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만화경

용의 만화경

$17.00
Description
“김유정의 소설은 글자로 말해지지 않은 내용까지 풍부하게 품는다.
하나하나가 일상의 바깥, 인간의 바깥을 아우르는 파노라마다.”-심완선(SF 평론가)

한 시절이 끝나도 세계는 이어진다, 찬란히 어른거리는 빛으로.
제1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수상 작가 김유정이 그리는 열 가지 풍경.
대하 판타지 『영혼의 물고기』로 2000년 제1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던 김유정의 소설집 『용의 만화경』이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2015년 전자책으로 출간된 『고래뼈 요람』 이후 오랜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마법이 존재하는 중세에서 우주 개척 시대에 이르기까지 판타지와 SF를 넘나드는 작가의 폭넓은 세계를 보여 주는 10편의 중단편이 담겨 있다. 코로나 발생 이전부터 초기 사이에 쓰인 수록작들은 시대상을 반영하듯 대체로 어떤 시기의 마지막 풍경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인간 속에 섞여 살며 숙주의 생기를 흡수하던 흡혈귀가 팬데믹 사태로 생존의 위기를 맞고(「장미흔」), 파국적인 소식을 전할 사명을 띤 순례자가 쇠락하는 마을을 방문하며(「나무왕관」), 현재의 고통을 벗어나려 택한 냉동수면에서 깨어나 보니 모두가 사라진 절대 고독의 세상이 펼쳐지기도 한다(「M과 숨」). 그러나 이러한 종말들은 항상 절망적으로 그려지지만은 않으며, 주류에서 벗어난 다채로운 인물들은 과거를 품에 간직한 채 새로운 갈망과 미래를 꿈꾼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힘으로 주인공을 경이의 세계로 안내하는 표제작의 초월자처럼, 『용의 만화경』의 이야기들은 독자들을 만화경의 빛깔 같은 찬란한 꿈으로 안내할 것이다.
저자

김유정

겨울날서울에서태어났다.대학에서심리학을공부했고지금은느릿느릿글을쓴다.장편『영혼의물고기』로제1회황금드래곤문학상대상을수상했다.중편『고래뼈요람』을썼고,앤솔러지『나와밍들의세계』와『라오상하이의식인자들』에작품을수록했다.하얗고털이북실한고양이와같이사는중.

인스타그램@psyam76트위터@psyam_

목차

장미흔7
나무왕관25
우주시대는미신을사랑한다57
청백색점95
만세,엘리자베스125
용의만화경179
M과숨271
소모품마법사289
나와밍들의세계349
수직391
작가의말403

출판사 서평

대학원연구실에곤란한복학생이나타났다,
무려백년전입학한‘용’선배님이!

표제작「용의만화경」은평범한일상을보내던대학원생의앞에백여년전초대총장의호의로학적에등록했던용이새로운연구생으로등장하며시작된다.공교롭게도이름마저‘김용’인이용,시종이상한탈로얼굴을가리고다니는데다연구내용이담겼다며플로피디스켓(!)을들이미는어르신같은면모를보이며얼떨결에‘돌보미’신세가된주인공을아연하게한다.그런데인간의상식과법칙을가볍게무시하는이용은사실단순히신화적생물이아니라,세상에축적된정보의총합인‘에너지체’이다.초월적인시간감각을지닌덕에무수한변화와멸종을목격해온이존재를통해주인공의세계는혼란스럽지만경이적인방식으로끝없이확장한다.“어쩔도리없이흩어지는우리는가끔은뜻하지않게,이렇게필연적으로연결되나보다.”라는깨달음과함께.

