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그네 1 (최인호 소설가 10주기 기념 개정판)

겨울나그네 1 (최인호 소설가 10주기 기념 개정판)

$17.00
Description
잃어버린 순수와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
최인호 소설가 10주기 기념 뮤지컬 〈겨울나그네〉 원작소설
청년문화의 아이콘이자 한국 현대문학의 거장, 최인호 소설가의 『겨울나그네』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1984년 동아일보에 일 년여를 연재하였고, 같은 해 첫 출간 이후 100쇄 이상 중쇄될 정도로 많은 젊은이들에게 읽히며 사랑을 받아왔다. 꾸준히 영화나 드라마, 뮤지컬 등 다양한 문화장르와 결합해온 이 소설에는 통속적이고 가벼운 세태 속에서 빛 바래가던 ‘민우’와 ‘다혜’, 두 주인공의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다. 2023년, 작가의 10주기를 맞아 새롭게 뮤지컬을 공연하고 개정판을 출간한다.

민우와 다혜가 처음 만난 것은 설렘으로 가득한 개강 첫날, 봄날의 오후였다.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다혜를 사랑하게 된 민우는 친구 ‘현태’의 도움으로 다혜와의 만남을 이어간다. 그러나 술집 여인의 아들이라는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민우는 뜻하지 않게 전과자가 되어 대학을 떠나게 되고, 기지촌으로 흘러들어가며 그의 삶은 점점 타락과 어둠 속으로 빠져들어 다혜가 속한 세상과 멀어져만 간다.

“‘옛날을 말하던 기쁜 우리들의 젊은 날은 저녁노을 속에 스러지는 굴뚝 위의 흰 연기와 같았나니’ 내가 단꿈을 꾸었던 내 마음의 성문 앞 샘물 곁에 서 있는 보리수 가지에는 아직도 젊은 시절 내가 새겼던 희망의 말이 새져겨 있음을 알았다.
나는 이제 눈을 감고 손을 내밀어 나뭇가지에 새겨진 희망의 말을 더듬어본다.” _「머리말」에서
저자

최인호

1945년서울에서태어나연세대학교영문학과를졸업했다.서울고등학교2학년에재학중이던1963년단편「벽구멍으로」가한국일보신춘문예에입선하면서문단에데뷔했고,1967년단편「견습환자」가조선일보신춘문예에당선된이후본격적인작품활동을시작했다.
작가는1970~1980년대한국문학의축복과도같은존재였다.농업과공업,근대와현대가미묘하게교차하는시기의왜곡된삶을조명한그의작품들은작품성과대중성을동시에확보하며문학으로서,청년문화의아이콘으로서한시대를담당해왔다.1990년대에는우리역사에천착하며날카로운상상력과탐구로풍성한이야기잔치를열어왔다.
소설집으로『타인의방』『잠자는신화』『개미의탑』『위대한유산』등이있으며,『별들의고향』『도시의사냥꾼』『잃어버린왕국』『불새』『고래사냥』『길없는길』『상도』『해신』『유림』『낯익은타인들의도시』등의장편소설을발표했다.현대문학상,이상문학상,가톨릭문학상,불교문학상,동리목월문학상등을수상했다.
2013년9월25일5년간의투병끝에세상을떠났다.이후은관문화훈장이추서되었다.

목차

머리말

성문앞샘물곁
냇물위에서
풍향기
폭풍의아침
우편마차
환상의태양
거리의음악사

출판사 서평

20년만에다시찾아온,잃어버린순수와아련한첫사랑의기억
최인호소설가10주기기념뮤지컬〈겨울나그네〉원작소설

청년문화의아이콘이자한국현대문학의거장,최인호소설가의『겨울나그네』개정판이출간되었다.이소설은1984년동아일보에일년여를연재하였던것으로,같은해첫출간이후100쇄이상중쇄될정도로많은젊은이들에게사랑을받아왔다.젊은날누구나한번쯤꿈꾸어봤을아름답고비극적인사랑과젊은날의방황,고통의시간이녹아있기때문일것이다.
다양한문화장르와결합해온이소설은1986년영화화한것이대성공을거두며지금까지청춘영화의고전으로불리고있고,1989년에는드라마로방영되며시청자들의사랑을받았다.1997년에는뮤지컬로공연되기도했다.2023년,작가의10주기를맞아다시한번뮤지컬을공연하고개정판을출간한다.

슈베르트의〈겨울나그네〉,그비극적정조를소설속으로……
최인호소설가가들려주는러브로망의고전

성문앞샘물곁에서있는보리수
나는그그늘아래단꿈을보았네
가지에희망의말새겨놓고서
(중략)
그대여,이곳에와서안식을찾아라
성문앞샘물곁에서있는보리수
나는그그늘아래단꿈을보았네

작가는40년전소설을처음신문에연재하며그제목을슈베르트의〈겨울나그네〉에서빌려왔다.〈보리수〉〈거리의악사〉와같이소설에등장하는소제목들역시〈겨울나그네〉속연가곡에서가져왔다.슈베르트의〈겨울나그네〉는잘알려진것처럼,현실과사랑의환상사이에서방황하다마침내미쳐버린청춘의절망과고뇌를섬세하게표현한연가곡집이다.〈겨울나그네〉의절절한사랑노래처럼“가슴아픈청춘의방황과참혹한젊은날의슬픔을그리고싶은”작가적욕망을제목을통해드러내고있는것이다.
작가는마네의“〈피리부는소년〉에서영감을얻어아름답고순수한청년의사랑을그리고싶다는작품의모티프”로“‘민우’라는주인공을탄생”시켰다.전도유망한의대생‘민우’와병약하지만불꽃같은열정을품은‘다혜’를통해변치않는사랑의원형과순수한청춘의초상을일깨워준다.통속적이고가벼운세태속에서지고지순한두사람의사랑이야기는독자들로하여금풋풋하기에더욱아름다웠던,한없이빛나고가슴설레었던지난날을추억하게한다.

