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블랑카의 회고록 -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24

마마 블랑카의 회고록 -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24

$15.00
Description
과거는 사라지는 게 아니라 되살아나는 것……
봉인 해제, 베네수엘라 할머니의 비밀 회고록
베네수엘라 최초의 위대한 여성 작가이자 가장 탁월한 라틴 아메리카 여성 작가의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테레사 데 라 파라의 대표작. 국내 초역. 일흔다섯 살의 할머니가 눌러쓴 회고록이자 지금은 사라진 보물 같은 낙원으로서의 어린 시절과 베네수엘라 농장 사회의 아름다운 세계를 시적인 문체로 그린 소설이다. 마마 블랑카가 들려주는 조곤조곤하지만 유머러스한 이야기는 우리에게 삶의 무한한 지평을 열어주는 ‘이야기 박물관’의 역할을 한다. 베네수엘라를 넘어 범세계적인 고전으로 자리 잡은 작품.

저자

테레사데라파라

TeresadelaParra|1889년프랑스파리에서태어났다.아버지는독일베를린주재베네수엘라영사였고,1891년가족과함께베네수엘라로이주했다.유복한집안에서자라며카라카스부근의사탕수수농장에서어린시절을보냈다.하지만아버지가갑작스럽게세상을떠나자에스파냐발렌시아주의가톨릭학교에입학했고,여기서본격적인창작활동을시작했다.1910년카라카스로돌아가다양한매체에작품을발표하면서작가로서의영역을넓혀갔다.1923년파리에정착했고,1924년첫장편소설《이피게네이아》를출간했다.동시대작가인이디스워튼의여성캐릭터처럼가부장적인사회에반기를든여성인물을등장시킨이작품은보수주의자들로부터도덕성을훼손했다며비난받기도했다.이어일흔다섯살할머니의회고록이자지금은사라진낙원으로서의어린시절과베네수엘라농장사회의아름다운세계를시적인문체로그린대표작《마마블랑카의회고록》(1929)을펴냈다.이소설로테레사데라파라는베네수엘라최초의위대한여성작가이자라틴아메리카에서가장탁월한여성작가중한사람으로자리매김했다.그밖의작품으로는산문집《여성들이아메리카영혼의형성에미친영향》(1963)등이있다.연인이었던쿠바의작가리디아카브레라가지켜보는가운데1936년에스파냐마드리드에서세상을떠났다.1974년그의유해는카라카스로송환되었고,1989년탄생100주년을맞아베네수엘라의국립묘지에안치되었다.

목차

머리말_009

블랑카니에베스와주변사람들_029
손님들이온다_040
마리아나비매듭_049
사촌후안초가여기오다_086
비센테이_122
“사탕수수제분소는끝장이야!”_166
누베데아과와누베데아기타_181
아우로라_204

해설|기억의초상화-도래할시간을찾아서_231

출판사 서평

꼬깃꼬깃한오백여장의원고뭉치에서
무한히증식하는이야기

『마마블랑카의회고록』이출간된1929년의베네수엘라는농촌공동체가무너지고산업화사회로급격히이행되던시기였다.자연스레문학의주된담론역시‘전통이냐문명이냐’에대한해답찾기를중심으로전개되었다.그러나테레사데라파라는이에대해성급히결론짓지않고,시간을되짚어유효한삶의가치만걸러내는방식으로베네수엘라의현재를그려냈다.그로부터다시100년가까이지나비로소우리에게전해진이소설은,시간이흘러도사라지지않는삶의소중한감각이무엇인지끈덕지고흡인력있는언어로들려준다.

마마블랑카라는이름은열정으로불타오르는내입술에서는좀낯설게느껴지지만,너그러운마음씨에늘미소짓던할머니에게는너무잘어울리는것같았다.그건그녀의맏손자가할머니를그렇게부르면서붙은이름이었다.(10쪽)

일흔살이넘은‘마마블랑카’는열두살도채되지않은소녀와우정을나누며,리넨종이오백여장에기록한자신의‘기억의초상화’를소녀에게남긴다.‘아무에게도보여주면안된다’던(자식들에게까지!)그원고는소녀에의해회고록으로출판된다.회고록에담긴마마블랑카,그러니까‘블랑카니에베스’의삶은사탕수수농장인‘피에드라아술’에서시작된다.여섯자매중셋째였던그는,곱슬머리에집착하며틈날때마다그의머리를말아대던엄마,바람잘날없던자매들과의일상,자매들을늘즐겁게해주던‘사촌후안초’,좋은친구이자우직한일꾼이었던‘비센테이’,클럽이자극장이었던사탕수수제분소,나무이파리나돌멩이같은자연의장난감과더불어낙원같은시절을보낸다.하지만가족과함께대도시인카라카스로이사하면서그의삶은급격히전복되고마는데…….