언제나새로운세계가열릴때쓰러져그지친몸뚱어리를땅으로바꾸는존재가용이었다.용은변신하고,그리고죽어비옥하게썩은자신의몸위에다시지성을갖춘생명을키운다.그것이용의순환,묻힐곳을찾고생명을하나의종막에서다음으로건네기위한의식이었다.‘이어질것은이어진다.그것이내정보체를이루는궁극의명령어.’_본문에서

그리운무언가를찾아
묵묵히살아내며건네는위로

대학캠퍼스란무대가먼과거의인연과미래의가능성을품은우주로넓어지듯,김유정의소설들은지극히범상해보이는일상을놀라울만치다른풍경으로그려낸다.로봇청소기와바뀐몸으로사물인터넷의네트워크를감각하기도하고(「안녕,엘리자베스」),가상공간의트롤행위로인해어지러운난수의세계를엿보기도하며(「수직」),인생의끝에서새로운차원으로넘어가기도한다(「청백색점」).낯설고이질적이어야할그러한풍경들은단정한문장속에서어쩐지한없이그리움을자극하는공간이된다.제각기다른이유로고단해보이는『용의만화경』속인물들은우연,미신,혹은운명이나사명과같은힘에움직이며때로는경쾌하고때로는먹먹하게그상상의공간을뚜벅뚜벅나아간다.그모습들은마치세상일이뜻하는대로되지않아보여도꼭그렇지만은않다고말하는듯이잔잔한위로로다가올것이다.

【수록작줄거리】

장미흔
계약한인간에게서생기를빨아들여생명을이어가는흡혈귀인란은길거리에서우연히만난인간세이와운명적인연을맺는다.그러나장마가그친뒤폭발적으로전파된감염병은조용히살아가던흡혈귀의삶마저바꾸고,그들대다수는이제‘떠나야할때’임을직감한다.

나무왕관
자매신그누와느위가각기하늘과땅을관장하는세계.동물정령들과함께순례의길을걸어온나그네가당도한곳은한동안남자아이가태어나지않은마을이었다.어리석은행태가이어지던마을의참상을목격한나그네는오랫동안짊어진사명을수행한다.

우주시대는미신을사랑한다
엔지니어인젠은일자리를찾아도착한행성의공항직원인호림에게첫눈에반한다.연인으로발전한두사람은십년의세월이흐른끝에함께지구로귀향하기로하고우주선에탑승하지만,팍팍한항해생활중서로에대한그리움은커져만간다.

청백색점
어린시절부터나는어느차원으로이어지는지모르는기이한검은점을목격하고는했다.주변사람들의우려때문에외면했더니보이지않게된그점은시간이흘러실의에빠져있는내앞에다시나타난다.

만세,엘리자베스
어느날아침,직장인정주은은자신이로봇청소기엘리자베스와몸이바뀌었음을깨닫는다.청소를시작하겠다고선언하며마구달리는육체를황망한마음으로뒤쫓는주은은과연원래대로돌아갈수있을까?

용의만화경
대학원생구은진의연구실에사자탈을쓴이상한사내가찾아온다.백년전초대총장이예외적으로받아들인탓에,여전히학적부에올라있던진짜용이다시수업에나오게된것이다.졸지에용의뒤치다꺼리를하게된은진의대학원생활은갈수록꼬여만간다.

M과숨
사춘기시절부터유독사건사고가많았던친구M이냉동수면에들어가는날,늘그곁을지켰던은우는명랑한목소리로이제전화를없애겠다고선언한다.예정보다훌쩍지나버린미래,아무도없는세계에서홀로깨어난M은버릇처럼은우를찾아헤맨다.

소모품마법사
용은사라졌지만마법이존재하는세계.마법소질이있는아이들은왕명에의해의무적으로교육기관에보내지지만,그대부분은전쟁의화살받이신세가되는하급마법사가될운명이다.여자들로만구성된하급마법사부대소속의에롤은동료들과함께갑작스럽게도주한영주의자제를뒤쫓는임무를맡는다.

나와밍들의세계
아이들에게괴롭힘받고죽어가던고양이인내가다시정신을차렸을땐,인간의몸을하고있었다.죽어가는생명체와살아있는생명체를연결해주는기계로자신과이어져있다는여자의목소리에깜짝놀란나는,그여자를‘밍’이라부르게된다.그리고나는곧‘밍’의일상이위협받고있음을알게되는데.

수직
가상공간에서벌어진파괴적인해프닝,그리고연인과의이별.어쩌면세상만사란,무한한난수에서선택된우연이해체되어가는과정인지도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