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을 위한 쾌적한 날씨 -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4

결혼식을 위한 쾌적한 날씨 -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4

$14.00
Description
자신을 속이며 살아가는 삶들이 뒤엉켜 만들어내는
유별나고 괴상하지만 ‘쾌적한’ 결혼식 파노라마
버지니아 울프가 “드물게 완벽하고 개성이 있다”라고 극찬했던 줄리아 스트레이치의 대표작. 작가도 작품도 국내 첫 소개. 울프의 호가스 출판사에서 덩컨 그랜트의 표지 디자인으로 출간되었다. ‘돌리’의 결혼식을 앞두고 모여든 사람들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주는 소설로, 결혼에 확신이 없는 신부와 불쑥 나타나 돌리를 뒤흔드는 전 애인 ‘조지프’, 잿빛 하늘에 거센 바람이 불어드는데 자꾸 날씨가 좋다는 말을 반복하는 신부의 엄마 ‘대첨 부인’까지. 저마다의 이유로 격앙되는 등장인물들은 그것이 자신의 마음 때문인지, 종잡을 수 없는 날씨 탓인지 점점 구별할 수 없게 된다. 상대를 속이는 것보다 자신을 속이는 것이 쉬운 사람들, 그렇게 모두가 자기 자신을 속이고 있어서 어떻게든 굴러가는 삶을 기괴하고 ‘쾌적하게’ 보여준다. 2012년 영국에서 펄리시티 존스가 돌리 역을 맡은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저자

줄리아스트레이치

저자:줄리아스트레이치
JuliaStrachey|1901년인도알라하바드에서태어났다.아버지는동인도철도회사에서일했고,스위스계독일인이었던어머니는줄리아에게충분한사랑을주었다.삼촌인리턴스트레이치는유명한전기작가였고,동생인도러시스트레이치역시소설가로활동했다.다섯살때까지인도에서살았으나부모님이이혼하자영국으로이주해친척들과함께지냈다.기숙학교를다니며버트런드러셀의아내인앨리스스미스와우정을쌓았고,앨리스의독특한유머감각이줄리아의소설에도영향을미쳤다.1932년버지니아울프에게“드물게완벽하고개성이있다”라는극찬을받은대표작《결혼식을위한쾌적한날씨》를울프의호가스출판사에서덩컨그랜트의표지디자인으로출간했다.결혼식날을파노라마처럼보여주는이작품은종잡을수없는그날의날씨처럼어지러운주인공의마음을기괴하고쾌적하게그렸다.이후줄리아는영국의예술가집단‘블룸즈버리그룹’의일원으로많은사교행사에참여했다.이곳에서만난조각가스티븐톰린과결혼했지만그를진심으로사랑하지는않았고4년만에이혼했다.이기간에단편소설을발표해생계를이어나가면서소설가로서의경력을쌓아갔다.줄리아는완벽하게하지못할것같으면시작조차하지않았고,같은내용을조금씩다르게쓰면서어떤글이든잘쓰려고애썼다.그밖의주요작품으로는《일기의조각》(1940),《부두의남자》(1951)등이있다.1979년영국에서사망했다.

역자:공보경
고려대영문과를졸업했다.현재전문번역가로활동중이다.옮긴책으로는《로즈메리의아기》,《셜록홈즈이탈리아인비서관》,《벤자민버튼의시간은거꾸로간다》,《페트록의귀환》,《커튼》,《양들의침묵》,《완벽한여자》,《멕시칸고딕》,《노바》,《제5도살장》,《작은아씨들》,《해리포터마법연감》등이있다.

목차

서문_007

결혼식을위한쾌적한날씨_015

해설|종잡을수없는날씨와마음_130

출판사 서평

종잡을수없는마음을붙들고
초점나간미래로‘행진’

영국3월의어느날.“강한바람이우짖으며휘몰아치고”있었다.돌리의결혼식에맞춰대첨가의시골저택으로사람들이하나둘모여든다.대첨부인은그들을맞이하느라분주하지만벌써다섯명에게“라일락방을준비해뒀어요”라고말했다.어딘가정신이나간것은아닐까.한편결혼에확신이없는돌리는“침실에앉아럼주”를마시고,조지프는연신“결혼을막아!”라고중얼거리며돌리를찾아다닌다.돌리는아래층에서자신을부르는조지프의목소리를듣고,만약지금이라도조지프가자신을사랑한다고고백하면어떻게해야할까고민하지만이미늦었다.시간은없고결정도내려졌다.오후에는남미로향하는배를타야한다.길게뻗어있는결혼식베일을보면서,돌리는어쩐지한꺼번에너무많은것이변하고있다고느낀다.종잡을수없는오늘의날씨처럼.

