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솔뫼,성혜령,임솔아,장희원,정기현,황시운
저자:박솔뫼
2009년[자음과모음]신인문학상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그럼무얼부르지』,『겨울의눈빛』『사랑하는개』,『우리의사람들』,장편소설『을』,『백행을쓰고싶다』,『도시의시간』,『머리부터천천히』,『인터내셔널의밤』,『고요함동물』,『미래산책연습』등이있다.김승옥문학상,문지문학상,김현문학패등을수상했다.
저자:성혜령
2021년창비신인소설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버섯농장』『산으로가는이야기』등이있다.2023년,2025년젊은작가상,2024년,2026년이상문학상우수상을수상했다.
저자:임솔아
소설가·시인.2013년‘중앙신인문학상’(시부문)과2015년『문학동네』대학소설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눈과사람과눈사람』『아무것도아니라고잘라말하기』,중편소설『짐승처럼』,장편소설『최선의삶』『나는지금도거기있어』,시집『괴괴한날씨와착한사람들』『겟패킹』등을펴냈다.신동엽문학상·문지문학상·젊은작가상등을수상했다.
저자:장희원
1993년대구에서태어났다.2019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폐차」가당선되어등단했으며2020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
저자:정기현
소설가.2023년문학웹진『림LIM』에「농부의피」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슬픈마음있는사람』을출간했다.2025년「슬픈마음있는사람」으로이상문학상우수상을수상했다.
저자:황시운
비장애인으로산35년간은세상이마냥만만했는데,15년째장애인으로살아오면서는세상이내내무서웠다.통증에잠식당한불편한몸으로,불친절한세상속에서어떻게든살아남기위해고군분투하는사람들의이야기를건져올리려안간힘을쓰고있다.그동안장편소설『컴백홈』,소설집『홈』,『그래도,아직은봄밤』,산문집『당신이모르는이야기』등을건져올렸다.20세기말,마녀들에게홀려소설을쓰기시작해서2007년서울신문신춘문예로등단했다.2011년추락사고직전에‘제4회창비장편소설상’을수상했는데,어머니성여사는당시받은상패를소중히간직하고있다.
대상수상작
사과|박솔뫼
자선작비둘기옮기기
수상소감어떤날에
작품론그대로비워두기|황예인
인터뷰독자들이머무를수있는소설을쓰는일|김유태
우수작품상수상작
하악|성혜령
나의빈묘에|임솔아
영주|장희원
그거점된다|정기현
일일업무보고서|황시운
심사평
제27회이효석문학상심사경위
방금지나쳐버린,아주짧은‘우리’였던순간에대해:박솔뫼,「사과」|김미정
피로한얼굴로차별과배제의정당성을묻다:성혜령,「하악」|조해진
무덤이후의우리:임솔아,「나의빈묘에」|강동호
검은얼굴로눈밭에서서:장희원,「영주」|안보윤
‘왜’를묻지않는이야기의힘:정기현,「그거점된다」|최가은
과장도엄살도없지만그자체로처절한장애인의일일업무보고서:황시운,「일일업무보고서」|조해진
거대한시간속찰나적인
‘우리’에주목하는이야기
이효석문학상은2025년5월부터2026년4월까지문예지및기타매체에발표된중·단편소설을대상으로1,2차독회를거쳐뛰어난문학성을보여준여섯편을선정하고,그중한편에대상,다섯편에우수작품상을수여해독자에게선보인다.
제27회대상수상작박솔뫼의「사과」는“거대한시간속‘찰나적’인‘우리’”에주목하는작품이다.‘애리와선호가만나고멀어지는서사’로압축할수있는이이야기는,흔들리는창으로바라본풍경처럼각기다른속도와궤적으로이동하던두존재가잠시비슷한방향과속도로마주치는국면을포착한다.소설속찰나의‘우리’가특별히반짝이는것은붙잡을수없기때문이아니라,오직붙잡을수없는방식으로만실재하기때문이다.이처럼소설은‘이별’과‘멀어짐’이필연적인조건이되는비규정적이고유동하는세계의실재감을생생하게환기한다.“사과를감자로보고자하는사람에게사과가사과임을증명하는일을하고싶지는않”(21쪽)다는‘애리’의말처럼,소설은무언가를설득하거나증명하기보다그순간을있는그대로감각해보기를독자에게권한다.
수상작품집에함께실린자선작「비둘기옮기기」는일본의대표적인문예지『신초(新潮)』2026년4월호‘걷는풍경(?く風景)’특집에실린소설로,박솔뫼를비롯해온유주,세오나쓰미등동세대여성작가세명이각각부산,대만,도쿄와니가타를걸으며마주한도시의풍경과역사에대한생각을글로풀어내는기획의일환으로쓰인작품이다.“지금읽는것들을다른방식으로옮기고싶다는열망”(33쪽)에사로잡혀있던‘나’는도쿄와니가타의풍경을거닐며“옮기는것과보고말하는것을조금은구분할”(55쪽)수있게되었다고말한다.이는보고읽은것을그대로재현하는것이아니라,그것이자신에게로옮겨져새로운의미를획득하는창작의속성을은유적으로보여준다.그과정은박솔뫼의다른소설이그러하듯,“일어난일과일어나지않은일,말해진것과말해지지않은것,여기있음과저기있음을가리지않은채겹쳐놓으면서,질서에길들여진우리의독법으로는좀처럼가닿기어려운”(황예인,작품론)방식으로펼쳐진다.
