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 : 옥구슬 민나 -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 3

림 : 옥구슬 민나 -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 3

$15.34
저자

김여름,라유경,서고운,성혜령,예소연,현호정

저자:김여름
2022년대산대학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저자:라유경
1987년에태어나경기도광명에서자랐다.동국대학교문예창작과를졸업했고,2011년<한국일보>신춘문예에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펴낸책으로는『평일의비행』이있다.

저자:서고운
2022년《문학동네》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저자:성혜령
2021년단편소설「윤소정」으로창비신인소설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제14회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소설집으로『버섯농장』이있다.

저자:예소연
2021년《현대문학》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고양이와사막의자매들》이있다.

저자:현호정
장편소설《단명소녀투쟁기》《고고의구멍》이있다.2020년박지리문학상,2023년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

해설:김다솔
2023년조선일보신춘문예로평론을발표하기시작했다.

목차


김여름·공중산책
라유경·블러링
서고운·정글의이름은토베이
성혜령·대체근무
예소연·통신광장
현호정·옥구슬민나

작품해설|김다솔·이형異形을어루만지는방식

출판사 서평

나의장례미사가있는날이다.
여름오후의빛과스테인드글라스.
직각의빛은하나의울타리처럼보인다.
-김여름「공중산책」

죽음이후,다만흐르는풍경처럼스스로속해있던“세계를관조해보기로”한‘나.’이산책에서“어떤삶은죽은것과같고어떤죽음은살아있는것과같다.”일상언저리를배회할때.일부였던무언가를두고온것같을때.“내가이세계와유리된사람처럼느껴질때”우리는어떤방식으로상실의감각을통과할수있을까.‘내’가종로거리를지나향한곳은귀신들의“문화센터”와같은예술대학캠퍼스.이곳에서‘나’는“인간의내밀한어떤것”을,“어쩐지인간만이할수있는것처럼”느껴지는행위들을,그리고‘루’와의기억을다시목격한다.“잊힌존재의흔적을세계에정교하게아로새기는일이곧지금이곳을다르게쓰는예술의힘이자자신역시증명하는길이라고믿으며”(작품해설중에서)되짚어나가는비선형적삶의기록.

옆자리에있던언니가녹았다.
촛농이불에녹듯앉아있는자세그대로
액체로녹아원목의자에흘러내렸다.
-라유경「블러링」

어느날서울의거리에서“사람이순식간에녹는현상”이일어났다.두려움과우려를표하던사람들은얼마되지않아이일을놀랍도록망각하고,인터넷커뮤니티에는근거없는목격담만이돌아다닐뿐.‘나(유정)’는공유오피스에서녹아버린‘언니(미정)’의유일한목격자다.가족도소속도없이불안정한프리랜서로일해온‘나’에게,하나밖에없는동료이자남은삶을함께꾸려갈존재로어느날다가왔던‘언니’는이제“한사람이녹아내린양이이정도밖에되지않는다는사실에허무함이밀려”들만큼적은양의맑은액체가되어텀블러안에담겨있다.3년이넘도록액체를돌본‘나’는가만히속삭인다.“언니,이제언니를보내줄때가온것같아.”서로를책임지고싶은얼굴들,그얼굴들을자꾸만희뿌옇게지워내는마음들에대하여.

왜나의지구는맨날망할까.
순지는드디어궁금해졌다.한달쯤전부터
순지의꿈속에서지구는각양각색으로망해갔다.
-서고운「정글의이름은토베이」

“새롭고넓은미래”를판매하는유학업체전화상담사로일하는‘순지’는타인과대화할때마다숨이차고,번번이송구하거나어쩔줄모르는마음이된다.실적도월급도생활도좀처럼나아질기미가보이지않고방바닥에누워천장을올려다보면축축하게퍼져가는곰팡이뿐.유일한희망으로몇개월째상담을반복하던‘토베이아줌마’도어느새자취를감추고.그러던어느날‘순지’는위층에서넝쿨에물을줄때마다자신의방이물바다가되는것을견디다못해‘306호여자’를찾아가문을두드리는데.언제나끈덕이는현실에서손끝을“일센티미터만더”뻗어보는미세한움직임,이미무성한속에서도“풀을베기보단그옆에또심기를”(작가노트중에서)선택하는안간힘끝에.우리는희끗하게반짝이는풀조각처럼“현실을외면하고싶을때마다만져지는타자의물성”(작품해설중에서)을발견하게될지모른다.