“알다시피그건네게주는거야.내자식들과손자들에게바치는글이니까당연히그아이들에게물려주려고했지.그런데그아이들은‘와,할머니물건이다!’라고말하면서슬며시웃고나면,한번도들춰보지않고구석에처박아둘것같은예감이들더구나.그아이들을위해서쓴글을네게물려주려는것도바로그런이유야.원하면읽어봐.하지만아무에게도보여주면안돼.”(23쪽)

‘할머니가들려주는옛날이야기’라는익숙한외피를지녔음에도『마마블랑카의회고록』은당시의독자들을매료시키며고전으로서의외연을넓혀나갔다.이것은소설이단순한노스탤지어에머무르지않고,할머니가풀어내는이야기를통해무한히증식하는삶의지도를부단히그려냈기때문이다.여기에한사람의생을고스란히드러낼때가장효과적인‘회고록’이라는서술방식과문명이래가장뛰어난스토리텔러로서의지위를인정받은‘할머니’라는화자가결합해소설의완성도를높여주었다.

마마블랑카는가감없이,거침없이자신의기억을거슬러오른다.“착하기그지없는큰언니”부터악다구니를쓰며다퉈야했던둘째언니‘비올레타’,여섯자매를훌륭하게건사하지만“여자는아름답게보여야한다는고된의무”감에빠져곱슬머리만들기에집착했던엄마,그리고아들이태어나면자기이름을물려주겠다며대놓고아들을바란아빠까지마마블랑카의어린시절을이루는인물들이모두아름답고이상적이기만한것은아니다.그러나마마블랑카는“몽상이피어나기좋은”“평화로운농촌”이자“음악과시가울려퍼지는무한한세계”인그곳에서“삶이우리에게주는것이아니라약속하는것때문에멋지고아름답다”는값진진실을차츰깨닫는다.캐릭터의향연이라고할수있을정도로개성있고빛나는캐릭터들로가득한이소설에서특히‘비센테이’의존재가특별한데,스스로를낮춤으로써고귀한삶의가치가무엇인지를넌지시일러주기때문이다.농장에서잡역부로일하며제대로된이름대신곤충의종류인‘이’라고불리지만,“당당한사명감으로인해가장강한사람”이자자매들의“철학및자연과학선생님”의역할까지해낸다.그가몸소실천하는삶의철학들은그어떤위인들의가르침보다강렬하고인상적이다.

나폴레옹이나볼리바르와마찬가지로작은신장은그에게별도움을주지못했지만,그로서는굳이그런도움이필요하지도않았다.다른조건들이그를훨씬더크게만들어주었으니까!(158쪽)

당신이말하지못하는
당신의이야기를되돌려드립니다

마마블랑카와자매들은자연의소리와향기가경계없이드나드는사탕수수제분소를“클럽이자극장인동시에도회지”로여기며이곳에서보내는시간을“더없는행복”이라고말한다.“불가사의한일도,숨을곳도없”던사탕수수제분소는후에마마블랑카의가족이대도시인카라카스에서자연의리듬을잃고기계처럼반복되는삶속으로침잠하는것과극명한대조를이룬다.회고록을넘겨받은소녀가‘마마블랑카’라는이름이결국“모든연령과성별,그리고모든조건의사람을가리키게되었다”라고말한것처럼,추천사를쓴소설가김인숙이“마마블랑카.당신은혹시나예요?”라고되물은것처럼우리는누구나쉽게꺼내놓기어려운,혹은남은생에동력을주는어린시절의기억을간직하고있다.그래서일까?100년이라는시간을건너우리에게도착한낯선베네수엘라의소설이지금의우리에게도미덥게느껴진다는사실이놀라우면서도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