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병 La Peste

역병 La Peste

$17.70
Description
‘우리가 읽은 『이방인』은 카뮈 『이방인』이 아니다’,
이후 10년, 우리가 아는 『페스트』의 바른 번역
카뮈의 책은 어렵기로 소문 나 있었다. 우선 『이방인』이 그랬다. 책을 읽은 독자에겐 소설의 감동보다 ‘부조리’니 ‘실존’이니 ‘햇빛’이니 하는 개념어를 떠올리며 난해하다고 느꼈다. 그러나 지금은 똑같이 부조리나 햇빛을 이야기하더라도 『이방인』을 두고 어렵다고 말하지 않는다. 10년 전, 처음으로 기존 번역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고 나선 이가 있었고, 이후 기존 번역계의 저항에 부닥치면서도 한편으로 가장 많이 읽히던 번역자의 『이방인』 역시 개정판이 나오는 등 서서히 변화해 왔기 때문이다.
『역병Peste』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겐 『페스트』로 익히 알려진 이 작품 역시 지금까지 독자들에게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왜 그럴까? 그 역시 번역 때문이라는 게 10년 전 번역 문제를 제기했던 바로 그 역자의 주장이다. 기존의 번역관을 뒤엎는 그의 주장이 얼마만큼 정당성을 갖는지는, 어떤 주의 주장이 아니라, 실제 번역서를 읽어보아야 한다.
실제로 이정서 역자의 손에서 새로 번역된 카뮈의 책들은 ‘부조리 철학’이니 ‘실존주의’니 하는 ‘개념어’가 아니라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읽힌다. 물론 그 이야기 속에 카뮈의 철학이 더 깊숙이 녹아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게 소설의 힘이기 때문이다.
『이방인』은 케케묵은 사회의 관습이 자유롭고 솔직한 한 청년을 단두대에 세움으로서 ‘사회의 부조리’와 ‘윤리’ ‘관습’을 생각하게 만들고, 『역병Peste』은 전쟁이나 역병과 같은 대재앙 속에서의 ‘신’과 ‘인간’, ‘양심’과 ‘인류애’, ‘연대’를 떠올리게 만든다.

『역병Peste』에는 위대하고, 때론 졸렬하고, 편집증적이고, 성스럽고, 결국 인간답고자 하는 무수한 인물들이 나온다. ‘의사인 리외, 하급 공무원인 그랑, 기자 랑베르, 신부 파늘루, 기록자 타루’는 이 책의 중심 인물로, 그들의 말들은 밑줄을 그어 따로 정리해 놓고 싶을 정도로 울림이 있다. 그들의 생각과 말들은 그때 그 상황에서 나온 말들이지만,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지금 이 시간에도, 먼 미래에도 사람들에게 깊은 질문과 성찰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보편적인 진실을 담고 있다. 아마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세상이 ‘카뮈’에 열광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리하여 『역병Peste』은 말한다. 전쟁이나 역병과 같은 대재앙 속에서도 인류는 ‘희생하고 연대’하여 마침내 극복할 수 있다고, 또한 그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혼자만 행복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21세기 최대의 역병이었던 코로나를 극복한 것도 실은 이와 같은 인류애, 인간의 ‘고귀한 정신’ 덕분이 아니었을까.

번역자 이정서는 출간 당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이방인』 번역 이후, 10년 만에 『역병La Peste』을 완역했다. 왜 10년이었을까? 그가 주장하는 대로 원래 작가가 쓴 서술구조 그대로의 번역을 위해 쉼표 하나,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고르고 또 고르느라 소비한 시간이었으리라는 걸 문장마다마다에서 느낄 수 있다.

저자

알베르카뮈

저자:알베르카뮈

1913년알제리의몽도비(Mondovi)에서아홉남매중둘째로태어났다.포도농장노동자였던아버지가1차대전중에사망한뒤,가정부로일하는어머니와할머니아래에서가난하게자랐다.1918년에공립초등학교에들어가뛰어난교사루이제르맹의가르침을받았고,이후장학생으로선발되어알제대학철학과에입학한다.카뮈는이시기에장그르니에를만나많은가르침을받는다.1934년장그르니에의권유로공산당에도가입하지만내적갈등을겪다탈퇴한다.1936년에고등교육수료증을받고교수자격심사에지원해대학교수로살고자했지만결핵이재발해교수직을포기했다.이후진보일간지에서기자생활을한다.

