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저 -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28

은수저 -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28

$15.50
Description
맑은 영혼으로 바라보는 한 시절,
함께 밥을 먹었던 사람들을 기억하며 채우는 삶의 공복

나쓰메 소세키의 극찬. 130만 부 이상 판매. 일본 문학 사상 가장 아름다운 소설이라는 평가. 스테디셀러를 넘어 불후의 고전으로 자리 잡은 『은수저』는 어린아이의 맑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과 자연을 바라본다. 도미, 두부, 가자미, 자두, 밤송이, 담죽 등 음식을 묘사하는 장면에서는 식욕이 돋고, 어린 시절을 가만히 바라보는 장면에서는 추억이 밀려온다. 입이 짧은 주인공을 돌보던 이모가 음식으로 지은 우화를 들려주며 밥을 먹였던 날과 자두 트림이 나올 때까지 자두를 먹었던 기억. 세톨박이 밤을 뒷마당 울타리에 묻은 뒤 소중히 키워, 그 옛날 손자였던 아이들이 몇 소쿠리씩 밤을 따서 자기 아이들에게 먹이는 장면까지. 맑고 개운한 문장으로 차린 『은수저』는 누군가를 어릴 때부터 보살피며 먹여온 사람이 쏟을 수 있는 사랑의 풍미가 얼마나 깊은지 알려준다. 1921년에 출간된 초판본에 수록되어 있던 나카 간스케의 산문 〈나쓰메 선생과 나〉를 처음 번역해 선보인다.

저자

나카간스케

1885년도쿄에서태어났다.소설가이자시인,수필가.1909년도쿄데이코쿠대학문학부영문과에입학하여나쓰메소세키의강의를들었다.이후국문과로전과하여대학을졸업한뒤에도와세다미나미초의나쓰메산방을자주방문하였다.하지만내성적인성품으로소세키문하생중에서는그리눈에띄지않는존재로통했다.그는문단의인맥과는항상일정한거리를두고,특정한파벌에속하지않는고고한문인이었다.또한저명한일본의여류소설가노가미야에코(1885-1985)의첫사랑으로도널리알려져있다.그의첫작품'은수저'(1913)는나쓰메소세키의추천으로'아사히신문'에연재되어뜨거운반응을얻었다.그뒤줄곧침묵하며세속을피하는깊은고뇌끝에소설'제바달다(提婆達多)'(석가(釋迦)의사촌으로,출가하여석가의제자가되었다가나중에이반(離反)하여불교교단에대항하다가살아서지옥에떨어졌다는인물-옮긴이),'개(犬)'(1922)를발표하는한편수필집'연못가'(1921),'조용한흐름'(1926)등을통해'시를생활한다'는독자적인예술의경지를구축한작가로주목받았다.'기러기이야기'(1933)를비롯하여전시와전후의혼란의시대를써내려간'새(鳥)이야기'(1983)는그의만년의청아한심경을말해주는어른을위한동화다.'제바달다'와'개'가성인의미친듯한아집이며질투같은끊기힘든애욕의세계를묘사한데반해이작품들은그가지속적으로추구해온지고한사랑의세계가자유롭게날개를펼치고있다.시에뜻을두면서도산문밖에쓰지못했던그는삼십대중반을지날무렵부터시를쓰기시작하여총8권의시집을남겼다.그의시에는인간의선의식을일깨우는힘과한없는애수가있다는평가를받고있다.1965년,아사히상을수상했고,그해5월3일뇌출혈로타계했다.

