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만드는 사람 : 국토 역사 정체성을 만든 근대국가의 기획자들

지도 만드는 사람 : 국토 역사 정체성을 만든 근대국가의 기획자들

$24.81
저자

설혜심

저자:설혜심
연세대학교사학과를졸업하고미국캘리포니아대학에서〈16~17세기영국온천의상업화〉로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연세대학교사학과교수로재직중이며,교육인적자원부베스트티처상과연세대학교최우수강의상,최우수업적교수상,최우수교육자상등을수상했다.설혜심은끊임없이새로운주제를발굴하여인간의삶이중심이된역사를연구하는사학자다.우리삶의모든것이역사학의주제가될수있다고생각하며,익숙하지만역사책으로는쉽게만날수없는주제를통해독자들과대화를이어가고있다.그동안《소비의역사》,《그랜드투어》,《인삼의세계사》,《애거서크리스티읽기》,《역사,어떻게볼것인가》,《온천의문화사》,《서양의관상학,그긴그림자》,《제국주의와남성성》(공저)등을썼다.

목차

책을펴내며
이책을위한연표

들어가며

1부읽는지도
1장릴런드가세운초석
존릴런드의실성|하나의공간:릴런드가그린영국|영국의물질적토대|역사,국토,사람
2장아서왕논쟁과영국의역사서술
아서왕논쟁|16세기영국의역사서술:역사학의혁명?|휴머니즘과새로운역사학
3장옛것연구와역사지지서의부흥
옛것연구:역사지지서의탄생과발달|윌리엄해리슨의《영국묘사》|존스토의《런던개관》|윌리엄캠든의《브리타니아》

2부보는지도
4장르네상스와지도의발달
고대와중세의지도|지도-지각의발생|헨리8세시대의지도제작혁명
5장근대초영국의지도
크리스토퍼색스턴의《대아틀라스》|지도제작의후원자들|해외지도
6장지도와국가정체성
사적차원의지도제작|국민?혹은국왕?|지도의프로파간다|존스피드의《대브리튼제국의무대》

3부듣는지도
7장영국인상:튜더-스튜어트시대외국인의여행기
영국을방문한사람들|환경,생산,부|역사와공간|사회제도와풍속|사람과기질

8장17세기후반‘영국성’의형성과정
외국인의여행기와영국인의대응|소르비에르의《영국여행》|스프랫의《‘영국여행’에대한고찰》|에블린-소르비에르-스프랫과영국의국가정체성만들기
9장본것,볼수없던것,자랑삼았던것
옥스퍼드대학과케임브리지대학|영국의역사지지서가다룬두대학의특성|외국인의여행기에나타난두대학|타자의시선을조형하는주체

나가며

본문의주
참고문헌
이미지출처및소장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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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1.만들어진공간의이미지
―우리는언제부터국토를‘공통의역사적공간’으로인식했을까?

우리는한번도가본적없는곳이라도그곳에대한이미지를떠올릴수있다.매체가보여주는시각정보뿐아니라,다른이에게들은이야기,노래가사,평양냉면과전주비빔밥같은지역이름이붙은음식등을통해만들어진이미지다.그런데개인적경험을통해서가아닌‘찬란한백제얼이살아숨쉬는○○시,’‘다산의얼이깃든실학의고장○○시’같이역사와장소를접목해의도적으로공간의이미지를만들어주입하는사례도있다.이책은이런특정공간에대한개념혹은이미지는누가,언제,무엇을근거로만들었는가하는궁금증에서시작되었다.
사람들은언제부터자신들이살고있는공간을‘공통의역사적공간’으로인식하기시작했을까?오늘날우리가떠올리는‘국토’라는공간과그이미지도누군가에의해만들어진것이아닐까?그것을밝히기위해영국사가설혜심교수는16세기영국으로거슬러올라간다.국토를인식하기시작하는시점은영국에서유럽최초로근대국민국가의원형이탄생한시점과일치한다.16세기초영국은로마교황청과단절하고국교회를수립,수도원을해산하는등전례없는변화속에놓여있었다.영국국왕과정치엘리트집단은유럽대륙의휴머니즘을적극받아들이며자국의역사를새로이쓰고사람들을통합할새로운대상으로‘국민’과‘국토’라는개념을만들어갔다.

이책에서는근대국민국가를형성하는중요한요소이지만관련연구에서상대적으로주목받지못했던‘국토’라는개념과그것이만들어지는과정에서‘지도’가수행한중요한역할에주목한다.

