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대군

수양대군

$17.70
Description
“수양, 왕위를 빼앗은 찬탈자인가, 시대가 부른 통치자인가?”
“양평 형님, 제 소생 가운데 뒤를 이을 걸출한 이를 고르라면, 단연 유((瑈 수양)를 택할 것입니다”
소설 속에서 세종이 형님인 양평대군에게 한 말이다. 세종실록에도 이와 비슷한 해설이 나온다. 세종은 유를 부르는 이름을 ‘진평’, ‘진양’에서 ‘수양’으로 바꾸는데, ‘밝은 곳으로 나아간다’는 진양의 의미가 왕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할 수 있기에, ‘백이와 숙제’ 형제가 평생을 서로 의지하며 산 ‘수양산’을 따서 ‘수양대군’이라는 이름을 내렸다. 곧 형 왕을 잘 보필하라는 무언의 당부이다. 그러나 역사는 뜻대로 흐르지 않았다.

김동인의 『대수양』을 현대인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편저한 『수양대군』은 널리 알려진 『단종애사』의 대척점에 서 있는 소설이다. 단종애사가 단종의 눈물,에 집중했다면, 수양대군은 출중한 수양의 울분,을 드러냈다고도 볼 수 있다. 그간 유교 윤리와 인륜에 반한 ‘단종의 죽음’은 많이 부각되어 왔다. 반면 아버지 세종과 조정대신들로부터 뛰어난 능력과 배포를 인정받은 수양이 병약하고 유약한 문종의 신하로, 12세에 보위에 오른 단종의 단지 ‘수양숙부’로 살아내야 했던 깊은 그늘은 애써 덮여왔다. 오직 왕권에 대한 욕심에 어린 조카를 죽인, 잔인한 삼촌이라는 이마 위 먹물 글자가 수양의 이미지였다. 그런데 정말, 그 때문만이었을까?

소설은 세종 재위시부터 문종의 승하 후 단종이 12세에 보위에 올라, 15세에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물려주는 과정까지를 보여준다. 그 속에서 세종, 양평, 안평, 금성, 문종, 단종 그리고 김종서, 신숙주, 권람, 정인지 등, 인간의 얼굴을 한 그들의 복잡하고 내밀한 속도 들여다볼 수 있다. 단종이 수양에게 왕위를 양위하면서 끝나는 이 소설은 ‘조카를 죽인 삼촌’이라는 먹물 글자를 배제하고, 어린 단종이 왕위에 올랐을 때의 세상이,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야욕이 어떠했는지를 정면으로 얘기해 보자고 한다. 어린 왕을 가벼이 여기며 입지를 굳히려 드는 대소 신료들과, 친족으로서 왕의 경계를 허물려드는 삼촌들, 세종 문종의 연이은 국상에, 국경의 방비며, 제도 개혁이며, 멈춰버린 국가 행정을 수수방관하는 어린 왕과 행정가들을 맞대면해 보자고 한다.

또한 소설을 읽다 보면, 우리가 배워온 역사에 슬며시 의심이 든다. 특히 안평과 김종서, 신숙주가 그렇다. 역사 해석에는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는데, 그간 우리는 한 가지 관점만을 배워왔다. 적어도 학교에서는 그러했다. 과연 그러한 것들이 진실인지, 때늦은 의구심이 든다.
앞선 『단종애사』의 편저자, 이정서의 손에서 거듭난 『수양대군』은 작품의 원형과 본뜻을 훼손시키지 않는 선에서 대부분의 문장을 현대의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손봤다. 소제목 없이 55분으로 나뉘었던 각 장에 제목을 달고, 어려운 한자들을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풀어썼다.
저자

김동인

金東仁,1900~1951

한국근대소설을대표하는작가이다.평양에서태어나일본유학뒤본격적인창작활동에나섰다.그는「약한자의슬픔」,「배따라기」,「감자」,「광염소나타」,「발가락이닮았다」등문제작을잇달아발표하며한국근대단편소설의미학적가능성을크게넓혔다.장편소설영역에서도역사와인물을다룬서사에힘을기울여,『젊은그들』,『운현궁의봄』,『대수양』같은작품을통해독자층을넓혔다.특히그는계몽적교훈성보다예술그자체의독자성을중시하는태도를분명히하여,한국문학사에서이광수와는또다른방향의근대문학을개척한인물로거론된다.1951년세상을떠났다.

