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단에서 만나는 이어령

강단에서 만나는 이어령

$18.00
Description
제자들의 기억으로 생생하게 복원되는
이어령이 써내려간 사유의 현장

“그는 ‘선생’이라고 불리는 것을
가장 고마워한 타고난 훈장이다.”
강의록을 책으로 남기는 것이 평생의 버킷 리스트였던 이어령, 『강단에서 만나는 이어령』은 그가 못다 이룬 꿈을 제자들이 간직해온 노트와 기억을 통해 다시 불러내는 시도이다. 여기에서는 평론가이자 전 문화부 장관, 시대의 지성으로 널리 알려진 이어령의 또 다른 얼굴, ‘교수 이어령’을 조명한다. 이어령의 강의는 텍스트를 의심하고 해체하며, 다시 구성하는 사유의 현장이었다. ‘하이퍼텍스트’, ‘디지로그’와 같은 개념으로 시대를 앞서간 그의 사고는 지금 읽어도 여전히 낯설고도 새롭다. 제자들은 그 강의실에서 경험한 지적 충격과 매혹,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던 질문의 시간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강단에서 만나는 이어령』은 강의라는 형식을 통해 한 지식인의 사유가 어떻게 형성되고 확장되는지를 보여주며, 동시에 한국문학과 지성사의 한 장면을 복원한다. 그 치열한 사유의 흔적은 이제 제자들의 증언 속에서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강의가 지금 다시 펼쳐진다.
저자

강인숙

엮음:강인숙
1933년생으로현재영인문학관관장이자건국대학교명예교수이다.서울대학교국문과를졸업하고숙명여대국문과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대학동기동창인이어령과결혼하여2남1녀를두었다.1965년『현대문학』을통해평론가로등단하였으며문학평론가로활동했다.저서로는논문집『자연주의문학론Ⅰ,Ⅱ』『일본모더니즘소설연구』『박완서소설에나타난도시와모성』등이있으며,문화기행집『함께웃고,배우고,사랑하고―네자매의스페인여행』『이집트문화기행』,자전적에세이『글로지은집』『만남』『성안집사람들』『나는글과오래논다』등다수가있다.

목차


머리말―강인숙

프롤로그
이어령의하이퍼텍스트―김정운
대립과통합의시학―김치수

경기고등학교의기억
‘화전민’의달변과침묵―김화영
던져진존재들의만남―주광일

서울대강사이어령
마로니에잎이푸르르던시절―오세영

이화여대교수이어령
큰스승이어령의발자취―김현자
독수리,날개를펴다―김혜니
나의지적호기심은잠들지않는다―이수자
분석비평가이어령―김옥순
50년전의기억을연다―신선희
마지막노트―나정순
도쿄에서온편지―한정희
능소화는피고지고―유인순

에필로그
강의실에서본교수이어령촌평

부록
이어령대학원강의의주제와항목
이어령강의와강의노트목록
이어령평론·논문목록
이어령교육경력

출판사 서평


그는설명하지않았다.
그는가르치지않았다.
대신깨우쳤다.

“강의실에서선생님의강의에
빠져들던시절로부터도30여년이지났다.
그럼에도나는여전히선생님과대화중이다.”

『강단에서만나는이어령』은영인문학관이기획한‘이어령시리즈’의두번째권으로,앞서영인문학관도록으로출간된〈에디터로서의이어령〉에이어‘교수로서의이어령’을집중적으로조명한다.대중적으로널리알려진이어령이아닌강의실에서의모습,사유하고질문하며끊임없이텍스트를해체하고재구성하던한‘선생’의얼굴을복원하는데초점을맞추었고,경기고등학교시절부터서울대강사시기,그리고이화여대교수로이어지는그의교육이력을시간순으로따라간다.이어령은전쟁과식민지라는격변의시대를통과하며,제대로배우지못한채가르쳐야했던세대를살았다.강의록을만들며학문을구축해나갔던그의여정은,곧한국현대문학의지난한형성과정과도맞닿아있다.이책은그러한시대적맥락속에서형성된강의와사유의흔적을제자들의증언과기억을통해입체적으로드러냈을뿐만아니라,단일저자의서술이아닌이어령의강의를직접경험한제자들과동료학자들의다양한증언으로이루어져있다.문화심리학자김정운,불문학자김치수를비롯해,김화영,주광일,오세영,김현자,김혜니,이수자,김옥순,신선희,나정순,한정희,유인순등의다양한필자들은각기다른시기와공간에서이어령의강의를경험한인물들로,그의강의방식,사유의특징,그리고인간적인면모까지다층적으로증언한다.이어령의강의는텍스트를끊임없이의심하고해체하는‘사유의실험실’이었다.제자들은그강의실에서경험한지적충격과매혹,때로는혼란까지도생생하게증언한다.이책은한지식인의강의와사유를통해한국문학과지성사의한단면을복원하는작업이자,아직시작에불과한‘이어령연구’의출발점이다.더이상들을수없는강의를우리는이책을통해다시만난다.