알베르카뮈는1942년에《이방인》을발표하면서이름을널리알렸으며,같은해에에세이《시지프신화》를발표하여철학적작가로인정을받았다.또한1944년에극작가로서도《오해》,《칼리굴라》등을발표하며왕성한작품활동을했다.1947년에는칠년여를매달린끝에탈고한《페스트》를출간해즉각적인선풍을일으켰으며이작품으로‘비평가상’을수상한다.1951년그는공산주의에반대하는내용을담은《반항하는인간》을발표했다.이책은사르트르를포함한프랑스동료들의반감을사기도했다.

1957년에카뮈는마흔네살의젊은나이로노벨문학상을받았으며이때의수상연설문을초등학교시절자신을이끌어준선생님에게바쳤다.삼년후인1960년겨울가족과함께프로방스에서크리스마스휴가를보낸후친구가운전하는차를타고파리로돌아오던중빙판길에차가미끄러지는사고로숨졌다.사고당시카뮈의품에는발표되지않은《최초의인간》원고가,코트주머니에서는사용하지않은전철티켓이있었다고한다.《이방인》외에도《표리》,《결혼》,《정의의사람들》,《행복한죽음》,《최초의인간》등을집필했다.



역자:이정서

2014년기존알베르카뮈『이방인』의오역을지적하는새로운번역서를내놓으며학계에파장을불러일으켰다.작가가쓴그대로,서술구조를지키는번역을해야한다는그의주장은의역에익숙해있는기존번역관에는낯선것이었다.

이후그는여전히직역을주장하며『어린왕자』를불어·영어·한국어로비교하고,그간통념에사로잡혀있던여러개념들,즉『어린왕자』에서의‘시간개념’,‘존칭개념’등을바로잡아‘어린왕자’를새로번역해냈다.그간지은책으로는『카뮈로부터온편지』,『당신들의감동은위험하다』,『어린왕자로부터온편지』등이있고,옮긴책으로는『이방인』,『단종애사』,『어린왕자』,『노인과바다』,『헤밍웨이』,『1984』,『위대한개츠비』,『투명인간』,『동물농장』,『킬리만자로의눈』등이있다.

목차

역자서문

I
II
III
IV
V

해설
알베르카뮈연보

출판사 서평

“우리가읽은『페스트』가
과연카뮈의『LaPeste』였을까?”

‘우리가읽은『이방인』은카뮈『이방인』이아니다’,
이후10년,우리가아는『페스트』의바른번역

카뮈의책은어렵기로소문나있었다.우선『이방인』이그랬다.책을읽은독자에겐소설의감동보다‘부조리’니‘실존’이니‘햇빛’이니하는개념어를떠올리며난해하다고느꼈다.그러나지금은똑같이부조리나햇빛을이야기하더라도『이방인』을두고어렵다고말하지않는다.10년전,처음으로기존번역이잘못되었다고주장하고나선이가있었고,이후기존번역계의저항에부닥치면서도한편으로가장많이읽히던번역자의『이방인』역시개정판이나오는등서서히변화해왔기때문이다.
『역병Peste』도마찬가지다.우리에겐『페스트』로익히알려진이작품역시지금까지독자들에게쉽게읽히는책이아닌것은분명하다.왜그럴까?그역시번역때문이라는게10년전번역문제를제기했던바로그역자의주장이다.기존의번역관을뒤엎는그의주장이얼마만큼정당성을갖는지는,어떤주의주장이아니라,실제번역서를읽어보아야한다.
실제로이정서역자의손에서새로번역된카뮈의책들은‘부조리철학’이니‘실존주의’니하는‘개념어’가아니라흥미진진한‘이야기’로읽힌다.물론그이야기속에카뮈의철학이더깊숙이녹아있음은두말할필요가없다.그게소설의힘이기때문이다.
『이방인』은케케묵은사회의관습이자유롭고솔직한한청년을단두대에세움으로서‘사회의부조리’와‘윤리’‘관습’을생각하게만들고,『역병Peste』은전쟁이나역병과같은대재앙속에서의‘신’과‘인간’,‘양심’과‘인류애’,‘연대’를떠올리게만든다.

