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로 가야겠다

고요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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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국 서정시의 거장 도종환 시인의 신작 『고요로 가야겠다』는 오랜 침묵 끝에 도달한 내면의 결실이다. 삶의 고통과 상처를 통과해 얻은 언어는 한층 더 부드럽고 다정해졌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세상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그 소음 속에서 자신만의 고요를 찾아간다. “외피가 돌처럼 딱딱한 벚나무에서 / 새로 솟아나는 연한 가지”(「부드러운 시간」)처럼, 그의 시는 고통을 뚫고 피어난 온화한 결심의 언어다.
곽재구 시인은 추천사에서 “도종환의 시가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고 썼다. 그는 “난해한 정치판에 들어가 판을 향기롭게 만들었던 시인이 이제 그 향기를 시로 돌려주고 있다”며, 시대와 인간을 함께 품어온 그의 귀환을 따뜻하게 맞이한다. 나희덕 시인 역시 “이 시집의 화자들은 폭풍의 시절을 지나 고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그의 시가 “소음과 고요, 분노와 사랑, 격정과 지혜 사이에서 인간의 진실을 지켜온 언어”라고 평했다. 두 시인의 말처럼 『고요로 가야겠다』는 떠남이 아니라 귀환의 시집이며, 언어로 다듬은 마음의 집이다.
시집은 「이월」, 「고요」, 「달팽이」, 「사랑해요」, 「끝」 등 여덟 개의 사유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시는 명상적 공간이 되어 독자에게 멈춤과 사유의 시간을 선물한다. “바람이 멈추었다 / 고요로 가야겠다”(「고요」)는 문장은 시인이 도달한 윤리적 결심이며, 도피가 아닌 회복의 선언이다. 고요는 침묵이 아니라 이해이고, 세상 속에서 자신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고요로 가야 합니다. 거기 시가 있습니다.”
-도종환
저자

도종환

저자:도종환
1954년충북청주에서태어나,충북대사범대국어교육과를졸업했습니다.충남대에서박사학위를받았습니다.신석정문학상,정지용문학상,윤동주상문학부문대상,백석문학상등을수상했고,2006년세상을밝게만든100인에선정되기도했습니다.
자연을인간처럼이해하고,인간을자연처럼이해하는시인으로알려진그의시와산문에서자연과인간에대한깊고맑은통찰의눈을바라볼수있습니다.
시집으로《접시꽃당신》,《흔들리며피는꽃》,《해인으로가는길》,《세시에서다섯시사이》,《정오에서가장먼시간》등이있으며,산문집으로《사람은누구나꽃이다》,《그대언제이숲에오시렵니까》,《너없이어찌내게향기있으랴》등이있습니다.동시집《누가더놀랐을까》,동화《나무야,안녕》,그림책《도종환시인의자장가》,《병아리싸움》등을냈습니다.

목차


추천의말_곽재구(시인)·나희덕(시인)

이월
February
이월
소원
곡우무렵
도토리
연두
수선화
벚꽃

고요
Stillness
고요
과도한소망
들꽃
꽃들2
꽃들3
봄밤
봄날아침
파랑이는날
부드러운시간
그대가내게온다면
낙화
현자
운명
철쭉꽃
하직

달팽이
Snail
달팽이
바다
거리에서
산양
모이
비와하프
너는꽃이다
수련
애벌레
파도
여우비
그리운날
사막

해변

저녁
목동의별
젖은낙관

슬픔을문지르다
Torubawaysorrow
슬픔을문지르다
연화蓮花
장일순
깊은가을
늦가을
설선당說禪堂

밤이온다
어린은행나무
고음
저녁

사랑해요
Iloveyou
사랑해요
사과밭주인
두손
다리하나

당신의동쪽
TheEastofyou
당신의동쪽
굴참나무
두보초당
사과한알
늦가을비
귀뚜라미를조상함
저녁연기
운동화
군무
겨울벚나무
겨울오후
아기국화
저녁
새벽세시
바람이분다
산다음山茶吟
어떤꽃
페어스케이팅
담양장아찌
상봉


Hand

노래
저녁바다

쉼표
툇마루


End

전화기를끈다
계엄이있던겨울

작품해설_‘사이’로향하는필생의시·노지영(문학평론가)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정치와시대의소음을통과한조용하고투명한울림
한국시의거목,40년시의길을걸어온
도종환이건네는‘고요의형식’

