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질문

책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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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우찬제

서강대학교국문학과교수.문학비평가.1987년중앙일보신춘문예로등단하여『애도의심연』(2018),『나무의수사학』(2018),『불안의수사학』(2012),『프로테우스의탈주-접속시대의상상력』(2010),『고독한공생』(2003),『타자의목소리』(1996),『상처와상징』(1994),『욕망의시학』(1993)등을썼고,대산문학상,팔봉비평상,김환태평론문학상,소천비평문학상등을수상했...

목차

책머리에·5
아끼는마음[愛]없이아낄[儉]수있을까?·21
1여기는아닌,지금은아닌,나는아닌?
:헬레나노르베리-호지,『오래된미래:라다크로부터배운다』
그는왜나무를심었을까?·24
:장지오노,『나무를심은사람』
철쭉속의무한우주,그‘알지못함’의비밀은?·27
:웬델베리,『삶은기적이다』
생물다양성을어떻게추구할까?·30
:제인구달,『희망의자연』
가난한문명인과풍요로운미개인사이,우리의선택은?·35
:헨리데이비드소로,『월든』
어떻게다양성속의조화를이룰까?·39
:제러미리프킨,『유러피언드림』
지속가능성혁명은가능한가?·43
:데니스L.메도즈외,『성장의한계』
피에타상을빚어낸대리석파편들은다어디로갔을까?·48
:지그문트바우만,『쓰레기가되는삶들』
“여기는아닌,지금은아닌,나는아닌”,과연그럴까?·51
:하라트벨처,한스-게오르크죄프너,다나기제케외,『기후문화』
어떻게생기있는심령을성찰할까?·55
:에머슨,「미국의학자」
나무처럼아름다운시가있을까?·58
:조르주페렉,『잠자는남자』
우리는지금무엇을하고있는가?·61
:『길가메쉬서사시』
폭탄돌리기로부터자유로운가?·64
:한스요나스,『책임의원칙』
나는내시간의주인일까?·67
:레온크라이츠먼,『24시간사회』
걷는발의뒤꿈치에서생각이나올까?·70
:이브파칼레,『걷는행복』
백척간두에서진일보할수있을까?·74
:니코스카잔자키스,『그리스인조르바』
평화에로초대받을수있을까?·77
:틱낫한,『틱낫한의평화로움』

2사막에서우물의노래를
플랜Z시대의사막에서도우물을발견할수있을까?·83
:생텍쥐페리,『어린왕자』
피로스의승리는저주였을까?·86
:『플루타르코스영웅전』
프로메테우스와독수리의관계는?·89
:한병철,『피로사회』
‘하지않는것’을선택할수있을까?·93
:허먼멜빌,「필경사바틀비」
그대,‘공짜점심’을꿈꾸는가?·96
:가알페로비츠,루데일리공저,『독식비판』
새로운사회계약은가능할까·99
:제러미리프킨,『노동의종말』
그레고르잠자는왜벌레로변신했을까?·102
:프란츠카프카,『변신』
희망을견인할공정한경제시스템은어디에?·106
:아서밀러,『세일즈맨의죽음』
비밀을사랑하는돈은얼마나위험한가?·109
:게오르그짐멜,『돈의철학』
적당히재능있는사람은어떻게?·112
:로버트H.프랭크,필립쿡,『승자독식사회』
최소소비로최대웰빙에이를수있을까?·115
:『법정스님의무소유의행복』