국민통합을다룬한연구는국민을문화적으로통합하는전제와요소로다양한국민적상징,국가,국기,역(曆),국어,역사편찬등과더불어지리지편찬을꼽고있다.즉,국민을만드는과정에서는시간,습속,신체,언어와사고의국민화에선행하는공간의국민화가나타난다는것이다.국가는국경선으로구별된영토,즉정치적·경제적·문화적공간으로사람을회수함으로써과거의백성을새로운국민으로만든다.이맥락에서지리지는국토라는공간에사람을연결시켜국민으로거듭나게만드는작업을맡는다.―〈들어가며〉중에서(20쪽)

‘국토’라는개념을만드는데가장큰공헌을한것은역사지지서와지도였다.르네상스휴머니즘의영향속에서고대지지서의가치가재발견되고,이것이연대기적전통과결합하여역사지지서라는독특한장르가발달하게되었다.지도의발달또한르네상스적배경에서이해할수있는데,여기서지도는실제공간을객관적으로묘사한것이기보다국토에대한담론을형성하는매개체로,의도를투영하며만들어진것이다.따라서이런역사지지서와지도를통해인식하게된국토는철저히관념적인산물이다.영국이라는지리적공간이사람들에게의미가있는‘장소’로서자리매김하게된것이다.그리고이제영국성은‘국토’라는장소와연결되기시작했다.―〈나가며〉중에서(252,253쪽)

2.근대국가기획에앞장선‘지도를만든사람들’
―읽고,보고,듣는지도로살펴본역사,국토,정체성의형성과정

이책은〈읽는지도〉,〈보는지도〉,〈듣는지도〉등3부로구성되어있다.각부에서는역사지지서를쓴지식인들,국토를지도로그려낸지도제작자들,영국정체성의담론을만들어낸사람들을내세운다.이책의제목인‘지도만드는사람’으로통칭한이들은국경안의사람들을동질적인문화권으로편입하려는근대국가의기획에앞장선사람들이었다.
〈읽는지도〉에서는근대초영국에서국가라는공간을사람들에게인식시킨기초적인작업으로‘역사지지서’와그저자들에주목한다.가장먼저헨리8세의명을받아전국을돌며상세한기록을남긴존릴런드가국토에어떻게역사를접목했는지살펴본다.또유럽대륙의휴머니즘의영향아래윌리엄해리슨,존스토,윌리엄캠든등영국지식인들이어떻게국가를인식하고자국사를강화하며,역사지지분야와지도제작을함께발전시켜갔는지,그들의대표저서를통해톺아본다.
〈보는지도〉의중심인물은최초로‘영국전도’를제작한크리스토퍼색스턴이다.지도를국가기밀로취급했던다른나라들과달리영국에서지도는인쇄와출판을통해국민에게보급되었다.색스턴의지도를포함해강력한왕권의후원을받아제작된지도들을살펴보며,지도가어떻게바람직한국민의상을만들고,국토를시각화해보여주었으며,바깥다른세계에대한개념과이미지를전달했는지분석한다.

〈듣는지도〉는영국을방문한외국인들이들려주는영국인상을통해영국의국가·국민정체성형성과정을살핀다.국가나국민정체성은보통18세기이후근대국가의산물로보는시각이많다.그러나여기서는여러외국인의여행기를통해16세기집단정체성의조형작업이활발하게이루어지고있었음을밝힌다.이책에서주목하는점은외국인들이남긴인상상당부분이영국의역사지지서,곧영국인스스로생산한담론에기대고있었다는점이다.이런영국정체성의형성과정에서드러나는모호한타자와주체와의관계를밝히고,그역학관계와담론의진화를추적한다.

헨리8세의명을받고이루어진릴런드의답사는새로운형태의국가를건설하고자하는국왕의의지에다름이없다.…더욱이《답사기》는국가의공간인영토그자체를주목하는새로운장르를탄생시켰다는점에서큰변화를가져온선구적작업이었다.또한이작업은사건을이해하기위해지지를동원하는것이아닌,지지를통해역사적사건을심거나되살리는시각의전환을보여주고있다.따라서릴런드의《답사기》는로마와의단절이후새로운정체성을만들어나가야했던튜더왕조의‘국가’와‘국민’만들기기획의두드러진예가될수있다.―〈1장릴런드가세운초석〉중에서(63쪽)

영국역사에서영국의국민정체성창출에기여한가장중요한지도로크리스토퍼색스턴의《잉글랜드와웨일스주들을망라한대아틀라스》(1579)가꼽힌다.빅터모건은이지도를“새로운차원의지도학적성과이자잉글랜드의시각적이미지를결정한것”이라고평가했고,리처드헬거슨은이지도가인쇄를통해사회전반으로확대되었던측면을강조하며“영국인들이자신들이살고있는물리적왕국을효과적으로시각화하고관념화한소유물을처음으로갖게되었다”라고말했다.
―〈5장근대초영국의지도〉중에서(178쪽)

