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삶 -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3

메마른 삶 -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3

$14.50
Description
브라질 문학의 거장
그라실리아누 하무스의 대표작 국내 첫 출간
20세기 브라질의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인 그라실라아누 하무스의 대표작이자 그에게 윌리엄 포크너 재단상을 안겨준 작품. 작가도 작품도 국내 첫 소개. 이야기는 극심한 가뭄이 삶의 모든 것을 앗아 간 뒤 “덜 메마른 곳”을 찾아다니는 ‘파비아누 가족’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키우던 앵무새마저 잡아먹은 파비아누 가족은 언뜻 생존을 위해 본능을 따르는 짐승처럼 보이지만 더 나은 삶을 향한 희망을 지켜나간다는 점에서 오히려 인간적이며 숭고함까지 느낄 수 있다. 하무스는 이를 건조한 문체로 묘사하지만 독자는 어느덧 그들의 삶에 푹 빠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반려견 ‘발레이아’의 시선으로 가족을 바라보는 장면이 ‘브라질 문학사에서 가장 뭉클한 에피소드’로 꼽히기도 하는 등 출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으며 일찌감치 브라질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했다.

저자

그라실리아누하무스

저자:그라실리아누하무스
1892년브라질북동부알라고아스주의내륙오지에서열여섯명의형제가운데장남으로태어났다.열일곱살이되던1909년《알라고아스저널》에글을쓰기시작했다.1915년에는리우데자네이루에서여러가명으로저널에기고하는등기자로활동했지만아버지와살기위해다시알라고아스주의파우메이라두스인지우스로돌아와정착했고,1927년에는시장으로당선되어2년간일했다.1933년《카에테스》를발표하면서문단에등단했고,1934년《성베르나르두》를발표했지만이듬해브라질공산주의봉기에가담했다는이유로체포되어리우데자네이루에서복역했다.1936년에는감옥생활을소재로한《고뇌》를,이듬해엔그의대표작인《메마른삶》을발표했다.메마른땅에서시들어가면서도부서지지않는희망을붙잡으며살아가는‘파비아누가족’을그린이작품으로윌리엄포크너재단상을수상했다.《메마른삶》은1963년동명의영화로도제작되었고,‘배고픔의미학’이라불린브라질시네마노부운동의핵심적인작품으로평가받았다.염세주의와건조한문체를특징으로하는하무스의작품들은브라질향토문학의큰줄기를형성했고,지금도세계각국에서번역되거나각색되고있다.그밖의작품으로는소설집《불면증》(1947),사후에출간된회고록《옥중기》(1953),《여행》(1954)등이있다.1953년리우데자네이루에서폐암으로사망했다.

역자:임소라
한국외대포르투갈어과를졸업하고,브라질히우그란지두술연방대학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한국외대포르투갈어과교수로재직중이다.옮긴책으로는《절벽에서젖소를떨어뜨린이유》,《실끝에매달린주앙》,《동카즈무후》등이있고,지은책으로는《원시와첨단이공존하는나라브라질이야기》등이있다.

목차


이주_007
파비아누_019
감옥_032
비토리아어멈_048
작은아이_059
큰아이_069
겨울_078
축제_089
발레이아_106
계산_115
노란제복의군인_126
새떼로뒤덮인세상_136
도주_147

해설|환경난민과기아,그불평등한연결고리_162

출판사 서평

브라질문학의거장
그라실리아누하무스의대표작국내첫출간

20세기브라질의가장위대한작가중한명인그라실라아누하무스의대표작이자그에게윌리엄포크너재단상을안겨준작품.작가도작품도국내첫소개.이야기는극심한가뭄이삶의모든것을앗아간뒤“덜메마른곳”을찾아다니는‘파비아누가족’을보여주며시작된다.키우던앵무새마저잡아먹은파비아누가족은언뜻생존을위해본능을따르는짐승처럼보이지만더나은삶을향한희망을지켜나간다는점에서오히려인간적이며숭고함까지느낄수있다.하무스는이를건조한문체로묘사하지만독자는어느덧그들의삶에푹빠져있는자신을발견하게될것이다.반려견‘발레이아’의시선으로가족을바라보는장면이‘브라질문학사에서가장뭉클한에피소드’로꼽히기도하는등출간부터지금까지꾸준히사랑받으며일찌감치브라질의고전으로자리매김했다.

갈라진땅,그리고메마른삶……
브라질문학의위대한성취이자희망과삶에대한엄숙한찬가

극심한가뭄을피해‘사체가썩는듯한나쁜냄새’라는뜻의카칭가지역을배회하던파비아누가족은마침내버려진농장에도착한다.다시비가내리자돌아온주인의가축을돌보며지내지만곡식은서서히바닥났고,‘파비아누’는자신의몫으로받은가축을다시주인에게헐값에넘기게된다.그과정에서자신은이해할수없는“이자에서비롯된”차이로인해품삯은점점줄어갔다.얼마후에는선술집에서만난‘노란제복의군인’이의도적으로파비아누에게시비를걸어왔고,“어디로끌려가는지도모른채”,그리고왜갇히는지도모른채하룻밤감옥살이를한다.그래도가뭄을피해떠돌던생활과는비교할수없을정도로안정적이었다.‘비토리아어멈’은나무살침대를버리고“모든것을제대로짜맞춘”침대를갖고싶다는생각을하기시작하는데…….