3미친상상으로네잎클로버를
사람은무엇으로사는가?·121
:톨스토이,『사람은무엇으로사는가』
인간은노력하는한방황하기마련일까?·125
:괴테,『파우스트』
풍경을통해나를재발견할수있을까?·128
:괴테,『이탈리아기행』
겉만보고선택하지않을수있을까?·131
:셰익스피어,『베니스의상인』
‘정다운무관심’은어떻게가능할까?·134
:알베르카뮈,『이방인』
살아있다는것은그얼마나기적인가?·137
:셰익스피어,『리어왕』
지도없는항해는가능할까?·141
:다니엘디포,『로빈슨크루소』
젊은영혼의대장간에서무엇을벼릴것인가?·144
:제임스조이스,『젊은예술가의초상』
인간은타고난수수께끼해결사일까?·147
:오르한파묵,『새로운인생』
미친상상으로네잎클로버를구할수있을까?·150
:세르반테스,『돈키호테』
나는내운명의주인인가?·154
:최인훈,『화두』
편견의우상으로부터자유로울수있을까?·157
:A.G.가드너,「모자철학」
호모사피엔스,그얼마나기기묘묘한가?·160
:박경리,『토지』
손흥민선수는울보인가?·163
:심노숭,『눈물이란무엇인가』
진정한사모곡은가능할까?·168
:이청준,『축제』
나의스토리텔링지수는?·171
:이청준,『인문주의자무소작씨의종생기』
어떻게마지막열매들을익게할것인가?·175
:라이너마리아릴케,「가을날」
명사형사고에서동사형사고로전환할수있을까?·178
:에리히프롬,『소유냐존재냐』
바보들의항해는계속될까?·181
:제바스티안브란트엮음,『바보배』
행복창조의비밀은무엇일까?·185
:아리스토텔레스,『니코마코스윤리학』
진화를위한몰입은얼마나즐거운가?·188
:미하이칙센트미하이,『몰입의즐거움』
나잇값의비밀은?·191
:로마노과르디니,『삶과나이:완성된삶을위하여』

4절망의산에서희망의돌멩이를
좋은담이좋은이웃을만들까?·197
:로버트프로스트,「담장고치기」
절망의산에서희망의돌멩이를캐낼수있을까?·200
:킹,「나에게는꿈이있습니다」
공평한관찰자는실종되었을까?·204
:애덤스미스,『도덕감정론』
열린법의문안으로들어갈수있을까?·207
:카프카,「법앞에서」
최선의나라에서살아볼수있을까?·211
:플라톤,『국가』
비밀을사랑하는사람은얼마나위험한가?·215
:엘리아스카네티,『군중과권력』
2016년겨울,촛불의꿈은?·218
:가스통바슐라르,『촛불의미학』
‘벌거벗은생명’을어떻게변론할수있을까?·221
:조르조아감벤,『호모사케르』
기회의평등을위한정의는어떻게작동하는가?·225
:존롤즈,『정의론』

애도의시간을건너살아있는진짜노래를부를수있을까?·228
:자크프레베르,『장례식에가는달팽이들의노래』
여전히4월은가장잔인한달인가?·231
:텐도아라타,『애도하는사람』
나는피해자이기만할까?·235
:이청준,『흰옷』
문제는희망을배우는일인가?·238
:에른스트블로흐,『희망의원리』

5무의미의의미와환대

고귀한복수는가능한가?·245
:도스토예프스키,『죄와벌』
환대는없는가?·248
:데리다,『환대에대하여』
삶이속일지라도슬퍼하거나노하지않을수있을까?·252
:푸슈킨,「삶이그대를속일지라도」
뱀장어처럼미끄러우면쉽게출세할수있을까?·255
:발자크,『고리오영감』
나의회복력지수는?·258
:캐런레이비치,앤드류샤테,『회복력의7가지기술』
무의미의의미는?·262
:박민규,『삼미슈퍼스타즈의마지막팬클럽』
실어증을어떻게치유할것인가?·265
:김중혁,「엇박자D」
행복을기다려야만하는지겨움을어쩌면좋을까?·269
:김애란,「호텔니약따」

우리,용서라는말을들을수있을까?·272
:이청준의「벌레이야기」
‘우리’라는말잔치를위한진화의방향은?·275
:폴에얼릭,로버트온스타인,『공감의진화』

6나는질문한다,고로존재한다!

나는질문한다,고로존재한다!·283
:파블로네루다,『질문의책』
대화로세계의향연을열수있을까?·286
:미하일바흐친,『도스또예프스끼시학의문제들』
‘이고메고지고업고’가는한국인은누구인가?·290
:김열규,『한국인의자서전』
어떻게내안의아레테를열어나갈수있을까?·293
:플라톤,『프로타고라스』
도서관에없는게있을까?·296
:보르헤스,「바벨의도서관」
우리가읽은것이우리일까?·300
:스티븐로저피셔,『읽기의역사』
책속에무엇인들없겠는가?·304
:『주자어류(朱子語類)』

출판사 서평

“책은창이다!”

