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큰글자책)

이방인(큰글자책)

$30.00
Description
‘진실’을 위해 죽음을 받아들이는, 한 남자의 이야기

위의 문장은 출판사의 소개글이 아니다. 카뮈가 1958년에 『이방인』에 대해 한 말이다.
카뮈는 이 책의 주인공 ‘뫼르소’에 대해 ‘파멸한 사람이 아니라, 가엾고 벌거벗은, 진실에 대한 열정으로 움직인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카뮈의 말에 기댄다면 『이방인』은 어렵게 읽힐 얘기가 아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방인』을 쉽게, 재미있게 읽었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어떤 단단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카뮈의 소설에 도전한 사람들도 읽고 나서는, 정말 재미있었다, 감동이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방인』은 주인공 ‘뫼르소’가 요양원에 있는 ‘어머니의 죽음’을 알려온 전보를 받고, 요양원에 가서 장례를 치르고, 돌아와서 불행하게도 해변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재판을 받고 사형에 처해지는 이야기다.

어머니의 죽음에 눈물을 흘리지 않은 뫼르소, 그를 바라보는 사회

결코 어렵지 않은 구도를 갖고 있는 이 소설의 핵심은 어떤 ‘사회적인 약속’ ‘종교’ ‘관습’에 편승하거나 굴복하지 않은 한 젊은이가, 그것을 강요하는 ‘사회’ ‘법’에 짓눌려 타살당한다는 것이다. 그 출발점은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토록 선명한 구도를 갖고 있는 『이방인』이 왜 어려울까. 아니, 정확하게는 왜 어렵게 ‘읽힐까’. 소설의 저간에는 ‘철학적인 질문’이 두텁게 깔려 있지만, 가장 본질적인 원인은 ‘번역’ 때문이었다.
그간 『이방인』은 ‘부조리 소설’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며, 그 틀에 갇혀 역자나 독자들을 억압한 부분이 많았다. 특히 ‘뫼르소’가 살인을 저지른 동기가 ‘강렬한 햇빛’ 때문이었다는 뉘앙스가 강했고, 독자들은 이 부분에서 길을 잃었다. 또한 살인을 저지른 ‘뫼르소’가 법정에서 판사, 검사, 변호인, 사제와 나누는 대화도 독자들이 선뜻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 바탕에 흐르는 ‘뫼르소’의 내면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그의 대답이 ‘변명’처럼 들렸을 수도 있다.

난해한 부조리 소설이 아닌,
가슴 깊은 울림의 새로운 『이방인』

이정서 번역의 『이방인』에는 뫼르소의 살인이 햇빛 때문이 아닌, ‘정당방위’로 아주 자연스럽게 읽히고, 또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또한 카뮈가 왜 ‘뫼르소’를 ‘진실을 위해 죽음을 받아들이는 한 남자’라고 했는지, 그 맥락을 뚜렷이 짚어 번역한 이 책을 읽으면 확실하게 알 수 있다. 특히 법정에서 뫼르소가 한 말들, 그의 내면의 흐름, 신에 대한 생각들을 읽으며, 왜 이 소설이 세계적인 고전인지도 마음으로 분명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저자

알베르카뮈

AlbertCamus,1913.11.7.~1960.1.4.
1913년,프랑스의식민지였던알제리의몬도비에서태어났다.포도주제조공이었던아버지는그가태어난이듬해,제1차세계대전참전중사망했고,어머니는그충격으로말더듬이가되었다.
일찌감치앙드레말로를문학적스승으로여기고잡지에글을발표하곤하던그는고등학교담임이었던장그르니에의영향을받아,1930년알제대학철학과에입학했다.이후,작가이자기자로활동하며극단을경영하는한편,프랑스의식민지배로인해알제리인이겪는고통을고발하는데힘썼다.제2차세계대전중에는프랑스를점령한독일군에대항해레지스탕스잡지〈콩바Combat〉의편집국장으로저항운동을펼쳤다.
1942년,그의첫소설『이방인L’étranger』이갈리마르출판사에서출간되었으며,1957년역대최연소로노벨문학상을수상했다.
그러나3년후,문학인생의정점에서갈리마르출판사사장의조카인미셸갈리마르가운전하는차를타고파리로가던중교통사고로사망했다.

