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기다리며

신을 기다리며

$18.00
Description
불꽃처럼 살다 간 시몬 베유의 영적 자서전
시몬 베유의 대표작 『신을 기다리며』는 2차 세계대전 한복판에서 그녀가 소명이라 믿었던 바를 완수하고자 쉴 새 없이 행동하는 가운데 쓴 편지와 에세이들로 구성되어 있다. 베유의 영적 지도자이자 친구 조제프 마리 페랭 신부에게 부친 이 글들은 허물없는 일상의 언어로 쓰여 있으며, 그녀의 전체 저작 중 가장 솔직하고 직설적이며 깊은 열정이 담겨 있다. 죽음을 한 해 앞두고 썼다는 점에서 이 글들은 그녀의 마지막 유언처럼 읽히기도 한다.
베유는 작가가 아니었고 그녀의 글은 작품이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이성을 완전히 넘어선 무수한 폭력과 불의를 목격하며 거기서 달아나지 않고 맞섰던 인물이다. 그렇게 그녀가 쓴 글은 시대 상황과 온전히 맞물려 있기에, 그녀의 삶의 연장이며 문학이 아닌 고백이자 증언이다.
서른넷의 나이에 죽음을 맞은 베유에 대해 생전에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베유의 글이 세상에 나온 이후로 그녀는 우리 시대 성스러움의 특별한 모범처럼 여겨져 왔다. 가톨릭 신자든 개신교 신자든, 신심이 깊은 자든 불가지론자든, 우리 모두 그녀가 경험한 것들의 의미가 현재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는 깨달음으로 그녀를 돌아보게 된다.
베유의 삶과 그 모든 글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신을 기다림’으로 요약될 수 있다. ‘기다림’은 베유의 근본적인 영적 태도를 가리킨다. 그리고 그녀가 말하는 이 신은 순수한 이웃애에 다름 아니며, 구원은 바로 우리가 그려 볼 수 있는 이 순수의 지점에 있을 것이다.

저자

시몬베유

저자:시몬베유(SimoneWeil,1909-1943)
34년의짧은생을불꽃처럼살다간프랑스의여성철학자이자신비주의자,정치활동가.1909년2월3일,파리의유대계부르주아집안에서태어났다.고등사범학교에서철학을공부했고,1931년교수자격시험에합격하여고등학교철학교사로부임했다.노동운동과사회주의에대해깊은관심을가졌기에,학교를휴직하고노동현장에뛰어들었다(1934-1935).스페인내전(1936-1939)이발발하자인민전선편에서참전하기도했다.1942년,나치독일에점령된프랑스를떠나가족과함께미국망명길에올랐지만,반나치활동에가담하기위해자유프랑스정부가있는런던으로홀로돌아왔다.그러나건강악화로최전선에투입되고자하는뜻을이루지못하고후방에서투쟁을지원했다.1943년8월24일,켄트주애슈퍼드요양소에서폐결핵후유증으로사망했다.
생애동안베유는엄청난양의글을썼는데,흩어져있던그글들은그녀사후에수집되어편찬되었다.앙드레지드는그녀를우리시대최고의영적작가로평했고,그녀를누구보다존경한알베르카뮈는그녀를‘우리시대의유일한위대한정신’이라불렀다.대표작『신을기다리며』외에『중력과은총』(문학과지성사),『뿌리내림』(이제이북스),Oppressionetliberte(Gallimard)등은전후사상에큰영향을미쳤다.

역자:이창실
이화여자대학교영어영문학과를졸업하고,프랑스스트라스부르대학교응용언어학과정을이수한뒤이화여자대학교통번역대학원한불과를졸업했다.이스마일카다레와실비제르맹,크리스티앙보뱅의작품들을비롯해『키에르케고르』『글렌굴드,피아노솔로』(동문선),『너무시끄러운고독』(문학동네)등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옮긴이의글

편지
1.세례를받는것에대한망설임(1)
2.세례를받는것에대한망설임(2)
3.출발에대하여
4.영적자서전
5.그녀의지적소명
6.마지막생각들

에세이
신을향한사랑을위해학업을선용하는것에대한고찰
신을향한사랑과불행
신을향한암묵적인사랑의형태들
주기도문에관하여
노아의세아들과지중해문명사

부록
J.-M.페랭신부에게보내는편지
귀스타브티봉에게보내는편지
모리스슈만에게보내는편지

출판사 서평

특징

-순수하게시몬베유의글만으로이루어진알뱅미셸(AlbinMichel,2016)판을번역대본으로삼았다.
-빼어난번역자의손으로시몬베유의숨결을생생하게살려냈다.
-우리시대고전이자,시몬베유의전체저작을이해하기위한열쇠가되는글
-이해를돕는옮긴이의해설수록

