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쑤기미: 멸종을 사고 팝니다

독쑤기미: 멸종을 사고 팝니다

$18.00
Description
동물 보호조차 시장 논리에 따르는 세계 속,
한 직장인의 운명이 못생기고 성격 더러운 물고기 하나에 달려 있다!
탄소 배출권 등 환경 거래 시스템의 현상을 파헤치며 소설적 재미와 불편한 현실을 예리하게 결합하며 대중과 언론의 극찬을 받은 SF 블랙 코미디 『독쑤기미: 멸종을 사고 팝니다』가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생물을 멸종시키면 ‘멸종 크레딧’을 제출해야 하는 근미래, 주인공 마크 핼야드는 크레딧 가격이 떨어질 거라 믿고 회사 돈으로 공매도를 감행하지만, 예측이 틀리며 약 80만 유로(13억 원)를 물어내야 할 위기에 놓인다. 유일한 활로는 단 하나, 그가 담당한 사업으로 멸종한 ‘독쑤기미’라는 물고기가 아직 살아 있음을 입증해 멸종 크레딧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 그는 물고기에게 죽고 싶다는 기괴한 욕망을 품은 과학자 카린 르생과 환경적 아수라장이 된 북유럽 속에서 독쑤기미를 찾아 헤맨다. ‘홀로세 대멸종’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자본주의 시스템에 기반한 환경 보호 정책을 뼈아프게 비판하며 “탄소 배출 사업을 완전히 해체한다(와이어드 매거진)”는 평가를 받았다. 영국 최고의 SF 문학상인 아서 C. 클라크 상을 수상했고 현재 TV 드라마화가 진행 중이다. 작가 네드 보먼은 부커 상을 비롯한 여러 유수의 상에 후보로 지목되었고, 서머싯 몸 상 등을 수상하고 2013년 당해 최연소로 ‘최고의 영국 작가’로 선정되는 등 평단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네드 보먼의 이 소설에는 일종의 유토피아적 미래가 담겨 있지만, 알아차리기 힘들다. 인류가 재판을 받는다는 설정인데, 이 재판의 검사는 임상적으로 정확하면서도 정신없이 웃기다.”-《뉴욕 타임스》


자산 가격이 하락할 게 확실하다면 해당 자산을 공매도할 수 있다. 공매도는 자산을 빌려서 빌린 것을 팔고,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구입해서 빌렸던 사람에게 돌려주며 그 차액을 챙기는 것이다.

(중략)

핼야드는 자신이 멸종 크레딧 가격이 떨어질 거라는 도박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이 모든 일이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도박과 공매도의 위험은 잘 알려져 있었다. 잘 풀릴 때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은 한계가 있다. 크레딧의 가격이 0 이하로 떨어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이 안 좋게 풀릴 때 잃을 수 있는 돈에는 한계가 없다. 크레딧의 가격이 영원히 계속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공매도는 어두운 동화에나 나올 법한 마녀 같은 어이없는 도박이었다. 상승은 유한하고, 하강은 무한하다. 손실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커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불운한 공매도 투자자는 눈뜬 채 꿈을 꾸는 기분일 것이다. 이는 크레딧 가격이 급등한 이후 지난 몇 주 동안 핼야드에게 일어난 일과 매우 비슷했다. 핼야드는 자신이 전에 있던 어떤 사람보다 무한한 하강이라는 기괴한 차원에 깊이 빠져든 느낌이었고, 잘못된 도박이 급기야 숫자의 영역에서 벗어나 현실 그 자체를 녹이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그것이 핼야드가 어쩌다 이처럼 전혀 있을 법하지 않은 상황에 부닥치게 되었는지에 대한 그럴싸한 설명 같았다. 그저 잘 먹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이렇게 되어 버렸다.

공매도를 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상황이 바뀌는 즉시 빠져나오는 것이다. 손실을 줄여라. 부디 처음에 매수했다고 해서 끝까지 매달리지 말라._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