목차

전편_007
후편_143

부록나쓰메선생과나_215

해설|아껴먹는마음으로_245

출판사 서평

돌보고먹이는사람이줄수있는사랑의풍미
맑은영혼으로유년을돌아보다

주인공은“날때부터허약체질인데다운동부족으로소화불량에”시달렸다.마치“여왕벌처럼먹을것을입안에떠밀어주기전에는”밥을먹어야한다는걸잊고살았기에“이모를부단히도힘들게”한다.주인공의이모는“뭘먹어도맛있어하지않는”주인공을위해말재간을발휘해음식을먹이는데,이모가어린주인공을돌보며밥을먹이는장면은아름다운문장들로가득차있다.“대합무침은예쁜조개가용궁의공주님앞으로혀를빼고기어온다”는이야기를지어내며먹였고,주인공이어리광을부리며젓가락을들지않으면“채색된작은밥공기”를입에살짝갖다대고“새끼참새야,새끼참새야.아해봐”라고하면서떠먹여준다.
잘성장한주인공이오랜만에이모를만나러가는날.많이늙고눈도어두워진이모는주인공을퍼뜩알아보지못한다.그러다가“이모가환영의마음을어떻게전할지생각할여유도없이생선가게로달려가거기있던가자미를있는대로다”쓸어와“불위에올려둔냄비속에서김이모락모락솟는익힌가자미”를내온다.주인공은더필요없다고말하며가자미를잘라주려하는이모를막지만,이내자신을향해쏟아지는이모의사랑인걸알고는“기쁘기도하고고맙기도한마음”으로가자미를배부르게먹는다.서로를향한사랑이얼마나깊은지알수있는장면이다.
음식에대한묘사도탁월하다.사탕을조금씩빨아먹으면나오는“사람얼굴이녹아울거나웃”는모습.손수만든새하얀두부표면에“연둣빛가루를홀홀뿌려녹아드는것을훅하고쓰유에담뿍”적셔서“다부진간장”의맛과“차고매끈한촉감”을느끼며먹는장면을읽으면당장이라도어떤음식인지찾아보지않을수없다.음식은주인공의마음을대변하기도하는데,《은수저》말미에인사도제대로하지못하고떠나보낸인연에대한아쉬움과그리움에“도담하게잘크라진물복숭아”를손바닥으로가만히감싼채입술에한참을대고있으면서“농밀한표면을뚫고새어나오는달콤한향을맡으며”눈물을흘린다.
언제나“어린아이처럼경탄하며주변사물을”바라보고싶다는주인공의고백처럼《은수저》에는함께밥을먹었던사람들을다시금곱씹으며기억하는한시절이정갈하게차려져있으며,독자가경험하지않았던것을경험하게하고,나아가이를그리워하게하는힘이있다.책에나오는음식,추억,놀이는주인공의개인적인경험처럼보이지만,독자는어느새‘영혼이맑은주인공의시선’을잠깐빌려자신의유년을채색하게된다.유년이생생하든,기억나지않든,혹은생각하고싶지않더라도《은수저》를통해서얻을수있는‘유년’이있다는것.이것이《은수저》가100여년의세월을견뎌지금까지사랑받는작품인이유일것이다.

간스케보다《은수저》를더사랑했던
나쓰메소세키와의인연

둘의인연은도쿄제국대학영문과시절간스케가소세키의강의를들으면서시작된다.간스케는졸업한후에도소세키의집에자주방문했지만,자신의성격상원하는만큼소세키와가깝게지내지는못했으며꽤서먹서먹했다고한다.
소세키는《은수저》를일본문학사상가장아름다운소설이라고극찬했고《아사히신문》에서연재할수있도록추천했다.완벽주의성향이짙은소세키가평가에박하다는것을떠올려본다면이례적인극찬이아닐수없다.간스케는《은수저》‘전편’을연재한이듬해여름‘후편’을써서소세키에게보내는데,존경한다는내용이담긴편지까지받는다.
소세키가죽고,추모잡지에간스케가실었던〈나쓰메선생과나〉를살펴보면소세키가얼마나《은수저》를좋아했는지알수있다.소세키는작품에대한몇가지비평을해주었을뿐아니라“《은수저》를비난하는사람들앞에서홀로변호”했다고전해진다.또한,자신이서문을써도좋으니《은수저》를책으로낼것을제안하기도했다.간스케는“어쩌면선생은나보다《은수저》를더사랑했는지도모른”다고적었는데,100여년이흘러이와나미서점100주년기념‘내인생의문고본’설문조사에서《은수저》가3위에오른것을보면소세키의작품감식안이탁월했음을알수있다.

천천히읽기,깊이읽기
슬로리딩의대표도서《은수저》

1950년일본고베시의한중학교에서국어를담당했던하시모토다케시선생님은《은수저》에나오는역사적인사건,장난감,놀이,노래에대해묻는편지를당시예순다섯살이었던간스케에게보낸다.다케시선생님은정성스러운답변을받는데이를토대로만든수업방식이3년내내《은수저》한권을아주천천히,깊게읽는슬로리딩이다.작품속에역사적인사건이나재미있어보이는장면이나오면그것을집중적으로파고드는방식으로,흔히‘경험하는독서법’으로알려져있다.연날리는장면에서는실제로연을만들어날렸고,오늘날사용하는단어들의어원을거슬러올라가기도했다.이수업은하시모토선생님이퇴직할때까지30년동안이어졌는데평범한공립학교가도쿄대합격률전국1위를기록하며이수업이알려졌고,이후국내에도소개되었다.‘금방배워서써먹는것은금방잊어결국써먹지못한다’라는것이하시모토선생님의지론이었다고한다.한권의책에서파생될수있는무한한가능성을알아차리는태도는어쩐지《은수저》의주인공이자신의유년을대하는,허투루대하는기억없이하나하나정성껏입안에서굴려보는태도와비슷하게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