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쓰이는 사람

신경 쓰이는 사람

$18.06
Description
이 시대에 사는 곤란과
알 수 없는 사랑의 막막함에 대하여

멸종 위기 사랑을 위한 심폐소생술
오늘의 한국문학이 포착한 현재 진행형 로맨스
세상에 사랑이 너무 많다. 가만히 앉아 연애 프로그램을 보면서 남의 연애에 울고 웃고 때로 과몰입해 훈수를 두지만 우리는 정작 자기 사랑엔 서툴다. 실패하긴 두려워도 낭만은 포기 못 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사랑은 확신보다 추측에 가깝다. 언젠가 예고 없이 시작될 감정을 기다리면서, 모른 척하기엔 자꾸 마음이 가는 사람에게 기대를 건다. 델 만큼 뜨겁고 시리게 선명하진 않아도 그래서 오늘의 사랑은 더 다양한 명도와 채도를 지닌다.
북다의 소설 프로젝트 ‘달달북다’는 2024년 여름부터 1년 동안 매달 한 편씩 로맨스 단편과 작업 일기를 선보였다. 이렇게 모인 소설 열두 편을 한 권의 앤솔러지 『신경 쓰이는 사람』으로 묶었다. 한국문학의 오늘을 이끄는 작가 열두 명이 칙릿·퀴어·하이틴·비일상이라는 분류 안에서 여러 각도로 조명한 사랑 이야기를 다듬어 내놓았다.
사랑에 대한 완벽한 정의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저마다의 정의에는 의미가 있다. 『신경 쓰이는 사람』 속 열두 갈래 사랑은 정답이 아니라 각자의 좌표이고, 서로 다른 말들이 모일수록 ‘사랑’이라는 단어가 포괄하는 영역은 더 넓어진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둘러싼 낡고 닳아버렸다는 흔한 오해와, 영원히 가닿을 수 없는 이상향이라는 지레짐작에서 벗어나 저마다의 좌표에서 어렴풋이 빛나는 열두 가지 사랑을 만나보자. 열두 편의 이야기, 그리고 작가들이 직접 적은 ‘사랑’에 대한 열두 가지 정의는 독자에게 질문을 건넨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사랑이라고 부르고 있는가.
저자

김화진

2021년『문화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나주에대하여』,연작소설집『공룡의이동경로』,장편소설『동경』등이있다.오늘의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김화진개를데리고다니는남자
장진영나의사내연애이야기
한정현러브누아르
이희주횡단보도에서수호천사를만나사랑에빠진이야기
이선진빛처럼비지처럼
김지연지나가는것들
예소연어느순간을가리키자면
백온유정원에대하여
함윤이위도와경도
이유리하트세이버
권혜영애정망상
이미상잠보의사랑
해설|되돌아오기,전혀다른자리로최가은

출판사 서평

“우리는언제나사랑보다넘치게사랑하거나사랑보다못하게사랑하며,
그것이좋든싫든우리의문제가언제나사랑인이유이다.”
-최가은(문학평론가)

[사랑]경솔하게선택하고싶지않은것중가장경솔하게선택(당)하게되는것
“결혼에,승진에욕심이없다고잘살고싶지않은건아니야.”
김화진의「개를데리고다니는남자」는매일의권태와싸우는‘삼십대직장인1’의일과사랑을달달하고쌉쌀하게그려낸다.회사승진에서밀리고옛남자친구의결혼소식을들은‘모림’은출근길떡집에서만난남자‘찬영’과의애매한관계에대해고심중이다.자기속도대로일상을살아가려하지만모림에게돌아오는건일이든연애든‘제대로’하라는타박뿐이다.김화진특유의생활감이묻어나는진짜대화와우리주변에있을법한적당히위태로운인물들에게서요즘연애의풍경을발견할수있다.

[사랑]할것
“첫직장에서사내연애를했다.그것도두명과동시에.”
장진영의「나의사내연애이야기」는“살면서절대로해서는안되는일”인사내연애를경유해직장안위계와욕망을보여준다.모델에이전시막내‘수진’은의상디자이너의꿈을잠시접고들어간회사에서대표의‘클러치백거치대’가되어굴욕을견딘다.두팀장과연애아닌연애를어영부영이어가면서일에서의성공이라도쟁취하기위해고군분투한다.장진영은빠른전개와장난인듯전쟁같은재치있는문장으로곤란한현실을선명하게보여준다.

