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경사 바틀비

필경사 바틀비

$11.80
Description
“안 하는 편이 더 좋겠습니다!”
왜 지금, 이 문장이 우리의 가슴을 두드리는가
직장인이라면 경험했을 것이다. 상사의 요구에 마음속으로부터 불끈 치밀어오르는 이 말을. “안 하는 편이 백 번 낫겠습니다” 혹은 “저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대부분 이 말을 삼킨다. 그래서 그랬을까. 이 책을 만들면서 바틀비의 말을 내심 응원했다. 그리고 궁금했다.

‘필경사 바틀비’는 왜 출근 3일째부터 고집스럽게 이 말을 반복하는 것일까.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 이유를 파고든다. 소설은 “아 바틀비여, 아 인류여”로 끝을 맺는데, 이에 대한 해석은 소설이 쓰인 19세기 중반부터 지금까지도 세계적으로 분분하다. 베일에 싸인 바틀비의 삶의 궤적만큼이나 명쾌한 해석을 내리기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을 정도로 외로워 보이는’ 바틀비

그렇지만 위의 문장이 가슴속으로 통째로 들어오면서 바틀비의 행위가 조금은 이해되었다. 현대인의 관점에서 보면 ‘번 아웃’이 아니었을까. 결코 전달되지 못할 ‘죽은 편지들’(죽은 사람들)을 끊임없이 수합하고 불태워야 했던 전의 직장, 법정의 언어들을 하루 종일 365일 베껴 써야 하는, 또 하나의 죽은 노동인 현 직장을, 생명 있는 사람이 어떻게 견뎌 낼 수 있겠는가. 그러니 바틀비는 “꼼짝 않고 가만히 있고 싶어요!”라고 절규했을 것이다.

「꼬끼오!」, 「총각들의 천국과 처녀들의 지옥」

흰눈을 맞으며 끊임없이 톱질하는 톱장이 메리머스크와 그의 황금빛 수탉의 이야기 「꼬끼오!」, 백지처럼 시들어가는 처녀들과 사치스러운 변호사들의 세계를 대비시킨 「총각들의 천국과 처녀들의 지옥」, 이 소설들에도 ‘노동’이 흐른다. 어떤 노동은 비참하지만, 돈으로 환산되어 업신여김을 당하는 것을 거부한다. 바틀비와 메리머스크의 동질성이다. 반면에 폐에 켜켜이 쌓이는 분진을 의식하지 못하는 처녀들의 노동은 가엾다. 참담하다. 이처럼 멜빌은 자본주의가 무르익기 시작하는 19세기 미국 사회의 이면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조지 오웰’ 작품번역으로 정평이 난 박경서 교수가 공들여 번역했다.(2022년 작고)
저자

허먼멜빌

HermanMelville(1819.8.1.~1891.9.28.)


19세기미국낭만주의문학을대표하는작가멜빌은뉴욕에서태어났다.풍족한어린시절을보내던중가세가기울며아버지가사망한뒤순탄치않은시간을보냈다.학교중단후여러직업을전전하다가스무살이되던해인1839년상선‘세인트로렌스호’의사환으로취직해처음으로배를탔다.그뒤로도포경선을타고작살로고래를잡는모험을체험하거나군함의수병이되는등,선원생활의경험을쌓았다.
이런경험들이『모비딕』을비롯한바다배경해양소설에많은영감을주었다.그외의작품으로남태평양의방랑생활을담은『오무』,상선생활을그린『레드번』,군함생활이깔린『하얀재킷』,부유한평민집안의비극적인삶을그린『피에르』등이있다.

멜빌은단편소설도많이썼는데,이책에수록된「필경사바틀비:월가의이야기」,「꼬끼오!혹은고결한베네벤타노의노래」,「총각들의천국과처녀들의지옥」과같은작품들은빼어난수작으로꼽힌다.멜빌은이작품들을통해자본주의가성숙해가는19세기미국의산업사회에서지배계급과피지배계급을절묘하게비교하고대조한다.자본주의의비극성을이미놀랍게간파하고예고하고있는것이다.

목차

필경사바틀비
꼬끼오!혹은고결한베네벤타노의노래
총각들의천국과처녀들의지옥

역자해설//작가연보

출판사 서평

“허먼멜빌,자본주의의비극성을엄중히경고하다!”


허먼멜빌은19세기미국낭만주의문학을대표하는작가이다.미국문학의대서사시라일컫는『모비딕MobyDick』을비롯해그의소설은대부분바다를배경으로하고있기때문에,그는해양소설가로많이알려져있다.그렇지만위의단편을비롯하여바다가아닌소재로쓴소설들도많이있다.우리에게잘알려지지않았을뿐이다.
멜빌은문학적으로훌륭한단편도많이썼다.그중에서「필경사바틀비_월가의이야기」,「꼬끼오!혹은고결한베네벤타노의노래」,「총각들의천국과처녀들의지옥」과같은작품들은빼어난작품으로꼽힌다.
먼저「필경사바틀비」(1853년)는멜빌이쓴최초의단편이다.멜빌의작품중가장모호한작품으로이해하기가만만치않은데,이작품은자본주의가성숙하여부와명예가최대의삶의조건이되는19세기미국의월가를배경으로한다.

자본주의적질서를수동적으로거부하는바틀비

변호사사무실에취직한필경사바틀비는시간이지날수록화자(변호사)의요청을모두거절하면서“안하는편이더좋겠습니다.”라는말만되풀이한다.왜그랬을까.19세기중반
의미국은자본주의가발달하며영리목적을위해인간을도구로,상품으로전락시키고있었다.작품속변호사는바틀비를걱정하는듯했지만,실은떨어지는업무효율성,불복종에화를내고있었다.그리하여바틀비는노동은물론이고변호사의권위까지거부함으로써,수동적이지만자본주의적질서를거부하는것이다.바틀비의소극적저항은관습과위선으로가득찬변호사의이기주의에의해처참하게무너져그는결국죽음을맞이한다.

“아무리큰돈을줘도수탉을팔지않겠소!”

「꼬끼오!」(1853년)는소설속화자인우울한중년남자와톱질쟁이메리머스크,그의황금빛수탉에대한이야기이다.메리머스크는바틀비처럼성실하지만말이없고영혼이아름다운인물이다.수탉을비싼값에사겠다는화자의요청을뿌리친메리머스크의행위는가난에찌들어있지만,자신이처한현실에주눅들지않고당당히자본에맞서겠다는행위로볼수있다.바틀비가자본주의사회에서처참하게무너져죽음을피해갈수없었다면,메리머스크는자발적으로물화에저항하며초연하게죽어간다.

“종이처럼시들어가는처녀들의노동”

「총각들의천국과처녀들의지옥」(1855년)은자본주의금융체제에서돈을축적하며호화롭게살아가는‘변호사’(총각들)들과,무덤속같은제지공장에서종이처럼시들어가는‘처녀들’(직공들)에대한이야기이다.목숨을갉아먹는처녀들의힘겨운노동은‘총각들의천국’과대비된다.톱니바퀴의톱니처럼분절된삶을사는처녀들의노동을딛고,자본주의수혜자들은안락한삶을살고있다고멜빌은말한다.19세기에이미자본주의의비극성을엄중하게경고하고있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