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슬픔과절망을건너
자기자신그리고세계와화해하는
청각장애소녀메리의빛나는여정
청각장애유무와상관없이모두가수어를사용하는1805년마서스비니어드섬에서메리는제약없이,안전함을느끼며살아가고있다.메리는해방노예나아메리카원주민등몇몇주민이대하기를꺼리는이웃들과도스스럼없이소통하는호기심많고다정다감한소녀다.머릿속에‘한번도들어본적없는음악’을닮은감정과생각이늘흘러넘치는메리의세계는결코고요하지않다.확장된시각과새로운감각으로인식하는세상의모습,직접지어낸다채로운이야기로가득한풍성한세계다.
그러나어느날몇가지사건으로메리의온전했던세계가무너진다.메리의오빠조지가불의의사고로갑작스레세상을떠나고,그사고가자기탓이라는생각에메리는무거운죄책감과슬픔에짓눌린다.메리의가족,특히엄마와의관계에도균열이인다.그러던중젊은과학자앤드루가이섬에유난히난청인구가많은이유를밝히려섬에들어온다.답을찾으려는앤드루의광적인열망으로인해메리는미국본토에서장애인을어떻게대하는지알게되고,처음으로섬밖으로나가‘열등한존재’로취급받게된다.불시에덮쳐온거대한슬픔과절망,두려움앞에서메리는자기자신을,이웃에대한신뢰를지켜낼수있을까?
한편메리는혈통,인종,성별,장애여부등에따라끊임없이사람을나누고차별하는세계에계속해서의문을품는다.마서스비니어드섬에는농인과청인의구분은없지만영국인정착민과아일랜드출신정착민,아메리카원주민,해방노예사이에는보이지않는선이그어져있다.메리는단짝친구나엄마와같이가까운사람들이소수자를향해차별적언사를하는것을경험하며복잡한심경을겪기도한다.단순한궁금증과불만에그쳤던질문들은고통스러운사건을통과하며무르익고,메리는자신만의답을찾는다.
이여정은오빠의죽음을받아들이고,제대로떠나보낼수있는애도의과정과도포개진다.기나긴여정끝에메리는농인이라는정체성을긍정하고,낸시와엄마를비롯한소중한공동체가가진결함을끌어안는동시에이해할수없었던고통스러운이별또한수용한다.“이제내가아는세상은이지도보다훨씬넓어졌다”라는독백은메리의내적성장을압축적으로보여준다.절망적인경험후에얻은이소중한깨달음은폭풍이지나간뒤의깨끗한하늘처럼눈부시고아름답다.
농인작가가농인청소년을위해기획한연작소설,
어디에서나수어를할수있는세상을꿈꾸다
2016년〈한국수화언어법〉이제정되며한국수어가한국어와동등한지위를얻었다.문법체계를갖춘독립된언어이자농인의고유한언어로인정받은것이다.소외되는사람없이온국민이함께소통하려면수어가모든곳에서가능해야하지만,수어통역이제공되는곳은매우드물고,농학교에서조차수어로교육을받기어려운실정이다.
9월23일세계수어의날을시작으로매년9월마지막주는국제농인주간을기념한다.2023년국제농인주간의슬로건은“모든농인이어디에서나수어를할수있는세상(AWorldWhereDeafPeopleEverywhereCanSignAnywhere!)”이다.지금보다훨씬많은이가수어를사용하고,어디서든수어통역이제공되는사회는어떤모습일까?《너의목소리를보여줘》는그러한공동체를상상하는데도움이될낯설고오래된미래를보여준다.
저자는15년가까이공공도서관의청소년전담사서로일하며청각장애인및난청인청소년을지원해왔다.그러면서코로나19팬데믹기간에이들이점차고립되고학업공백을겪는것을지켜봤다.《너의목소리를보여줘》는이들에게희망과용기를전하기위해쓰였다.저자는“빛과어둠이모두담긴메리램버트의이야기를계속이어간다면,이들도소속감을느낄수있으리라믿습니다.”라며후속작을기획,출간했다.메리가역경을딛고우정과연대,기억의힘을깨달아가는과정을보여주는이연작소설은농인청소년은물론자신의가치와정체성을고민하는청소년모두에게용기와지혜를전할것이다.언어를갖지못한청각장애소녀를돕기위해메리가자발적으로섬을떠나며펼쳐지는3년후의이야기,《너의목소리를보여줘2:베일저택의비밀》의한국어판은2023년12월출간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