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책

환상의 책

$19.80
Description
모든 것을 잃은 남자와 모든 것을 버린 남자
인생이라는 환상에 토대를 둔 두 남자의 끈질긴 추격

상실, 우연,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그려낸
폴 오스터 문학 세계의 정점
현대 미국문학의 거장
폴 오스터 Paul Auster

폴 오스터를 바라보는 색다른 시각, 새로운 번역
‘환상과 어둠’ 컬렉션

섬세한 문체와 탁월한 구성, 날카로운 현실 감각과 철학적 깊이를 바탕으로 현대 미국문학의 독보적인 거장으로 자리매김한 작가, 폴 오스터의 장편소설 《환상의 책》 개정판이 ‘환상과 어둠’ 컬렉션으로 북다에서 출간되었다.
1970년대 후반 문단에 등장한 오스터는 일찍이 ‘미국문학의 미래를 대표할 작가’라는 평가를 받으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후 반세기 동안 소설과 산문, 시나리오와 번역까지 폭넓게 활동하며 문학의 경계를 넓혀왔다. 작가는 현실의 세밀한 질감을 포착하는 동시에 환상적 요소를 절묘하게 결합해, 인간이 겪는 상실과 고독, 애도의 문제를 집요하게 탐구했다. 《뉴욕 3부작》은 메타픽션적 서사의 전범으로 불리며 새로운 장르적 전통을 열었고, 《달의 궁전》은 세대와 역사를 교차시킨 성장 서사로 평가받았으며, 《공중 곡예사》는 우연과 부조리를 통해 인간의 운명을 비추는 오스터 문학의 면모를 드러냈다. 또 《빵 굽는 타자기》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 등의 산문집에서는 개인적 체험과 시대적 맥락을 교차시키며 소설가를 넘어선 사유의 깊이를 보여주었다. 2017년에는 장편소설 《4 3 2 1》을 발표하며 작가 인생의 정점을 찍은 대서사시라는 찬사를 받았다.
‘환상과 어둠’ 컬렉션은 폴 오스터 문학의 정수를 압축해 보여주는 《환상의 책》과 《어둠 속의 남자》로 구성되어 있다. 새로운 번역 작업은 물론 현재 한국 문단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두 소설가 정기현, 김화진의 독서 후기를 함께 실어 오늘의 독자에게 오스터의 세계를 다시 읽는 새로운 시선을 제공한다. 두 작품은 “인간은 왜 이야기에 기대어 살아가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여전히 불안과 상실로 흔들리는 현재의 삶에 깊은 울림을 전한다.
저자

폴오스터

(PaulAuster)
현대미국문학을대표하는소설가이자에세이스트,시인,번역가,시나리오작가.1947년미국뉴저지주의폴란드계유대인가정에서태어났으며,컬럼비아대학교에서문학을전공했다.1980년대『뉴욕3부작』으로문단의주목을받으며실종과우연,반복과고독을축으로한독창적인서사를구축했다.도회적감수성과정제된문체,우연의연쇄를탐색하는내러티브장치로‘현대의보르헤스’라불리며,사실주의와형이상학적상상력을결합한작품들로전세계독자들의사랑을받았다.『달의궁전』『우연의음악』『폐허의도시』『거대한괴물』등에서운명과정체성의테마를탐색해온그는,2000년대들어『환상의책』과『어둠속의남자』를통해상실이후삶을이야기로감당하는방식과,고통을픽션으로다루는데따르는책임의문제를본격적으로탐색했다.
그의작품들은40여개언어로번역되었으며,모턴도언제이블상,펜/포크너상,메디치해외문학상,아스투리아스왕자상등을수상했다.2006년에는미국예술문학아카데미회원으로선출되었다.『브루클린풍자극』『신탁의밤』『동행』『공중곡예사』『스퀴즈플레이』등의소설외에도,에세이『빵굽는타자기』『낯선사람에게말걸기』,시나리오『마틴프로스트의내면의삶』『다리위의룰루』등을집필했다.또한자크뒤팽,장폴사르트르,스테판말라르메등의작품을영어로옮긴번역가이기도하다.마지막장편소설『바움가트너』를투병중집필한뒤,2024년4월30일향년77세로세상을떠났다.

목차

환상의책
독서후기:반복연습|정기현

출판사 서평

모든것을잃은남자와모든것을버린남자
인생이라는환상에토대를둔두남자의끈질긴추격

“책이해낼수있는궁극적인역할의영역”_정기현소설가

사랑하는아내와두아들을비행기사고로잃고삶의의욕마저상실한대학교수‘데이비드짐머’.우연히TV에서본‘헥터만’이라는배우의코미디연기는슬픔과무기력에빠져술로하루하루를버티던그의삶을바꾼다.