목차

이방인
역자해설:〈이방인〉에대한여전한오해
작가소개

출판사 서평

뫼르소는왜사형선고를받아야했나?
카뮈를배반한『이방인』의기존번역들

44세의알베르카뮈에게노벨문학상(1957년)을안긴소설『이방인』.그동안세계각국의언어로숱하게번역된이전설적소설에또하나의번역본이필요할까?필요할뿐아니라,기존의한글번역들이『이방인』의위대한가치를뭉개고있는현실을간과해선안된다는게번역가이정서씨의판단이다.『이방인』을둘러싸고도대체무슨일이벌어졌던걸까?

“…자기어머니의장례식에서울지않은사람은누구나사형선고를받을위험이있다.나는단지,이책의주인공이그손쉬운일(jeu)을행하지않았기때문에죽음을선고받았다고말하고싶었다.”
_카뮈,영어판『이방인』서문

자신의작품을요약해달라는요청에대한카뮈의답이다.영어판『이방인』의서문으로카뮈가작성한글이다.카뮈는두문장으로요약한자신만의역설적이고독창적인사유를작품구석구석,캐릭터하나하나에까지심고끝까지몰고나갔다.지극히민감하고간결한문체에담긴카뮈의의도는우리독자들에게제대로전달돼왔던것인가?독자들은과연카뮈의『이방인』을제대로읽은것인가?

번역가들이‘창조’해놓은『이방인』
오역과의역이소설『이방인』을난해하게만들었다

『이방인』은처음부터끝까지주인공뫼르소의이야기다.뫼르소만의독특한캐릭터가소설전반을휘어잡는다.그렇다면뫼르소는어떤인물일까?카뮈는이례적으로자신이창조한캐릭터에대해상세한해설을내놓는다.

“…그는거짓말을거부한다.거짓말은단지없는말을하는것만이아니다.이것은또한,무엇보다,실제보다더말해지는것이고,인간의마음에주목하면서,사람들의느낌보다더말해지는것이다.그것은우리모두가단순한삶을위해매일하는것이다.뫼르소는,외형적인것과는반대로,단순한삶을원하지않는다.그는실재하는것을말하고,그의느낌을숨기기를거부함으로써즉각적으로사회는위협을느끼는것이다.사람들은,예를들어,그가그의죄를관례에따라,뉘우치길요청한다.그는이점에대해진정한후회보다더많은곤란을겪는것으로답한다.그리고이차이는그에게사형선고를내린다.”
_카뮈,영어판『이방인』서문

어떤거짓말도거부하는,사회와법정이요구하는‘뉘우침’조차받아들일수없는,그래서결국사형선고를받고마는뫼르소의캐릭터는우리독자들에게제대로이해가된걸까?카뮈는미국의독자들이뫼르소를잘이해하지못할까봐염려해이런글을남겼을것이다.그런데한국에서는독자뿐만아니라,번역자들조차그를전혀이해하지못하고오역투성이『이방인』을‘창조’해냈고,그게‘정석’으로굳어졌다.

영미권의시각에짜맞춰진한글번역의문제

뫼르소와작품『이방인』에대한우리번역자들의오해와오해를덮기위해불가피했을의역들.이런문제는어디서발생한것일까?역자이정서는“혹시우리학자들이영미권학자들의주장을여과없이받아들인때문은아닐까의심해본다”고말한다.언어들의차별성을무시하고,영미권의시각으로작품의내용을이해하고짜맞추다보니지금의결과가빚어진게아닌가하는것이다.

예컨대,우리는불어판이나영어판이크게다르지않을것이라는심대한착각을하고있다.그건전문가들조차크게다르지않은것같다.어떤이는원본의난해한문구를만나면‘영어로는이렇게되어있다’며그기준을삼으려할정도이다.그러나영어로는절대불어작품을제대로‘직역’할수없다.기본적인이유의하나가‘존대어’때문이다.불어에는있고영어에는없는존대어로인해,불어문학작품에서특별히존대를하거나,반대로반말로표현한것을영어로는똑같은맥락으로표현을할수가없다는것이다.
_이정서,『이방인』해설

영어판『이방인』의혼란과카뮈문체의실종

사실은『이방인』의그유명한첫문장‘Aujourd’hui,mamanestmorte.’부터우리번역은잘못되어있다.우리는문장속‘maman’을어떻게볼것인가에만신경쓴나머지‘엄마가죽었다’로해야할지‘엄마가돌아가셨다’로해야할지에대해서만논의했다.미국이그랬다.

