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투명인간 -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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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에게 최초로 소개되는, 영국 오리지널 판
『투명인간』
“젊은 시절, ‘투명인간’의 파멸을 기대하며 읽었던 소설,
오해였다.”

영어를 영어로 번역해낼 수 있다는 생각은 이제껏 해본 적이 없다. 예컨대 한국어로 쓰여진 소설을 한국어로 다시 번역한다?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투명인간』을 읽으며, 영어를 영어로, 한국어를 한국어로 번역할 수 있다고 이해하게 되었다. 북한에서 출간된 서적을 한국에서 출간하려면 문화적 배경이 다르기에 번역에 버금가는 작업이 필요하겠기 때문이다.

『투명인간』도 그러했다. 19세기, 영국과 미국의 문화는 상당 부분 달랐기 때문에, 미국에서 출간된 『투명인간』은 영국 오리지널 판과 여러 부분이 달랐다. 편집자 주인지 역자 주인지 모르겠지만, 영국 오리지널 판에는 전혀 없는 각주가 미국 판에는 53개가 달려 있었다.

각주는 그렇다 치더라도, 미국 펭귄북스 판은 원작의 많은 구절을 임의로 삭제했다. 그래서 ‘투명인간’을 바라보는 관점까지도 곡해하게 만들었다. 같은 편집자로서 편집자의 역할(번역자도 마찬가지)을 생각해보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특히 소설의 마지막 부분은 현저하게 달랐다. 소설의 전체 맥락을 왜곡할 만큼 심각했다.

누군가 〈유쾌한 크리켓 선수들〉에서 침대 시트 한 장을 가져왔다. 사람들은 그를 시트로 덮고 그 집으로 운반했다. 그리고 어두컴컴한 불이 켜진 그 집 침실의 낡은 침대 위에서 투명인간의 기묘한 실험은 막을 내렸다.
(김석희 옮김, 『투명인간』, 열린책들. 248쪽)

누군가가 〈즐거운 크리켓터스〉에서 시트 하나를 가져와서 그를 덮었고, 사람들은 가게 안으로 그를 옮겼다. 그리고 거기엔 모든 인간 중 처음으로 자신을 눈에 보이지 않게 만들었던 그리핀이, 불도 켜지 않은 침실의 지저분하고 허름한 침대 위에, 무지하고 흥분한 사람들 무리에 둘러싸여, 깨어지고 상처 입고, 배신당하고 동정받지 못한 채로 놓여 있었다. 세상에 둘도 없는 가장 재능 있는 물리학자 그리핀은 자신의 낯설고 가공할 생애를 끝없는 참사로 끝마쳤던 것이다.
(본서, 이정서 번역, 286쪽)

미국 판과 영국 오리지널 판의 차이를 명시하지 않은 국내의 기존 번역서에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젊은 시절, 투명인간 ‘그리핀’의 파멸을 내심 기대하며 조마조마하게 책을 읽은 기억이 있다. ‘욕심에 눈이 먼 미치광이 과학자’ 정도로 읽었던 것 같다. 나 또한 기존 책의 독자였기 때문이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책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 비로소, 『투명인간』이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과학 철학소설’에 더욱 가깝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독자들도 알게 되길 바란다.

저자

허버트조지웰스

과학소설(SF)로유명한영국의소설가이자문명비평가이다.‘타임머신’이라는단어를처음사용한작가로,과학소설의창시자중한명으로손꼽히고있다.또한역사,정치,사회에대한여러장르에도다양한작품을남겼다.

1866년영국켄트주에서태어났다.부모의이혼과아버지의파산으로학업을그만두고포목점과약국의수습점원으로일하며생계를꾸렸다.미드허스트문법학교의보조교사로채용된...

