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하는 말들 (황석희 에세이)

오역하는 말들 (황석희 에세이)

$16.80
Description
“같은 언어 안에서도 번역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영화 〈데드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번역가이자
‘세상’을 번역하는 황석희 번역가가 바라본
일상에서 일어나는 오역, 오해, 그 말에 대하여…
영화 〈데드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보헤미안 랩소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는 공통점이 있다. 정답으로 ‘메가 히트작’을 떠올렸다면 그것도 맞다. 하지만 다른 하나가 더 있다. 바로, 이 영화들의 한국어 자막이 모두 같은 번역가의 손에서 탄생했다는 것이다. 예상했겠지만 바로 황석희 번역가다. 대중에게 친근하게 와 닿는 재기발랄한 번역으로 잘 알려진 그가 이번에는 영화가 아닌 현실 세계를 번역한다. 흔히 번역이라고 하면 영어에서 한국어, 한국어에서 프랑스어와 같이 서로 다른 언어들 사이의 번역만을 떠올리기 쉽다. 그럼 같은 한국어끼리는 어떨까. 오늘날 우리는 서로의 말을 문제없이 이해하며 소통하고 있을까. 황석희 번역가의 신간 《오역하는 말들》은 번역가의 시선에서 조금 더 예민하게 바라본 일과 일상 속 오역들에 대한 이야기다.
20년간 번역 일을 해 왔지만 “계속 나를 단속하지 않으면 별 생각 없이 번역체를 쓰고 넘어가 버린다.”라며 익숙한 문장 하나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으려 애쓰는 그는 같은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본다. “우리끼리는 좀 더 애정을 쏟아 서로의 원문을 살펴야 하지 않을까.” 하며 내 곁에 있는 가족과 소중한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누굴 욕하든 궁지에 몰든 몰아붙이든 그 사람이 숨이라도 한번 크게 쉬도록 그의 남은 땅은 침범하지 말아야 한다.”며 언제부턴가 서로 지적하기에 급급한 사회를 유심히 들여다본다. 우리는 주변만 오역하는 게 아니다. 때로는 나의 진의조차 오역한다. 그래서 그는 세상에 치일 때일수록 자신의 여정을 오역하지 말라는 위로의 말도 잊지 않는다. 드라마 〈파친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등을 번역할 때의 비하인드는 번역에 관심 있거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흥미로울 에피소드다.
일상에서 오가는 무수한 말들은 결국 각자의 언어로 번역된다. 하지만 “삶은 이토록 모순적이고 불가해하다. 감히 번역해 낼 수 없을 만큼”이라는 그의 고백에서 보듯 삶에서 마주하는 순간들은 때때로 그 어떤 난해한 대사보다 더 번역하기 어렵다. 자막이라는 한정된 글자 수 안에 원문의 의미를 해치지 않고 온전히 담아내는 일은 쉽지 않다. 바쁜 현대 사회에서 어쩌면 우리도 서로의 말을 한정된 용량 안에 너무 서둘러 담느라 오역하고 있는 건 아닐까. 책 속에 남긴 작가의 메시지처럼 이 책을 통해 “우리 모두 서로에게 조금 더 다정한 번역가”가 될 수 있길 바라본다.
저자

황석희

저자:황석희
남편,아빠,20년차번역가.
한량처럼살줄알고번역가가됐으나이번생은틀렸다.손목에‘세상을번역하다.’라는타투를새길때만해도아내가평생번역할거냐며타박했지만아마도평생하게될것같다.평생해도좋다.
영화〈데드풀〉,〈아바타:물의길〉,〈보헤미안랩소디〉,〈스파이더맨:노웨이홈〉,〈에브리씽에브리웨어올앳원스〉등을,뮤지컬〈하데스타운〉,〈썸씽로튼〉,〈미세스다웃파이어〉,〈틱틱붐〉,〈원스〉등을번역했다.지은책으로는《번역:황석희》가있다.

