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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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 같은 소설 〈변신〉
“아버지, 저것은 없어져야만 해요!”
〈변신〉을 읽으며 그냥, 아버지에게 전화가 하고 싶어졌다

어느 날 내가 본 모습을 잃고 가족에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정서적인 도움조차도 줄 수 없는 짐스러운 존재로 전락한다면 어떻게 될까. 또한 가족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은 나를 어디까지, 언제까지 받아들여줄까. 또 그 반대의 경우라면 나는 또 어떨까. 카프카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창백하게, 해부하듯 그려내고 있다.

어느 대학생은 〈변신〉을 읽으며 내내 아버지를 떠올렸다고 한다. 아마도 가족을 위해 헌신하던 주인공 그레고어가 해충으로 변하여 그 쓸모가 없어지고, 결국에는 가족에게 버림받는 모습이 가장인 아버지를 떠올리게 했을 수 있다. 〈변신〉은 읽는 내내 견고한 사랑의 관계라 믿어온 “가족”, “부모자식간”에 대해 새삼 의심하게 만든다. 물질적이든 정서적이든 알게 모르게 관계를 부축해 온 “쓸모”에 대해서도 냉정한 눈으로 돌아보게 한다.

사실 〈변신〉의 이야기는 모습만 달리했을 뿐 세상 도처에 널려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피해갈 수 없는 지뢰밭이다. 그 속에서 인간은 사람으로서 갈등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만, 그러면서도 한 생물로서 감당해낼 수 없는 부담에는 윤리와 도덕을 저버릴 수밖에 없는 비굴한 존재이다. 다만 각자 감내해내는 과정과 정도가 다르지 않을까. 그 과정을 바라보는 카프카의 시선은 회의적이다.

새벽 어스름, 흉측한 벌레로 변한 그레고어가 사랑으로 가족을 떠올리며,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며 혼자 마지막 숨을 내뱉을 때, 카프카는 연인 펠리체에게 편지를 쓴다. “울어요, 사랑하는이여, 울어요, 지금이 울 때입니다!” 그의 격렬한 편지는, 결국은 내칠 수밖에 없는 사람의 한계를 꿰뚫는 카프카의 비통함이다. 나아가 카프카의 절제되고 응축된 슬픔을 읽으며, 문득 목숨이 다해가던 순간의 사랑하던 사람들 마음도 이렇지 않았을까 상상해보게 된다. 그리하여 종잇장처럼 얇은 나의 마음과, 남은 사람을 사랑으로 추억하며 죽어갔을지도 모를 떠나간 이들의 마음이 겹쳐지면서… 불편해진다.

카프카의 예민한 숨결을 살려낸 직역

카프카는 마흔한 해를 사는 동안 아버지 앞에서 늘 주눅이 들었다고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밝히고 있다. 그 흔적이 〈변신〉 곳곳에서 느껴진다. ‘쉭쉭’ 소리를 내며 지팡이로 그레고어를 몰아대며 발로 걷어차고, 사과 폭탄을 던지는 아버지의 폭력적인 모습은 완고하고 일방적이던 카프카 아버지의 모습이 투영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책에는 〈변신〉에 관한 놀라운 내용이 담겨 있다. 카프카는 〈쿠르트 볼프 출판사 사장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표지에 절대로 벌레의 이미지를 담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대신에 가족들이 불을 환히 밝힌 거실에 모여 있는 반면, 어두운 방문이 살짝 열린 상황을 삽화로 그리면 어떠냐고 제안한다. 이 편지에 〈변신〉의 핵심이 담겨 있다고 본다.

역자인 김영귀는 우리말과 달리 쉼표가 많고 핵심이 주로 뒷부분에 나오는 독일어 문장의 특성과 우리말의 자연스러운 구조 사이에서 고심하며 이 책을 번역했다. 예컨대 “아버지가 약하게 주먹으로 또 다른 옆문을 두드렸다”와, “벌써 아버지가 또 다른 옆문을 두드렸다, 약하게, 그러나 주먹으로” 사이에서 역자는 후자를 택한다. 그레고어에 대한 아버지의 폭력성을 암시하고 싶은 카프카의 숨결을 살리고자 함이다. 카프카의 원문장에 되도록 가깝게, 서술구조와 쉼표, 마침표를 살려서 섬세하고 예민한 카프카의 문장을 살려내는 데 중심을 두었다.
저자

프란츠카프카

FranzKafka,1883.7.3.~1924.6.3.

20세기초의가장중요한작가들중의하나인카프카는체코프라하에서유대인상인의아들로태어났으며독일어로글을썼다.아버지의뜻에따라법학을전공하고낮에는노동자재해보험공사에근무하며밤에글을썼다.체코와오스트리아,독일인과유대인들은카프카가자기들에게속한사람이라고서로주장한다.하지만1924년그가빈의요양원에서숨졌을때그가가장위대한독일어권작가의반열에들리라고는거의누구도예상치못했다.카프카가그어디에도소속되어있지않은것처럼,그의작품들도모든해석에열려있어독자들도각자나름의해석이가능하다.규정할수없고수수께끼같으며위협적이고불합리한상황들에대한카프카의서술들은문학외적인맥락에서도사용되는“카프카에스크(kafkaesk)”라는형용사를만들어내기도했다.카프카는《관찰》,《변신》,《실종자》,《성》,《유형지에서》,《소송》등의작품외에도방대한양의일기와편지를썼다.