목차

옮긴이의말5

Chapter1이방인의도착13/Chapter2테디헨프리씨가받은첫인상24
Chapter31,001개의병들34/Chapter4커스씨가이방인을대면하다44
Chapter5목사관의절도범56/Chapter6미쳐버린가구60
Chapter7베일을벗은이방인68/Chapter8변환한가운데84
Chapter9토머스마블씨86/Chapter10마블씨의아이핑방문97
Chapter11〈역마차〉에서103/Chapter12투명인간이이성을잃다110
Chapter13마블씨가그만둘것을토로하다120/Chapter14포트스토에서125
Chapter15도망치고있던사내136/Chapter16〈즐거운크리켓터스〉에서140
Chapter17켐프박사의방문객148/Chapter18투명인간이잠든다163
Chapter19특정한기본원칙들171/Chapter20그레이트포틀랜드가街집에서182
Chapter21옥스퍼드가街에서200/Chapter22백화점에서209
Chapter23드루리레인에서220/Chapter24실패한계획238
Chapter25투명인간에대한사냥246/Chapter26윅스티드살인사건251
Chapter27켐프의집을공격하다259/Chapter28사냥당한사냥꾼276
TheEpilogue후기287

역자해설
영국의『투명인간』과미국의『투명인간』291

출판사 서평

“웰스가없었더라면우리의세계와사상은달라졌을것이다.”

『1984』를쓴조지오웰의이말에는『투명인간』의저자허버트조지웰스를향한감탄과존경이고스란히담겨있다.‘SF소설의창시자’라불리며문학은물론,과학과정치등다양한분야에서커다란발자취를남긴웰스는무한한상상력속에서인류가가야할길을깊이고민하는당대최고의지식인이었다.

『투명인간』은그가보이지않는존재에대한상상력을과학적이론에근거하여풀어낸작품으로,주인공그리핀은근현대들어창작물에등장하는최초의‘투명인간’이다.1897년에출간된이작품은영국에서출간되자마자독자들의호기심을단숨에사로잡으며엄청난판매성과를올렸고,네번이나노벨문학상후보에오를정도로그가치를인정받았다.

상상력을극대화한SF소설이라는단순한평가를넘어,억압된욕망을분출하고자하는인간의이중성,소외된인간의고독과공포,나와는다른존재를‘사냥’하는인간의잔인성을은유적으로그려낸희대의문제작이기에가능했던것이다.

“못된짓을하다궁지에몰려죽은사나이”인가
“세상에둘도없는재능있는물리학자”인가?

그동안우리나라에소개된『투명인간』은미국펭귄북스판본인데,미국판본은영국오리지널판본과여러곳에서차이를보인다.여기에는같은영어라해도두나라간문화적차이에서달라진고어古語에대한잘못된해석이있었고,미국편집자의과도한개입으로인한전개의오류도있었다.

무엇보다도눈에띄는것은작품의마지막부분이다.조지웰스는내레이터의입을통해‘세계에둘도없는가장재능있는물리학자’그리핀(투명인간)의죽음에대해안타까워하고애도하는뉘앙스로작품을끝냈다.하지만미국판에서는이부분을절반으로뚝잘라,마치한못된사내의광란의소동이었던것처럼작품을끝내고있다.

결국대부분미국판을원저로알고번역한국내번역본은미국판의오류까지고스란히답습한셈이되었다.또한이러한차이가결국『투명인간』이라는책에대한기본소개마저다르게나타나는결과로이어졌던셈이다.이에대한자세한분석은역자해설에소개되어있다.

‘재능있는물리학자그리핀’의이야기로되돌릴시간

영국오리지널판본뒤표지에는다음과같은글이실려있다.

『투명인간』은과학소설의철학적측면을살펴보고
오직상상력을통해서만가능할것처럼여겨지는주제에대한
문화적비판을제공한다.

어린시절,흥미위주의요약본으로더많이읽혔던『투명인간』을본래의모습으로돌려놓을시간이다.

●역자의말

미국식영어와영국식영어의차이,
그것은우리가아는것처럼간단하지않다

그냥눈으로원서를읽는것과정확한문장을만들어번역하는일은큰차이가있다.웰스의문장은여전히어려웠다.그럼에도포기하지않고번역을끝냈는데,정말이지갈수록이독특한내용에빠져들지않을수없었다.
그런데,번역을끝내고무심코비교해본마지막문장에서나는기이한발견을하게되었다.혹시몰라서비교해본결과내가원본으로삼은책과처음영국에서출판된원본의결말문단이현저히달랐다.나는그날로미국판과영국오리지널판의대조를시작했고,전체를대조한끝에많은곳이달라진것을발견할수있었다.
미국식영어와영국식영어의차이,그것은우리가아는것처럼간단한게아니었다.그차이를이자리에서다말할수는없지만,이번역서를읽어보는것만으로도그차이가얼마나현격한가를독자들은알게되리라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