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꿈 몸

말 꿈 몸

$13.00
Description
‘어떤시집’은 하나의 테마로, 하나의 시 세계를 구축하는 새로운 형식의 소시집이다. 시인이 고른 특별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시집 전체를 직접 기획하며, 그 구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작업과 텍스트를 하나의 작품집으로 엮어 대체 불가능한 독자적 세계를 선보인다. 시집 『나이트 사커』와 『세트장』 『싱코페이션』을 통해 세상의 패턴화된 리듬에 포섭되지 않는, 특유의 시적 변주를 통해 자신만의 시 세계를 구축해온 김선오의 신작 『말 꿈 몸』이 종합 출판 브랜드 ‘북다’의 ‘어떤시집’ 시리즈 첫 권으로 출간된다.
이제까지의 기존 시집이 시인의 시 세계 전체를 조망하는 형식이라면, ‘어떤시집’은 그중 하나의 특정한 세계만을 분리해 그것을 이루는 수많은 의미의 층위를 내밀하게 들여다보는 기획 시집이라 할 수 있다. 시집 『말 꿈 몸』의 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말’ ‘꿈’ ‘몸’이다. ‘꿈’은 꿈을 꾸는 ‘몸’과 긴밀히 동기화되어 있으며, ‘말’로써 언어화되지 않는 ‘꿈’은 결국 ‘몸’ 안에 갇힐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꿈-말하기’는 개인의 체험을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공동의 체험으로 이어주는 유일한 방식이며, 그 최초의 ‘꿈-말하기’가 바로 태몽인 것이다.
특히 이 시집이 특별한 이유는, 시가 되기까지의 과정에 독자가 개입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두고 있다는 점이다. 시편과 시편 사이에는 시인의 산문뿐만 아니라 아시아 최초의 트랜스젠더에 관한 대만 신문 기사, 태몽에 대한 사전적 정의, 꿈과 트라우마에 관한 논문, 시인의 어머니가 상상으로 써 내려간 태몽담 등이 배치되어 있다. 이처럼 다양한 장르가 상호텍스트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독자는 마치 탈식민주의ㆍ페미니즘ㆍ소수자 문학의 ‘컬트 클래식’으로 평가받는 차학경의 『딕테』가 동시대적 감각 속에서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한 듯한 인상을 받게 될 것이다.
저자

김선오

2020년시집『나이트사커』를출간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세트장』『싱코페이션』,산문집『미지를위한루바토』『시차노트』가있다.

목차

불결한무(無)

하나


깃과기척

부서진시간을부수는

소리
밝고밝아보이는세계

길들이는살
소금바다
다카포

환영의맛
무빙이미지-그리고백개의휘어짐

부르는불
Typeit.

합창

내꿈을베껴

화이트보이스

작업노트
발문|전설은셀프이반지하

출판사 서평

“말은몸에대한꿈을꾸어야하고,
몸은말에대한꿈을꾸어야한다.”
_이반지하(작가)

“꿈이투명한실처럼내게서풀려나와
세계의찢어진부위를부드럽게봉합할수있기를……”

발화된꿈으로서로연결되는몸들
꿈의상상력으로채워지는몸과몸‘사이’의말들

“꿈이야기를해주겠다”라고선언하고있는이시집에서,정작시인은“논바이너리젠더퀴어로서나에게태몽이없었다는사실이의미심장하게느껴진다”고말한다.이시집의시작점이라고할수있는‘태몽들’이라는프로젝트를진행하며시인은“개인서사의빈터를시로다시써볼수있을까”라는하나의질문에도달한다.우리사회에서“태몽은한국의전통적성별이분법과남아선호사상에기초한상징체계를공유하는동시에새로태어나는아이를가족공동체의일부로환대하는역할을맡”(「작업노트」,158쪽)고있기때문이다.

밤은,강아.너는나일수도있겠지.내가너인동안에.강아,너는곡선일수도있겠지.귤이거나목련이거나전구일수있는만큼너는삼각형일수도있겠지.(……)강아.너는얼룩덜룩하게흔들리는아프리카어느강가의억새풀일수있듯이어느전쟁터의총성일수도,총성을듣고놀란새들의짧은울음일수도있지만.죽은이들을외면하기위해고개를돌리는몸짓일수도있지만.그몸짓이만드는동심원모양의파장을닮은원형계단아니면건물의뼈일수도창일수도복도일수도,물소아니면딸기일수도이끼일수도있지만,우리는
_「불결한무(無)」부분

이시집에실린모든시편은‘개인서사’의발원이라고할수있는‘태몽’부터,몸이만들어내는상상력인꿈의장면들에이르기까지유려한언어와빛나는상징들로형상화한다.꿈속에서시적화자는“나는나선형으로깊어지는물”(「불결한무(無)」)이되었다가,황새가물어온넓은뼈에깔리기도하고(「둘」),해파리가안내하는투명한침실로향하기도하며(「길들이는살」),“내가흰거북이라는사실”(「소금바다」)을깨닫고백사장을기어가기도한다.이처럼시인은기존의상징체계를활용해부재하는‘태몽’을시적방식으로재구성함으로써,“전통적공동체에서문화적으로추방된퀴어들의서사를옹호할뿐아니라한국의태몽구술문화역시옹호함으로써”(「작업노트」,159쪽)두층위의의미를함께복원하고자한다.

몸을구부리는시간이너의꿈과나의꿈을잠시맞붙이고있었지.나의꿈이너의몸을기억하고있었지.
_「합창」(4인의시인이공동으로쓴시)부분

뿐만아니라꿈을구술하는행위를통해또다른꿈들과의연결을시도한다.“꿈은토막난비연속체의형상이지만우리는구술서사를통해꿈의내용을연속체의위상으로전환한다.말해질때꿈은현실과연속되며미래,과거와연속되고순환하는시간적형상의이음매가된다.”(「작업노트」,158쪽)그러므로꿈을중심으로형성되는공동체문화란꿈을이야기하는목소리들로이루어지며,그목소리들이중첩되고교차하며연결되는것은곧또다른(꿈에대해말하고있는)‘몸’이라고할수있다.
그러므로“꿈이투명한실처럼내게서풀려나와세계의찢어진부위를부드럽게봉합할수있기를”(41쪽)바란다는시인의문장은무척인상적이다.꿈은말과몸을연결하는이음매이며,타인의몸과몸사이의빈터를메우는이음매인동시에과거와현실과미래가순환할수있게하는이음매로서상처난자리로되돌아가는“시간의나선운동”이가능하게하기때문이다.“기억해,이게바로꿈의촉감이구나……꿈의온도는인간의체온이구나……”(「길들이는살」)이러한‘꿈’을통한연결의상상력이마침내‘회복’의서사로완성될수있기를바란다.

논바이너리젠더퀴어로서김선오에게태몽이없었다는사실은
몸에대한꿈을스스로꾸게한듯하다.
논바이너리젠더퀴어로서자궁에게달겨드는백마태몽
을가진나도어쩔수없이
흰말을먼저뛰쳐나가게한후
이몸을등장시키기전에
꿈을늘어놓을수밖에없을것이다.

그래도우리의꿈은여전히세상에없고,
또같지않을것이다.
그러니까각자의전설은스스로쓰는게맞다,
김선오처럼.
_이반지하,「발문|전설은셀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