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양식은 어떻게 세상에 왔나 -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0

신들의 양식은 어떻게 세상에 왔나 -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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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각색된 만화로만 전해지던 허버트 조지 웰스의 《신들의 양식은 어떻게 세상에 왔나》를 국내 처음으로 번역해 선보인다. 《타임머신》, 《투명 인간》, 《우주 전쟁》 등 SF의 계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들을 탄생시키며 ‘SF의 아버지’라고 불린 웰스의 숨은 명작 중 하나로, 병약하고 작디작은 화학자와 성장곡선에 집착하는 생리학자가 먹으면 몸집이 거대하게 자라는 ‘신들의 양식’이란 물질을 개발하면서 벌어지는 대혼란의 세상을 그린다. ‘신들의 양식’이 만들어낸 세계가 유토피아인지 디스토피아인지 각자의 감식안으로 가늠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저자

허버트조지웰스

문명비평가이자SF의창시자라불리는허버트조지웰즈는1866년영국에서태어났다.그는7세때발목을다쳐서오랫동안누워있어야만했는데,그지루한시간을보내기위해책을읽기시작한것이동기가되어독서에흥미를갖게되었다.어려운환경으로인해어려서부터가게점원,치과의사보조등여러가지일을하면서자라난그는18세가되던해에런던대학생물학과에진학한다.대학을졸업한후에는과학교사로취직하는동시에대중잡지에과학소설을연재하기시작한다.웰즈의과학소설들은연재가되자마자인기를끌었고,1895년,풍부한과학지식을토대로하여최초로시간여행을써낸『타임머신』이출간되자폭발적인인기를얻어일약유명작가가되었다.그후『모로박사의섬』,『투명인간』,『우주전쟁』,『달세계최초의사람』등을발표하여SF작가로서의위치를굳건히했던웰즈는1946년80세의나이로세상을떠났다.

목차

제1부신들의양식의시작_007
제2부마을을찾아간신들의양식_173
제3부신들의양식의수확물_229

해설|시대를관통하는사유의재료,인간_362

출판사 서평

‘SF의아버지’허버트조지웰스의숨은명작이자
우스꽝스러운캐릭터의이면에담긴철학적물음

가난한집안에서성장한허버트조지웰스는어렵게진학한런던의사범학교에서저명한생물학자인토머스헉슬리를만나과학의매력에빠져든다.이후《타임머신》,《모로박사의섬》,《투명인간》,《우주전쟁》을연이어출간하면서그천재성을인정받는다.‘SF’라는말조차정립되지않았던당시에웰스가보여준뛰어난과학적상상력은사람들을놀라게하기에충분했고,쥘베른과더불어‘SF의아버지’로자리매김하도록만들었다.1904년에출간된《신들의양식은어떻게세상에왔나》는세기말에출간된앞선작품들과독창적인상상력이라는측면에서는궤를같이하지만,서술방식에있어서는좀더진일보한면모를보인다.《타임머신》,《투명인간》같은대표작들이주로중심인물의행적을좇았다면,이소설은‘신들의양식’이만들어진배경부터온세계로퍼져나가전인류에게치명적인영향을미치기까지의과정을따라간다.우스꽝스러운캐릭터와장면들로이루어진스피디한서사는책장을쉬이넘기게만들지만,그이면에담긴묵직하고철학적인물음은오랜여운을남기는작품이다.

“우리는새로운시작의출발선에서있어요.지금존재하는그들의세상은신들의양식이만들어낼세상의서막일뿐이에요.”(271쪽)

소설에등장하는희극작가‘브로드빔’의“과학은유머를죽이죠”라는말에반박이라도하듯이웰스는킥킥거릴수밖에없는어수룩한두과학자‘벤싱턴’과‘레드우드’로부터이야기를풀어놓는다.앞코가터진부츠를신고다니는화학자벤싱턴과“현존하는배우들가운데가장눈에띄지않는사람”보다도더개성없는생리학자레드우드는음식에섞어먹으면‘성장휴지기’를없앨수있는일명‘신들의양식’을개발한다.“적어도식재료로팔수는있을”거라는막연하고순진한계획은,실험용으로‘신들의양식’을먹인닭들과‘신들의양식’에날아앉은말벌등이예상보다훨씬커지면서어긋나고대혼란의서막이펼쳐진다.거대해진닭,말벌,쥐,개미등이인간을공격하는와중에,부모의욕심에의해‘신들의양식’을먹게된아이들마저거인이되면서상황은걷잡을수없는파국으로치닫는다.급기야스스로소인을자처한인간들은거인아이들에게두려움을느끼며총구마저겨누게되는데…….

“꺼져,이거인새끼야!꺼지라고!위험한거인자식!너때문에말들이겁먹는거안보여?꺼지란말이야!”(299쪽)

자신이연구하는분야외에는놀라우리만치현실감없고근시안적인두과학자와혀짤배기소리를내고행동이굼뜨지만자기잇속에는빠른실험농장의관리인‘스키너’가이끄는초반부의이야기는키득키득웃을수밖에없는촌극에가깝지만,자신들이만들어낸거인아이들과도대적해야하는형편에이르러서는자세를고쳐앉게된다.자신이창조해낸괴물을끝내외면하는《프랑켄슈타인》속프랑켄슈타인처럼궁지에몰린인간들은거인아이들의목숨마저위협한다.다만《프랑켄슈타인》의괴물이프랑켄슈타인에대한증오에휩싸여끔찍한복수를저지르는반면,《신들의양식은어떻게세상에왔나》의거인아이들은“이모든게다무얼위한거예요?”라고물으며인간들에게화해를호소한다.하지만돌아오는것은어눌한말투를조롱하는“이모든게다무얼우안거에오?”라는목소리뿐.
두과학자의통제를벗어난‘신들의양식’은세상을온통쑥대밭으로헤집어놓지만,그과정에서드러나는인간들의면면은이보다더참혹하다.마치‘신들의양식’을자기발명품인양행세하는기회주의자‘윙클스’,대중을선도하는데에만앞장서는‘케이터햄’,세상이어떻게되든자신의권리를지키는데에만급급한‘레이디원더슈트’,그리고“어차피세상은늘어지러웠잖아요”라거나“세상의기본적인질서는변치않아”라며자신의것이외에는무관심한사람들대부분의태도가바로그렇다.시종유머와풍자가넘치는이야기끝에인간이이세계에서계속살아갈의지가있느냐는귀중한물음을돌려주는작가적재능은절대로흔한것이아니다.
소설의후반부에는‘신들의양식’이잠식한20여년후의세상이어느석방수의시선으로그려진다.무너진자연의질서때문에수십만명이일자리를잃고정치인들은그럴싸한연설로대중을호도하는데,100여년이지난지금우리의현실과도닮아있어놀라게된다.웰스는과학을소재로삼으면서도철학적인물음을놓지않는묵직한작품들로SF를독자적인장르로발전시켰다.현대의많은SF작품이웰스에게빚지고있을만큼웰스는SF장르에서절대적인위치를차지하는데,《신들의양식은어떻게세상에왔나》역시미하일불가코프의《비운의달걀》에지대한영향을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