[사랑]자꾸만멈춰건너온곳을돌아보게되지만
그시작점을잊지도못하는이미지나온횡단보도
“서울.이곳에‘나’는없다.”
한정현의「러브누아르」는1980년대서울을배경으로‘미쓰’라불리며지워졌던여성노동자들의일과사랑을재구성한다.공장경리‘선’은딸이라는이유로천대받아상경한뒤,“임신아니면낙태”같은말이아무렇지않게오가는직장이라는정글을통과한다.선은‘미쓰리언니’가남긴소설과사라진여가수의노래를붙들고로맨스만으로는대적할수없는시대의폭력앞에서자기이름과삶을지키려한다.한정현은역사와윤리의질문을밀도있게끌어오며,암흑기에도끝내꺼지지않는마음의움직임을기록한다.

[사랑]아침에조금더빨리눈을뜨게만드는일
“이것이나의첫사랑의전말.비겁하고나약한고백입니다.”
이희주의「횡단보도에서수호천사를만나사랑에빠진이야기」는“죽음을부르는”소년과욕망을먹는괴이소년의로맨스다.대지진이후유령을보게된열아홉살‘소라’는횡단보도에서정체를알수없는존재를만나고,그존재는자신을‘천사’라불러달라고한다.만질수없는상대를만지고싶다는충동,두려움과탐닉이두소년을휩쓴다.아이돌·버추얼휴먼·섹스봇등다양한욕망의대상을소재로주체할길없는사랑의본성을꾸준히파헤쳐온이희주는불온하며순결한감정을뜨겁고도서늘한문장으로끝까지밀어붙인다.

[사랑]뭉근한온기로서로의마음과마음사이가몽글몽글해지는것
“우리는차마스스로를죽이지못해시간을죽이러가곤했다.”
이선진의「빛처럼비지처럼」은퀴어서사의전형성에질문을던지며뭉근한위트로위로를건넨다.“더도말고덜도말고1인분만하자”가가훈인4대째손두붓집퀴어남매‘순모’와‘모란’은커밍아웃의기억과일터에서의모욕,뜻대로풀리지않는꿈앞에서0.5인분일지라도“덜부스러”지는방식으로버티려한다.모란커플을데리고순모가연애상대를만나러간어느겨울날예상하지못한일들이이어진다.그모든사건을서툴게비껴내면서끝내다시나아가겠다는이들의마음은두부처럼단정하고순정하다.

[사랑]기꺼이모험하고싶게하는마음
“다가올일들을미리당겨걱정할필요는없다.지나가기전에는.”
김지연의「지나가는것들」은미래를기대해본적없던이십대초반여성‘미수’가뜻밖의만남을통해미래를처음감각하게되는이야기다.모든풍파가휩쓸고간뒤혼자가된미수는앱으로‘영경’을만난다.미래가느껴지는찰나의순간에마침내다다르기까지,사랑이천천히뿌리내리는과정이여유있는호흡으로펼쳐진다.김지연은사랑과불안,초조와체념이겹치는자리에서불가능했던것들이비로소가능해지는‘지금의미래’를은근하고끈기있는문장으로그려낸다.

[사랑]하지않아도되는일을자꾸하게만듦
“나는처절하고또슬퍼졌다.다른아이들도나와같을까?”
소설집『사랑과결함』의‘비성장기3부작’을통해“폭력적이고가혹한”(문학평론가소유정)동시대적사랑의세계를보여준예소연은「어느순간을가리키자면」에서2000년대를배경으로십대가가진복잡다단함과함께짓무른복숭아처럼시큼하고달큼한첫사랑이야기를전한다.‘동미’는학교에서괴롭힘을당하는‘석진’과가까워지고,돈을매개로한비밀스러운거래가두사람의관계를묘하게엮어놓는다.모두가알수없는무언가를절실히참고견디던시절,석진이“최대한덜아프기”만을바라던동미에게로폭력의방향이바뀌고야만다.