정체성이라는것이대화적관계속에서만들어지는것임을감안할때,외국인이본영국인의특성은온전히외국인이독자적으로만들어낸것이라고만볼수없다.때로는영국인들이주었던인상과정보가외국인들에게영국적정체성을인식하게하는기초로작용하기도하고,거꾸로자신들을바라보는외국인의시각을인지하는순간부터영국인들은자신들의정체성을재고하는단계로진입하기도하는것이다.따라서영국적정체성의형성과정을정교하게고찰하려면영국인과이방인이어떤방식으로대화적관계를맺었는가하는문제를살펴보아야할것이다
―〈8장17세기후반‘영국성’의형성과정〉중에서(295,296쪽)

3.현실을모방한지도,지도를따라가는현실
―지도가‘객관적’이라는믿음을뒤흔들다

이책에서는지도가현실을그대로보여주는것이아니며,지도가나타내는공간은실제공간과그것을담아내는도면,나아가지도를보는사람과제작하는사람의역학관계에서만들어지는산물임을강조한다.그런데지도에그린국경선으로영토가정해지는,현실을모방해만들어진지도에의해거꾸로현실이지도를따라가는일이벌어졌다.저자는이렇게국가의영토를만들어내는지도

덕분에지리학이근대학문의총아로떠오르게되었다면서,이런맥락에서지도제작사업은국가나국민정체성형성에기여하고,지리교육은이데올로기학습의성격을지니게됨을지적한다.
더불어지도에그려진그림이나다양한이미지로나타난지도의사례를파헤치며지도가인종,계층,성별등‘타자’를드러내고자국의이미지를포장함으로써더욱경계가분명한‘국가’라는공간을인식시키려했음을보여준다.이책에실린50여컷의16~17세기에제작된지도들,지도첩의표지,지도가그려진국왕의초상화등의도판을통해지도가말하고자하는,혹은지도제작자가지도에담으려했던의미를독자들도직접확인할수있다.

지도는같은공간에대해서도표현하는사람에따라전혀다른방식으로그려지며,읽는사람역시자신이가진세계관을통해서지도의기호를해독하게된다.이런맥락에서지도는세계그자체가아니라인간에의해포착된세계의개념이며상(image)일뿐이다.따라서객관적인지도나지도학이존재한다는것은그야말로희망사항에불과하다.―〈들어가며〉중에서(22,23쪽)

르네상스이후지도는과학적인시선이라는포장속에서더큰권위를발휘하게되었다.…이렇게관념화된공간은지리적이거나물리적이기보다는감정적인어떤것이되어국토에대한정서적감정이배양될수있게만든다.‘아버지의땅(fatherland)’이나‘모국(motherland)’과같은단어들이국토에접목되기시작하는것이다.국토가감정적영역으로자리잡으면서국토에대한침범은자신이나가족에대한침해와동일시되게된다.이제영역국가는정서적인차원에서국가에대한충성의감정을자연스럽게유도할수있게된것이다.―〈나가며〉중에서(353,354쪽)

당시인종은신체적특성이아니라사회적특성과연관된개념으로,계보·문명·종교·국가나민족과관련되어표상되는것이었다.그런데지도에지구상의공간을표현하고,그곳에살고있는사람들을그려넣음으로써이제인종은사회적특성뿐만아니라지리적인요소와도밀접한관계를맺게되었다.나아가이러한인종의시각화는인종간구분이라는모호한개념을분명한사실로받아들이게하는효과를불러왔다.지도에인종이그려지는것은인종에대한지식이공간화되는것으로,유럽인들은이제인종을이해할때그들이살고있는장소적특성이나얼마나먼곳에살고있는가와같은지리적요소들을고려의대상으로포함하게된것이다.―〈5장근대초영국의지도〉중에서(213쪽)

16세기초유럽의여러나라에서지도는국가정체성을창출하는프로파간다의도구로사용되기시작했다.지도는전쟁의승리를표시하는상징물이고,정치적단위로서각국의지리적위치를분명히해주며,자국의독립적정체와특성을드러내는강력한매체였다.유럽의많은왕실은다른나라에자국의지도를선물함으로써우호적관계를표현하기도했고,거꾸로다른나라의지도를제작함으로써그나라에대한자신들의정치적입장을드러내기도했다.―〈6장지도와국가정체성〉중에서(22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