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짓는 사람 호모 픽토르 (이명행 인문 에세이)

이야기 짓는 사람 호모 픽토르 (이명행 인문 에세이)

$19.50
Description
우리는 걸어다니는 한 권의 책이다
한 사람의 인생은 한 권의 책이다. 어떤 사람이든 그 나름의 부피와 깊이를 갖고 있다.
그를, 그녀를 이해해 가는 과정은 ‘그대라는 책 한 권’을 오래도록 읽어 나가는 것이다.
지금까지 지어 온 이야기와 더불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있는 오늘의 당신은, 마침내 마지막 마침표를 찍게 될 당신이라는 책 한 권의 어느 부분에 해당할까.

이명행의 『이야기 짓는 사람 호모 픽토르』는 소설가의 방식으로 쓴 인문 에세이이다. 지은이는 사람을 ‘이야기 속에 사는 존재’로 규정하고, 우리가 엮어내는 서사가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또 왜 그것이 시간 속에서 낡아지는지, 낡아질 때는 어떤 이야기로 갈아타야 하는지와 같은 질문으로 이 책을 시작한다.

책 속에는 우리가 익히 들어 온 영화 〈라쇼몽〉이나 〈버드맨〉, 〈더 원더〉와 같은 많은 영화들, 마르셀 뒤샹을 필두로 한 쿠사마 야요이, 프랜시스 베이컨을 비롯한 동서양의 화가들,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 철학자인 질 들뢰즈, 슬라보예 지젝, 롤랑 바르트 등 동서양의 뛰어난 예술가들, 철학자들, 작품들이 풍성하게 등장한다. 세계적인 석학들의 등장과 작품명만으로도 그 무게가 만만치 않아 보이지만, 풍부하고, 쉽고, 적확한 해석을 따라가다 보면 오랜만에 밀도 있고 고급한 지식을 접하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어느 장을 읽든 모든 이야기들은 서로 연결되며, 따로 읽어도 흥미롭게 이해할 수 있다.

지은이가 책 속에서 소설가의 방식으로 가볍게 제안하는 이름인 ‘호모 픽토르Homo Fictor’는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의지’를 갖고 ‘자신의 이야기를 짓는 인간’을 의미한다. 인간은 숙명적인 결핍에서 출발하여 끊임없이 이야기를 짓고 진실을 추구하지만, 결코 표상화된 것으로는 진실(진리)을 밝힐 수 없다는 것, 그렇지만 거기에 다다르고자 하는 끊임없는 반복을 통해, 그 언저리에서 어른거리는 진실의 그림자를 만나게 된다는 것, 그리고 어느 순간 지어 온 이야기가 낡아지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며 앞으로 나아간다는 의미이다.

‘호모 픽토르’, 새로운 이야기를 지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존재. 지은이는 ‘읽으면 위로가 되는 책이 되길 바라며’ 이 책을 썼다고 하는데, 바로 이 점을 힘주어 말하고 싶지 않았을까.
지금 당신의 삶이 낡고, 조금 진부하고, 막막하다고 느낀다면, 용기를 내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시간이다. 가혹하도록 유한한 생명의 시간이 더러 우리를 깊은 나락으로 떠밀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새로운 서사를 만드는 우리의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저자

이명행

저자:이명행
이명행은나주에서태어나서울예대문예창작과를졸업했다.1993년문학과지성사창작선에장편소설『황색새의발톱』을출간하며등단했다.작품으로는장편소설『우상의숲』『노란원숭이』1.2『거위가자는방』『추억속으로』『그푸른스물하나』『사이보그나이트클럽』『대통령의골방』『기마민족정복설』과창작집『마치계시처럼』,창작동화『원시소년과평원의왕』이있다.

목차

들어가는말//새로운서사를만드는우리의시간은멈추지않는다

-1서사narrative
담화속에서사는존재
아름다운헛수고
이야기로지어진집,인간
불안은픽션이필요한이유

개연성의존재들
우리는무엇을믿는가
믿음을얻는데필요한것
우리가존재하는방식
무대위의세계
매우간명한개연성의법칙
리건톰슨의인생,‘예기치않은무지의미덕’

