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문어 모자를 다시 쓰다

그해 여름 문어 모자를 다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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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차갑고 발랄한” 시로 “문학을 멀리까지 가져가 보는 모험”을 포기하지 않는 서호준 시인의 『그해 여름 문어 모자를 다시 쓰다』가 열림원 시인선 시리즈 ‘시-LIM’ 두 번째 시집으로 출간되었다. 전작 『소규모 팬클럽』, 『엔터 더 드래곤』에서 게임 서사와 언어를 시로 호출하며 “변방적 활력”을 발생시킨 그는 이번에는 더욱 정교한 말의 변칙들로 모험을 감행한다. 이번 신작 시집 『그해 여름 문어 모자를 다시 쓰다』는 서호준 시인이 정해진 경로를 거부하고 더 많은 낯선 것들과 접속하며 시의 지형을 확장한 모험 일지이다.

시집 곳곳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문어 모자”는 이 시집의 퀘스트 헬멧이다. 우스꽝스럽고, 다소 과장되어 있으며, 이상하게도 눈물이 나는 형태. 문어 모자를 다시 쓰는 순간, RPG 게임의 숨겨진 맵처럼 메타버스, 이세계물, 게임 서사, 비정규 노동, 번역되지 않는 감정들이 겹겹이 얽혀 나타난다. 익숙한 일상은 갑자기 낯설어지고, 엉뚱한 상상은 현실보다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무심하고 유쾌한 문장 안에는 ‘하루 더 버티기 위해 쓰는 시’, ‘삶의 부조리를 견디는 말의 힘’이 깃들어 있다. 서호준 시인의 시는 독자를 ‘읽는 자’에서 ‘행위하는 자’, 즉 ‘모험가’로 변화시킨다. 읽고 나면 쓰고 싶게 만드는 시, 기묘한 현실과 현실적인 기묘함을 바라보게 하는 시, 그리고 죽음을 사유하고 체험하게 만드는 시. 만약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세계가 “모든 것이 돈으로 환산되는 이세계물”(「타일, 개, 맘무게」)처럼 느껴진다면, 이곳이 우리에게 맞지 않는다면, 우리는 ‘시’라는 “외부자의 언어”를 통해 다른 가능성의 문을 열 수밖에 없다. 우리는 다시 모험을 시작한다.

“하루 더 살기 위하여 시를 향해 돌진하는 바보 기사.
쓰기의 동맹, 오늘은 서호준과 함께 더 먼 곳으로 간다.”
-송승언(시인)
저자

서호준

저자:서호준
1986년서울에서태어났다.서울대학교사회학과를졸업하고명지대학교문예창작학과석사과정을수료했다.2016년독립문예지『더멀리』를통해시를발표하기시작했으며,시집으로『소규모팬클럽』『엔터더드래곤』이있다.현재인디게임개발자로일하고있다.

목차

시인의말

1부항구를떠도는철새
가벼운마음
에그드랍
목공
비처럼오르기
뼈한피에두대째
타일,개,맘무게
아울베어ㆍ예티
문어모자
디알파인
랜서
아홉시라이더
다음엄마
눈내린다음날
동명삼인
문어모자
내왼손은맨손
갯벌행진곡
털비누

2부
벽돌짐
이스마엘
디알파인
그러나8월에라도
돌아온곳은발코니
그해여름
감귤8톤팔기
시인의언덕
묵독
동명삼인
불안한살인마와너의식탁은
벵골놀이터
악령
불가리아양치
해몽

3부나의누더기지구
감귤트럭
나는슬픈시대를살아가고있다
노력의천재푸네스
수염고래
문어모자
열을위한회상
눈물난사다
돌멩이와돌멩이요리사
디알파인
켄터키후라이드
어깨위의천사
미간의일
시인머리로할수있는몇가지놀이
보보타
나의다정한윤리선생님
에스컬레이터에서아기돌보기
옷핀은쉴새없는피뢰침
(부록)거개의시

해설
시인의언덕을오르는기사이야기|송승언(시인)

