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 초 단위의 동물

림: 초 단위의 동물

$17.00
Description
“꾸물거리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시간이었으니까.
나는 아주 천천히 다가올 내 미래가 기대되었다.”
림LIM 젊은 작가 단편집 두 번째!
자신만의 속도로 내뻗어가는 몸들의 다채로운 일곱 편

림LIM 젊은 작가 단편집은 지금 여기, 젊은 작가들의 신작을 모아 일 년에 두 권 선보인다. ‘-림LIM’은 ‘숲’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자 이전에 없던 명사다. 첫 번째 단편집 『림: 쿠쉬룩』에 이어, 문학웹진 LIM에 연재되며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일곱 편의 신작을 한 권으로 엮었다.

두 번째인 『림: 초 단위의 동물』은 김병운, 서이제, 성수나, 아밀, 안윤, 이유리, 최추영 작가와 민가경 문학평론가가 함께한다. 이 이야기들은 담대하고 유유하게 움직인다. 삶의 테두리 안팎에서, 서로 다른 윤곽들이 교차하는 자리를 되묻고 흩트린다.
“정형화될 수 없는 ‘사이’의 몸과 ‘너머’의 존재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민가경, 작품 해설 중에서) 하는 이 이야기들은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나 있다. “무엇이든 될 수 있”으나 “이제 내가 되고 싶”은 존재들의 이야기. 여기를 넘어 “거기까지” 가보는 마음으로. 이전과 다른 일곱 편의 미래가 우리에게 동행을 요청한다.
저자

김병운외

2014년『작가세계』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기다릴때우리가하는말들』,장편소설『아는사람만아는배우공상표의필모그래피』,에세이집『아무튼,방콕』이있다.

목차

김병운·오프닝나이트
서이제·초단위의동물
성수나·끝말잇기
아밀·어느부치의섹스로봇사용기
안윤·핀홀pinhole
이유리·달리는무릎
최추영·무심과영원

작품해설|민가경·사이를지나가기,너머에존재하기

출판사 서평

“꾸물거리기에는
부족함이없는시간이었으니까.
나는아주천천히다가올내미래가기대되었다.”

림LIM젊은작가단편집두번째!
자신만의속도로내뻗어가는몸들의다채로운일곱편

림LIM젊은작가단편집은지금여기,젊은작가들의신작을모아일년에두권선보인다.‘-림LIM’은‘숲’의뜻을더하는접미사이자이전에없던명사다.첫번째단편집『림:쿠쉬룩』에이어,문학웹진LIM에연재되며독자들에게사랑받은일곱편의신작을한권으로엮었다.

두번째인『림:초단위의동물』은김병운,서이제,성수나,아밀,안윤,이유리,최추영작가와민가경문학평론가가함께한다.이이야기들은담대하고유유하게움직인다.삶의테두리안팎에서,서로다른윤곽들이교차하는자리를되묻고흩트린다.
“정형화될수없는‘사이’의몸과‘너머’의존재들을떠올리지않을수없게”(민가경,작품해설중에서)하는이이야기들은어디에도없고어디에나있다.“무엇이든될수있”으나“이제내가되고싶”은존재들의이야기.여기를넘어“거기까지”가보는마음으로.이전과다른일곱편의미래가우리에게동행을요청한다.

어때요?지금도우리를보고있나요?
남자가우리만의작은터널속에서묻고,
그럼요,다보고있어요.-김병운「오프닝나이트」

게이아티스트그룹전에참여한‘대오’를응원하기위해찾아온‘나’.어디에나카메라가따라다니는거대한세트장같은이곳에서만난‘호수씨’로인해전애인‘윤범’과의일들을상기한다.HIV감염인과비감염인의사랑을그린‘윤범’의소설을읽은한PL(PeopleLivingwithHIV/AIDS)독자가소설이실제경험담인지묻자“노코멘트”로답한일.그로인해지인들로부터너혹시그거아니지,라는질문을받았던것.예술로삶을선취해보려는투쟁의지,소수자성을획득하고가시화하고자하는욕망과당사자로서의구체성은어떻게겹쳐있을까.‘나’와‘우리’의이야기는어떻게쓰이고읽히고얽힐수있을까.

슬퍼하는동안에는일하지않았고,
일하지않아도아무런일도벌어지지않았다.
-서이제「초단위의동물」

일주일에두세번씩,애매하게조금씩지각을반복하는‘나(에바)’와회사동료들(조이,루나,벤,에이든,맥스)의이야기가매일초단위로기록된다.어느날구내식당상추에붙은달팽이를발견한‘나’와동료들.‘구식이’라는이름을붙여주고느린성장을지켜보는며칠사이‘조이’가회사에나오지않기시작한다.점점늘어나는일에허덕이던‘나’는여느날처럼지각위기에처하고.번호판없는택시에몸을맡겼다가시간도날짜도가늠할수없는곳에돌연내려지는데.계절이바뀌는동안,몸과마음을혹사하고갈아넣으며일하던나날은곧환상처럼멀어진다.“꾸물꾸물.그래도아직시간이있으니쉬지않고가면괜찮을것이다.”

