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어의 시간

히브리어의 시간

$14.00
Description
“히브리어는 죽은 언어가 아니라
성경 시대 사람들과 호흡하는
살아 있는 언어입니다”

"고대근동 언어학자 송민원 교수의 히브리어 수업“
저는 히브리어 성경이 자신의 속살을 처음으로 저에게 보여준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그때 만난 히브리어는 마치 날것의 언어 같았습니다. 각 단어와 그 단어가 지칭하는 실재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서 훨씬 ‘원초적인’ 언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어렵게만 여기던 언어가 그 순간 어린아이의 말처럼, 자장가 삼아 옛이야기를 들려주시던 할머니의 목소리처럼 친근하게 다가왔습니다.

언어와 시간의 차이를 뛰어넘어 창세기 1장이 그대로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천지창조의 순간을 제 눈으로 목도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순간은 제 삶의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그 경험이 구약학과 고대근동학으로 저를 안내했고 지금까지 20여 년을 히브리어와 성경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삶으로 이끌었습니다. 이 책 『히브리어의 시간』은 이러한 과정의 결실입니다.

히브리어를 배우는 것은 지적 훈련일 뿐 아니라 영성 훈련입니다. 이 언어가 어떤 신비한 힘을 지닌 언어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낯선 언어를 배우는 것이 우리로 하여금 익숙한 틀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신앙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해오던 대로 익숙한 방식에 안주하고 싶어집니다. 저는 그것을 ‘관성적 신앙’ 혹은 ‘신앙의 관성’이라고 부릅니다. 음악 전공자들은 일부러 불규칙한 리듬이나 불협화음을 듣는 훈련을 합니다. 익숙한 틀에서 벗어나 낯선 소리에 귀를 여는 훈련입니다.

히브리어를 배우는 것도 이와 같습니다. 낯선 언어를 배우는 일은 우리를 안전하고 익숙한 틀 밖으로 내몹니다. 평소에 듣던 음역대를 벗어난 하나님의 낯선 음성을 듣는다는 점에서 히브리어를 접하는 것은 일종의 영적 훈련이 될 것입니다.
저자

송민원

저자:송민원
서울대학교에서독어독문학을,한신대학교신학대학원에서신약학과초대교회사를공부했다.이후미국으로건너가맥코믹신학교에서구약학을,시카고대학교고대근동학과에서비교셈어학과문헌학을공부했다.시카고대학교에서고전히브리어를가르쳤으며,한신대학교에서모세오경과지혜서를가르쳤다.
미국남침례회에서안수받은목사로서,2012년부터이스라엘텔아비브소재이스라엘성서연구원(IsraelInstituteofBiblicalStudies)에서성경원어와구약의히브리적배경을가르치고있다.국내에서는더바이블프로젝트대표이자성경과설교연구원(InstituteforBiblicalPreaching)구약학교수로서목회자와신앙대중을성경원문의세계로안내하고있다.저서로는『지혜란무엇인가:잠언-욥기-전도서의상호작용』『더바이블전도서:성숙한신앙을위한지혜』(감은사)등이있다.

목차

들어가며
히브리어는어떤언어인가

1히브리어에반영된하나님이해
쉐베트와미쉬에넷:공의의하나님과사랑의하나님
이르에랄레바브:심장으로보시는하나님
헨:은혜의하나님
니플라오트:놀라우신하나님
카도쉬:거룩하신하나님
헤세드:한결같이변함없으신하나님
토라:가르치시고인도하시는하나님
에흐예아쉐르에흐예():하나님은어떤분이신가

2히브리어에반영된인간이해
아담:붉은흙으로만들어진존재
이쉬와잇샤:남자와여자,한포기풀과같은존재
자켄:나이가들어간다는것은
바브:“검으나아름다우니”vs.“검어서예쁘단다”
나비:주인공은사람이아니라하나님의말씀이다
마쯜리아흐:하나님이함께하시는사람
게르:우리는모두난민입니다
에쉐트하일:고대이스라엘의여성상

3언어표현에나타난히브리적사고
바라크:복이란무엇인가
샬롬:당신의온전함은무엇입니까
레브쇼메아:지혜란무엇인가
마샬:잠언이란무엇인가
페사흐:절기는무엇을기념하는것인가
말아크:메시지와메신저에대한히브리적사고
타마르:신앙의구심력과원심력에대하여