정상과비정상의경계를지우고
‘우리’라는반경을다시그리는이야기들
성혜령의「하악」은화자‘자인’이마흔번째생일을보내는하루를담담하게기록한소설이다.자인은그날장애를가진동생‘태인’과완벽한외모의사촌동생‘서린’을차례로마주한다.소설은두사람을대비시키며,장애의유무를넘어우리사회가타인의몸을어떻게배제하고분리하는지를집요하게보여준다.작가는살아남기위해선함과악함을가를힘조차남지않은‘자인’의피로한얼굴을통해,우리사회가지닌이중성을빤히응시하게한다.
임솔아의「나의빈묘에」는‘지윤’과‘윤미’가장마철습기에눅눅해진반려견‘조아’의유골함을열어본뒤,그안에담긴뼛가루를어떻게처리할지고민하다가족묘에안장하기로하는이야기다.겉으로는반려동물의죽음이후남겨진이들의애도를다루는이야기처럼보이지만,정작소설이사유하는것은애도의자격을둘러싼가족의경계다.그러므로‘빈묘’는단순히죽음을위한자리가아니라,애도를매개로새로운연대와가족공동체의가능성을열어보이는장소가된다.
장희원의「영주」는학교폭력피해자‘영주’가과거자신의고통을구경했던가해자무리중한명이자현재는작가가된‘우진’을찾아가,자신의죽음을지켜볼마지막목격자로선택하는이야기다.과거에는가해자들이‘영주’의고통받는신체를일방적으로구경했다면,이제는그‘목격’의주도권이영주에게넘어가면서두사람의위치가완전히뒤바뀐다.문학은결국타인의삶을이해하려는일이자,기꺼이그삶에연루되는일이다.그렇다면한때타인의삶을파괴했던사람의문장은과연정당화될수있을까.작가는“말도글도소리도잃어버린(…)울음”“소리없이벌어진입,버둥거리는몸짓”(안보윤,심사평)으로남은마지막장면을통해그무거운질문을독자에게건넨다.
정기현의「그거점된다」는“세상의우려섞인잔소리와오지랖에‘점되기(최소인간)’로맞서는인간들의이야기”(최가은,심사평)다.벽에박힌쇠갈고리로자신의‘거죽’을반복해벗기는두인물,‘희정’과‘문혜’를그린유쾌하고도섬뜩한소설이기도하다.삶에미숙해보이는이들은‘갈고리’라는수상하고멋진비밀을통해세상과내밀한관계를맺으며,실은누구보다살아가는법을제대로터득한‘꾼’들이다.그리고그들만의요령은허구를향한무지막지한믿음에서비롯된다.어떤이야기는그것이존재해야할정당한이유때문이아니라,이야기를지속시키는힘그자체로자신의가치를증명하기도한다.그러므로이흥미진진한이야기에마음을빼앗기지않기란어려울것이다.
황시운의「일일업무보고서」는두다리가마비된재택근무자‘세진’의하루를한치의과장과엄살없이담아낸소설이다.사고직후중환자실에서정신이들때마다그녀가했던다짐은“남은삶에대해어떤마음도갖지않고살아가겠다”(220쪽)는것이었다.그다짐을지켜내겠다는듯‘세진’은무의미해보이는업무를성실히수행하며,사업을도와달라는언니의성화에도사고보상금을묵묵히지켜낸다.먹고배설하고일하는평범한일상조차끊임없이절제하고최소화해야하는‘세진’의‘일일업무보고서’는한인물의고백이자삶의기록이며,동시에독자에게건네는보고서이기도하다.
제27회이효석문학상대상수상작「사과」를비롯해이책에함께실린다섯편의우수작품상수상작은“‘흔들리는창’너머의‘멀어지는’풍경과‘멈춰서있는’풍경”을한눈에담아내듯선연하게펼쳐보인다.그리고“두개의풍경이사실은동일한세계에속해있음을알아차리게될때”(김미정,심사평)우리가바라보는세계역시조금더넓어질것이다.
소설은,느슨하고유동적이지만그렇기에반짝이고소중한‘우리’의순간을감각해보기를독자에게권한다.방금지나쳐버린,아주짧은‘우리’였던순간에기꺼이연루되어보기를청한다.개체적존재이전에‘우리’로서의관계가무수하게선행하고있음을이소설은아름답게환기시킨다.나아가,이세계모든존재혹은차창바깥의근경과원경이사실은하나의세계에속한비밀이라고,그렇기에흔들리는열차안의우리는조금은안심해도된다고박솔뫼의「사과」는귀띔하고있는것같다.(대상박솔뫼,「사과」심사평에서)
책속으로
어느날아침애리는자신이오랜시간흔들리는창을보며시간을보내왔음을알았다.(…)어딘가로향하는감각과함께창너머공터와집들과골목들을실제로걷는일은왜인지일어나지않을일처럼느껴지고언제까지나좌석에앉아멀어지는사람과집들과빨래와커튼을보고있을것같다.
