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모든 개

내 인생의 모든 개

$15.00
Description
털로 뒤덮인 안전하고 완전한 세계,
나를 살리고 기른 열네 마리의 개
캐서린 맨스필드, 버지니아 울프가 극찬했던 영국의 소설가 엘리자베스 폰 아르님이 남긴 유일한 에세이. 다섯 살부터 일흔 살까지, 시기별로 기른 열네 마리의 개를 통해 자신의 인생 전체를 되돌아보는 독특한 형식의 연대기이자 연대(連帶)의 기록이다. 작가가 기른 개들의 사진을 본문에 삽입해 생생함을 더했다. 자전적인 소설로 사회의 부조리와 여성이 처한 현실을 드러낸 아르님은, 그러나 비소설의 소재로는 두 번의 결혼과 여러 남자관계, 수차례의 출산과 육아, 양차 세계대전과 잦은 이주라는 경험을 뒤로하고 ‘개’를 선택했다. 오직 개만이 완전한 사랑을 주고받은 존재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뿐만은 아니다. “약점, 후회, 타협의 순간조차 숨기지 않는 솔직함, 그리고 위트와 지혜로 반짝이는 이 고백록을 따라 읽고 나면 한 여성의 모습이 마지막에 남는다. (……) 개라는 존재를 진정으로 사랑함으로써 자신이 누구인지 더 잘 알게 된 용기 있는 얼굴이”라는 정이현 소설가(추천사)의 말처럼, 개들은 아르님 자신을 오롯이 비추는 거울이었다. 아르님은 개를 통해 스스로의 삶을 정의하며 독자에게 이런 질문을 남기는 듯하다. ‘당신의 인생은 무엇으로 되돌아볼 수 있나요?’
저자

엘리자베스폰아르님

ElizabethvonArnim

1866년호주시드니에서태어났다.어릴때이름은메리애넷뷰챔프.1891년이탈리아여행에서만난독일귀족헤닝아우구스트폰아르님슐라겐틴과결혼했다.결혼후부터‘엘리자베스’라는이름으로본격적인창작활동을시작했고,첫소설이자자전적인작품인《엘리자베스와그녀의독일정원》(1898)으로엄청난성공을거두었다.그러나이후의삶은녹록지않았다.과격한성격의남편과는별거끝에사별했고,제1차세계대전으로인해발이묶였으며,병에걸린자식을먼저떠나보내기도했다.허버트조지웰스와교제하고,버트런드러셀의형인프랭크러셀과의재혼하는등여러남자와관계를맺었으나그런것들은그의삶을충만하게만들지못했다.70대에접어든아르님은완전한사랑을주고받은유일한존재인개에대해쓰기로결심했고,평생에걸쳐기른열네마리의개를통해자신의생애를조망한에세이《내인생의모든개》(1936)를펴냈다.그밖의주요작품으로는장편소설《고독한여름》(1899),《비라》(1921),《4월의유혹》(1922),《사랑》(1925),《스케핑턴씨》(1940)등이있다.제2차세계대전이한창인1941년에미국사우스캐롤라이나주찰스턴에서세상을떠났다.

목차

제1장_007
제2장_089
제3장_159

해설|예술가를성장시킨네발달린동반자들_238

출판사 서평

일흔의소설가가자신의인생과나란히놓은
유일한글감,‘나의개’

엘리자베스폰아르님은지난달출간된《4월의유혹》으로국내에온전히처음소개되었으나,당대에는제인오스틴과비견되는인기작가였다.결혼후부터본격적인창작활동을시작한그는첫소설《엘리자베스와그녀의독일정원》으로엄청난성공을거두었고,이후특유의재기발랄한문체로스무권에달하는소설을펴냈다.여성의역할이특히제한되었던시대에귀족가문의여성으로살아가면서아르님이소설의주된주제로삼은것은여성의독립과자기발견,행복의추구였다.이를위해그는자신의실제삶을소재로적극사용했는데,‘분노의남자’로묘사되는첫번째남편과의결혼생활을바탕으로쓴《엘리자베스와그녀의독일정원》,병적인나르시시스트로그려지는두번째남편과의결혼생활을다룬《비라》가대표적이다.이렇듯자신의개인사를드러내는데거리낌없던아르님이정작일흔의나이에자서전에가까운에세이의소재로‘개’를선택했다는사실은뜻밖이다.소설가의에세이라면‘소설’이나‘소설쓰기’를중심으로진행되는것이일반적일텐데,개라니!이는단순히개를찬양하고개를향한사랑을고백하기위해서는아니었다.