대상독자

-고전을통해삶과인감됨의의미를찾고자하는이들
-시몬베유의삶과사상을탐구하고자하는이들
-신앙의본질을재발견하고자하는그리스도인들

책속에서

제말에신부님께서마음이상하실지모르고,또그렇게된다면저로선무척괴롭겠지만,그래도솔직히말씀드리겠습니다.저는신을,그리스도를,가톨릭신앙을사랑합니다.사랑하기엔저는너무도부족한존재이긴하지만말입니다.그리고성인들을,그들이쓴글과그삶의이야기들을읽으며사랑합니다.저로선성인이라여길수도,제가완전한사랑을바칠수도없는몇몇은제외하고요.그런가하면살면서우연히마주친,진정한영성을지닌가톨릭신자예닐곱명을저는사랑합니다.또가톨릭의례와의식을비롯해,전례와찬송가,건축물을사랑합니다.그러나제가사랑하는이모두와관련된것이아니라면엄밀히말해교회에대한사랑은눈곱만큼도없습니다.그사랑을가진이들에게공감할순있어도저자신은그런사랑을느끼지않습니다.성인들은모두그런사랑을느꼈다는걸잘알면서도말입니다.하지만그들은거의모두가교회안에서태어나고자란사람들이죠.어쨌거나우리가사랑하기로마음먹는다고사랑할수있는건아니니까요.저로선알수없지만,그래도이사랑이영혼의성장을위한조건이거나혹은제소명의일부라면,제게도언젠가그사랑이허락되기를바랍니다.제가할수있는말은이게전부예요.
_37쪽,세례를받는것에대한망설임

신부님께서제게그리스도교적영감을불러일으키신것도,그리스도를알게하신것도아니에요.제가신부님을만났을당시,그건앞으로해야할일이아닌이미완수된일이었으니까요.그어떤인간의개입도없이말입니다.그렇지않았다면,암묵적으로뿐아니라의식적으로제가이미그리스도에게사로잡혀있지않았다면,신부님은제게아무것도주시지못했을겁니다.제가신부님에게서아무것도받지않았을테니까요.신부님을향한제우정이오히려신부님의메시지를거절한이유였을수도있어요.신성한것들의영역에어떤인간적인영향력이행사됨으로써야기되는오류나환상을두려워했을테니까요.
_52쪽,영적자서전

신의자비는기쁨에서나불행에서나똑같이,어쩌면그이상으로드러나보입니다.신의자비이기에인간의자비와는전혀닮지않았거든요.인간의자비는오로지기쁨의선사에서드러나거나,아니면육신의치유나교육같은외적인결과물을위해가해진고통에서만드러납니다.그러나신의자비를증명하는것은불행의외적인결과물이아닙니다.진정한불행의외적결과물은대부분부정적이에요.그사실을은폐하려한다면거짓말을하는셈이지요.실제로신의자비가빛을발하는건바로그불행안에서입니다.그맨밑바닥에서,위로받을길없는쓰라림한복판에서입니다.우리가사랑속에서인내하며,영혼이“나의하느님,왜나를버리셨나요?”라는외침을더는억누를수없는지점까지추락한다면,그리고이지점에이르러서도계속사랑하기를멈추지않는다면,마침내우리는더이상불행도기쁨도아닌무언가에닿게됩니다.기쁨과고통의공통요소로서,감지되지않는무엇이며순수하고도핵심적인본질,바로신의사랑이지요.
_91쪽,마지막생각들

주의를기울인다는것은사고를멈추는것,사고가텅빈유연한상태가되어대상속으로침투할수있도록만드는것이다.또한우리가사용해야하는습득된다양한지식들을자체안에유지하는것이다.사고와인접해있어도그보다낮은수준에,사고와접촉하지않은상태로말이다.기존에형성된모든개개의생각에대하여사고는산위에있는사람같다.즉앞을바라보고있어도동시에발밑에는수많은숲과평원이있다는것을보지않아도인지하는것이다.사고는무엇보다텅빈상태로기다려야한다.아무것도찾아서는안되며,자신의적나라한진실속으로침투하게될대상을받아들일준비가되어있어야한다.
_121-122쪽,신을향한사랑을위해학업을선용하는것에대한고찰

인생의큰수수께끼는고통이아니라불행이다.무구한사람이죽임당하고,고문당하고,국외로추방당하고,비참한노예상태로전락하고,수용소나독방에감금당한다해도놀랄일이아니다.그런일을저지르는범죄자들이있는법이니말이다.또병이긴고통을야기해생명을마비시키고죽은것이나다름없는상태에놓이게하는것도놀라운일이아니다.자연은기계적필연성의맹목적인작용에순응하기마련이다.그러나불행이무구한이들의영혼을낚아채왕처럼지배할수있도록신께서허락하셨다는건놀라운일이다.불행의낙인이찍힌자라면최선의경우에도영혼의절반밖에지켜내지못할것이다.
_131-132,신을향한사랑과불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