나가며:광야의축복

출판사 서평

수천년의시간을뛰어넘어,
더깊은말씀의자리로나아가는
히브리어의시간여행

『히브리어의시간』은히브리어를통해성경의깊은맛을음미하는시간이면서,동시에히브리어가쓰이던성경의시간을뜻합니다.하나님이히브리어로말씀하시는이유는간단합니다.이언어로말씀하셔야성경시대에살던사람들이가장잘이해할수있었기때문입니다.그래서성경을통해하나님이우리에게무슨말씀을하시는지제대로이해하려면히브리어를알아야합니다.그리고성경의첫번째독자인고대이스라엘사람들의사고방식과문화를알아야합니다.이책은‘히브리적사고’라고불리는그들의독특한언어문화속에담긴하나님이해와인간이해로여러분을안내합니다.

이책의특징
-구약성서의원어인히브리어를다루며,히브리적사고를고찰하고이를통해성경을더욱다층적으로이해함으로써깊은묵상을끌어낸다.
-성경히브리어를고찰하고,다양한언어권에서의성경해석을제시함으로써‘번역’이라는특성으로인해발생하는간극을좁힌다.
-각장단어해설마지막별면에단어를따라쓰거나핵심내용을기록할수있는공간을제시했다.

책속에서

P.73-74
‘가르침’,‘인도’를뜻하는토라에법률적의미를덧입혀이해하게된것은기독교가그리스-로마의문화적렌즈를거쳐우리에게전달되었기때문입니다.칠십인역성경(Septuagint)은히브리어로된구약성경을그리스어로번역하면서토라의번역어로‘ν?μο?’(노모스)를채택했습니다.이는법을뜻하는말로,글로쓰인성문법과불문율로서의관습법을모두포함하는단어입니다.그리스의뒤를이어세계를지배하게된로마는특히나문화적으로간결하고명확한것을추구했기때문에사회전반의규칙을법률조항으로정교하게정리하고체계화했습니다.신약시대는이러한그리스-로마의문화와고대이스라엘의히브리적문화가충돌하는배경속에서펼쳐지게됩니다.‘가르침’과‘인도’라는고대이스라엘의포괄적이면서‘두루뭉술한’개념의토라가신약시대에와서‘법’이나‘율법’으로이해된것은이러한문화적굴절을겪었기때문입니다.
(1장‘히브리어에반영된하나님이해’)

P.82-83
에흐예아쉐르에흐예외에도성경에는하나님께서자신을나타내시는표현이또하나등장합니다.너무흔하고익숙한표현이어서아무런신비감을주지못하는신명(神名)입니다.바로“아브라함의하나님,이삭의하나님,야곱의하나님”(출3:15)이라는표현입니다.피조세계너머에계신하나님이자신이지으신피조물의이름을앞세워자신을표현하시는것입니다.“스스로있는자”혹은“나는곧나다”라는멋진표현뒤에나오기에는많이빈약하고초라해보입니다.창세기가증언하는아브라함,이삭,야곱이이상적인신앙인의모습을보였다면좀이해가될듯도한데,이들‘믿음의조상들’은사실그렇게훌륭한믿음의사람들이아니었습니다.이들은자기목숨을부지하겠다고아내를팔아넘기거나타인을속여서이득을취했던사람들입니다.특히‘이스라엘’이라는이름의기원이되는야곱은그야말로겁쟁이였습니다.딸의복수를하고돌아온아들들에게‘너희때문에내가죽게생겼다’고벌벌떠는모습을보여주기까지했으니말입니다(창34:30).그는말년까지도자신의배고픔과자신의목숨이더우선인사람이었습니다(창43:2,12-14).그런데그무엇과도비교할수없는위대하신하나님이이렇게도부족한사람들의하나님으로자신을나타내십니다.그리고“아브라함의하나님,이삭의하나님,야곱의하나님”이라는이름을두고하나님의“영원한이름”이자“대대로기억할나의칭호”라고덧붙이십니다.
(1장‘히브리어에반영된하나님이해’)

