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철도의 밤

은하철도의 밤

$11.00
Description
일본 환상문학의 대부 ‘미야자와 겐지’의 대표작품들

“퇴근길 오늘 하루 길고 힘들었다 싶으면, 겐지의 밤하늘을 올려다볼 일이다”
지금부터 100여 년 전인 1924년에 〈은하철도의 밤〉은 쓰였다. 밤하늘의 별을 자주 올려다보던 외롭고 고독한 소년 조반니. 그가 친구인 캄파넬라와 우주의 하늘강을 기차로 달리는 이야기는 지금 읽어도 신비롭다. 어린 소년의 이야기지만 어른이 읽어도 그를 따라 마음이 움직인다. 조반니와 함께 우주를 떠돌며 소년의 마음에 동화되는 것은, 우리 깊은 마음속에 여전히 소년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성인이 된 우리들의 시원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에 작가는 “대지와 별 사이를 문학으로 잇겠다”는 꿈을 품었다. 그래서 현실의 삶에서도 늘 은하계와 연결되어 있는 듯했다. 1921년에 농업학교 교사로 일할 때 교실을 ‘은하 교향악단’으로 바꾸려 하거나, 학생들에게 ‘천체 그림’을 그리게 하거나, 석탄 가루로 ‘별자리 모형’을 만들며 우주의 숨결을 가르쳤다.

〈은하철도의 밤〉에도 교실 속 이런 에피소드들이 많이 녹아 있다. “작은 별들은 하늘강의 강바닥을 구르는 모래나 자갈”이라며 아이들이 우주를 바라보게 하고, 지금 우리가 사는 “이곳을 죽어서 가는 천국보다 훨씬 더 좋은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작품 속 선생님의 말은 바로 겐지의 말이다.

이후 그의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를 비롯한 수많은 일본의 감독과 작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다. 오늘날 일본 문학과 애니메이션의 환상성과 기괴함, 기발한 발상은 1920년대의 그로부터 많은 부분 비롯되었다. 이 작품들은 그 원천이다.

이 외에도 〈첼로 연주자 고슈〉와 〈주문이 많은 요리점〉이 수록되어 있다. 이 두 작품 또한 그의 대표작으로 일컬어진다. 〈은하철도의 밤〉과는 조금 결이 다르지만, 환상성은 더욱 깊어지고 유쾌하고 통쾌한 면모가 돋보여서 웃음짓게 된다.

평소에 작가는 숲과 들판을 많이 걸었다. 그의 대표적인 사진도 들을 걷는 모습이다. 그 들판에서 하늘과 땅을 바라보며 그는 대지와 별을 잇는 환상적인 이야기들을 탄생시켰을 것이다. 훗날 일본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아름답고 뜻이 깊은 작품들과 더불어, 구도자 같던 그의 실제 삶도 돌아보았으면 좋겠다. 고단한 노동과 절제된 생활을 고수했던 그는 평생 “농민들이 먹는 것보다 좋은 음식은 먹지 않겠다”고 하였다.

김수영 역자는 늘 빛나는 일본 문학을 ‘채굴’하여 함께 행복해지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있다. 이 책의 번역에서 특히 공들인 부분은 겐지 문학 전반의 ‘소리와 빛의 연주법’을 우리말 리듬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이었다. 특히 의성어와 의태어의 변주가 눈에 띄고, 마음속에서 통통 튀고 구른다.

퇴근길, 오늘 하루 길고 힘들었다 싶으면 밤하늘을 올려다볼 일이다. 거기, 큰 숨을 쉬고 싶은 마음속 여린 소년들이 별빛 기차를 타고 우주를 날아다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