죄의식이지배한내면의서사
‘응시’,망각의방식으로잠재된시선
애나가족의서사
삶에작동하는담화

이미정해진자
누군가보고있다는것
공백,욕망과두려움이겹쳐지는정동의경험
‘이미정해진자’가의미하는것
성역,샤먼의공간

죄의식에굴복하지않은두개의서사
욥죄의식이라는감옥
립새로운이야기를영접하는집전자

-2결핍manque
결핍의탐닉
왜결핍을탐닉하는가
시동이걸리지않는자동차처럼
결핍너머에있는것

반복할수밖에없는존재
루틴의정체
무엇이우리를반복하게하는가
애도의절차
불가사의하게도거기에쾌락이있었다
아우라에깃든은유의엔텔레키
강박과소외가낳은반복의퍼포먼스
앤디워홀과쿠사마야요이
신비의비결은‘결핍’
차이는내적갱신의에너지
픽션은불안을잠식한다

-3공백trou
픽션은어떻게존재하는가
들뢰즈의주름
이야기의구조,꿈을구성하는방식
쾌락의텍스트
말너머에있는존재
공백을실천으로옮긴『고도를기다리며』
그것은매우낯선언어

공백의방식모호한것에서더잘보이는것들
모호함이가져온결핍의순간
나는나다모호함으로뜻한것
내격정의청춘속으로걸어들어온한송이의꽃
언어의엔트로

지워진것에서느끼는것
파라시오스의베일
무엇을지우는가
나무라는확신은사라져도좋은
그들이지우는방식
지운자리에귀환한‘실재’

-4호모픽토르HomoFictor
법열의순간들
감각을증폭시키는결핍
프랜시스베이컨의고립된우주
죄의식을자극하는방식
삶에깃든모든공포
성역을부수는법
감각의논리
침묵하는신

내던져진존재픽션의창조자
그러므로우리는호모픽토르
꾸며낸진실
불가능한자기서사에대한책임
무의식의언어가작동하고있다는것
개연성의윤리
호모픽토르의숙명적조건

참고문헌·인용자료들

출판사 서평

새로운서사를만드는우리의시간은멈추지않는다

우리는이야기속에사는존재이다.그리하여내가가진이야기로타자와구별된존재로살아간다.누구에게나이야기가있다.만약‘주체’라는것이있다면,그것은이야기로지어진것이다.당신이가진이야기는언어로지어진당신의집이다.그이야기가곧당신이다.

이책은전체4부로구성되어있다.첫번째인‘서사’에서는,이야기가우리삶속에서어떻게작동하는지,그방식과그것이가진속성에관해이야기한다.‘픽션’이탄생하게되는출발점인‘불안’에서시작하여,우리이야기의핵심을이루는‘개연성’과‘죄의식’에대해탐색한다.

두번째는‘결핍’에대한탐색으로,왜우리가이야기속에살게되었는지,이서사적삶의방식이어디에서비롯되었는지를이야기한다.우리는결핍을참는것이아니라결핍을통해어떤근원적인것을욕망하고,그너머를탐닉함으로써살아간다.
완전함에이를수록매력이떨어지는이유가뭔가.우리를충동하는‘결핍’이그완전함에는없기때문이다.완전함에이르면서결핍을잃는다.중요한것은,결핍을잃게되면더불어‘신비’가사라진다는것이다.믿음은신비에근거하고,신비는결핍에서비롯되는것이다.결핍이없는곳에서충동Drive은작동하지않는다.충동이없는신체는동력을잃은자동차처럼지치게되는것이다.

세번째‘공백’은말과말사이의결핍,모호함을다룬다.‘말해지지않는것을말하려는끈질긴시도’속에서‘진리가그림자를드리’우는과정을탐색한다.또한‘낡아짐’의이야기이다.우리의이야기는운명적으로시간속에서낡아지고,낡아지면자존감이무너지고삶이힘들어진다.이때갈아타야하는새로운이야기는어떤이야기여야할까,에대해생각한다.

마지막장인‘호모픽토르HomoFictor’는아직학술적으로정착된개념은아니지만,지은이가소설가의방식으로제안한이름으로,‘이야기를짓는인간’,창조하는인간이라는개념이다.이야기속에갇혀사는존재가아니라,새로운이야기의조건을스스로구성하고,의미를재구성하는인간이라는의미이다.자신의이야기를짓고,그것이낡아지면다시새로운이야기를지어건너가는창조적의지를가진존재라는뜻이다.호모픽토르는모방에서멈추지않고,더나아가,새로운세계를상상해내는인간이다.그리하여낡아진자신의이야기를딛고새로운이야기로일어서는것이다.

인간은결핍에서태어나,진실에이르고자하는헛된반복을끝없이할수밖에없는존재이다.그러나삶의변곡점에서,흐름이멈춘권태의어떤지점들에서,박차고앞으로나아가새로운이야기,새로운삶을만들어내는창조적이고폭발적인힘을가졌음을이책은웅변하고있다.이야기속에살수밖에없는우리에게주는위로와격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