누가해묵은슬픔을글로쓰거나생각하고싶겠는가.슬픔을한구석으로밀어내고침묵으로덮은채거기에서얻을수있는교훈만끄집어내취한다음,등을돌려내게아직남아있을지모를행복을마주해본다.(161쪽)

아르님은과격한성격의독일귀족과결혼했다가별거끝에사별했고,출산과육아를반복하는과정에서병에걸린자식을먼저떠나보내기도했다.재혼후에도가정생활은순탄치않았으며,여러남자와맺은이런저런관계도그의삶을충만하게만들어주지는못했다.거기에양차세계대전과그에따른제약까지,아르님의삶곳곳에는커다란구멍이나있었다.비틀거리고휘청거릴때마다개들은기쁨을,아름다움을,깨달음을주며아르님을붙잡아세웠다.그에게“삶을놓아버리기보다는다음모퉁이에무엇이있을지기다려보는것이현명하다”라는깨달음을가져다준것역시개였다.이것이아르님이거듭‘이책은자서전이아님’을강조하면서개들뒤로한발물러나는까닭이다.슬픔이아닌깨달음을,지난이별에대한절망이아닌다가올삶에대한결연한다짐을적고자했던것이다.


“개들은항상나자신을돌아보게한다.”
네발달린구원,자유와사랑의구심점

아르님이살았던빅토리아시대는성역할이고정되어있었고,여성에게는특히엄격한규율이적용됐다.더구나아르님은귀족가문의여성으로서‘우아한예절’을배우고익히기를요구받았다.자신도모르는새에사회가만들어둔틀에맞춰져가는아르님을각성시킨것은개였다.그는“마침내내가얼마나바른행동을요구하는규율에깊숙이길들었는지깨닫기시작한것은처음으로개들이굉장히자유로운동물이라는사실을알게되고부터”라며,어떤것도기대받지않는개를부러워하기까지했다고고백한다.몇몇대목에서‘개’는자유의또다른표현으로읽어도무방한데,가장도드라지는것은아르님의행동반경을집안으로제한하는남성들(아버지,남편들)과달리개들은드넓은들판으로그를끌어내고어린아이처럼뛰어놀게만든다는점이다.가부장적이고엄격한인물로묘사되는아르님의아버지가개를키우는것을허락하지않았고,어머니는개의존재를인지하지조차못했다는점,임신과출산에몰두하는동안은개를돌보지못했다는사실또한같은맥락에서해석할수있다.
자유는솔직함으로이어진다.아르님은자신이겪은다른민감한문제에관해서는이책이자서전이아니라는이유로언급을피하거나뭉뚱그리면서도,개에관해서만큼은자기생각과감정,행동을진솔하게털어놓는다.깊이사랑했던개뿐만아니라제대로돌보지못한개,더는사랑하지않게된개에대해서까지도담담히고백할때의아르님은싫은소리를하지못해손님들을맞고,대접하느라고생하면서‘책을끝낼수있도록모두떠나주면좋겠다’고생각만하는아르님과는사뭇다르다.아르님은자기감정에충실했고,과거의미성숙한모습마저피하지않고마주했으며,이해받기어려운부분까지도가감없이써냈다.개들을통해완전한자유와온전한사랑을경험하고열네번의만남과이별을통해성장한작가의이야기를따라가다보면,《내인생의모든개》가작가가기른열네마리의개에관한이야기에서,한인간을길러낸열네마리의개에관한이야기로달리읽힐지도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