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29

치즈 -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29

$13.50
Description
마음 한구석에 사직서 한 장씩은 품고 있는
직장인들 앞에 펼쳐진 외롭고 웃긴 치즈의 세계

지금까지 37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며 플란데런 문학의 필독서로 꼽히는 작품. 한 직장에서 30년 넘게 일한 주인공은 “먹는장사는 망할 일이 없어”라는 위험한 부추김과 “회사원에게는 거룩한 뭔가가 없지. 그저 맨몸으로 이 세상에 서 있는 인생들인걸”이라는 자조적인 성찰에 빠져 난데없이 치즈 사업을 시작한다. 유머러스한 문장으로 빠르게 전개되는 서사는, 그러나 “누가 내 발을 밟아도 발끈하지” 못하는 평범한 직장인들에게는 눅진하게 가닿는다. 네덜란드어 전문 번역자인 금경숙 번역가의 직역.

저자

빌럼엘스호트

네덜란드문학에서가장많이읽히고자주인용되는작가중한사람이다.간결한문장과신랄한아이러니를구사하며,주로1930년대중산층의모습을그린작품들을썼다.『9990개의치즈』는그의대표작이다.그의작품들은세계30개국이상에서번역,출간되었고,몇편은연극과영화로도각색,제작되었다.빌렘엘스호트는벨기에안트베르펜에서태어났다.안트베르펜상과대학을졸업한뒤주로광고업계에종사하며글을썼다.『장미빌라』(1913),『환멸』(1921),『도깨비불』(1946)등11편의소설과『초기시』(1934)라는제목의시집한권을펴냈다.플랑드르문학상,콘스탄테인하위헌스상등을수상했다.

목차

등장인물_009
작품요소_011

치즈_013

해설|내인생최고의시절_145

출판사 서평

플란데런문학사에서가장널리읽히는작가
빌럼엘스호트의대표작

플란데런문학사에서가장널리읽히는작가로손꼽히는빌럼엘스호트는은행과조선회사,광고회사등에서일했고,밥벌이를이어가면서도열한편의소설과한권의시집을펴냈다.오랫동안성실한직장인으로서의삶을살아온이력은그의작품에도고스란히드러난다.첫소설인《장미빌라》를시작으로《환멸》,《구원》,그리고광고업계의기만적행태를다룬《설득》까지사업이나직장생활에연관한일련의작품을발표하며작가로서의입지를단단히다졌다.그러나이후로한동안글쓰기를중단하고생업에만전념하는데,오랜침묵을깨고10년만에발표한소설이바로《치즈》다.엘스호트는이소설을단십사일만에써내며사람들을놀라게했는데,그보다더오랜시간마음속에서적어내린이야기가폭발하듯터져나온것이다.30년차직장인인‘라르만스’를내세워회사에만가면주눅이들게되는샐러리맨의심리를코믹하고생생하게그린《치즈》는,다분히작가의개인적인삶이반영된작품이다.라르만스는엘스호트의또다른자아라고인식되고,소설속딸과아내의이름역시실제딸과아내의이름과같다.엘스호트는훗날한인터뷰에서《치즈》를가장흡족한작품이라고언급했는데,아마도보통의직장인이자가장인자신의모습과가장맞닿아있는“내인생최고의시절”을묘사한소설이기때문일것이다.

이책은다른책들보다훨씬더,내삶의단면이고,광고와상업에대한나의혐오감을표현한것입니다.광고라는주제는모사하기엔너무추상적이어서치즈를택했습니다.치즈는모양도있고색깔도있고냄새도나고때로는악취도나지요.생선을택할수도있었겠죠.
게다가《치즈》는내가로테르담에서일하던때,내인생최고의시절을묘사한것이거든요.(‘해설’에서)

라르만스는한조선소에서30년을근속했지만,사장이그의이름을정확히알지못할정도로존재감이없다.라르만스는그럴싸한모임에나가면어쩐지자꾸어깨가옴츠러지고,의사인형에게도,아내와두아이에게도조금은부족한동생이자가장으로대우받는다.그러던중우연히형의친구인‘판스혼베커’로부터“큰돈을벌수있고,당신은그에걸맞은사람”이라는부추김과함께치즈사업을제안받는다.근사한상호와명함,사무실,그리고치즈가가져다줄장밋빛미래에들뜬라르만스는덥석제안을받아들인다.하지만치즈에대한아무런애정도,사업에대한어떠한지식도없이일을벌이면서모든게꼬여만가는데…….

결국돈을제일많이버는사람이최후의승자가되는법.미래는내앞에열려있고,나는치즈에일심전력을다하기로굳게결심했네.(47쪽)

직장인이라면누구나마음한구석에사직서한장씩은품고있을것이다.30년을근속한라르만스에게도조선소를박차고나가고싶은순간이한두번이아니었을터.그러나그때마다“꼬박꼬박월급이나오니”“30년동안종살이”에가까운회사생활을버텨낸다.치즈가열어줄찬란한앞날을그리며사업을시작한후에도의사인형에게가짜진단서를발급받아회사로부터병가를얻는다.어수룩하고엉성해보이는그가이러한최소한의안전장치를마련해둔것은“사회적열등감에대한분노를쏟아내는배출구”라고생각했던아내의조언덕분이다.사업가로서의허황된꿈에부풀어치즈공급계약서조차제대로검토하지않은라르만스를대신해그계약서가언제든‘뻥차일수있는’내용이라는것을짚어준것도아내였다.작가는아내를소설의전면에내세우지않으면서도라르만스가인간성의균형을잃거나서사의바깥으로밀려나지않도록하는중요한역할을맡긴다.치밀하지도영리하지도못한채허세와속물근성에만물들어한바탕소동을벌이고,낡은권위의식에빠져은근히아내를무시하는라르만스를소설적으로비판하고견제한다.
그러나이런인간적인모자람에도불구하고생애대부분을고단한샐러리맨으로서보낸라르만스의삶은존중받아마땅하다.라르만스는늘굶주려있었다.아이들의숙제를봐줄시간도,아내와침대에나란히누워두런두런이야기를나눌시간도항상부족했다.게다가임금피크제에서정점을찍은급여가내리막길로향한뒤로는경제적으로도풍요롭지못했다.그러나무엇보다라르만스가굶주리고목말라했던것은건실한직장인이자가장으로서회사와사회,가족들로부터인정받는일이었다.소설은내내라르만스의엉망진창사업기를우스꽝스럽게그려가지만,그가끝내주저앉으려는순간에이르러서는도리어라르만스를가장높은자리에위치시킨다.등장인물을끝내절망하게하거나결말을뭉뚱그림으로써소설적인물음이나여운을주는작품이있다면,이소설은실패를통해꿈꾸었던자리에이르게하는독특한아이러니를택한다.

“쓰지않아도되는단어는없고,
과한몸짓도없으며,불필요한언급도없다.”

문장에서군더더기를덜어내는일을네덜란드어로‘엘스호트검토’라고부를정도로엘스호트의문장은간결하고정확한것으로정평이나있다.네덜란드의작가이자비평가인메노테르브라크는그의문체를“쓰지않아도되는단어는없고,과한몸짓도없으며,불필요한언급도없다”라며높이평가했다.엘스호트는1934년에《치즈》로,1942년에《연금》으로플란데런문학상을2회수상했고,1948년《도깨비불》로3년제국가산문상을받았다.1951년에는네덜란드어문학에탁월한업적을이룬작가에게수여하는콘스탄테인하위헌스상을받았다.2005년에는‘위대한벨기에인’의플란데런부문에서마흔아홉번째인물로선정되는등현재까지도변함없이사랑받는작가로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