『책의질문』에는우리가잘몰랐던‘책을보는사람들’명화21컷이컬러도판으로들어가있어서,독자스스로책을읽는주인공이되는묘한체험을하게한다.책갈피를넘길때마다,삶이란무엇이며,마음의창으로서책이란무엇인가를질문하게만드는책!삶이그대를속일지라도슬퍼할일도없이살아갈수있는것은,우리곁에책이있기때문이고,책을통해끊임없이생을질문하기때문이다.

‘여기는아닌,지금은아닌,나는아닌?’을생각하게만드는,
우리시대의탁월한문학비평가이자인문학자인
우찬제교수(서강대국문과)가펼쳐보인‘책의우주!’
‘책’을통해‘인생’을묻게하는‘질문의책!!’

책속에서

책은창이다.인간과세상을바라보고관찰하며음미하는창이다.새로운호기심을불러일으키고조금다르거나더깊은질문을던지게하는창이다.창가에서책을읽는이그림에유난히이끌리는것도그런까닭일까.제시윌콕스스미스(JessieWillcoxSmith,1863~1935)의「창가에서책읽는여성(WomanReadingbyWindow)」.미국일러스트레이션황금기를빛낸“가장위대한순수일러스트레이터”로꼽히는그녀는창가책상위에여러권의책들을세워놓거나쌓아두었다.복합적인책의우주속에서펼쳐진책을읽던숙녀는고개를들어책너머창밖을살포시응시한다.막읽은내용을음미하며창밖의현실과우주에새로운길을묻는다.그윽한응시는심원한질문과통한다.그러기에질문의창인책은우주로통하는길을열어준다.대개창가에서책읽는소녀/숙녀를그린그림에서창은그저배경에그치는경우가많다.이그림에서그렇지않은것은각별한시선덕분이다.책을읽던눈은책의내용을반추하며책너머창가의풍경에그윽한시선을보낸다.그시선이단순치않다.고즈넉하기만한게아니다.책의내용과창밖외면풍경과본인의내면정경이내밀하게교감하면서어떤순간은촛불처럼격렬하게사념들이타오르기때문이다.타오르는사념들은또한질문한다.그풍경너머로건너가고,그내면의심연으로내려가기위해서는새로운질문들이잇달아야한다.그러니책은곧질문의창이다.

천등산박달재아래산골에서살았던어린시절,내게내세상바깥으로나가는길은오로지비행운이었다.아주가끔비행기가저편으로날아가면서내는비행운을물끄러미바라보면서,그방향으로새로운세상이펼쳐질것이라는몽상에사로잡히곤했다.사방이산으로가로막혀있는곳이었기에그산너머의풍경을헤아리기쉽지않던미몽의유년기였다.저산너머에는무엇이있을까?또산이있을까?너른평야를거쳐바다가펼쳐질까?그렇다면바다건너에는무엇이있나?또는하늘은얼마나높은가?하늘을뚫고그위로더높게비상할수있을까?태양보다더높이올라갈수있을까?그렇게올라갈수있는동아줄이있을까?혹시썩은동아줄이면어떡하나?……몽상은자유롭고활달했지만막연했고엉성했다.몽상의길은자연스럽게이어지지않았다.이어질듯끊어졌고,끊어질듯다시이어지기도했다.구멍이많았고빈틈이즐비했다.책을읽기시작하면서조금씩그빈틈들을메우며,끊어졌던몽상들을이어가기도했다.자연의풍경은내게자유로운몽상으로다가왔지만,책안의풍경들은더구체적이고더실감있게다가왔다.시골의다락방에서책을읽다가졸리면편안하게자다가깨면이어읽고하던,순수한책읽기시절이었다.다락방에는산쪽으로난작은창이있었다.책을읽다가종종산의풍경을바라보았다.그런데놀라워라.풍경이달라지면책의수용양상도달라졌고,책에서읽은것에따라풍경은재발견되었다.창안의책과창밖의풍경사이에서발견과재발견을거듭하면서,질문을던지고새로운길을물으며성장했던것같다.누구에게나그랬겠지만내게도책은길이었다.혹은길을찾기위한지도였다.

