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남자 (개정판)

어둠 속의 남자 (개정판)

$17.80
Description
괴상한 세상을 살아내기 위한 살아남은 자들의 연대
이야기는 마침내 삶을 구원할 수 있을까?

고통과 고독의 사회, 그 애도의 방식
폴 오스터 문학 세계의 전환
현대 미국문학의 거장
폴 오스터 Paul Auster

폴 오스터를 바라보는 색다른 시각, 새로운 번역
‘환상과 어둠’ 컬렉션

섬세한 문체와 탁월한 구성, 날카로운 현실 감각과 철학적 깊이를 바탕으로 현대 미국문학의 독보적인 거장으로 자리매김한 작가, 폴 오스터의 장편소설 《어둠 속의 남자》 개정판이 ‘환상과 어둠’ 컬렉션으로 북다에서 출간되었다.
1970년대 후반 문단에 등장한 오스터는 일찍이 ‘미국문학의 미래를 대표할 작가’라는 평가를 받으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후 반세기 동안 소설과 산문, 시나리오와 번역까지 폭넓게 활동하며 문학의 경계를 넓혀왔다. 작가는 현실의 세밀한 질감을 포착하는 동시에 환상적 요소를 절묘하게 결합해, 인간이 겪는 상실과 고독, 애도의 문제를 집요하게 탐구했다. 《뉴욕 3부작》은 메타픽션적 서사의 전범으로 불리며 새로운 장르적 전통을 열었고, 《달의 궁전》은 세대와 역사를 교차시킨 성장 서사로 평가받았으며, 《공중 곡예사》는 우연과 부조리를 통해 인간의 운명을 비추는 오스터 문학의 면모를 드러냈다. 또 《빵 굽는 타자기》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 등의 산문집에서는 개인적 체험과 시대적 맥락을 교차시키며 소설가를 넘어선 사유의 깊이를 보여주었다. 2017년에는 장편소설 《4 3 2 1》을 발표하며 작가 인생의 정점을 찍은 대서사시라는 찬사를 받았다.
‘환상과 어둠’ 컬렉션은 폴 오스터 문학의 정수를 압축해 보여주는 《환상의 책》과 《어둠 속의 남자》로 구성되어 있다. 새로운 번역 작업은 물론 현재 한국 문단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두 소설가 정기현, 김화진의 독서 후기를 함께 실어 오늘의 독자에게 오스터의 세계를 다시 읽는 새로운 시선을 제공한다. 두 작품은 “인간은 왜 이야기에 기대어 살아가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여전히 불안과 상실로 흔들리는 현재의 삶에 깊은 울림을 전한다.
저자

폴오스터

(PaulAuster)
현대미국문학을대표하는소설가이자에세이스트,시인,번역가,시나리오작가.1947년미국뉴저지주의폴란드계유대인가정에서태어났으며,컬럼비아대학교에서문학을전공했다.1980년대《뉴욕3부작》으로문단의주목을받으며실종과우연,반복과고독을축으로한독창적인서사를구축했다.도회적감수성과정제된문체,우연의연쇄를탐색하는내러티브장치로‘현대의보르헤스’라불리며,사실주의와형이상학적상상력을결합한작품들로전세계독자들의사랑을받았다.《달의궁전》《우연의음악》《폐허의도시》《거대한괴물》등에서운명과정체성의테마를탐색해온그는,2000년대들어《환상의책》과《어둠속의남자》를통해상실이후삶을이야기로감당하는방식과,고통을픽션으로다루는데따르는책임의문제를본격적으로탐색했다.
그의작품들은40여개언어로번역되었으며,모턴도언제이블상,펜/포크너상,메디치해외문학상,아스투리아스왕자상등을수상했다.2006년에는미국예술문학아카데미회원으로선출되었다.《브루클린풍자극》《신탁의밤》《동행》《공중곡예사》《스퀴즈플레이》등의소설외에도,에세이《빵굽는타자기》《낯선사람에게말걸기》,시나리오《마틴프로스트의내면의삶》《다리위의룰루》등을집필했다.또한자크뒤팽,장폴사르트르,스테판말라르메등의작품을영어로옮긴번역가이기도하다.마지막장편소설《바움가트너》를투병중집필한뒤,2024년4월30일향년77세로세상을떠났다.