목차

편저자의말
두아들/세종의번뇌/세종의쓸쓸함/양녕과수양/강녕전의맹세/동궁의의심
세종의당부/세종의솔직한속내/‘耦(따비우)’와‘偶(짝우)’/부왕의유탁/형과아우
백부와조카/수양숙을조심해라/문종의환후/사도/수양의진심/청죄/만고의죄인
문종의부탁/문종의고명/양녕대군의회한/수양의지위/단종의나라/영의정황보인
영양위와의약속/단종과안평숙/수양과김종서/문학지사/와석종신/허후의평
종친의곡연/아,고구려/연경에의여정/안평대군의폄/수양의귀국/누가왕이되나?
수양의고뇌/숙청전야/마지막결심/신숙주와의밀의/생살부/정인지의가담/집현전학도들/안평의최후/수양의첫행정/소년왕의변화/국모내정/왕비책립/통석의염
밀담/상왕을꿈꾸다/풍문의그림자/금성대군의입/선위의유혹/마침내왕이되다

출판사 서평

“단종서사의반대편에서조선을다시읽는다”



이정서편저『수양대군』이출간됐다.김동인의역사소설『대수양』을바탕으로,오늘의독자가읽고이해할수있도록새롭게다듬은편저본이다.그간연구자나전공자중심의책읽기에머물던텍스트를일반독자에게까지확장함으로써,한국근대문학과역사서사의또다른얼굴을직접확인하게한다는점에서의미가깊다.

이책은단종과세조를둘러싼익숙한역사서사를다른각도에서다시보게한다는점에서도눈길을끈다.일반독자에게단종은비극의군주,수양대군은왕위를빼앗은냉혹한권력자로각인되어있지만,김동인의『대수양』은그와는상반된해석을제시하는작품으로알려져있다.수양대군이계유정난을거쳐왕위에오르는과정을단종의비극이아니라정치적정당성과통치능력의문제로바라보는것이다.

이정서의이번편저는바로이지점을오늘의독서환경속에서다시살려내는데초점을맞췄다.한자어비중이높고표기가낯선원작의문장을그대로두는대신,원문의구조와시대적결은최대한보존하면서도현대독자가실제로읽히는문장으로다듬었다.원문만으로는이해가쉽지않은표현과장면,인물의성격과갈등을드러내는대목들도독해가가능하도록정리했다.잡지연재의한계로인해중첩되거나사족이라여겨지는부분은과감히덜어냄으로써그양도달라졌다.

『수양대군』이라는제목을새로단것도이런문제의식의연장선에있다.단순한복간이나재출간이아니라,『대수양』과『수양대군』을바탕으로하되현재의독자를위한새로운독서본으로구성했다는의미다.편저자는책의성격을두고“김동인의『대수양』이기도하지만,동시에그것들과완전히같지만은않은책”이라고설명했다.

이번책은단순히세조를재평가하는데그치지않는다.오히려지금까지대중이‘역사’라고믿어온것이실제기록그자체인지,아니면소설과영화가만들어온해석의결과인지되묻는데에더큰의미가있다.단종을둘러싼오늘의감정과이미지역시상당부분문학적상상력에의해형성된것이라면,수양대군과세조를둘러싼평가또한새롭게읽을필요가있다는문제의식이다.

편저자이정서는“우리가익숙하게받아들여온단종서사역시하나의해석일뿐”이라며“『수양대군』은단종과수양,충신과역적,정통과찬탈이라는고정된구도를다시생각하게하는작품”이라고밝혔다.출판계에서는『수양대군』이단종중심서사에익숙한독자들에게새로운문제의식을던지는동시에,문학이역사기억을어떻게만들어왔는지를돌아보게하는계기가될것으로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