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고은소설가,한유주소설가강력추천!
“새벽의감각을잃어버린사람들을위한매혹적인지도”
-윤고은(소설가)
"세상의모든밤을향해,잘자요.”
새벽의감각을잃어버린이들에게건네는
다정한밤인사,함정임의신작소설
‘호모비아토르(여행하는인간)작가’라는수식어가이토록어울리는작가가또있을까.1990년등단이후활발한작품활동을이어온함정임작가가올해로등단35주년을맞아소설『밤인사』를펴냈다.2020년출간된소설집『사랑을사랑하는것』이후5년만의신작소설이다.
『밤인사』는작가의2015년출간된소설집『저녁식사가끝난뒤』에실린단편소설「어떤여름」으로부터시작되었다.“단편소설에는행간마다크고작은사정과사연들이깃들어있”기마련이므로,“행간에묻어두어야했던우연과인연의맥락들을들여다보고필요한만큼꺼내고,버리고,잇는과정”이필요했던까닭이다.작가가소설속두인물,미나와장의이야기를이어써나가던사이많은일들이벌어지고또소강했다.코로나19팬데믹을비롯해세계곳곳에서발발한전쟁이“삶의리듬과감각을,세상의이치와순리를비정상으로뒤엎어버”린것이다.작가는이러한시간속에서도“행간마다고여있는숨”을놓치지않고오롯이담아냈고,마침내소설『밤인사』를완성했다.단순히단편소설「어떤여름」의후속으로만기능하는작품이아닌,또하나의독립적인세계를만들어낸것이다.
단편에서경장편으로세계를확장하는사이주인공‘미나’의삶도변화해나갔다.짧은시간그가만났던‘장(또는진)’이라는인물이좀더구체화되었고,묵독모임‘파라-n’과그속에서관계한‘윤중’이라는인물이더해졌다.소설곳곳에인물의SNS계정과그에따른텍스트가추가되었다.작가는SNS와뉴스미디어의속성과기능을적극적으로활용하여문학예술텍스트와사료들을작품속에자연스레녹여냈다.
열두시간의조약돌을쥐고서
소설가로활동중인미나는어느날2년전니스행열차에서우연히만난‘장’으로부터등단작「어떤여름」의후속편을써보면어떻겠느냐는제안을받게된다.가벼운농담에서시작된제안은점점구체화되어갔고이윽고‘장’의제안을파리행비행기에오른다.“세상일이란대개가벼운농담에서출발”하는법이므로.
파리에도착한뒤‘미나’는2년전그랬듯‘장’과짧은일정동안동행하며발터벤야민과조아킴롱생,폴발레리등프랑스곳곳에궤적을남긴이들의발자취를따라걷는다.「어떤겨울」을쓰기위한‘미나’의여정에‘장’역시묵묵히함께하며부재한어머니의자리와애정에목말랐던어린시절을되짚어나간다.‘미나’에게서어머니의그림자가겹쳐보이자‘장’은필연적으로자신의고향인부산을찾아야겠다는혹은찾아가야만한다는운명을느낀다.한편프랑스를여행하는중에도‘윤중’은‘미나’에게꾸준히메시지를보내온다.그가보내오는뉴스기사와짧은안부,문학예술텍스트는‘미나’가파리로떠나기전,묵독모임이끝나고홀연히그와떠났던새벽의간절곶을끊임없이상기시킨다.“조약돌을가지고돌아오게해줄게요.열두시간의조약돌!”
새벽,마주침과엇갈림의시간
소설『밤인사』는‘미나’와‘장’그리고‘윤중’,세인물사이에서반복되는끊임없는마주침과엇갈림을함정임만의유려하고섬세한문장으로엮어낸작품이다.“세사람이시차를두고완성하는산책”은마치“별의궤적”처럼느껴지기도한다.우연이수없이겹쳐운명으로가닿는눈부신그과정들은간절곶과파리,부르고뉴,세트,페르피냥,포르부그리고다시부산에이르기까지‘미나’의발걸음을뒤따른다.“우연이운명으로승화하고,엇갈린방향들이남긴부산물”이빚어낸추억은소설안에서그어떤것보다눈부시게부유한다.
『밤인사』는새벽과닮아있다.새벽은“가능성인동시에어제에대한작별”이며“포옹의시간”이기도하다.세인물사이에서공명하는“미묘하고고요한충동”은독자들로하여금“지나온경로마다수없이존재했던마주침이품었던잠재적가능성”에대해생각하게한다.“한사람을만나는것이곧무수한산책”임을아는,그럼에도불구하고그마주침을소중하게끌어안는이들에게『밤인사』는기꺼이다정한안부를건넨다.
“세상의모든밤을향해,잘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