돌리는끝을알수없는기다란면사포와바쁘게일하는하녀들을돌아보면서놀랍고혼란스러운일이벌어지고있다는느낌을받았다.(60쪽)

《결혼식을위한쾌적한날씨》에나오는모든등장인물은대부분격앙되어있고긴장상태에빠져있다.이혼란을잠재울수있는사람은어디에도없으며,서로얽히면서과잉되기만한다.
“유리정원문이박박갈리는소리를내며”시끄럽게요동치고있는데대첨부인은왜자꾸날씨가좋다고말하는걸까.톰은로버트가신은양말을가지고왜저렇게까지난리를피울까.“별안간소리”를지르는키티는왜그런것일까.로브는결혼식이시작되기도전에취해서이상한소리를지껄이고,벨라이모는하인자랑을늘어놓기바쁘다.오언은돌리의거북이를멋대로풀어준다.그렇게돌리의미래가확정되었다고생각하면,대첨부인이“돌리의결혼식날에날씨가참아름답구나!”라고외운주문은통한것일지도모르겠다.오언은“돈이넘쳐”나는부자니까.
그런데조지프……조지프가대첨부인에게한말은대체어떤의미일까.실언인가.폭로인가.아니면그저별나게굴고싶었던것일까?

“흐으으으으으읍.참희한한사람이야.”(95쪽)

눈부시고씁쓰름한
위층과아래층에서벌어지는코미디

모두가자기자신을속이고있어서어떻게든굴러가는삶의단면을보여주는《결혼식을위한쾌적한날씨》는유리파편을쥐고흔들지만아무도베이지않는코미디다.괴상하지만또유쾌하다.하지만누가이런‘규칙’을어긴다면,그러니까한명이라도제정신을차린다면어떻게될까.
결혼식직후조지프와돌리가껴안고있는것을목격한오언이소심하게“문지방뒤로”물러서지말고둘의관계를추궁했다면.돌리가조지프가서로에게더솔직하게,그리고빠르게마음을털어놓았다면.지금껏다른사람의실수라고생각했던일들이사실자신의잘못이었음을대첨부인이깨닫게된다면.
그러면다른결말을맞았을까.혹시곧장누군가가이렇게외치지는않았을까?

“신경쓰지마세요,(……)술에취해서한소리예요!헛소리라고요!”(122~123쪽)

어떤원고든출판할테니
글을보내주세요

《뉴요커》의한문학편집자는《결혼식을위한쾌적한날씨》를읽고앞으로어떤글이든출간할테니자신에게원고를보내달라고줄리아에게말했고,한동안이책을직원들의필독서로삼았다.《뉴욕타임스》는“대단히특이한유머감각과관찰력,통찰력을보여준다”라고평했다.《결혼식을위한쾌적한날씨》는짧은스케치같지만매력적인색깔과질감,그리고사악할정도로정확한묘사들로가득차있다.바로이런이유때문인지울프는줄리아가언제든원고를“갈기갈기찢어버릴수도”있을것같으며,어딘가“억눌려있다”라고말했다.물론“무척잘쓴글”이라고연신칭찬을한후였다.
‘블룸즈버리그룹’의일원이었던줄리아는그곳에서만난조각가톰린과결혼했지만그를진심으로사랑하지는않았고4년만에이혼했다.결혼기간동안단편소설을쓰면서전업소설가로서활동하며생계를유지했고,이혼후발표한작품이《결혼식을위한쾌적한날씨》다.실제톰린의엄마는대첨부인의모델이었다고한다.줄리아는같은내용을조금씩다르게쓰면서어떤글이든잘쓰려고애썼던완벽주의자였다고알려져있다.그래서일까.독자는줄리아가예리하고유쾌하며신랄하게묘사해둔인물들을따라가다가어느새이결혼식에초대받은사람이되어열렬한박수를보내거나씁쓸한미소를짓는자신을발견하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