미국에서가장권위있는번역으로받아들여지는매튜워드(MatthewWard)의『TheStranger』의첫문장이,Mamandiedtoday.이다.

그러나사실이문장에서더중요한대목은‘오늘’다음에오는쉼표다.
영어와달리우리말과불어는저쉼표가차지하는의미또한큰것이다.
따라서바르게번역하면
‘오늘,엄마가죽었다’가되는것이다.

단순한첫문장의오역은작품전체를관통했다.출간직전,프랑스출판물을담당했던독일인게르하르트헬러가“원고를받은즉시읽기시작했는데,새벽4시까지손에서뗄수없었다”고했던카뮈의『이방인』이난해하고지루한소설이된것은그러한오역때문이다.한문장의오역은,카뮈가명쾌하게정리해준작품의핵심과뫼르소의캐릭터에전혀다가가지못한채,20세기최고의고전중하나인『이방인』을수십년간미궁에빠뜨렸던것이다.피해는고스란히독자들의몫이었다.
전혀새롭기때문에낯선,그러나카뮈의사유와문체를정교하게살린또하나의『이방인』번역이나와야했던이유다.


[역자의말]

번역,그후

역시카뮈다.
오랜만에다시봐도가히압도적이다.볼때마다새롭게보이는것도신기하지만,100년이지난지금도여전히내자신의이야기인양생생하기만하다.

2014년기존번역의오역을지적하고어느새8년이흘렀다.그사이참많은일들이있었다.오역에대한내지적을두고당시출판사대표였던내가‘자기책을팔아먹기위해노이즈마케팅을펼친것’이라느니,우리시대번역의대가인‘어른’을욕보인부도덕한행위라느니,누군가는프랑스현지의카뮈전문가에게문의했더니엉터리라했다고(우리말번역의잘잘못을프랑스인에게묻는다고?)페북화면을캡쳐해올리기도했다.물론처음한내번역에부족함도많았을테다.그러나번역에대한당시까지의우리인식(번역은의역이아니면안된다는인식말이다)이딱거기까지였던것같다.
그리고8년이지난2022년오늘,난무했던인신공격성글은지금도여전히SNS속을유령처럼떠돌고있고,해당역자는조용히개정판을내고(언론기사로알았다)나역시그러했지만,
그사이무엇이어떻게달라졌는지를알길은없다.다만여전히최고의번역처럼떠받드는‘그분’의책에달리는독자리뷰들을보면이책에대한오해는여전한듯하다(그오해는뒤에‘해설’로정리해두었다).
물론나역시다시볼때마다그전에몰랐던부분,틀렸던부분,서툴렀던부분이매번새롭게보이곤하니(이책은유독더),바른번역,완벽한번역을한다는것이결코의지만으로되는것이아니라는사실또한깊이절감하고있기도하다.

출판사에서앞선책(보급판)재쇄를찍어야한다고봐달라고했을때,불현듯깨달은오류가있어보류시켰던게지난해초다.매일매일의재촉을다른일을핑계삼아미루고미루다보니또한해를넘겼고,이번이정말마지막이라는심정으로달려든끝에,마침내이제야다시펴내게되었다.

카뮈〈이방인〉을읽는데있어반드시기억해둘말이있다.

“우리사회에서는,자기어머니의장례식에서울지않은사람은누구나사형선고를받을위험이있다.”
“그는거짓말을거부한다……그래서어떤영웅적태도도취하지않고,진실을위해죽음을받아들이는,한남자의이야기로서〈이방인〉을읽으면크게실수하지않을것이다.”

이것은내가하는말이아니라카뮈가한말이다.

앞서〈이방인〉을읽었다해도이말이가슴에저절로와닿지않았다면그건카뮈〈이방인〉을읽지않은것과다를바없는것이다.

2022.1.25.이정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