[사랑]가장수치스럽고영광스러운날의기억
“좋아하는마음은어떻게든티가날수밖에없는것아닌가.”
백온유의「정원에대하여」는어른들의사정으로같은빌라에살게된열일곱살소년소녀가조심스레가꿔온마음을보여준다.주인집‘은석’과반지하에사는‘정원’사이에는계단수만큼의거리감이있다.서로쉽게다가서지못한채마음을숨기며주변을맴돈다.정해진이별을앞두고도끝내건네지는고백은그들의마음이헤어짐과함께더또렷해질수있음을조용히증명한다.“세상의비천함에도아이들은서툰각자의성장담을계속해서이어”쓰고있는것이다(문학평론가최가은).

[사랑]하고많은유추와세번이상의질문
“오로지그들만아는우주에관한이야기였다.”
함윤이의「위도와경도」에서우주는세상에오직서로뿐인십대의사랑을은유하는극한의무대인듯하다.열일곱‘위도’와‘경도’는연구소프로젝트를통해함께우주로향하고,사고이후10년을우주정거장밖에서떠돌다지구로복귀한다.그러나그사이지구에서는열흘이흘렀을뿐이다.둘은열일곱과스물일곱의간극사이자신의변화가사랑의변질로이어질까두려워한다.함윤이는좌표와시간을거스르는무중력의사랑을통해,10일이든10년이든세상에오직둘뿐이었던시간이서로에게남기는무엇보다선연한흔적을보여준다.

[사랑]서로다른둘이만나다른채로함께나아가는것
“그냥돈주고살수있으면좋을텐데,서로알거다아는편안한연인같은걸.”
피한방울로완벽한연애상대를찾아주는매칭업체가있다면?이유리의「하트세이버」는이런‘가성비’논리에서시작한다.꽃집을운영하는‘혜인’은“감정낭비가아닌연애”를꿈꾸며하트세이버매칭서비스를신청하고,반년뒤완벽히매칭된‘재민’을만나시행착오없이순조로운관계를시작한다.그러나‘잘맞는사랑’이곧‘상처받지않는사랑’이될수있을까.이유리는냉혹한현실과경쾌한환상을가로지르는특유의유쾌한문장으로,사랑이란새로운다름을만들어내는일임을명랑하게제안한다.

[사랑]그럼에도불구하고하고싶은것
“현실남자에게는이제아무감정없음.사랑없음.이해없음.의미없음.”
권혜영의「애정망상」은‘고막남자친구’와의유사연애를통해,새로운연애의영역을펼쳐보인다.‘지나’는ASMR콘텐츠속목소리와평화롭게연애하던중,그목소리가이어폰밖현실곳곳에서들리기시작하며균열을맞는다.위험이거세된지나의사랑과친구‘가람’의과잉된연애는어느시점에서교차한다.애정은얼마나다양한형태의망상으로분화되며,또망상은얼마나현실적인감각으로우리를지배하는가.결국이소설은‘사랑’이라는이름으로우리가무엇을붙들고,무엇을피하고,무엇을감당하는지유쾌하고도서늘하게묻는다.

[사랑]좋은쪽이든나쁜쪽이든안해본일을시키는자기초과의지렛대
“누구라도몽롱하게사는쪽을택하지않을까?”
이미상의「잠보의사랑」은행복대신잠,삶대신잠을선택해온스무살‘잠보’의첫사랑을그린소설이다.코로나이후집안의소음으로잠을잃어버린‘나’는평안한수면을위해독립을감행하지만,구옥에서맞닥뜨린윗집의개짖는소리는또다른고통이다.한달을참다찾아간윗집에서‘선숙이누나’는달라질생각조차해본적없던‘나’를뜻밖의자리로끌어낸다.이미상은누구도반려해본적없는회피형인간과,유기불안을앓는개,그리고“헤픈관용”과“과격한과단”을동시에지닌인물의관계로써사랑의새형태를신랄하게보여준다.

사랑의모양은다양하며늘새로운방식으로아름답습니다.‘달달북다’는로맨스서사의무한한확장을위해마련된자유로운무대입니다.앞으로도오늘의작가들과다채로운기획으로다음이야기를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