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 게이하트 -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2

루시 게이하트 -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2

$15.50
Description
얼어붙은 미래로 가라앉은
한 시절 뜨거웠던 삶들
미국의 대표적인 지방주의 작가이자 퓰리처상을 수상한 윌라 캐더의 소설. 피아니스트가 꿈인 ‘루시’가 고향을 떠나 도착한 시카고에서 국제적으로 유명한 성악가였던 ‘서배스천’의 보조 연주자가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자신을 가두고 있는 얼음층을 깨부수고 나가려는 루시. 깊고 우울한 호수인 서배스천. 날씨는 자신의 인생에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구는 돌산 같은 ‘해리’의 삼중주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한때 뜨거웠던 삶이 지나가고 그 위에 쌓이는 기억과 망각을 촘촘하게 엮어내며, “동경하기를 그만두고 기억하기를 시작하자 삶이 시작되었다”라는 캐더의 유명한 문장을 곱씹게 한다. 쌓여가는 시간 위로 희미해지는 삶을 기억하는 일의 숭고함을 부드럽게 보여주는 캐더의 마법 같은 능력도 엿볼 수 있다.

저자

윌라캐더

저자:윌라캐더
미국의대표적인지방주의작가로1873년버지니아주에서태어났다.1895년네브래스카주립대학을졸업하고피츠버그에서몇년동안신문,문예잡지사일과교직생활을하다가1912년부터창작에전념하였다.네브래스카에서혹독한기후와싸우며개척생활을하는북유럽이주민들과함께보낸10년간은그녀의작품에중요한소재가되었다.캐더는웅대한자연을묘사하는데알맞은위엄있고단아한필치로모든개개인의생활에새겨진인간역사를그렸다고평가받고있다.퓰리처상수상작가이며네브래스카최초의여성유명인사였던캐더는1947년미혼인채로세상을떠났다.
1927년에발표한『대주교에게죽음이오다』는윌라캐더가미국남서부인뉴멕시코지방을여러차례여행하면서구상한작품이다.종교적으로나환경적으로불모지였던뉴멕시코에서두프랑스인선교사가불굴의정신으로이룩한포교의생애를흥미진진하게묘사하는것은물론,소설의무대가되는뉴멕시코일대의웅대한자연환경을그리고있다.
대표작으로네브래스카의대초원을무대로펼쳐지는거대한서사시인『오,개척자여!OPioneers!』와『나의안토니아MyAntonia』가있으며,사라져가는개척자정신에대한안타까움을담은『우리중의하나OneofOurs』로1922년퓰리처상을수상하였다.그밖의주요작품으로서부개척자들중한여인의허물어져가는사랑의생애에초점을맞춘『방황하는부인ALostLady』,지금은사라진뉴멕시코주혈거인종의끊임없는휴식에의동경을그린『교수의집TheProfessor’sHouse』,18세기전반캐나다에서프랑스이주민들의용기와긍지와정열로써살아가는모습을그린『바위위의그림자ShadowsontheRock』등이있다.

역자:임슬애
고려대불문과를졸업하고,이화여대통역번역대학원에서한영번역을전공했다.현재전문번역가로활동중이다.옮긴책으로는《숨을참던나날》,《우리가있던자리에》,《영광》,《더로스트키친》,《가장자리》,《도리언그레이의초상1890》,《두번째장소》,《모든열정이다하고》,《잠못드는밤》등이있다.

목차


제1부_007
제2부_149
제3부_209

해설|깨진빙판으로가라앉은,한시절뜨거웠던삶들_237

출판사 서평

얼어붙은미래로가라앉은
한시절뜨거웠던삶들

미국의대표적인지방주의작가이자퓰리처상을수상한윌라캐더의초역소설.피아니스트가꿈인‘루시’가고향을떠나도착한시카고에서국제적으로유명한성악가였던‘서배스천’의보조연주자가되면서벌어지는일을그린다.자신을가두고있는얼음층을깨부수고나가려는루시.깊고우울한호수인서배스천.날씨는자신의인생에아무런상관이없다는듯구는돌산같은‘해리’의삼중주가인상적인작품이다.한때뜨거웠던삶이지나가고그위에쌓이는기억과망각을촘촘하게엮어내며,“동경하기를그만두고기억하기를시작하자삶이시작되었다”라는캐더의유명한문장을곱씹게한다.쌓여가는시간위로희미해지는삶을기억하는일의숭고함을부드럽게보여주는캐더의마법같은능력도엿볼수있다.

기억에관한소설이자
기억속에서전개되는소설

피아니스트가꿈인루시는고향을떠나시카고에도착한다.우연히국제적으로유명한성악가였던서배스천의공연을보고매료되어그의반주자가되는데까지성공한다.그때서배스천은생을향한열정이식어남몰래무기력과환멸에시달리고있었는데,“생의기쁨이발에”있는듯한루시의빛나는젊음에매료되고,점차둘은인간적인존경을넘어서로에게끌리게된다.
한편고향에서가장부유했던해리고든은루시에게청혼하지만루시는“무언가를지향”하는,뿌리박히느니“뽑혀서내쳐”지겠다는마음을품은여자였다.심지어그때는이미다른사람을사랑하고있었다.지나가는바람같은장난이라고여기는해리를매몰차게거절한다.얼마후유럽투어를떠난서배스천이그곳에서불의의사고를맞닥뜨리고,실의에빠진루시는고향으로돌아왔지만마을에는루시를향한이상한소문이퍼지게되는데…….“다른생과감정”을암시하는별에손을뻗으며압도되었던루시는“즐거운것을향해서두르듯”걸었지만이제는“도망치려고,아니면그저몸을혹사하려고”걷는다.
루시는다시삶을갈망할수있을까?“저먼곳의아득한무언가를향해손을”뻗어붙잡으려하는열렬함을되찾을수있을까?