『역병Peste』에는위대하고,때론졸렬하고,편집증적이고,성스럽고,결국인간답고자하는무수한인물들이나온다.‘의사인리외,하급공무원인그랑,기자랑베르,신부파늘루,기록자타루’는이책의중심인물로,그들의말들은밑줄을그어따로정리해놓고싶을정도로울림이있다.그들의생각과말들은그때그상황에서나온말들이지만,시대와공간을뛰어넘어지금이시간에도,먼미래에도사람들에게깊은질문과성찰을불러일으킬수있는보편적인진실을담고있다.아마아무리시간이흘러도세상이‘카뮈’에열광하는이유일것이다.

그리하여『역병Peste』은말한다.전쟁이나역병과같은대재앙속에서도인류는‘희생하고연대’하여마침내극복할수있다고,또한그어떤어려움속에서도‘혼자만행복해지는것은부끄러운일’이라고.21세기최대의역병이었던코로나를극복한것도실은이와같은인류애,인간의‘고귀한정신’덕분이아니었을까.

번역자이정서는출간당시격렬한논쟁을불러일으켰던『이방인』번역이후,10년만에『역병LaPeste』을완역했다.왜10년이었을까?그가주장하는대로원래작가가쓴서술구조그대로의번역을위해쉼표하나,단어하나하나의의미를고르고또고르느라소비한시간이었으리라는걸문장마다마다에서느낄수있다.

『라페스트LaPeste』는‘페스트’가아니다

카뮈의『라페스트LaPeste』를‘페스트’로번역하는것은잘못이다.같은작가가쓴『이방인L’Etranger』의첫문장속‘마망maman’을‘엄마’가아닌‘어머니mere’로바꾸어번역하는것만큼이나어색한것이다.실제로프랑스인들은말할것도없고영미권독자들도이것을단순한‘페스트’로인식하지않는다.
‘쥐’이야기가나오니누군가는이것을‘흑사병’으로오해하고있기도한데,그건더큰잘못이다.우리가흔히아는흑사병은‘pestenoire’라고해서별도의단어가쓰이고있거니와,작품속질병의이름은더군다나아니기때문이다.
당연히『LaPeste』는영어번역서의제목도그냥‘페스트pestis’가아니라『ThePlague』이다.즉,‘역병’쯤이되는것이다.무엇보다이것을‘페스트’와구분되는‘역병’으로달리번역해주지않으면절대안되는이유가따로있다.
예컨대아래의문장에서‘라페스트lapeste’,‘페스트peste’,‘페스트누아르pestenoire’를모두하나의‘페스트’로번역하는것이니(실제우리번역은그렇게되어있다)이야기가달라지기때문이다.

“당연합니다.”도지사가말했다,“하지만저로서는이것이‘페스트peste’라는전염병과관계되어있다는여러분들의공식적인승인이필요합니다.”

“단순화시켜서말하자면,리외,나는이도시와이전염병을알기전부터이미그‘역병lapeste’으로고통받고있었소.그건나역시남들과똑같다는말로충분할거요.하지만그걸알지못하는사람도있고,또는그상태로잘지내는사람도있고,그것을알고벗어나고싶어하는사람들도있지.나는,항상벗어나고싶었소.”

역병환자들로인해새떼들로부터도버려졌던아테네,조용한몰락으로채워지던중국의도시들,물이떨어지는시체를구덩이에밀어넣고있는마르세유의도형수들,그역병의맹렬한바람을멈춰세우기위해쌓았던거대한담의프로방스안의건축물,자파와그곳의흉측한몰골의걸인들,콘스탄티노플병원의다져진땅에들러붙은젖고썩은침대들,갈고리로꿰어진환자들,‘흑사병pestenoire’기간동안마스크를쓴의사들의축제,밀라노공동묘지에서의살아있는사람들의성교性交,공포에사로잡힌런던의죽은이들의짐수레들,그리고밤과낮을가리지않고언제어디서나채워지던인간들의끊임없는울음들.아니,이모든것으로도여전히이날의평화를죽이기에는충분치않았다.“
-역자해설“우리가읽은『페스트』가과연카뮈의『LaPeste』였을까?”중에서

『역병LaPeste』은어떤소설인가?

소설은1940년대당시프랑스식민지였던알제리연안도시인‘오랑’을배경으로한다.도시를휩싼치명적인전염병에대한주민들의반응을서술자의입을통해듣는형식을취하는데,작품속주인공이기도한서술자의정체는이소설의마지막부분에야드러난다.

주요등장인물을살펴보는것만으로도앞서<페스트>라는번역서로이작품을읽은독자조차적잖은차이가있음을알수있다.

