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 : 잃기일지 -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 4

림 : 잃기일지 -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 4

$17.00
Description
너무 눈부신 어둠 속에서,
나는 내가 잃어버린 것과
잃어버리고 있는 것과
앞으로 잃어버릴 것들을
별자리처럼 이어 보았다.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 네 번째!
하나로 결속되는 대신 어디로든 흩어지겠다는 결심이자,
어느새 몸속으로 들어와 있는 세계에 삶의 흐름을 내맡기기로 하는 첫걸음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은 여기, 젊은 작가들의 신작을 모아 일 년에 두 권 선보인다. ‘-림LIM’은 ‘숲’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자 이전에 없던 명사다. 1호 『림: 쿠쉬룩』(천선란 외 6인), 2호 『림: 초 단위의 동물』(서이제 외 6인), 3호 『림: 옥구슬 민나』(현호정 외 5인)에 이어, 문학웹진 LIM에 연재하며 사랑받은 다섯 편의 신작을 네 번째로 모았다.

『림: 잃기일지』에는 김서해, 박소민, 이선진, 최미래, 한요나 작가와 정우주 문학평론가가 함께한다. 상실과 결핍을 계기로 한데 모여 싸우고, 흘러가며, 세계를 끌어안는 이들의 이야기. 하나로 결속되기보다 어디로든 흩어지겠다는 결심이자, 어느새 몸속으로 들어와 있는 세계에 삶의 흐름을 내맡기기로 하는 첫걸음.

다섯 소설 속 존재들은 자신의 중심을 잃고 미끄러짐으로써 다시 조직되며, 그 변형이 남긴 자국과 흔적을 만져 보고, 끝내 중첩되는 이질화를 생의 조건으로 삼아 ‘나’보다 남에 더 가까운 스스로와 관계 맺고 살아가기를 선택한다.

저자

김서해,박소민,이선진,최미래,한요나

저자:김서해
내가되지못한것들,나,그리고무한한가능성을섞어서소설을쓰고있다.
2023년앤솔로지『내게남은사랑을드릴게요』에
단편소설「폴터가이스트」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
장편소설『너는내목소리를닮았어』와단편소설『라비우와링과』가있다.

저자:박소민
2023년자음과모음신인문학상에단편소설「떠오르지않으려고」가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등단작제목처럼땅에발을붙이고또각또각산책하듯글을쓰고싶다.아주오랫동안…….
그러다어느날,나를아무도모르는하늘로두둥실날아오르고싶다.

저자:이선진
2020년자음과모음신인문학상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
소설집『밤의반만이라도』가있다.

저자:최미래
초,중,고계주달리기선수출신으로여전히울면서도잘뜁니다.
소설집『모양새』『녹색갈증』이있다.
2024년이상문학상우수상에선정되었다.

저자:한요나
소설과시를쓴다.제2회넥서스경장편작가상우수상을수상했다.
시집『연한블루의해변』이있고,소설단행본으로는
『오보는사과하지않는다』『17일의돌핀』등이있다.

해설:정우주
2024년경향신문신춘문예로평론을발표하기시작했다.

목차

김서해·손가락이미끄러지듯이
박소민·지옥에갈수는없겠지만지금은
이선진·잃기일지
최미래·돼지목에사랑
한요나·심곡

작품해설|정우주·내안에세계를아로새기기

출판사 서평

마음에도혈관이있다면,그건뭐야?
무엇을운반해서어디로보낸단말이야?
사람마음에꼭있어야하는감정이있고,
그게흘러다니는통로가있다면,
그건대체무엇일까.
-김서해「손가락이미끄러지듯이」

동성혼이합법화된근미래,예순일곱의나이인‘나’순영은뉴스를통해소식이끊긴지오래인오빠희준이동성연인과결혼했다는것을알게된다.함께뉴스를보던고령의부모님은오빠의소식에분노와반감을드러내고,‘나’의딸과손녀는그런노인들에게반감을보인다.그가운데에끼인‘나’는오빠를찾아집에데리고오라는아버지의전언과,왜이제와서삼촌을괴롭히냐는딸의반문사이에서혼란을느낀다.사실‘나’는“다그렇게산다”는말을위로삼아타인과달라이해가요구되는부분들을정상의둘레에맞춰잘라내며살아온인물이다.그러나혼란속에서,나는그동안“우리”라고여겼던보편적동일성의원을의심하기에이른다.손가락이미끄러지듯이,곁을비껴가는기억들을되짚으며.무언가“흘러다니는통로”로써의마음으로,이세계를보다투명하고유연하게감각해보려고.

