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 : 쿠쉬룩 - 림LIM 젊은 작가 단편집 1

림 : 쿠쉬룩 - 림LIM 젊은 작가 단편집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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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서윤빈,서혜듬,설재인,육선민,이혜오외

고려대학교에서전기전자공학을전공했다.전깃줄이하늘을일곱조각으로잘라놓은걸보다가문득소설을쓰게되었다.완전힙합같은글을쓰고자하며,유머를잃지않기위해늘수련하고있다.2022년「루나」로제5회한국과학문학상중·단편부문대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서윤빈·마음에날개따윈없어서
서혜듬·영의존재
설재인·이십프로
육선민·돌아오지않는다
이혜오·하나빼기
천선란·쿠쉬룩
최의택·멀리서인어의반향은

작품해설|전청림·실격당한자들을위한동화

출판사 서평

“아무것도남기지않는소멸은없어.
찾을수없다는건살아있다는결정적인증거지.”

여기,무언가를찾기위한여정을시작하는이들이있다.서윤빈의「마음에날개따윈없어서」는자율주행차량‘콜오토’가상용화된사회,보험회사에서일하는‘나(한소임)’앞에어느날도착한사건개요서한장으로부터시작한다.여느때처럼간단히과실을나누려던교통사고의배경에는누구도예상치못한존재인,스스로이름을부여한인격AI‘연화’가있다.“시스템과자아,인공지능과인격,최적과최선,규칙과사명,비인간과인간사이에서”(전청림,작품해설중)움직이는‘연화’의이야기는“인간이가진‘마음’의특성”과사랑의조건을되물으며새로운길을탐색한다.정해진경로에서이탈한‘연화’는어디에당도하고자했을까.목적지에“도착하지못한”이들은이제어떤마음으로달려갈수있을까.

림LIM젊은작가단편집을통해처음소설을발표하는서혜듬의「영의존재」는십년만에만난‘영이’와‘나(선주)’사이에그어진“서걱거리는”단면앞으로우리를데려다놓는다.사람이바글거리는곳에서도“안테나처럼팔을세우고”서로를찾을수있던둘,노을이부서지던부두에나란히앉아서로의존재에기대어있던둘.우연히개인상담을함께한후로‘나’는‘영이’와삶의깊숙한부분을공유하게되었다고믿는다.동질감,비밀스러운연대,동정과기만,그모든것을쥐고있다는도취감과그모든것으로부터멀어지고싶은마음이뒤섞인채로.「영의존재」는우리가어딘가두고온,그러나여전히같은부피만큼“그냥거기계속머물러”있을이들의빈자리를다시마련한다.

아이,사통,일반전형,부드럽고어리고징그러운귀들,고인…….수많은익명으로구성된‘학교’라는공간은단순히한시절의배경만으로남겨지지않는다.아무리“공통의기억에서쫓아내려”해도누군가의존재는지워낼수없으므로.설재인의「이십프로」에서합격자발표를일주일앞두고몸을던진“고인”은끊임없이다른누군가의몸으로돌아온다.그리고구성원의죄책감과두려움,분노,사회적약자를향한혐오를집요하게재생산한다.‘나정’은“자신이원하는이상적인모습과전혀합치하지않는데도”이불합리한구도안에남아,모두가“생존경쟁을종용하는사회의카르마에서쉬이벗어날수”(작품해설중)없음을선연하게상기하도록만든다.

육선민의「돌아오지않는다」속인류는먹색지구를뒤로한채화성에터전을꾸려살아간다.‘엄마’는사용자가세상을바라보는주관적인시야를영상으로송출하는“메모리박스”를개발한과학자이자지구에서이주해온마지막세대다.‘나’는기억오류를앓다가세상을떠난엄마의뼛가루속에서발견한“구슬”을품고,조각조각편집되고응축된기억들사이로하강한다.여전히푸른지구가남아있다고믿는사이비종교단체“청성교”의부유선을타고.“엄마의무언가,혹은엄마”에게다가가는궤도이기를바라며.“진짜”와“진실”사이를가로지르는“기억이있는곳”으로.“무언가를지키는마음을소구하는한편무언가를애도하는방법”(작품해설중)까지도아우르는이여정끝에서우리는무엇을믿게될까.