---「박솔뫼,사과」중에서
두사람은연인이되어도좋을만한정신적육체적친밀함이있었지만,애리의마음속에는누가물어보지도않았지만나에게는잠이라는갈곳이있다고주장하고싶어졌고선호는점점애리가길에서서흙이묻은감자를굳이씹어먹는사람이라고느끼기시작했다.길에서뭔가를먹을필요가있을까.그게사과나귤이라고해도이해가안되는데왜흙이아직묻은감자를씹어먹는걸까.
---「박솔뫼,사과」중에서
하루종일도서관에앉아책장과책장사이를오가던시간에나는무언가에줄곧마음이빼앗긴상태였는데생각해보면그때내가사로잡혀있던것은지금읽는것들을다른방식으로옮기고싶다는열망에가까웠다.지금의모든것을나를통과하여옮기기.
---「박솔뫼,비둘기옮기기」중에서
비둘기를고양이로옮길수는없었지만그순간비둘기는이전처럼보이지않기는했고비둘기는날아가지도움직이지도않고가만히벤치에앉아있었다.그후로나는비둘기를이전과같이보지않고아주조금고양이처럼보게되었다.
---「박솔뫼,비둘기옮기기」중에서
자인이졸업하기를기다렸다는듯,금옥이태인을입주시킬시설을알아보기시작했으니까.자인이기꺼이비용을분담하리라는금옥의믿음앞에서자인은무력했다.그믿음이너무크고단단해서굴복하지않을도리가없었다.(…)언제부터였더라,그당연한마음,당위를의심하지않는마음이일종의압박이고폭력이아닐까의심하기시작한건.
---「성혜령,하악」중에서
남일이라는듯구는사람들.자기들은정상이고너희들은비정상이라며분명하게선을긋는사람들.이제자인은분노하지않는다.구분하는게편리하다는걸자인도아니까.실은자인도이시설과이마을로부터분리되고싶으니까.
---「성혜령,하악」중에서
죽을때딱이자리면좋겠다싶었다.고운모래로찜질을하듯싸늘해진몸을뜨거운모래속에다누이는것이생의끝이었으면했다.응달조차따뜻한곳이주는행복감을마지막으로누리는것.지윤은조아도그렇게따뜻한곳에묻어주고싶었다.지윤과윤미가쉽게기억할수있어다시찾아갈수있는곳이면.조아에겐그럴자격이있었다.
---「임솔아,나의빈묘에」중에서
“이게내묘야.”
윤미가검지로가리키는그사이트앞에둘은나란히섰다.윤미는자신의묘를내려다보다허리를굽혔다.윤미의묘비에윤미가손바닥을가져다댔다.얼굴이되비칠정도로매끄럽게연마된묘비는묘하게안온한느낌을주었다.
---「임솔아,나의빈묘에」중에서
“네옆에서죽으려고.”
영주는가까이다가와땀으로번들거리는내얼굴에붙은머리카락을천천히,하나하나떼어주었다.
“그리고그때.”
영주는잠깐입안에고인침을삼켰다.
“내가죽는순간에,네가내옆에있었으면좋겠어.”
처음으로영주가웃었다.
---「장희원,영주」중에서
나는말을잃어버렸다.어쩌면영원히.이제아무것도쓸수없겠다는예감에사로잡힌채노트북화면속깜박이는검은커서만바라보고있다.어쩌면영주는이것을바랐을까.바로이것.이것이영주의복수였을까.
---「장희원,영주」중에서
이러다가는점들이온몸을뒤덮겠어……어린이가되어운동화를신고밖을걸을수가있게된희정은생각하였고점을짓이기고파내고피나도록긁었으나아무소용이없었다.점들은정말굳건하구나.
---「정기현,그거점된다」중에서
희정이예측했던갈고리의용도가꼭들어맞는순간이었다.(…)몸역시다친곳하나없이멀끔했다.점들이조금연해진것도같았다.점들아,너희들……자신을바쳐내게용기를준것이로구나.그리고무엇보다……난생처음느껴보는이상쾌함!
---「정기현,그거점된다」중에서
간단한반찬은엄마나활동지원사의도움을받아마련할수도있었다.하지만엄마의도움은가능한한받고싶지않았고,활동지원사가끓여준미역국을먹어본뒤그녀에게는청소와신변보조만을맡기기로했다.내가할수있는일은내가직접하는게속편하다는걸경험으로알고있었다.세상에공짜는없고나중에치르는값에는이자가붙었다.
---「황시운,일일업무보고서」중에서
오늘의내가어제의나와조금도달라지지않았고,이대로라면내일의나역시오늘의나처럼아무쓰임이없을거라는사실에절망할까.어떤마음도갖지않겠다는다짐은얼마나부질없는가.오늘만생각하며꾸역꾸역살아가다가정해진때에홀가분하게통증에서벗어나면그만이라고생각했는데,마음은언제고마음대로되지가않았다.꾸르륵꾸르륵,또다시설사가밀려나왔다.
---「황시운,일일업무보고서」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