출판사 서평

이세계(異世界)와이세계를넘나드는모험의시,
시를향해돌진하는바보기사
서호준의세번째신작시집『그해여름문어모자를다시쓰다』

“차갑고발랄한”시로“문학을멀리까지가져가보는모험”을포기하지않는서호준시인의『그해여름문어모자를다시쓰다』가열림원시인선시리즈‘시-LIM’두번째시집으로출간되었다.전작『소규모팬클럽』,『엔터더드래곤』에서게임서사와언어를시로호출하며“변방적활력”을발생시킨그는이번에는더욱정교한말의변칙들로모험을감행한다.이번신작시집『그해여름문어모자를다시쓰다』는서호준시인이정해진경로를거부하고더많은낯선것들과접속하며시의지형을확장한모험일지이다.

시집곳곳에반복적으로등장하는“문어모자”는이시집의퀘스트헬멧이다.우스꽝스럽고,다소과장되어있으며,이상하게도눈물이나는형태.문어모자를다시쓰는순간,RPG게임의숨겨진맵처럼메타버스,이세계물,게임서사,비정규노동,번역되지않는감정들이겹겹이얽혀나타난다.익숙한일상은갑자기낯설어지고,엉뚱한상상은현실보다더생생하게다가온다.무심하고유쾌한문장안에는‘하루더버티기위해쓰는시’,‘삶의부조리를견디는말의힘’이깃들어있다.서호준시인의시는독자를‘읽는자’에서‘행위하는자’,즉‘모험가’로변화시킨다.읽고나면쓰고싶게만드는시,기묘한현실과현실적인기묘함을바라보게하는시,그리고죽음을사유하고체험하게만드는시.만약우리가발딛고있는세계가“모든것이돈으로환산되는이세계물”(「타일,개,맘무게」)처럼느껴진다면,이곳이우리에게맞지않는다면,우리는‘시’라는“외부자의언어”를통해다른가능성의문을열수밖에없다.우리는다시모험을시작한다.

“하루더살기위하여시를향해돌진하는바보기사.
쓰기의동맹,오늘은서호준과함께더먼곳으로간다.”
-송승언(시인)

“죽고싶다고말하는건
우리의스포츠잖아.”

내일죽을사람의말투로
오늘을쓰는유머감각

이시집에서반복적으로등장하는퀘스트아이템,“문어모자”는단지장난스러운장식이아니다.그것은‘살기위해쓰는’행위의헬멧이며,현실을통과하기위해필요한갑옷이다.이모자를쓰고서호준의화자는죽지못한자(반-존재)들의이세계를유영한다.현실의규칙과시의규칙,문법과서사,정체성과어조가고르지않은페이스로흔들리며중첩되는문장들.그것은일종의버그처럼생겨났다가일시적광휘를발하고,곧다시아무일도없던것처럼사라진다.그러나그자리에남는건어떤감정도,명확한개념도아닌,그냥어딘가를떠도는“동맹”의가능성이다.

“말을전하는데에는두사람이필요하다.
잊는데에는온세상이필요하고”

무력한존재들의연대
이름없는감정의교환,말없는동행

『그해여름문어모자를다시쓰다』는바로그‘포털’로기능한다.이시집을읽는다는것은정해진의미를해석하는행위가아니라,다른세계의규칙을스스로다시짜는참여자,곧모험가가되는일이다.게임,애니메이션,이세계물,인디감성,소규모팬덤의언어로이루어진이시집은,현실을벗어나기위한도피가아니라현실을변주하고돌파하기위한시적장비다.시인과함께낯선맵을돌파하며,독자역시“하루더살기위하여시를향해돌진하는바보기사”가된다.이시집의핵심적인상징인“문어모자”를쓰고출발하자.우스꽝스럽고이상하며,어딘가눈물이나는형태.그것을다시쓴다는것은다시출발하겠다는의지이자,다시살아보겠다는선언이다.

시인의말

여름에는가야지
매일소나기내리는곳으로

2025년4월
서호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