★베르나르리외
이소설을이끌어가는주인공으로침착하고이성적인의사이다.자신의진료실이있는건물복도에서그가죽은쥐를발견하는것으로이야기가시작된다.가난때문에의사가되었다는그는모든것을희생하며어려운경제상황의역병환자들을무료로치료한다.초기부터그는당국에전염병통제를위한보건수단을끊임없이요구하면서최전선에서‘역병’을차단하기위해고군분투한다.병든아내를먼곳에요양보내놓고한번도찾아가지못하는고지식한의사이다.

★조제프그랑
천성적인성실함으로시청에서계약직으로일을시작했다가그의능력과성실함에정규직전환을약속한상사로인해시청에남아있다가끝내시청하급공무원으로머물게된사십대후반의사내다.그는근무후시간을오로지자신의소설쓰기에전념한다.완벽한문장을만들기위한그의노력은이소설에서삶의의미를좇는인간의투쟁을상징한다.
의사리외는그를두고전염병시대에다른어떤큰인물보다영웅이라고생각한다.그의선함과성실함은역병조차피해갈거라고단언한다.리외에게무료로치료를받은바도있었던그는역병기간중에의사를도와많은잔일을한다.

★레몽랑베르
파리에서오랑의아랍인들의생활상태를취재하러들어왔다가도시가폐쇄되면서발이묶인기자.그는파리에두고온연인을만나기위해차단된도시를빠져나가려애쓰지만,끝내포기하고오랑에남아역병과싸운다.

★파늘루신부
자신을현대자유주의와지난세기계몽주의로부터동등하게거리를둔엄격한기독교의열렬한옹호자로여기고있는그는청중들에게엄정한진실을흥정하려들지않았고,그단호함으로명성이높았다.그는처음에는‘역병’을신의형벌로보았지만결국에는끊임없는고통에직면하는사람들을보면서신의뜻에대해고심하게되는예수회신부이다.

■번역의문제

『역병』은곧정치적알레고리와철학적담론,그리고휴먼드라마가층위를이룬다면적소설이다.그런데이런멋지고계몽적이며,잘읽히기까지하는이소설이왜이전에는전
혀다른느낌으로다가왔던것일까.그것은번역때문이다.문학문장을직역하지않으면문장의의미가달라지면서이야기자체가달라지기때문이다.
일례로오랑을빠져나가려는신문기자랑베르를돕는‘곤잘레스’라는인물이나온다.

Alafindudejeuner,lechevals'etaittoutafaitanimeetiltutoyaitRambertpourlepersuaderqu'iln'yavaitpasdeplusbelleplacedansuneequipequecellededemi-centre.
≪Tucomprends,disait-il,ledemi-centre,c'estceluiquidistribuelejeu.Etdistribuerlejeu,c'estcalefootball.≫
Rambertetaitdecetavis,quoiqu’ileuttoujoursjoueavantcentre.

점심식사가끝나갈즈음,말상은꽤친밀해졌고,팀에서센터하프보다더멋진자리는없다는점을납득시키기위해랑베르에게반말을했다.“너도알지,센터하프는게임을분배하는사람이야.게임을분배하는거,그게축구지.”랑베르는항상센터포워드를봐왔지만그의견해에동조해주었다.(『역병』,새움,이정서역,205쪽)

불어의‘튀투아예tutoyait’의의미는‘반말하다’,‘말을놓다’는의미이다.저단어에주의하면서오리지널문장을서술구조그대로직역하면위와같은의미가된다.같이밥을먹고한가지주제를두고같이공감하며친밀감을갖게된다는것을보여주고자쓴문장이다.

이것을,기존번역서는이렇게번역하고있다.

식사가끝날무렵,그말상의사내는아주신이나서랑베르에게말까지놓아가며,팀에서는센터하프만큼화려한위치는없다는것을납득시키려했다.“센터하프는알다시피선수들에게게임역할을배당하는사람이란말이야.역할을배당하는것,그게바로축구라는거지.”랑베르는사실자기는항상포워드를보아왔지만,그의의견에동조해주었다.(『페스트』,민음사,김화영역,197쪽)

번역자는실제카뮈가여기서쓴‘튀투아예’의뉘앙스를잘못이해하고원래문장의서술구조가아니라자신의이해에따라의역함으로서상대에친밀감을드러내보이는장면이마치‘자기잘난체’하는대목으로변해버린것이다.

이런것들이문맥속에한둘이아니라면,과연그게같은작가의같은작품이라고할수있을것인가,라는게이정서역자의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