책속에서

이어령선생님은나에게단순한국어교사가아니었다.인생의스승이었고,문학의길잡이였으며,평생에걸친정신적아버지였다.선생님이보여주신학자로서의자세,스승으로서의사랑,지식인으로서의양심은내삶의나침반이되었다.비록선생님이원하셨던대로의시인이되지는못했지만,선생님께서가르쳐주신‘언어의힘’과‘문학정신’은법조인으로서의삶에서도큰자산이되었다.정의를구현하는일에서도아름다운우리말의힘이얼마나중요한지깨달았다.이제83세의나이에이르러선생님을그리워하며이글을쓴다.하늘에계신선생님께서보시기에나는여전히‘배신한제자’일까?아니면늦었지만다시시를쓰기시작한‘돌아온제자’일까?한가지는분명하다.1959년봄경기고등학교2학년9반교실에서시작된인연은이제영원히내가슴에남을것이다.시공간에던져진두존재의만남이이토록아름답고의미깊은인연으로발전할수있다는것을,이어령선생님은몸소보여주셨다.우리는모두던져진존재들이다.하지만그던져진자리에서어떻게살아갈것인가는우리의선택이다.선생님은당신의자리에서최선을다해사셨고,제자들에게삶의방향을제시해주셨다.그것이바로스승의도리였고,지식인의사명이었다._「던져진존재들의만남-주광일」,58~59쪽

또어떤친구는이날선생님의마지막시집『헌팅턴비치에가면네가있을까』를사가지고와서친구들에게한권씩나누어주기도했다.묘소에서우리는기도를하고,선생님과의만남의과정을설명하고,선생님께드리는헌시를읊고,찬송가를부르면서선생님을추억하고기억했다.나는그때속으로‘선생님,다른대학에가시지않고한평생우리이화여자대학교국문과에교수로근무해주셔서감사합니다.제생애에서선생님을만난것은큰행운이고축복입니다.제학문의9할은선생님의강의와말씀에힘입은것입니다.제가이제우리민족문화의정체와뿌리를밝히는일에더매진하여,과연선생님의제자구나하는말을듣을수있도록하겠습니다.선생님,한평생저희들에게좋은강의와말씀을많이해주셔서진심으로감사드립니다.’라는말을되뇌었다.우리는예쁜꽃다발을상석에놓아두고그곳을떠났다.그곳의관리인들은이어령교수님묘소에는항상꽃다발이많아서,어딘지모르고와도누구나다선생님묘소를찾을수있다고했다.학생들로가득찼던교실안에서의그열정적인강의들,그리고스승의날모임을했던‘평창동의봄’에서환하게웃으시며들려주셨던그수많은이야기들……지금도선생님의말씀이귀에쟁쟁하게들려오는듯하다.아,그리운선생님……뵙고싶습니다._「나의지적호기심은잠들지않는다-이수자」,135~136쪽

능소화,선생님께서는능소화가하늘을향해서한없이뻗어나간다는,인간의상상력은지상에서천상을향해무한대로확장될수있음을가르쳐주고싶으셨던것일까.그런데근래에들으니‘능소’의의미는어둠을깨치고빛으로나아가는것이라한다.그렇다면능소화는단순한활엽덩굴꽃나무가아니라상승과확장,암흑을깨고광명으로나아가는강한운동성까지를보여준다.‘능소’가지닌이런깊은의미가선생님을매료시킨것일까._「능소화는피고지고-유인순」,238~23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