도종환의시가우리곁으로돌아왔다.오래고요를잃은시대에,다시한번‘고요로가야겠다’는결심으로.이번신작시집『고요로가야겠다』는도종환이지금껏펴낸모든시집가운데에서도가장부드럽고다정한형식으로완성된책이다.그의시에는언제나부드러움의힘이깃들어있었지만,이번시집의언어는그어느때보다잔잔하고따뜻하다.그것은나약함이아니라,가장단단한현실을뚫고피어난온화한결심이다.세상과눈맞추며살아온한인간의목소리가이제는한결조용하고투명한울림으로우리에게다가온다.“외피가돌처럼딱딱한벚나무에서/새로솟아나는연한가지”(「부드러운시간」)처럼,그의시는고통을밀고나와세상을어루만지는언어로도달한다.
곽재구시인은추천사에서정치와시대의소음을통과한시인이이제다시‘사람의언어’로돌아왔다고말했다.“도종환이난해한정치판에들어가판을향기롭게만들었다면,이제는그향기를시로돌려주는일”이라며그의귀환을축복한다.나희덕시인은“이시집의화자들은폭풍의시절을지나고요를향해나아가고있다”고말했다.그녀는도종환의시가“소음과고요,분노와사랑,격정과지혜사이에선언어”라며,그가오랜시간지켜온인간의진실을다시금환기시킨다고썼다.두시인의말처럼『고요로가야겠다』는떠남이아니라귀환의시집이다.언어로다듬은마음의집이자,긴시간의혼탁을통과한끝에얻은‘고요의형식’이다.

고요의끝에서
더깊은고요의방향으로
생生으로가야겠다

무엇보다이시집은‘고요로가는방식’부터이색적이다.본문이시작되면‘이월’이라는제목이백색페이지위에단정히놓이고,맞은편은새까맣게닫혀있다.흰빛과어둠이공존하는그첫장면에서시인은이미말없이독자를‘명상의문턱’으로이끈다.흰페이지는비어있음이아니라여는숨이고,검은페이지는닫힘이아니라머묾의공간이다.첫시가검은바탕위에떠오를때,독자는마치선가의방안으로들어간듯한감각에잠긴다.시는빠르게읽히지않는다.한행한행이묵상처럼독자를붙잡고,그사이의여백이시자체의일부로작용한다.도종환은산문적속도에지친현대의독자에게잠시숨을고르고한문장에오래머물게하는고요의방을마련해준다.
이시집은기존의4부구성대신여덟개의‘사유의방’으로이루어져있다.「이월」,「고요」,「달팽이」,「슬픔을문지르다」,「사랑해요」,「당신의동쪽」,「손」,「끝」으로이어지는여덟개의화두는각각하나의명상적공간을연다.시인은각부를전시관처럼배치해,독자가방과방사이를거닐며자신에게가장깊이울리는문장을발견하도록한다.여백과어둠,문장과침묵이교차하는이구조속에서독자는읽는동시에사유하고,시를감상하면서자신을들여다본다.『고요로가야겠다』는물리적구성자체가하나의시적장치가된작품이다.시집의중심부에자리한시「고요」는이여정을집약한다.“바람이멈추었다/고요로가야겠다.”이간결한선언은시인이도달한내면의결심이다.고요는단순한정적이아니라자신을용서하고세상을다시받아들이는윤리적태도이며,도피가아니라회복이고,침묵이아니라이해이다.그가이르는고요는외부의소리를지우는것이아니라,그모든소리속에서자신만의호흡을찾는일이다.

“슬픔을문지르면분노가덜아프다”
필생畢生의시,인간으로서는언어

노지영평론가는해설에서도종환의시를“사이로향하는필생의시”라명명한다.그의언어는언제나극단을넘어서,분노와용서,현실과영혼,상처와회복의경계에서있다.그는시를통해자신을단련하며,인간으로서지켜야할윤리적중심을증언한다.「슬픔을문지르다」,「두손」,「피」같은시에서그는몸의감각으로영혼의진실을말한다.“슬픔을문지르면분노가덜아프다/오래된통증이조금은풀린다”(「슬픔을문지르다」)는구절은언어로치유의몸짓을실현하는시인의태도를보여준다.「두손」에서“무언가를움켜쥐는데쓴내손이/이제는놓아주는법을배운다”고말할때,그는비로소삶을이해하는법을배운다.도종환의시는감상보다체험에,의미보다호흡에가깝다.
시집의끝에서시인은말한다.“나는여전히희망의편에서있다.어둠이깊어도별이뜨는하늘을믿는다.”절망을통과한자만이쓸수있는문장이다.그의희망은마른낙관이아니라상처를품은젖은낙관이며,세상을향한다정한응시이자삶을향한마지막결의다.“툭하고떨어지는붉은방울/젖은낙관하나”(「젖은낙관」)라는구절처럼,희망은고통을통과한언어의흔적이다.나희덕시인이말한“시인의고요가잘익어가면좋겠다”는말처럼,『고요로가야겠다』는그익은고요의기록이다.그리고곽재구시인의말처럼,“힘든시절과싸우는벗들이여,사랑하는이와나란히앉아도종환의시집을읽자.”분노와슬픔을지나사랑과용서로나아가는길,그길의이름이바로‘고요’임을도종환은스스로의언어로증명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