고지의존재자체가목소리에꿰어지는것같았다.
목소리는여러갈래가아니라한갈래였다.
-성수나「끝말잇기」

식목일기념행사,열살‘지경’은학교뒤편‘아기산’에서나무둥치에청진기를대고인터뷰를하게된다.또렷이들린나무의‘목소리’를따라“고지”라고말하자기다렸다는듯돌아오는“응”하는대답.그러나기자와선생은믿지않는다.한편‘고지’는어릴때부터말을건네오던‘목소리’로부터떠나기위해애쓰는열세살아이.아이들을연결하는‘목소리’의정체는무엇일까.“본연의색과경계를허물며생성을이어나가”(작품해설중에서)는아이들의끝없는끝말잇기.소용돌이같은나이테의중심속에서‘지경’과‘고지’가서로를마주하기까지.수많은가능성을거쳐자기자신으로나아가기까지.유연하고어린몸들이여정을시작한다.

이건모여성주의단체의자문을받은결과라고했다.
반드시명확한언어로동의를구할것.
-아밀「어느부치의섹스로봇사용기」

“너무리얼해서숨을쉬지않는것이기이하게느껴질정도”인최신여성형섹스로봇‘리아’그리고누구도만족시킬수없다는좌절감에서벗어나고자‘리아’를렌털한레즈비언‘영민’.“교육용”부터애인역할을수행하는“생활형”모델까지인공지능섹스로봇이상용화된시대는이곳과무엇이다르거나다르지않을까.“여자를좋아하는여자”로서“여자를존중하는법”을배우기위해서이지만,섹스를거부하거나저항할수없는‘리아’의몸을이용하는여느남성들과스스로가다를바없다는감각에서쉽게벗어날수없다.이분법의경계를가로지르는,어디에나있는어느부치의어디에도없는섹스로봇사용기.

집쥐로보이기시작한그늦은오후이전으로는
결코돌아갈수없었으므로.
-안윤「핀홀pinhole」

오랜시간연인으로함께해온‘승원’의휴대폰에서‘보라’는집요하게연락이걸려오는낯선이름‘경진’을발견한다.그와의만남을통해단란하고온전하게만보였던‘승원’의가족으로부터철저하게격리된진실을대면하게되고.“얼마나안다고생각하세요?”라는질문앞에서‘보라’는결코이전의자신으로는돌아갈수없음을깨닫는다.“떠나간후에야보라앞에선명하게나타난”한사람의형상은과연바늘로천을꿰뚫듯잇대어질수있을까.“배제하는방식으로만펼쳐보일수있는온전함의세계란얼마나불온전”(작품해설중에서)한지되묻게하는파편들의기록.완결되지않은삶이여기에서우리를정면으로응시한다.

기다렸어.너희의시간으로사십억년이넘도록
여기에서단지너만을기다렸어.
-이유리「달리는무릎」

매일아르바이트를마치고녹초가된몸으로,새벽마다불안을견디지못해천변을달리던‘나(희수)’는어느날크게넘어져무릎뼈가보일만큼다치고만다.급한대로꿰매놓은흉터안쪽에서별안간들리는목소리.“나는너를기다렸어.”공동체에서의쓸모를증명하지못해빅뱅으로산산이쪼개졌다는무릎속‘외계인’은다시돌아가기위해‘나’에게도움을요청한다.운동에너지를흡수할테니‘나’는“지금처럼달리기만하면”된다는것.조금씩속도를붙여나가며.아주조금씩몇초전의나로부터내뻗어가는일.멈추지않고서로의용기가되어주는일.“온몸의감각이열려있지않았다면듣지못했을”존재들의이어달리기.

몸을떠난것이유령일까떠나온몸이유령일까.
자신이품에안고있는,진주가떠나온
텅빈호구껍데기를바라본다.-최추영「무심과영원」

마룻바닥에몸을일직선으로밀착했다가천천히뜯어내며,모든것으로부터멀어지는감각을느끼곤했던어린시절의‘진주’.이제는그“마룻바닥이좋아서”검도장바닥을딛는사람으로성장했다.“호구라는껍데기를착용하고벗으며형상을나타내고지우거나,숨을들이마시고기합을토해내며신체를비우고채우는”(작품해설중에서)검도를수련하며‘진주’는어느새곁에서사라진‘영원’에대한기억이순간순간교차하는한여름을통과해나간다.“슬려가는것,버티지않는것,다만바람에흔들리는잎사귀와몸을떠나가는유령처럼힘을풀고오롯이서로를감각하는”(작품해설중에서)몸으로.응답없이도우리가이어질수있다면.

“당신은작은흐름의이행이다.
그다음은당신이알아서하시오.”

일곱편의이야기는“어제는뛰었고오늘은절뚝이며내일은날아갈몸.한껏구부러지는몸.비늘과이파리를송송틔워내는몸.이리저리홰치며새벽을알리는몸.마룻바닥장판의얼룩으로배어든몸.파도의변형,때로는나무뿌리의변종,빛살처럼사방으로방사되는몸……”(작품해설중에서)들의현현이다.한권의소설집안에서이들을경험한우리의몸역시이전과는다른몸일것이다.
민가경문학평론가가들뢰즈의말을빌려우리에게건네듯이.
‘사이’와‘너머’의존재들을마주쳤으니이제“그다음은”우리가“알아서”할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