오래전북미대륙에서지내던때의이야기다.수영장탈의실을이용할때마다깜짝놀라곤했다.내이름이왜여기붙어있지?CHANGE라고적힌탈의실의명패를내이름CHANJE로잘못읽어놀란것이다.그러다가내이름을닮은CHANGE를내삶의어떤화두로삼으면어떨까?질문했다.나도그렇고함께공부하는후학들이책을읽고연구하는것이결국긍정적이고소망스러운변화의길을찾아가기위한것이겠기때문이다.이에피소드와함께나는동행하는후학들에게이런얘기를자주하게되었다.질문을통해창의성을계발하는역동적이고혁신적인변환기CHANGER가되었으면좋겠다고말이다.우리는질문을통해‘혼돈속의질서’chaosmos를탐문하며창의성creativity을발현할수있다고(C),질문을통해하이브리드hybrid한복합적현실을투시하며새로운희망hope을열어나갈수있다고(H),질문하는것은탁월한대안alternative을발견하고새로운해답answer을찾아나가는예술art이라고(A),질문을통해우리는지식이나일상생활다방면에서최신의newest네트워킹networking을확보할수있으며(N),질문은창의적인발전기generator가되고이발전기가잘돌아가면타인에게관대generosity할수있으며(G),타인과공감empathy하는가운데나와남그리고세계와자연모두가지속가능한발전을추구할수있는에코토피아ecotopia에이르는길에동참할수있을뿐만아니라,질문을계속하는한자신을정체의늪에머물게하지않고끊임없이스스로정련refinement하고개혁reformation해나갈것이라고(R),그래서당신들누구나창의적변환기CHANGER로희망을열어나갔으면좋겠다고,그렇게소망처럼말해왔다.또말했다.“나는질문한다,고로나는존재한다!”그런생각과창의적인질문으로희망찬미래를신나게열어나가보자고.

이런생각으로이책에이런저런질문을던졌다.우리시대의고민과고전적지혜및성찰적사유사이의대화가빚어내는질문들은모두6부로구성되었다.1부‘여기는아닌,지금은아닌,나는아닌?’에서는지속가능성과생명평화론,기후위기등과관련되는질문들을,2부‘사막에서우물의노래를’에서는경쟁이강조되는신자유주의분위기를거슬러서,그피로사회를넘어어떻게웰빙의가능성을모색할수있을것인가,하는질문들을펼쳤다.3부‘미친상상으로네잎클로버를’에는인간적이고인문적인것의가능성및창의적발견과수행적진화를어떻게추구할것인가,하는질문들이,4부‘절망의산에서희망의돌멩이를’에는절망을심하게앓는시절에어떻게희망을배울수있고희망을추구할수있을것인가,하는질문들이망라되어있다.또5부‘무의미의의미와환대’에서는삶의의미에대한탐문과인간성회복을위한성찰의질문들을,그리고6부‘나는질문한다,고로존재한다!’에서는책과책읽기와관련된다양한사유및책의질문과관련한근원적지혜를열어나가기위한질문들을담았다.

미리고백하거니와여기서던진질문은우리가던질수있는질문의극히일부분에불과하다.우리가함께읽었거나아직읽지못한책에는무궁무진한질문들이보물처럼숨어있다.질문의보물창고인책에서더많은질문이발굴되고채굴되고토론되고,대화를통해새로운스토리텔링으로진화할때우리사회와문화는새로운지평과척도를알게될것이다.특히급변하는챗GPT환경에서우리는질문의중요성을더욱절감한다.지식이나정보의축적보다,그것을역동적으로탈주하는새로운질문이새로운세계의창을열어젖힌다.창의적질문은예기치않은정보들의연결과화학적융합을가로지르며도래하지않은미래를앞당겨보여주게한다.문제풀이에앞서문제를발견하는질문이훨씬요긴하다.웬만한풀이는머잖아챗GPT도어느정도해줄수있겠기에그렇다.질문을통해우리는존재의정체성과직능의정당성을아울러모색할수있지않을까.깊은질문이깊은학습과연계되면서깊은삶을연출하며미래의희망을일구게되지않을까.요컨대질문은미래를여는창이다.

이책은‘우찬제의책읽기세상읽기’란제목으로『세계일보에연재했던글들을수정한것이다.연재기회를주신세계일보사와황온중부장님께감사드린다.책을내주신정중모대표님과책을내는전과정을독려해주시고관련회화작품을직접찾아글과어울리게편집하여책의미학과품격을크게높여주신편집인민병일선생님,그리고서경진편집장님의노고에심심한사의를표한다.끝으로이책을펴내는작은보람과기쁨을감사하는마음으로가족과나누고싶다.

2023년3월3일
로욜라도서관에서우찬제
---「책머리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