목차

프롤로그

S#1책상앞,새벽
화낼준비가된사람들
당신의번역문은한국어가아닐수도
오역에서해방되는날
볼품없고왜소한정역
칼각에집착할나이
〈데드풀〉번역가라미안해
저희가자연스럽게부르면되죠
꽃과달의흔적
깊이에의강요
나는당신에게정의되지않는다

S#2아침공원산책
체게바라가그러디?
번역가를믿지마세요
열살짜리석희는상상이나했을까
올인의유래를기억해야해
볼륨과게인
혹시외롭나?
존이었던마이클에서다시존으로
그냥보고싶어서그래
결혼해요vs.집에가요

S#3한낮의거실
엄마얼굴을빤히쳐다본다
후진농담
놀라운아이
육아는지지고볶는것
엄마의말을번역하지않기로
많이보고싶을지도모르니까
아이사전,어른사전

S#4저녁뉴스
가난올림픽
성공은운이야
집단오역은답이없다
세계최악의오역가
못돼처먹음은직역해버려
좋은일들이많을거예요
당신을무효화하다
우울감의원문은
조금만더믿어보라고

출판사 서평

〈데드풀〉처럼거침없고〈플로리다프로젝트〉처럼다정하고
〈에브리씽에브리웨어올앳원스〉처럼엉뚱하다

일상에서오가는무수한말들,
20년차번역가의시선으로본하루

원문을있는그대로충실하게번역하면직역,전체의뜻을살려번역하면의역이라고한다.사람과사람사이오가는말들은소리든글자든상대방에의해필수불가결하게번역된다.그과정에서화자의의도대로정역되기도하지만,그와상관없이오역되기도한다.오역을발견한화자가뒤늦게내말은그게아니었어,라고각주를달더라도이또한읽히지못하면결국소거된다.오늘나는어떤번역을하고,또내말은어떻게번역됐을까?한직업군에오랜기간몸담고있다보면직업병이라는게생기기마련이다.그래서인지20년차번역가황석희는오가는말들에조금예민하다.다소까칠해보일만큼.

《오역하는말들》은‘번역가황석희’가아닌‘작가황석희’로서의두번째책이다.〈데드풀〉,〈콜미바이유어네임〉,〈플로리다프로젝트〉,〈보헤미안랩소디〉,〈에브리씽에브리웨어올앳원스〉등장르를넘나들며관객의기억에오래남는특색있는작품들을번역해서일까.그의글은무엇보다다채롭다.시선은다정한데표현은거침없고,때로는전혀예상치못한엉뚱한결론에도달하기도한다.
새벽부터아침,점심,저녁으로이어지는일상의쳇바퀴를은유한각장은‘일’,‘나’,‘가족’,‘사회’로자연스레주제와관심이전환된다.드라마〈파친코〉,영화〈에브리씽에브리웨어올앳원스〉,뮤지컬〈원스〉등을번역하면서의에피소드에서는번역가의고충을담고있음에도일에대한애정이느껴지고,번역가로자리잡기전까지지난했던과거에대한상기는자기위안보다는같은고민을하고있을세대들에게건네는용기에방점이찍혀있다.

“나를사랑하고아끼는사람의말을더귀담아들어야하는게논리적으로도옳다.정작중요한의견들은일방적인애정이섞였으니무가치하다여기고내인생에지분한톨없는사람들이하는이야기는경청하고.곰곰이생각해보니뭔가잘못돼도단단히잘못됐다.이런완벽한오역이있나.”(89~90쪽)

가족을통해장착한인류애는사회로자연스레옮아간다.가장편하고가깝기에더소중히여겨야할가족들의언어를가만히듣다보니그는언제부턴가말로상처주고,극한으로몰아가는사회가안타깝게느껴진다.우리좀더다정해질수없을까?
인간은함께살아갈수밖에없는다분히사회적인동물이다.현대사회에서는더더욱그렇다.사회적동물에게있어말이란단순한정보교환이상의의미를갖는다.같은말도전달하는사람,전달받는사람에따라달라지기때문이다.대부분의경우오역되지않게말하고,상대를오역하지않는것이중요하지만,어떤순간에는의도적으로오역되고그로인해긍정적,또는부정적인결과를얻는다.하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그는서로에게,그리고누구보다나자신에게좀더다정한번역가가되자고이야기한다.

“다정한사람이훨씬많다.다정한사람이훨씬많다.다정한사람이훨씬많다.주문처럼중얼대곤소보로빵을한입베어문다.정말이지눈물나게다정한맛이다.다정함이세상을구한다는말은영화보다현실에잘어울린다.”(253쪽)

그의시선이까칠하다고느낀건완전히오역이었다.원문을예민하게파고든데는관객이작품을온전히감상하길바라는진심이있었고,주변과사회에서오가는말들을날카롭게바라본데는조금더다정한사회가되었으면하는소망이있었다.그가골라낸오역하는말들을따라가다보면나의오늘하루도생각하게된다.나는오늘어떤번역을했을까,나는다정한번역가가될수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