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 드그다 읏따읏따

림: 드그다 읏따읏따

$17.00
Description
“텅 비어 침묵할지언정
남의 비명으로
자기의 무대를 채우지 않았던
그 올곧은 패배자를.”
혼자 싸우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옆자리를 지켜 주는 마음에 관하여

열림원의 문학웹진 림LIM 여섯 번째 소설집 『림: 드그다 읏따읏따』에는 김멜라, 김화진, 서장원, 차현지, 함윤이, 다섯 명의 소설가와 문학평론가 최다영이 함께한다. 각자의 세계와 결을 지닌 다섯 편의 소설은 “우정”이라는 공통의 주제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탐색한다. 최다영 평론가는 이 작품들을 우정이 성립하는 조건과 범위, 상속과 애도의 시선으로 읽으며, 인물들이 서로의 삶을 통과하며 만들어 내는 ‘함께 있음’의 의미를 짚어 낸다.
서장원의 「피루엣」과 차현지의 「선선한 사이」는 사회적 위계나 젠더, 경제적 조건 속에서 우정을 검열하고 의심해야 하는 인물들을 그린다. 「선선한 사이」의 인물들은 방 안에서 해변으로, 러닝에서 드라이브로 이동하며 여성의 활동 반경을 확장하고, 함윤이의 「미와와 우란 혹은 워스트 드라이버」는 그 이동이 가져온 자유와 불안, 해방과 공포의 병치를 섬세하게 그린다. 도로 위 젠더화된 위협의 감각 속에서 구축된 서사는 ‘움직임의 자유’가 ‘불안의 감각’과 함께 존재함을 드러낸다. 표제작인 김멜라의 「드그다 읏따읏따」는 히트곡 상속을 둘러싼 인물들의 서사를 통해 기억과 의미의 계승, 그리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우정의 지속을 그린다. 김화진의 「저주 참는 법」은 관계의 끝 이후에도 남아 있는 온기와 기억, 시간을 건너 되살아나는 마음의 힘을 포착한다. 이 작품에서 유사한 감정을 공유하는 기억들이 서로를 연결하며 과거로의 회귀와 시간의 겹침을 가능하게 한다면, 「피루엣」에서는 한 장의 사진에 담긴 특별한 기억이 현재를 긍정하도록 이끈다.
이 소설들에서 우정은 단일한 감정이 아니라, 상속과 기억, 거리와 조건, 환대와 불안을 오가며 끊임없이 변주되는 관계의 장이다. 어떤 관계는 적절한 거리 속에서만 가능하고, 또 어떤 관계는 실패와 오해 끝에야 비로소 새로운 신뢰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결국 우정이란, 함께 쌓은 기억을 되새기며 서로의 자리를 지켜 주는 일, 그리고 언제든 혼자 싸우지 않도록 곁을 내주는 마음일 것이다.
저자

김멜라,김화진,서장원,차현지,함윤이

저자:김멜라
소설을쓰며세상을배워가는사람.작곡가의머릿속에음악이떠오르는찰나를궁금해하는사람.사람보다나무와숲을좋아하는사람.그게자랑스럽지는않은사람.

저자:김화진
2021년《문화일보》신춘문예단편소설부문으로등단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나주에대하여』,연작소설집『공룡의이동경로』,장편소설『동경』,단편소설『개를데리고다니는남자』『개구리가되고싶어』를펴냈다.제47회오늘의작가상을수상했다.

저자:서장원
2020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당신이모르는이야기』가있다.

저자:차현지
많이보고듣고읽고쓰려고한다.대체로소설을쓴다.『트랙을도는여자들』『다다른날들』을썼다.

저자:함윤이
소설을쓴다.허구가만들어지고변형되며번지는과정에흥미를품고있다.2022년서울신문신춘문예에소설「되돌아오는곰」으로등단했다.제14회젊은작가상과제14회문지문학상,제26회이효석문학상우수작품상을수상했다.

해설최다영
2022년「문학과사회」평론부문에당선되어평론을쓰기시작했다.

목차


김멜라·드그다읏따읏따
김화진·저주참는법
서장원·피루엣
차현지·선선한사이
함윤이·미와와우란혹은워스트드라이버

작품해설|최다영·혼자싸우도록내버려두지않는사람

출판사 서평

양홍이만든모든음악의밑음이자소란이었던그록스타를,
텅비어침묵할지언정남의비명으로자기의무대를채우지않았던
그올곧은패배자를.
-김멜라「드그다읏따읏따」

밴드출신작곡가‘양홍’은생의끝자락에서자신의히트곡저작권을물려줄사람을찾는다.그는한때같은밴드멤버였던‘찬나’를떠올린다.“수챗구멍의오물처럼과시와야합의더께로얽힌그판”에서꼿꼿함을잃지않았던찬나.하지만찬나는이미세상을떠났고,양홍은대신찬나의딸‘이정’에게접근한다.양홍은정체를숨긴채이정이참여하는맨발걷기동호회‘맨사랑’에나가고,사람을시켜그녀의뒷조사를하기도한다.그러나양홍이이정에대해알면알수록이정은점점더미스터리한존재가된다.사라진이의리듬,음악이끝난자리의침묵속에서양홍은자신이놓쳐온시간과죄책감의흔적을마주한다.멈췄다가흔들리고,가라앉았다가다시떠오르는그울림속에서마지막리듬이천천히되살아난다.