“기쁜우리들의젊은날은저녁놀속에사라지는
굴뚝위의흰연기와도같았나니……”

이루어지지못해더욱아름다운,모두에게찬란했던젊은날의초상

민우와다혜가처음만난것은설렘으로가득한개강첫날,봄날의오후였다.우연한만남을계기로다혜를사랑하게된민우는친구현태의도움으로다혜와의만남을이어간다.그러나술집여인의아들이라는출생의비밀을알게된민우는뜻하지않게전과자가되어대학을떠나게되고,기지촌으로흘러들어가며이후그의삶은점점타락과어둠속으로빠져들어다혜가속한세상과멀어져만간다.

그사람은어디에있는가.그사람은어디로갔는가.
옛날을말하던기쁜우리들의젊은날은어디로갔는가.
이제는다시는돌아오지못한다.
기쁜우리들의젊은날은저녁놀속에사라지는
굴뚝위의흰연기와도같았나니.

기지촌에서의생활과전과로인해다혜의곁을떠나려는민우와흔적도없이사라진그를기다리는다혜.현태의도움으로둘은재회하지만민우는기지촌과그곳에서만난은영에게서헤어나지못하고,다혜는점점현태에게의지하기시작한다.민우가또한번오랜감옥생활을마치고출감했을때은영은그의아이를키우고있었다.현태와다혜는서로의지하며차츰민우를잊어가고,몇년후불현듯찾아온은영에게서민우의죽음을전해듣는다.
지고지순한민우와다혜의사랑은찬란한빛속에서흘리는한줄기눈물처럼,우리에게소중한카타르시스로다가온다.

“‘옛날을말하던기쁜우리들의젊은날은저녁노을속에스러지는굴뚝위의흰연기와같았나니’내가단꿈을꾸었던내마음의성문앞샘물곁에서있는보리수가지에는아직도젊은시절내가새겼던희망의말이새겨져있음을알았다.
나는이제눈을감고손을내밀어나뭇가지에새겨진희망의말을더듬어본다.”_「머리말」에서

책속에서

“미안합니다.”
그녀의머리위에서웬남자의목소리가들려왔다.다혜는그러나소리난쪽을바라볼수가없었다.그녀의시선은줄곧그녀가넘어진맨땅과잔디밭의가장자리에머물러있었으므로,우뚝서서그녀에게말하는남자의목소리를향해서차마고개를들어올릴수가없었다.
“미안합니다.가만히계세요.제가주워드리겠습니다.”_28~29쪽

두사람은등나무밑그늘아래나란히앉았다.솟아오르는분수가하늘로솟구쳤다떨어지는물소리가등뒤에서부서지고있었다.잔바람에실려온안개와같은물방울들이동편하늘에아주희미한무지개빛깔의색동띠를떠올리고있었다.
“오래기다리셨지요?”
다혜가웃으면서민우를보았다.그의곁에앉자지금까지느끼던모든불안과두려움은거짓말처럼눈녹듯사라져버렸다._103쪽

어릴때부터막연히상상하고홀로꿈꿔온공주와왕비와귀족으로서의어머니영상은실체의그녀를만난순간무참하게깨졌다.그더러운얼굴어디에서어머니의얼굴을상상해낼수있단말인가.
그렇다.
민우는술기운이관자놀이의혈관을망치질하듯두드리는것을느끼면서생각했다.참을수없는욕지기가치받치고있었다.
어머니의환상은이제끝났다._204쪽

그의몸에숨어있는알수없는폭력에대한갈망이스스로제어할수없는광기를불러일으켰다.민우는소리치고울부짖었다.
흐린흙탕물이가라앉듯흥분과광기로흐려졌던혼미한의식이차차가라앉기시작했다.미친말갈기처럼휘날리던이성의눈이서서히밝아졌다.민우는부러진단장을든채우두커니서있었다.
민우는한사람이병실바닥위에누워있는것을보았다._212쪽

그를만나면무슨말을해야할것인가,면회실앞대기실에서기다리며얼마나곰곰이생각하고궁리했던가.아아,얼마나하고픈말이많았던가,생각은많아,아주좁은구멍을빠져나가려는저수지의물처럼소용돌이치며아우성쳤다.그러나막상그를만나고보니그많고많았던생각들은눈녹듯사라지고모든말들을잊어버렸다.그저그의얼굴을보았으므로,그가그곳에있으므로그것으로그만이었다._279쪽

민우는일어나그녀앞으로달려가고싶었지만순간멈칫거리면서물러나앉았다.도저히다혜앞으로나설수가없을것같았다.민우는자신이부끄러웠다.잔디밭에서그녀가수업을마치고나올때까지기다리는자신의꼬락서니가창피하고부끄러웠다.
민우는행여그녀가자신의모습을발견할까잔디밭위에구르는학교신문을들어얼굴을가렸다.마치시간이남아배포된학교신문을읽는학생처럼._320쪽

민우는잠안오는밤이면술을마셨다.그래도잠이오지않으면홀로마리화나를피웠다.술이늘어많이마셔도잠이오지않는밤이계속되기도했다.
(중략)긴겨울이지나고봄이와서들판에는푸른녹색의기운이스며들었다.
얼어붙은대지는신생의기쁨으로충만했지만민우와는상반되는현상이었다.대지는봄으로부활했지만민우는점점절망의늪으로빠져들어파멸해갔다._409~41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