1차원의선도아니지만
2차원평면이라고할수도없는그어느중간형태.
내가사는세계의법칙이랑안맞는것같을땐,
그냥0.3차원쯤에서살고있다고생각해.
나를위한새로운차원을만드는거야.
나를설명해주는.
-박소민「지옥에갈수는없겠지만지금은」

이제껏죽은사람들의집을치우는일을해온솔은자신이유일하게사랑한영이죽기전마지막으로머무른방을찾아“똥밭”이라불리는농막으로향한다.먹고살기위해학교대신죽은사람들의집으로등교하는솔,이름대신사배자로불리는해주,소리를내지않으려숨까지참으며살아가던영,학교에서왕따의위치에내몰린수학선생,네사람은원의내부이지만동시에삼각형의외부인영역으로밀려난다.소설은“유클리드기하학으로는설명이안”되는존재들을다른방식으로설명해내고자“프랙털”이라는기하학적개념을일종의측량법으로빌려오며,도려내진대상을다시금세계에새겨넣음으로써결코평면으로단순화될수없는복잡한곡률의세계에가까이가닿아보고자한다.

감은눈속에서한번더눈을감으면
블랙홀처럼새까만침묵이몰려와혼자남은내곁을지켜주었다.
너무눈부신어둠속에서,나는내가잃어버린것과
잃어버리고있는것과앞으로잃어버릴것들을
별자리처럼이어보았다.
-이선진「잃기일지」

어린시절엄마를잃고혼자남은‘나’는마치세상에없는사람인듯침묵의덫을놓아먹고살던엄마의방식을물려받아,침묵뒤에웅크림으로써스스로를세상에서지워내고자애쓴다.그러나처음만난펄로부터다짜고짜“너,너무시끄러워”라는말을건네들은‘나’는꼭피격을당한양“그애쪽으로기울어”진다.이렇게자기를보호하려는둥근“침묵”과상처입히는예리한“피격”이되풀이되는존재의테두리는끝없는재구축의장으로내맡겨진다.말하자면이것은어느한쪽이승리하는결말대신결코완결될수없을투쟁을계속하는분투기이다.

패스,패스,패스,전력질주.
미진은달렸다.경기장끝에서끝으로.
찌릿찌릿한느낌이척추를타고꼬리끝까지전해져.
누군가내양끝,그러니까머리카락과꼬리를잡고
바짝잡아당기는기분.
-최미래「돼지목에사랑」

미진은‘사랑’에대해끊임없이집착한다.그저그런사랑이아닌“제대로된사랑”을하고싶은미진의마음은단순한소망이라기보다“살면서한번은꼭해봐야만하는”목적에가깝다.다만소설에서이렇듯미진이“사랑에목매는”사람이된이유는다름아닌,길다면길고짧다면짧은“애매한길이”의꼬리가달린미진의몸자체와관련한다.미진은지금껏딱히쓸모는없으나그다지불편하지도않은꼬리를“별뜻없이달고살”아왔지만,어느순간부터그꼬리는미진을우습고만만하며쉬운상대로보이도록하는“이상한거”가된다.하지만미진의꼬리가가진의미가반전되는사건이생기며,미진은끝내그가치와쓸모를알수없는꼬리를단몸으로써세계와다시금새롭게관계맺는다.

치유받고싶었어.
영원히고장난채로사는게아니라
회복할수있다고.
인간은회복하는존재라는걸
확신하고싶었어.
-한요나「심곡」

신학과에서학생들을가르치는중년의교수모립과오피스로보인로티는우연한계기로캠퍼스에서만나파트너십을맺는다.끊임없이본인의몸으로부터벗어나기를원하는모립과누구보다도끈질기게모립에대해궁금해하는로티는“로봇은로봇의자리에서,인간은인간의위치에서살아가면된다”는원칙이무색하게오히려서로의영역쪽으로기울어지는듯보인다.이렇게비인간과인간,두화자에의해번갈아서술되는이소설은“출발점에놓인몸이점차시간과기억에따라변형되면서자신이환경속에뿌리내려있는존재임을이해해나가는여정”을그린다.

“이것은어느한쪽이승리하는결말대신
결코완결될수없을투쟁을계속하는분투기이다.”

『림:잃기일지』의소설속인물들은‘나’를감싸고있던단단한껍질에난작은구멍으로무언가를잃어버리고(「잃기일지」),안으로들어가려하면할수록그둥근테두리로부터자꾸만미끄러진다(「손가락이미끄러지듯이」).그리하여이쪽도저쪽도아닌문지방을밟고선‘나’는정확히어디부터시작되어어디에서끝나는지알수없는‘꼬리’를단몸으로서어디로든흘러가기시작하며(「돼지목에사랑」),출발점에내맡겨진몸은시간과기억속에서의변형이각인되는물질적장으로서스스로를위치시킨다(「심곡」).그렇게환경속에뿌리박힌신체는그가기입된세계의틈새를벌려울퉁불퉁한자국과흔적을가까이더듬음으로써끝내자기의내부로세계를끌어들인다(「지옥에갈수는없겠지만지금은」).

그리하여다섯소설속존재들은자신의중심을잃고미끄러짐으로써다시조직되며,그변형이남긴자국과흔적을만져보고,끝내중첩되는이질화를생의조건으로삼아‘나’보다남에더가까운스스로와관계맺고살아가기를선택한다.이는하나로결속되는대신어디로든흩어지겠다는결심이자,어느새몸속으로들어와있는세계에삶의흐름을내맡기기로하는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