P.94
붉은색땅을일컫는단어역시같은어근에서유래한‘아다마’입니다.일반적으로땅을가리키는‘에레츠’와달리아다마는농사를지을수있는비옥한땅을가리킵니다.고대가나안에살던사람들에게토양은크게두가지,곧희고옅은땅과붉은땅으로나뉩니다.이두토양의가장큰차이는농사를지을수있는땅인가,그렇지않은가,하는것이었지요.옅은색토양은식물이자라기어려운사막인데반해붉은색땅은옥토입니다.앞의두사진을비교해보면,아래쪽사진의토양이확연하게붉은것을알수있습니다.두사진모두이스라엘남부의팀나계곡에서촬영되었습니다.두가지색깔의토양이공존하는곳이지요.이런붉은토양은사막과는달리비옥해서농작물이잘자랄수있었습니다.고대이스라엘인들은땅(아다마)이붉게물든이유를옅은토양이‘피’를머금고있기때문이라고여긴듯싶습니다.생명이피에있기때문에피를머금은땅이생명을자라게할수있다고생각한것입니다.이와같은사고방식은더욱확장되어남보다더붉은피부를가진이들은강인하고뛰어난사람의상징이되었습니다.이러한맥락에서다윗(삼상16:12,17:42)과에서(창25:25)의붉은피부를묘사할때쓰인단어가바로‘아드모니’입니다.
(1장‘히브리어에반영된하나님이해’)

P.118-119
아가1:5에대한해석은1960년대흑인민권운동(African-AmericanCivilRightsMovement)이일어나며점차변하기시작합니다.흑인신학자들은“검으나아름다우니”(blackbutbeautiful)라는해석에문제를제기했습니다.대체왜검은것은아름답지않은가?이러한영향으로새로운번역이등장하기시작합니다.1989년에나온NRSV가“Iamblackandbeautiful”로개정하였고,2000년출간된ISV도동일하게번역했습니다.또한직역을추구하는NASB도2020년에개정판을내면서“Iamblackbutlovely”라는기존의번역을NRSV,ISV와같은표현으로수정하는등의움직임을보이기도했습니다.그리고2010년에나온CEB역시도아가서의표현을“DarkIam,andlovely”로번역하게됩니다.한글성경중에서는새번역이이본문을“내가검어서예쁘단다”로번역하며새로운해석의가능성을보여주었습니다.이번역은단순히‘검다,그리고아름답다’(blackandbeautiful)를넘어‘나는검다,그래서아름답다’(Iamblack,therefore,beautiful)라는한발더나아간해석을채택함으로써“나는검기때문에아름답다”라는흑인신학자들의해석을적극적으로반영했습니다.
(2장‘히브리어에반영된인간이해’)

P.124
나비를‘미래를예언하는자’로볼것이냐아니면‘하나님의말씀이임한자’로볼것이냐하는문제는성경의예언서혹은선지서를어떠한시각으로보아야하는가를결정짓는중요한잣대가됩니다.대표적인예언서인이사야서를예로들어보겠습니다.이사야서를‘미래’에초점을두고읽는다면,이스라엘의회복과메시아의도래를예언하는책으로볼수있고이사야서의구절중극히일부만이이러한맥락에해당됩니다.이사야서의대부분은하나님의백성인이스라엘이그동안하나님앞에얼마나잘못서있었는지를지적하는‘과거’의이야기와,지금그행실을하나님앞에서바로잡으라는‘현재’의이야기입니다.그리고바로지금하나님의명령을따를때와따르지않을때어떠한일이벌어질지를선포하는‘미래’의이야기가적혀있습니다.한마디로이사야서는이스라엘의과거와현재,미래에대한하나님의말씀이담겨있는책입니다.
(2장‘히브리어에반영된인간이해’)

P.160-161
히브리어의복이다른언어문화의복과근본적으로다른지점은크게두가지입니다.첫째,축복을하는사람의행위(‘좋은말을하다’혹은‘피를뿌리다’)를기준으로하지않고,복을받는사람의자세를묘사합니다.성경이말하는복은흥미롭게도그복을주시는하나님으로부터시작되는행위가아닙니다.오히려주님앞에무릎을꿇고엎드리는우리의자세에서부터시작하는것입니다.하나님께서우리에게‘무엇을’주실까하는문제가아니라,우리가‘어떤자세로’있는가가관건이되는것입니다.따라서히브리어의바라크를한자로옮기자면,‘복복’(福)보다는‘엎드릴복’(伏)에더가깝습니다.
(3장‘언어표현에나타난히브리적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