목차

I7/II41/III77/펠리체바우어에게보내는편지·112/쿠르트볼프출판사앞·128/
해설·131우리안의얼어붙은바다를깨는카프카의작품세계/역자후기·142/작가의생애와연보·146

출판사 서평

우리안의얼어붙은바다를깨는카프카의작품세계

20세기초의가장중요한작가들중하나인카프카는체코프라하에서유대인상인의아들로태어나서독일어로작품을썼다.“한권의책은우리안의얼어붙은바다를깨는도끼여야한다”는그의말처럼,카프카의작품들은우리가확실하다고변하지않는다고여겨왔던것들에크고작은균열을일으킨다.그리하여진실이라굳게믿었던것들을의심하게하는데,〈변신〉은그대표격이다.거대한해충이된그레고어의변신은마치도끼로단번에내리치는것같이가족에대한우리의믿음을깨트린다.

이책의역자가학교에서가르친많은학생들은〈변신〉을읽고‘아버지’를떠올렸다고한다.돈이필요할때만아버지에게전화를했던어떤학생은아버지에게‘그냥’전화가하고싶어졌고,또어떤이는예전에아버지의젊은시절꿈에대해들었던것을떠올렸다.또다른학생들은의무에서해방된‘자유인’으로서의그레고어를이해했고,기발한발상의어떤학생은이왕곤충으로변신한김에그세계를신나게체험해보고싶다는감상을올리기도했다.이와같은독자들의다양한견해는저명한철학자들의이론을바탕으로분석한〈변신〉에관한논문들과거의비슷한해석을하고있다.

주인공그레고어의변신은여러면에서독특하다.자고일어나니벌레로변해있었는데,원인을알수가없다.스스로원한것인지아니면무슨계기가있었는지,어떤과정을거쳐변했는지전혀말해주지않는다.그레고어자신도변신한것에대해전혀놀라는기색이없고다시사람으로변신하기를간절히바라는마음도없다.처음부터그대로받아들이고,자신의몸이곤충으로변한것을인식했음에도그는여전히일하러가야한다고생각한다.

그러나그의변신은다른가족의변신을가져온다.평범한일상에서는전혀볼수없었던가족의모습들이드러나기시작한다.힘없는늙은노인인줄알았던아버지가은행수위로취직하고,마냥어린줄만알았던여동생도점원으로취직하며,병약한어머니마저도일을할수있었던것이다.그레고어는사업에실패한아버지의빚을갚기위해자기꿈도접고열심히일하고있었지만,아버지는몰래남겨놓은돈이있었다.그런아버지에게서는위선과자식에대한착취의일면도보인다.그러나다른시각으로보면변신은그레고어를일벌레에서해방시키고자기에게몰두하도록하는긍정적인면모도갖고있다.변신은개인의욕망을실현할수없는기계적인자본주의체계의부속품같은상황에서벗어나본래자아로돌아가는계기를제공한다.

아버지와카프카,경계인으로서의삶

카프카와아버지의관계는카프카문학을이해하는중요한열쇠이다.카프카는36세때〈아버지께드리는편지〉를썼는데,한통의편지라고하기에는방대한분량이며아버지에게실제로전해지지는않았다.여기에서그는권위적이고막강한권력의상징으로서의아버지의모습과그그림자에눌려상처받은자신의이야기를아주상세하게묘사하고있다.어린시절에카프카는아버지와함께수영장에간적이있다.

“저는마르고,빈약하고,가냘픈데,아버지는강하고,크고,떡벌어지셨지요.이미탈의실에서저는저자신이비참하게생각되었는데,그것은단지아버지앞에서만그런것이아니라…온세상앞에서그런것이었습니다”
이처럼거인같은존재인아버지의모습은〈변신〉에서지팡이를휘두르거나사과를던지는폭력적인모습으로도투영된다.

카프카가살았던당시프라하는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지배하에있었고소수의지배계층만독일어를사용했다.이런배경속에서카프카는프라하에살고있었지만독일어를사용하는동화된서부유대인으로서,체코인도아니고독일인도아니며또한정통유대인도아닌,어디에도온전히속하지못하는독특한경계인의위상을갖게된다.그리하여카프카의작품역시어느문학조류에도속하지않고,어떠한해석으로도완전히이해되지않는혼종의수수께끼같은특성을띠게되는데,이를포함하여위협적이고불합리한상황들에대한카프카의서술들은문학외적인맥락에서도사용되는“카프카에스크(kafkaesk)”라는형용사를만들어내기도했다.

어떠한의미로도받아들여질수있는〈변신〉,이제“우리안의얼어붙은바다를깨는도끼”같은소설을읽으며,마음속의균열을들여다보고질문하고생각해볼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