평생을나무살침대에서잠을자야하는걸까?침대가운데나무살에등이배기는두꺼운혹같은것이있었다.(……)처음에는신경이쓰이지않았다.기력이소진되었던데다일에지쳐못위에서도잠들수있었을것이다.그러나점점살림이피기시작했다.(……)부족한것은오직침대뿐이었다.(56쪽)

하지만다시가뭄이시작될징후들이보인다.무리지어날아온철새들은강가나무에둥지를틀고얼마남지않은물을다먹어치웠다.가축이마실물이없었다.땅은서서히메말랐다“나쁜징조”였다.이곳을떠나정착할곳을찾아야할지결정해야했다.
결국길을떠나기로한파비아누가족.이런순간에도그들이끝내놓지않는건‘덜메마른미래’다.파비아누와비토리아어멈은“식량자루를고쳐”메고,“세상은넓어”라고말하며아이들이살아갈미래를생각한다.아이들이“낮은언덕,자갈,말라버린강,가시덤불,독수리,죽어가는가축들,죽어가는사람들이있는카칭가를”잊을수있다는생각에한결가벼워진걸음으로물웅덩이를찾아걸었다.밤이되기전에도착하면물을마시고휴식을취한후“달빛아래여정을이어갈”것이다.그들은“이보다더한일도”겪어냈다.

조금씩희미하게나마새로운삶의윤곽이그려졌다.(……)도시로이주하면,아이들은학교에다니고부부와는다른삶을살것이다.비토리아어멈은흥분했다.파비아누는웃었다.(160쪽)

순환의고리
어둡고척박하지만명료하고심오한

삶과죽음,그리고전승되는세대
《메마른삶》은‘순환의고리’를이루고있다.가뭄을피해이주하는가족을보여주며시작된이야기는“다시목숨을앗아가기위해전속력으로”달려오는가뭄을피해이주하는것으로끝난다.지난이주때기니피그를물고나타나굶주림이지친가족을구했던발레이아는병에걸려“쓸모가없어”졌는데,파비아누와비토리아어멈은자신들도나이가들어쓸모가없어지면“발레이아처럼사라져갈것”임을알고있다.큰아이는우연히‘지옥’이라는단어를듣자그의미를집요하게캐묻는다.예견되는건‘메말라가는삶’의대물림이다.파비아누는다시가뭄이시작되리라는예감에“마치이미시작되기라도한것처럼고된여정의굶주림과갈증을,엄청난고통을미리경험하고있었다”라고말한다.마치숙명론적인태도도엿볼수있다.
각장은독립적인단편소설처럼쓰였지만‘빈곤’과‘황폐’의순환이유기적으로연결되어하나의커다란이야기를만들고,세르탕에서는견계와우계가반복된다.인물들이보내는‘하루’로구성되어있는데그하루가모여삶을이룬다는점역시의미심장하다.“세르탕은계속해서사람들을대도시로(……)파비아누,비토리아어멈,그리고두아이들과같이강하고때묻지않은순수한사람들을도시로보낼”것이라는부분에서알수있듯,종국에파비아누가족은개인이아니라한세대의삶과죽음을상징하게된다.

파비아누는자신이금방사라지지는않을거라고확신했다.(……)그는여러해,100년은족히살게될것이다.하지만배고픔에허덕이며죽든황소의뿔에받혀죽든그는건장한아이들을남길것이며,아이들은또다른아이들을낳을것이다.(30쪽)

이주와정착,불평등한연결고리
하무스는파비아누가족을통해살아가는땅과삶이어떻게관련을맺는지보여준다.“파비아누와비토리아어멈,두아이,그리고강아지발레이아는그땅에붙어살고”있다.파비아누는돌볼가축이없는도시로향하게될거라는생각을하자마자수심에잠길만큼자신의삶이자연에근거를두고있음을분명히하지만그들은뿌리째뜯겨나간다.
세르탕을떠나도시로향하는파비아누는“미지의땅에도달할”거라는희망에행복해하고“그땅의존재를”믿지만사실“어디에위치해있는지조차알지”못한다.그랬기에믿을수있다.어쩌면그들은‘영원히떠돌수밖에’운명일까.더불어파비아누와비토리아어멈은만일도시에정착하더라도자신들은그곳에“갇히게될”것으로생각한다.세르탕에서는모르는게없어작은아이의존경을독차지하는파비아누이지만대도시에서는“집에남아걱정만”하게될터였다.새로운땅을찾는다고하더라도파비아누와비토리아어멈은뿌리내리지못할것이다.이주는끝나지않을테고.
이대목에서독자는환경난민과이주,그리고기아라는불평등한연결고리를떠올릴것이다.번역가임소라의해설에따르면실제로브라질인들은세르탕을“사람이살기어려운척박한환경”이라고생각한다고한다.또한,가뭄과기아를피해이주하는브라질의환경난민을뜻하는‘헤치란치(retirante)’는파비아누가족과같다.살던곳에서언제떠나야할지모른다는불안을안고있다는점도같다.파비아누가족의삶으로현재의기후위기문제를톺아본다면《메마른삶》이여전히유효한,심지어오늘날더욱중요해진질문을품고있다는것을깨닫게될것이다.파비아누가족의끈질긴생명력이언뜻숭고하게다가오면서도씁쓸한뒷맛을감출수없는건,보금자리를떠나야하거나부득이하게그러지못할때최전선에서열악하게살아가야하는‘불평등한순환의고리’가여전히이어지고있어서는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