목차

어둠속의남자
독서후기:전환과도피가향하는곳|김화진

출판사 서평

괴상한세상을살아내기위한살아남은자들의연대
이야기는마침내삶을구원할수있을까?

“이야기를통과해,장면을딛고,무엇인가가전환되었다.”_김화진소설가

은퇴한문학평론가‘오거스트브릴’은아내를잃고교통사고로휠체어신세가되어버몬트의집에서요양하며불면의밤을보낸다.딸‘미리엄’은이혼의상처를,손녀‘카티야’는이라크전쟁에서연인‘타이터스’를잃은슬픔을안고있다.세사람은같은집에살지만각자의고통에갇혀있고,오거스트는불면의밤마다머릿속에서끊임없이이야기를만들어낸다.그가지어내는이야기의주인공은‘오언브릭’이라는남자다.어느날오언은깊은구덩이에서깨어난다.오언이눈뜬곳은2000년대선이후내전으로분열된가상의미국이다.그리고오언에게주어진임무는이전쟁을만들어낸‘이야기꾼’을암살하는것.

그러니까이게이야기라는거네요.어떤남자가이야기를쓰고있고,우리는그이야기의일부라는.(……)그자가죽고나면,그때는어떻게되는겁니까?전쟁은끝나지만,우리는요?
모든게정상으로돌아가지.
아니면우리가사라질수도있겠군요.
그럴지도몰라.하지만그런위험은감수해야지.죽이든가죽든가야,친구.(21~22쪽)

오언은곧자신이서있는세계가허구와현실의경계에놓여있음을깨닫고,이야기를만든자와이야기에갇힌자사이의아이러니를경험한다.오거스트가불면속에서만들어낸이이야기는아내의죽음,손녀가겪은상실,그리고삶에대한자신의후회와모종의죄책감으로부터벗어나려는몸부림인동시에고통과직면하는방식이다.그렇게오언의여정과오거스트의삶이교차하면서,이야기는도피가아니라상실을견디게하고삶을지속하게하는힘이라는사실이드러난다.

누가재미를원한대요?
내가원하지.너도마찬가지다,아가.우리가슬픔에찬한쌍의자루처럼되어버렸잖아,너랑내가말이다,그래서나는치유법을제안하는거야,우울함을떨쳐버릴처방을.(242~243쪽)

오거스트와카티야사이에는작은위로의시간이존재한다.그들은함께고전영화를보며대화를나눈다.영화속이야기와장면은잠시나마현실의슬픔을잊게만들고,서로의상처를비추는거울처럼작용한다.카티야가잃은연인의빈자리는쉽게메워질수없지만,오거스트는영화를함께보는순간만큼은손녀와같은세계를공유하며슬픔을견디고있음을느낀다.이순간은이야기가주는위로를넘어,서로의고통을함께감당하게하는작지만단단한연대가된다.

고통과고독의사회,그애도의방식
폴오스터문학세계의전환

“오스터가쓴가장훌륭한소설.”
_《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

사람들은상심으로죽는다.매일그런일이벌어지고,언제까지나계속벌어진다.(128쪽)

《어둠속의남자》독서후기를쓴김화진소설가는이책을도피의서사가아니라,반복되는실패와좌절끝에도달하는전환의경험이라고보았다.이야기는현실의고통을지워주지않지만,그무게를함께견디고받아들이게하는힘이된다며긴어둠을지나맞이한동틀녘처럼작품이독자에게도상실속에서새로운변화를일깨우는소설임을강조한다.
전쟁의참상을그려내는오언의여정과,애도의시간을통과하는오거스트의삶은묵묵히자신의고통을견디면서도간간이서로를비춘다.이처럼이야기란저마다의고통을다른언어로바꾸고서로의삶을이어가게하는애도의방식임을보여준다.이야기가현실의상처를지워주지는못하지만,서로의고통을공유하게하고어둠을견디게하는작은불빛은되어줄수있다.오스터는《어둠속의남자》를통해상실의시대에문학이어떻게여전히유효한가를증명한다.그리고우리가끝내이야기에서벗어나지못하는이유를되묻는다.

■옮긴이의말
번역하는내내,《어둠속의남자》는상심의시간을견디는법에대한소설이라고생각했다.(……)이책을읽는독자한명한명이각자의이야기를만들어가는과정에서,책속의문장들이도움이되기를바라는마음이다.“괴상한세상은굴러가고”,우리는아끼는사람들이“행복했으면좋겠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