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와 암실

호수와 암실

$16.80
Description
모멸과 혐오가 ‘공포’가 된 시대를 관통하는 문제작
ANGST 시리즈의 시작 『호수와 암실』

“우리는 적이 누군지도 모르잖아요.”

유령처럼 우리 주위를 떠도는
좀처럼 소거되지 않는 언캐니한 목소리들
일상 속에서 체감하는 유채색의 공포를 다채로운 스펙트럼으로 그려내는 ‘ANGST(앙스트)’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박민정의 『호수와 암실』을 출간했다. 문지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현대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문학에서 가장 명징한 목소리를 내온 박민정 작가의 이번 신작 장편소설은 모멸과 혐오가 ‘공포’가 된 시대를 정면으로 관통하는 문제작이다. 무감각해진 우리의 인식 속으로 틈입하는 듯한 작가의 문장은, 유령처럼 우리 주위를 떠도는 좀처럼 소거되지 않는 언캐니한 목소리들로 인해 저주와 빙의로 가득 찬 오컬트적 세계가 되어버린 비정상적 일상의 풍경을 선연한 색채로 그려낸다. 그리고 어쩌면 ‘귀신과도 같은’ ‘귀신의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를 우리에게 그 실체와 정확히 마주하고, 잃어버린 스스로를 되찾아야 한다고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저자

박민정

저자:박민정
2009년『작가세계』신인상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유령이신체를얻을때』『아내들의학교』『바비의분위기』,중편소설『서독이모』,장편소설『미스플라이트』『백년해로외전』이있다.김준성문학상,문지문학상,젊은작가상대상,현대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운동장
재이
대안학교
비디오키드
로사
이층침대
새벽
사진작가
위로
지은
빛망울
열화복제
회전교차로
악마의씨
여학교의비밀:호수
암실
영우학당
산책

해설|씐것과쓰는것_박인성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모멸과혐오가‘공포’가된시대를관통하는문제작
ANGST시리즈의시작『호수와암실』

문지문학상,젊은작가상대상,현대문학상수상작가
박민정신작장편소설!

“우리는적이누군지도모르잖아요.”

유령처럼우리주위를떠도는
좀처럼소거되지않는언캐니한목소리들

일상속에서체감하는유채색의공포를다채로운스펙트럼으로그려내는‘ANGST(앙스트)’시리즈의첫번째작품으로박민정의『호수와암실』을출간했다.문지문학상,젊은작가상대상,현대문학상을수상하며한국문학에서가장명징한목소리를내온박민정작가의이번신작장편소설은모멸과혐오가‘공포’가된시대를정면으로관통하는문제작이다.무감각해진우리의인식속으로틈입하는듯한작가의문장은,유령처럼우리주위를떠도는좀처럼소거되지않는언캐니한목소리들로인해저주와빙의로가득찬오컬트적세계가되어버린비정상적일상의풍경을선연한색채로그려낸다.그리고어쩌면‘귀신과도같은’‘귀신의마음’으로살아가고있을지도모를우리에게그실체와정확히마주하고,잃어버린스스로를되찾아야한다고질문을던지고있다.

“사진도없고영상도없지만너에게는기억이있어.
오직너만알수있는감정이란게있어.”

감춰진비밀을공유하는기억의공간‘호수’와‘암실’

『호수와암실』은과거에존재했던공간인‘호수’와‘암실’로부터이어지는두가지기억의궤적을따라전개된다.주인공‘나(서연화)’는대학부설기관인‘승정원일기번역연구소’에소속되어고전문헌을번역하는연구자다.“핼리혜성이다시오는2061년이후에도끝나지않을”(235쪽)지난한작업을수행하며변화없는나날을보내지만끔찍한악몽이뒤엉켜만들어내는아상블라주처럼과거의기억을끊임없이반복해떠올린다.어린이모델시절,촬영현장에서자신을희롱하던스태프를차로치어죽인기억이그것이다.
여전히깊은모멸감으로남아있는그기억은시시각각현재의시간으로침범해들어오려는두여성의존재로인해‘현재’의공포로되살아난다.촬영현장에서어린자신을학대하듯방치한‘엄마’와그사건으로입소하게된정화여학교(소년원학교)에서만난‘로사’다.“예쁘고,가난해보이는”(64쪽)아이들을표적삼아성매매를알선한죄로그곳에오게된‘로사’는‘나’에게“최초로혐오라는감정을”(51쪽)가르쳐준사람이기도하다.그런‘로사’와재회하게된것은‘나’와동류의기억을가지고있는‘재이’를통해서다.한때인기를끌었지만이제는한물간패션모델이된‘재이’는만17세의미성년시절,일명‘턱수염’이라불리는사진작가앞에서청바지만입은채상반신은머리카락으로가리고화보촬영을했었다.게다가그상태로“길고풍성한머리를늘어뜨린채먹기에가장부적절한음식”인“컵라면”(93쪽)까지먹어야했다.‘재이’는자신에게모멸감을준세미누드촬영을자랑스러운필모그래피라고내세우는‘턱수염’에게분노하지만과거를폭로하고고발하는데는여전히주저한다.그런‘재이’에게‘나’는그날현장에서겪은모욕을또렷이기억하고,과거의순간과반드시대면해야한다고말한다.

“사진도없고영상도없지만너에게는기억이있어.오직너만알수있는감정이란게있어.고통스럽다고해도정확하게생각해내야해.떠오를때마다기록하고.”(107쪽)

“한순간에찍히는삶,산산이부서뜨려박제하는
모멸과정염과절멸의순간.”

자신을잃고‘유령의마음’으로떠도는
공포에점령되어가는비일상적세계

과거를외면하고싶어하는‘재이’를대신해‘턱수염’에게복수하기로결심한‘나’는인터넷세계에공허하게떠도는그의흔적을추적해나간다.그과정에서‘턱수염’과그의동료‘킴’이남성적구조와권위의힘을앞세워상대를얼마나손쉽게점령해왔는지알게된다.그것은자신들의목소리를상대에게빙의시키듯,그를취약하고유순한상태로만들어어떤대항도하지못하게무력화시키는것이다.마치스스로를잃고귀신에씐듯,모욕과모멸감조차느끼지못한채떠도는‘유령의상태’처럼.그리고그것이비단‘턱수염’과‘킴’만의방식이아니라과거에‘엄마’가어린‘나’에게그랬던것처럼,‘로사’가미성년소녀들에게했던것처럼,그리고지금‘로사’가‘재이’에게행하고있는것과똑같은방식임을깨닫는다.이렇듯우리는좀처럼소거되지않는언캐니한목소리들과언제나공존하고있는셈이다.
그러나작가는‘턱수염’과‘킴’이감추고자하는학창시절의비밀스러운공간인‘암실’과‘나’와‘로사’의과거기억에공통적으로등장하는‘호수’라는상징적공간의대비를통해이이야기를‘남성과여성’‘여성과여성’간의단순한대결서사에머물게하지않는다.“호수는그것을바라보는사람을비추는반면,암실은무엇도비출수없는폐쇄적인공간이다.”(해설,270쪽)‘암실’이진실을은폐하기에급급한공간이라면‘호수’는자신의모습을비추며그아래가라앉아있는심연과마주할수있는‘투영’의공간인것이다.그러므로『호수와암실』은그렇게거머쥔진실을통해“우리의삶과일상이해결하기어려운저주와빙의로가득찬오컬트세계가되어버렸음을한탄하기보다그너머에더나은풍경”(해설,289쪽)으로기억되길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