만약,만약생그자체가연인이라면?(……)아,이제는알았다!루시는가져야만했다.도망칠수없었다.다시세상으로나아가그의정체성을이루는모든것을손에넣어야했다.(192쪽)

《루시게이하트》는기억에관한소설이자기억속에서전개된다.하나의사건과삶을주도적으로서술하는화자가없으며,대부분화자는과거와화해하는데성공하거나실패하고,기회자체를박탈당하기도한다.이때발생하는것이삶과이해의시간차다.
서배스천은모퉁이만돌면생을향한뜨거운마음이되살아나리라믿지만과거에매몰되어있다.자신이“무언가를잃어버릴운명”이라는것을씁쓸하게받아들이면서도나아가고있는루시를자꾸만불러세운다.해리는먹고사는문제에빠져허우적대는사람들에게둘러싸여쪼그라든현재를살아간다.“신변과재산에일어난변화”가아닌다른것으로인생이변할수있다는것을인정하지못한다.루시에게도자신과함께현재에눌러앉자고종용한다.반면루시는“이곳에속하지않는다른생과감정”을갈망하며손을뻗는사람이다.잠재적으로고갈될수없는미래를헤쳐나간다.사회적으로지위를얻으려면‘남자를통과’할수밖에없는세상이지만결코“자신을짓밟을수없다는것을”보여주려고한다.

“이런무례라니,이런모욕이라니,상상도못했다!루시는젊고튼튼했으며,세상이자신을짓밟을수없다는것을보여줄작정이었다.”(205쪽)

날씨와기억
과거를기억하려는태도로서의미래

이런인물들을통해캐더는과거를소거하는것보다기억하는편이더낫다는것을보여주며그들의운명은날씨에크게영향받는다.루시는“추위를외투삼으면”된다고말하며날카로운바람이“뜨거운생의열정을”불어넣는다고느낀다.꽁꽁언강을스케이트로질주할때생기가넘치며뒤돌아보는법이없다.이는서배스천과지냈던시카고에서도마찬가지였는데여름은연습실을내내비워야해서피아니스트로서성장하지못하고,“금방지나갈테니까”라고위로해야하는계절이다.초록빛을짙게물들이며생장하는여름이아니라겨울에더강하고단단한루시가,다시돌아간고향에서맞닥뜨리는것이꽁꽁얼지못해‘갈라지는빙판’이라는건의미심장하다.
루시는“추운날에는살아있다는감각이강렬”해진다고말했다.이를서배스천에게적용시킨다면,한때꽁꽁얼어붙어서살아있다는강렬한감각을지녔으나이제는생을향한열정을잃어버려깊고우울한호수가되었다고할수있을것이다.서배스천은바닥까지긁어모으며과거를추억하지만떠오르는것은후회뿐이다.“어느날아침,잠에서깨면과거의자신으로서잠자리를박차고일어날수있으리라”라고생각하지만그럴수없다는것을자신도어렴풋이알고있다.그렇게서배스천은자신이그토록오래들여다보면호수그자체가되었다.
해리의삶에날씨는어떤영향도미치지못한다.해리는바로그이유로날씨와깊게연결된다.날씨에깊이감응했던루시를이해하지못한채살아야했던그에게루시는“수수께끼”이자“마음속어둠”이었으며,종국에는자신이“종신형”을받았다고믿게하는대상이었다.번역가임슬애는해설에서해리의삶을“루시에관해아무것도알지못했으며무지를통과하는사이평생의사랑은달아나버렸고,남았다고확신할수있는것은오래전에지나가버린자기청춘의편린뿐이라는사실”임을자각하는과정이라고말하면서도기억하기를멈추지않는태도를귀하게여겨야한다고했다.실제로캐더역시해리가소설을끌어가는대목이가장마음에든다고말한적이있다.
과거를기억하는과정이미래라는것을깨달은해리는비로소평생의수수께끼였던과거와화해하고현재로돌아온다.“동경하기를그만두고기억하기를시작하자삶이시작되었다”라고했던캐더의유명한문장을상기해야할때가지금일까.

지나간시대를부드럽게재구성하는
캐더의마법적능력

《루시게이하트》를집필하던당시캐더는자기삶의‘청춘’이종언을맞았다고생각했을지도모르겠다.대표작을집필하며14년간살았던아파트에서지하철공사때문에나오게되었고,아버지와어머니를차례로여의었으며,친한친구가신장병을앓기시작했다.덧없는세월의무자비함이지나간뒤캐더의손에남은것은상실이아니었을까.이를움켜쥐고집필한소설이《루시게이하트》다.하지만캐더는‘명랑한마음’이라는뜻의‘루시게이하트’를주인공으로,심지어책제목으로내세우면서상실을껴안으며살아갈것을다짐한다.“생그자체가연인”이라고생각하며다시걸어갈준비를하는루시처럼.구하고싸우는와중에“그를찾을수”있다고믿는루시처럼.
시카고를활보하던루시는그곳에서자기만의지도를갖고있었다.다른사람은아무리들여다봐도길을찾아갈수없는,루시가포착해낸아름다움이그려진지도였다.이책을읽어나가는동안,탁월하다고말할수밖에없는마지막문단을읽고책을덮는순간,당신만의빛나는기억의편린을가지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