없는왕성한...

목차

프롤로그

1부서로다른계절의두사람
화가임동식/그냥소년이다/토끼야놀자/실험가/수선화에게인사/놓아주자/숲속에/꽃들아안녕/두사람/그날/혼자의기쁨/평화/슬픔/소년시대/그리운시절/지상에서의며칠/세상이밝아왔다/배반은없다/산전山田/유현幽玄/청춘/우정1/우정2/아버지의집/저녁강/비단강/설일雪日

2부겨울없이어찌봄일수있을까
그리움1/그리움2/상사想思/비/거리감/별밤에/좋은날/흰구름/안개/뒷짐/하오의한시간/응시/손님/고양이함께/기도/조춘早春/결코/향기에취해/황홀/그또한별밭/두고온나라/나무어른/친구/안부/마음멀리/비의秘意/화백과더불어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언제부터인가나는그의그림에서시를읽어내고싶었다.모름지기좋은시에는그림이들어있고좋은그림에는시가들어있기마련.나는그가그림속에숨겨놓은시들을찾아내야만했다.이책은그런점에서화가임동식에게드리는오마주hommage의산물이라하겠다.
-‘프롤로그’에서

빨래하는어미누이를따라오래고낡은물건을들고나와엿으로바꿔먹던개울가,호황을지난동네가게에서뜸한손님을기다리는비단장수,“산과들과강이숨쉬고”“누구도몽니부리지않고어울려살던시절”……그리운빛과향을머금고한폭의그림,한편의시가되는정겨운장면들은어깨위짊어진삶의무게를홀가분히덜어준다.“풀밭에맨몸으로쓰러지고싶던시절”의“발가벗은마음으로”돌아가맞이하는날들은자유롭고평안하기그지없다.
“꽃송이하나하나에게눈을맞추”며인사하는나태주시의온화하고겸손한태도는임동식화가의그림과도무척닮아있다.대표작<친구가권유한풍경>시리즈처럼,그의그림은어떠한예술적의도도없이‘스스로그러할’뿐인세계의깨끗한서정을담는다.“세상에처음태어난”“가슴과눈빛과그리움으로”“세상을사랑하고끝내세상을껴안”으면서“나무를상처나지않게”“산과강물을슬퍼하지않게”그려낸자연은단순하게무심한대상으로존재하지않고작가그리고관람자와함께생동한다.“네안에내가있고내안에네가있”다며모든존재를끌어안는너그러움앞에서시인은“오로지거룩한심정하나로그에게,그의그림에게시를드린다”.

“지는햇빛이눈에부시다”
저물어가는날들의그리움을
풀과바람,따뜻한햇볕에담다

77년이라는세월,두친구가붓끝에담은세월의정서는후회가아닌‘그리움’이다.단순히한시절에대한그리움이아닌흐르는생애전반에걸친회상과그리움.“인생전반에대해서깊이,그리고맑게생각하는마음”이철학이라고할때,그들의시와“그림은그인생철학의결과인지도모른다”.“어떻게살고어떻게죽을것이며,끝내어떻게남을것인가”.결코짧다고말할수없는세월,“되는일도없고안되는일도없는”인생,“떠돌며살던하루하루고역의날들”,“저물어가는들판을보며”“오래망설이고망설였”던시절의기억들……지난한생의저물녘,시인과화가는마침내“놓아주는”것을택한다.그래도좋다.늙은나무도“봄이면여전히새싹을내밀고여름이면또햇빛을부”르고있으니.
“너무나도넓고거”칠고“황막한들판”,“성난파도울부짖는바다”를지나“이제빈손으로”이곳에돌아왔다.“아무도오가지않는산”“마음속외진곳에꽃을심어가꾸”며치열함보다는여유로움이어울리는한때를지나고있다.누군가알아주지않아도,“햇빛이알아주고바람이알아주면”그저즐겁고충만한“혼자만의기쁨”.시와그림,“다른길로돌아서왔지만끝내는한길에서만난서로다른계절의두사람”이“지상에서의며칠,이런저런일들좋았노라슬펐노라고달팠노라”담담히읊조리며세상이훤히내다보이는내리막을걷고있다.“오래고긴적막과애달픔과기다림”을뒤로하고“문득세상과도화해하고”“용서하지못할일들까지용서하고싶”은마음이되어.“맑게살리라사랑하며살리라”깨끗한사랑의다짐나누며,“같이가요우리같이가요”명랑한동행의인사나누며…….

글쓰는사람세계에서도글과닮아있는사람을만나기는쉽지않다.마찬가지로그림그리는사람세상에서도그림과닮은사람을만나기는어려운일이다.하지만임동식화가는그림이바로사람이고사람이또그림인사람이다.비록나는그러하지못했지만그런인물한분을동시대에만나고,함께이웃하여살았음을기쁨으로여긴다.
-‘에필로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