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몰퍼스

아몰퍼스

$12.00
Description
언어가 무너진 자리에서
끝내 사랑을 발명하려는 목소리
김해솔 시인의 첫 시집 『아몰퍼스』가 열림원 ‘시-LIM 시인선’의 세 번째 시집으로 출간되었다. 2023년 ≪쿨투라≫ 신인상 시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해솔 시인은 “자유롭고 대담한 시상” “삶의 진정성에 기반한 언어”라는 평을 받았다. 「쾨니히스베르크의 다리」 연작과 「아우또노미아」가 선사하는 사랑의 밀도, 「아몰퍼스」라는 제목이 함의하는 무정형의 감각은 일찍이 기대를 모으며 “습작의 축적과 역량에서 큰 기대를 모으는 시인”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아몰퍼스』는 제목처럼 비정형의 상태를 전면에 내세운다. 단단히 응고되거나 투명하게 가시화된 세계 대신 파열과 균열, 붕괴와 복제, 오류와 변형을 통해 고정되지 못한 언어와 존재를 드러낸다. 언어의 불안정성과 동시에 그것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실험한다. 그리고 이 시도의 가장 깊은 바탕에는, 타자와 세계를 향해 손을 뻗으려는 사랑의 의지가 놓여 있다.
저자

김해솔

저자:김해솔
시인.2023《쿨투라》신인상시부문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미디액트에서《영상과대담의형식으로시쓰기》수업을시즌제로운영중이다.

목차

시인의말

아몰퍼스
이징모형
루트,야떼모야
누워있다
챠우챠우
쾨니히스베르크의다리
비가내린날은4월7일이아니다
아우또노미아
아우또노미아
에코그라피
아나모사
공중공간
그와가장가까운사람
느낌의기원
베단타
반입자
아몰퍼스
껍질을까지않은채달걀을먹었다면,지구정도는지켜줘도괜찮잖아?
모브,사이코,100
떠올리면복잡한마음이든다
예언가들
창조적퇴화
내대리인의목

기억한다
초유체
일칵토히포포타모
버드
부러진지구는개구리뒷다리를모른척했다
너무강한마음을갖고태어난사람은
선인장하마
토러스틱택토
튜링기계
미소중력
어부는바다에그물을던졌다
정확하고장황하게펼쳐진초원
채채로서의5월35일
제2법칙
그러자직선하나가그어진다
성냥팔이소녀의재림2125
초개체
쾨니히스베르크의다리

해설
픽스아몰퍼스1인용TRPG|멜트미러(게임개발자·영상작업자)

출판사 서평

“오늘도한건해냈군
사랑하나를또발명해냈어

이번엔살릴수있을까?”

언어가실패하고무너져도
끝내사랑을발명하려는목소리

김해솔시인의첫시집『아몰퍼스』가열림원‘시-LIM시인선’의세번째시집으로출간되었다.김해솔시인은“자유롭고대담한시상”“삶의진정성에기반한언어”라는평으로2023년≪쿨투라≫신인상시부문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쾨니히스베르크의다리」와「아우또노미아」가선사하는사랑의밀도,「아몰퍼스」라는제목이함의하는무정형의감각은일찍이기대를모으며“습작의축적과역량에서큰기대를모으는시인”으로소개되기도했다.

『아몰퍼스』는제목처럼비정형의상태를전면에내세운다.단단히응고되거나투명하게가시화된세계대신파열과균열,붕괴와복제,오류와변형을통해고정되지못한언어와존재를드러낸다.언어의불안정성과동시에그것이지닌무한한가능성을실험한다.그리고이시도의가장깊은바탕에는,타자와세계를향해손을뻗으려는사랑의의지가놓여있다.

애도의자리에서
다시말하고,또고쳐말하며살아남는화자

『아몰퍼스』의시들은구체적인이미지와문장의연쇄를끊임없이흔들어놓는다.독자는언어의지층이기울어지고무너지는장면을목격하게된다.말은투명한매개가아니라,실패속에서만작동하는기계처럼나타난다.그러나그실패야말로시인의언어가새로운의미를발생시키는조건이된다.소중한존재를상실한사람은존재와함께언어의일부를상실하기마련이다.이렇게고장난상태에서는고통을잊지않는것이곧기억의방식이되며,애도는고통과함께유지된다.이때문에시속화자들은고통속에서말을반복하고번복하며,부정과긍정을오가며언어의파열속에서애도의자리를유지한다.그러나『아몰퍼스』의화자는잦은실패와파괴속에서도끝내언어의가능성을포기하지않는다.그는“말하면서살고싶어진사람”(「제2법칙」)의모습으로형상화되며부서진말과시간을쥔채누군가자신의고통을발견해주기를기다린다.수많은번복과수수께끼같은문장속에서간파당하기를기다린다.믿을수없는일이벌어지지만믿지않을수도없는세계에서믿음없이도소망하며함께할수있는방법을찾는다.언어의파열과붕괴속에서조차다시말하고싶어지는욕망,이미한말을고쳐말하고변주하는충동이『아몰퍼스』를움직인다.

실리카겔과에스파의뮤직비디오를연출한영상작업자이자게임개발자인멜트미러의해설은이시집의실험성과호응하며또다른가능세계를창조해낸다.일인용TRPG형식으로쓰인해설속에서“없애도늘어나는어휘”“오류속미학”과같은구절을통해언어가망가져도사라지지않고변형을거듭하는이시집의주제를강조한다.

실패와사랑에서
새롭게태어나는언어

김해솔의비정형적언어는정상성의언어가포착하지못한세계를드러낸다.시인은독자를낯선규칙과불투명한풍경속으로끌어들임으로써,언어와존재가고정될수없는조건자체를문학적체험으로바꿔놓는다.

무엇보다주목할것은,그불안정한언어의자리에서조차시가불러일으키는감정이‘사랑’이라는점이다.실패와오류를거듭하는말들속에서시인은여전히타자와의관계를,대화를갈망하고,언어를통해세계와접속하려는사랑의형식을실험한다.

『아몰퍼스』는고통속에서언어와희망을의심하던존재가스스로를긍정하게되는순간을그린다.동시에고장난존재를끌어안으려는시도를보여주며,언어의불안정성과그속에잠재된무한한가능성을실험한다.이모든시도의가장깊은바탕에는,타자와세계를향해손을뻗으려는사랑의의지가놓여있다.

김해솔(지은이)의말

말하면
번복하고싶어지는나는
반박하고싶은말만쓰고싶다
고쓰자
바꾸고싶지않은말만쓰고싶어진나는
어쩌지
어쩌면좋지
중얼거리던중초파리에게
목덜미를물렸다
초파리도흡혈을?묻자
아니오,우리가대답한다

2025년9월
김해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