시작부터끝까지몇초도지속되지못한웃음이었다.그웃음자체는특별히요란하거나지속적이진않았지만기습적으로찾아왔고,나는그것에굳이저항하지않았으며,헥터만이스크린에등장한몇장면이이어지는동안나의불행을잊은것에대해부끄러움을느끼지도않았다.(……)내가웃을수있는마음을가졌다면,그건완전한마비상태는아니라는의미였다.내가세상과담을쌓고아무것도받아들이지않는완전히단절된삶을살고있지는않다는거였다.(21쪽)

긴절망끝에있던데이비드는사고이후처음으로웃는다.그웃음은한인간이자신의무너진삶을회복하고되찾으려는불씨가되었다.헥터는무성영화황금기인1920년대에단1년간활동하며코미디단편열두편을남기고돌연사라진배우이자감독이었다.데이비드는곧헥터의전작(全作)을추적하기시작한다.세계곳곳의영화보관소와아카이브를뒤지며그의영화들을찾아감상하고,헥터의희미한흔적을더듬으며마침내헥터의영화에대한연구서《헥터만의무성세계》를집필한다.
1988년에책을출간한데이비드는자신을헥터의아내라고소개한‘프리다스펠링’이보낸편지한통을받는다.편지내용은실로충격이었다.모두가죽었을것이라예상했던헥터가살아있으며,데이비드를만나고싶어한다는것이었다.데이비드는곧장답장을보내지만아무리기다려도답이오지않아편지를잊으려한다.그러던와중에‘앨머그런드’라는여성이데이비드를찾아온다.

“나는꾸며내는짓안해요.나도직접거기가지않았더라면믿지않았을거예요.하지만실제로있었던일이에요.모든것이헥터가말한그대로였죠.그가나에게거짓말을한것같다는생각이들때도있었지만그때마다그의말이진실이었다는게밝혀졌어요.데이비드,그의이야기가도저히말이안되는건바로그것때문이에요.그가나에게진실을말했다는것.”(314쪽)

앨머는프리다가보낸편지가진실이며,불의의사고로답신을보내지못한사정을설명한다.데이비드를설득한앨머는헥터가있는뉴멕시코로그를이끈다.뉴멕시코로향하는길에데이비드는앨머에게서헥터의지난세월에대해듣는다.헥터가자취를감출수밖에없었던이유에는커다란비밀이숨어있었다.은둔의세월동안헥터가감당해야했던고통은단순히세상으로부터사라진한예술가의비극이아니었다.그것은창작의열망과자기파괴의충동이부딪치는내적갈등이었고,과거의잘못앞에서끝내벗어날수없었던죄와속죄의무게였다.그러한헥터의삶은가족을잃은뒤상실속에무너져있던데이비드의모습과도겹쳐졌다.

“우리는모두불가능한일들을믿고싶어한다.”

상실,우연,허구와현실의경계
폴오스터문학세계의정점

이번개정판에는소설가정기현의독서후기가함께수록되어있다.정기현은《환상의책》을두고,이야기가결국삶자체와겹쳐지며상실의순간을반복해견뎌내게하는힘을보여준다고평한다.짐머와헥터,앨머와프리다의이야기를따라가다보면책을덮은뒤남는것은복잡한서사가아니라단순하고도간명한깨달음이며,“책이해낼수있는궁극적인역할의영역”이바로여기에있다고강조한다.
《환상의책》은삶을송두리째바꿔놓은우연의충돌,사랑하는이를잃은뒤남겨진깊은상실의감각,그리고무너진삶을다시일으켜세우는이야기의힘을한데모아그려낸작품이다.그과정을따라가다보면이야기야말로인간이상실을견디고삶을이어가게할수있는가장강력한힘의원천이라는것을알수있다.한사람의기억과다른한사람의애도가겹쳐탄생한‘환상의책’은,이야기야말로상실의절망을견디고삶으로나아가게하는가장강력한힘임을증명한다.

■옮긴이의말
비행기추락사고로사랑하는아내와어린두아들을잃은남자,삶과세상을견딜수없어서숲속작은집에은둔한채서서히죽어가던그에게기습적으로웃음이찾아온다.우연히TV에서옛날무성영화의코미디연기를보다가잠시나마자신의불행을잊고웃음을터뜨린것이다.절망과무의미의바다에서익사하던그는지푸라기라도잡듯자신을웃게만들어준코미디배우에게매달리고,현실과환상의경계를넘나드는그여정에서다시금살아갈힘을얻는다.《환상의책》은비극과고통,환상(예술이라는형식을빌려기적과도같은위력을발하는),구원에대한강렬하면서도섬세한이야기이며삶의가시밭길에서무수히상처받은우리의영혼을치유의손길로어루만져주는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