“저도들은얘기지만,힘들땐물을보면좋대요.
이런더러운물말고요.강이나바다같은.”
“그런말을믿어요?”
-성혜령「대체근무」

연구실폭발사고로인한화재,지도교수의갑작스러운죽음후‘단강’은석사과정을휴학하고소도시의지방정부산하기관에서‘행정보조’로일하게된다.그의자리는육아휴직대체근무인1년단기계약직.당분간이나마“주름이매끄럽게정돈된삶.보풀이인옷은버리고새옷을살수있는삶”을누릴수있다는“착각”에적응해가던무렵,육아휴직을조기종료한전임자‘임주임’의복직소식을뒤늦게전해듣는다.‘임주임’이“무능”하다는이야기를들어온‘단강’은그의복직으로인해자리에서밀려날것을불안해하면서도,여전히모든업무를도맡아야하는상황에그를내심비난하고.“사실상하나의장치에”(작품해설중에서)불과한산업사회의‘안전관리’시스템과까맣게고인물앞에서,이들은서로를마주한다.

오류가오류를만난셈이지만
다른말로하면그게바로시작이니까.
-예소연「통신광장」

영화〈접속〉(1997)을모티프로시작하는이야기.‘나(해피엔드)’와‘여인2’는96년도에개설된‘유니텔’통신광장서비스에남아있던서로를우연히발견하고메시지를주고받기시작한다.이들의만남은“닫힌회로에전류가흐르듯”“분절되고굴절되며끊어지고이어”진다.숙박사이트의모바일상담원으로재택근무를하며밖에거의나가지않고“지하철을타는것조차오랜만”인‘나’는‘여인2’를만나기위해집을나선다.그리고커다란등받이침대위에서모니터의푸른빛을바라보고있는창백한‘여인2(민영)’과오랜시간함께살아온연인‘여자’를처음으로만나게되는데.“정말우리가불규칙한회로를끊임없이돌아다니며간신히서로를더듬는존재”(작가노트에서)라면.“현실과가상의경계에서자신의몸을열면서기꺼이불안정한오류적존재가되어타자와닿기를택한이들의”(작품해설중에서)이야기가사방으로펼쳐진다.

내가말하지않느냐,새라고.
그는붉은새로왔느니라.먼데서열매를물고?
-현호정「옥구슬민나」

‘부루새’의도약이후,“거꾸로흐르는원천강본풀이”이자현호정의애틋하고가뿐한창세기.‘민나’가우연히닿은존재들의이름을부르고,묻고답하고,서로연결되고연결하는동안이세계는무수히이루어진다.“모든것을아시는분”이자신적존재로불리는‘민나’는“완전하고절대적인실체로서의신이아니라,다른이들과함께구성한상상력으로세계를거듭창조중인이야기꾼에가깝다.”(작품해설중에서)서로에게손을내밀어구슬을물려주고,물고있던구슬을다시두손으로받아내는우리중“누구든현재의자신과관련없이민나임을”이해한다면.이세계의가장연약하고겹겹이두터운단면을벗겨내는목소리,밀알을수확하고구슬을엮듯끊이지않고풀어나가는삶의기원에대한선율.

“유일한질서란그저그들이행위함으로써
끊이지않는변화,오직그것이다.”

『림:옥구슬민나』속여섯편은“녹아내리고멀어지는몸을향해손을뻗고,뒤틀리고오염된몸으로고통에공감하는”이들의이야기이자“갇힌인간의운명을간과하지않고그자리에서미완의기록을새기려는전심전력들”(작품해설중에서)의움직임이다.여기에서마주친우리는서로의어떤다름도특별함도‘죄’나‘벌’이아니라“하나의창조적근원”이자있는그대로의“삶그자체”가될수있음을안다.

김다솔문학평론가가인용하듯“희고작고둥근알”처럼무한한의미로끝없이미끄러지는이소설집은작아져도사라지지않는존재감으로,잃어버렸으나돌아오는인연처럼,우리에게영영손을내밀것이다.

그리하여“꼭다물지않은‘열려있음’으로”같이넘어가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