그때보다무럭무럭자라난나는제법팔이긴어른이고
바위를안아줄수있을정도의사람이되었지.그래봐야위로를받는건나지만.
바위는꿈쩍도않지만.[…]그렇게생각하며따끈해진팔로영차,바위를밀어몸을일으켰을때,
결심을했다.저주하지말자.자꾸나만울잖아.
-김화진「저주참는법」

‘선화’와이별한후‘나’는숨쉬듯헤어진연인을저주하며무료한시간을보낸다.누군가를저주하는사악한마음이자신안에있다는사실이새삼스러운나.“다른마음들이힘없이늘어져있을때”에도,누군가를미워하고저주하는마음만큼은“열렬하고분주”하기만하다.그런나에게어느날아빠가낚시를제안하고,마침시간도할일도없었던나는아빠의집으로향한다.“적당히달궈진바위”를끌어안으면전해지는“따끈한온도”처럼,사랑을지나온모든이들에게건네는적당한온도의단단한위로가여기에있다.


그리고나는규오가바라는만큼규오의몸이아름답지는않다는것을,
그걸규오스스로너무나잘알고있다는것을다시한번생각했다.
-서장원「피루엣」

‘나’의연인‘규오’는MTF트랜스젠더로,어느날규오는‘나’에게어린시절발레를배웠던일을털어놓는다.트랜지션전의기억을꺼리던규오가스스럼없이꺼낸과거이야기에놀라움을느끼는나.이내당시의발레선생님이규오를있는그대로바라봐주고왕자분장을할수있게해줬기에규오에게그기억이소중하게남아있다는사실을알게된다.‘나’는그때규오의사진을꼭보고싶지만,지금규오에게는그사진이남아있지않다.사진의행방을좇는두연인의이야기속에서,강한신체와육체적우위를가진남성에게불편한감정을가지는나와,자신의신체적조건을끊임없이의식하며이상적인남성의몸을갈망하고동경하는규오간의미묘한균형과균열이드러난다.


어쨌거나우린계약으로묶인사이니까,정확하게맺고끊는연습을해야했다.
그때가서어버버하지않으려면.전세사기에대한만반의준비도갖춰야하고……
그런데세입자가어떤만반의준비를할수있지.
-차현지「선선한사이」

‘양지’는우연한계기로‘연주’와밤마다함께달리게된다.둘은배우자를따라연고없는지방에이사왔다는공통점이있다.어둠속에서혼자인적드문길을걷거나뛰는건위험하기도하고무섭기도한일이니까같이뛰기로한이둘사이에어떤끈끈함이생길법도한데,그렇게되지않는다.둘은세입자와집주인관계이기때문이다.‘선선함’은뜨거움과차가움,둘중에서는차가운쪽에가까운온도이다.그러면서도춥지는않은,상쾌한느낌을주는온도이기도하다.이소설은도시를떠나낯선지방으로이주한두여성이그런선선함으로‘러닝메이트’와‘임대인과임차인’사이를오가며느슨하게주고받는우정을섬세하게들여다본다.


과장님,왜저한테그차를주셨어요?
[…]
미와씨가차가필요하다고해서요.
차를팔때더자세히말해줄수도있었잖아요.그러니까,이런,이런일이벌어질수있다고요.제가실수하면무슨일이벌어지는지말이에요…….
미와씨,차는원래사람을죽일수있는물건입니다.
-함윤이「미와와우란혹은워스트드라이버」

‘미와’는회사동료이자선배인‘우란’에게서싼값에차를물려받는다.처음도로라는세계에진입하게된미와는이제막도로의규칙과금기를익히기시작했다.이과정에서운전은두렵기도즐겁기도하다.하지만남성중심적으로젠더화된공간인도로에서,여성이자초보운전자인미와는위협을받을때가더많다.불안에떨거나분노하기도하면서,미와는치밀어오르는욕지거리를참는다.우란에게차를넘겨받을때,우란은미와에게차안에서는절대욕하지말라고당부했었다.미와는이약속을끝까지지킬수있을까?처음으로이약속을어기던날,미와는낯선길앞에서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