“기록은언제나남겨진자의몫이므로”늘온전하지않고기울어져있다.이혜오의「하나빼기」는한덩어리였던세아이의세계를‘나’의목소리로그려낸다.“지안의발과연이의팔꿈치가내이마위에”있다는사실이무엇보다도중요했던어느여름밤.이들은“난생처음목격한형태의불행”을공유한다.“지안의비밀이‘우리’사이를봉합하려들때,그것은동시에감당할수없는무게로그들을와해시키는것이기도”하다.“연이의손가락이조심스레내손바닥을”두드릴때,그손을털어내고마침내뒤돌아설때.“우리가어쩌다그렇게됐지?”불가해한물음을안고여기혼자남겨질때.“이시절을통과하는‘나’는그안에감춘한겹의비밀처럼,여러겹으로분화된자신을마주하게된다.”(작품해설중)

천선란의「쿠쉬룩」은마인드업로딩시스템에서종적을감추고“증발”한이들을찾아나선‘엔릴’의여정이자,단한사람을다시마주하기위한순례길이다.‘엔릴’은‘언니’를찾아내겠다는간절함을안고“실체가없는길”을건넌다.스스로사라진이들을찾기위해서는“찾지못할것이라는,이길도아닐것이라는,어디로가든다시만날수없을것이라는,지극히행위의목적을배반하는다짐”이필요하다는것을알면서도.시스템을관장하는인공지능‘발락’은낯선과거와현재,오래된미래가얽힌장면으로‘엔릴’을데려다놓는다.“몇만번씩오독한후에야”비로소이해되는진실이있는곳.“우리만의규칙”으로이루어진곳.그단서를따라가다보면“끊임없이상상하고상상”해만들어진내일에다다르게될것이다.

더넓은세계로의탐험을꿈꾸는이들은교차하는욕망을품고도함께나아갈수있다.최의택의「멀리서인어의반향은」에서‘아리엘’은“영원히인간인채로살아야할지몰라포기했던인간화마법을쓰고,내가알지못하는세상에서새로운경험을할수있는”기회를놓치지않기위해기꺼이뭍으로올라가기를선택한다.그곁에는저마다의이유로“평범하지않은”존재로낙인찍혀온‘샤샤’와‘에릭’이있다.내가다름아닌나로살아가는일,그것을선언하는일에무엇보다필요한것은서로가아닐까.『인어공주』원작을산뜻하게뒤엎는이들의이야기는“다양한시선을교차하고응답하며다층성을모색”(작품해설중)하고새로운서사를불러일으킨다.그동력을물으면이렇게답해올것이다.“그만큼간절하니까.”“뭔가를할수있어야만자격이있는”것은아니라고.

닿아보지않은바깥을향한여정,
네가있는곳또는낯선내가있는곳으로

그리하여일곱편의이야기는저마다다른속도로시공을통과해여기도달한다.그리고이채로운존재들의목소리를경유해말한다.“데려다준다는것의최선은,그사람이진정으로가고싶어하는곳에도착하는것”이며“내가있어야할곳따윈”없다는것.“내가있는곳,내가가고싶은곳이있을뿐”이라는것.이제“안주할수없다는것.성장해야만한다는것.넓어져야한다는것”을말이다.때로는진정한자신을오롯이마주하는방식으로,때로는자신을무너뜨리고다시쌓아올리는방식으로.여기에서우리는이전과다른우리를마주하게될것이다.“나와타자가얽혀있는세계속에서진짜와가짜의배타적인심문은의미가없으며,서로가어떠한방식으로든함께연루되어있다는진실만이약동”(작품해설중)하므로.

이한권의책이가리키는빛을따라가면,이제이런물음들이남는다.
“우리는무엇을위해다시떠나야하는지,어디까지가야할지,언제되돌아와야만하는지.”(작품해설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