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미친 사람들 : 카렐 차페크의 무시무시하게 멋진 스페인 여행기 - 흄세 에세이 6 (양장)

조금 미친 사람들 : 카렐 차페크의 무시무시하게 멋진 스페인 여행기 - 흄세 에세이 6 (양장)

$17.00
Description
체코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이자
다정한 정원가, 유쾌한 반려인
카렐 차페크 산문의 새로운 여정
프란츠 카프카, 밀란 쿤데라와 함께 체코 출신의 위대한 작가로 손꼽히는 카렐 차페크. 차페크가 영국과 스페인을 여행하며 노트에 꾹꾹 눌러쓴 에세이와 직접 그린 사랑스럽고 창의적인 일러스트를 수록한 《대놓고 다정하진 않지만−카렐 차페크의 세상 어디에도 없는 영국 여행기》, 《조금 미친 사람들−카렐 차페크의 무시무시하게 멋진 스페인 여행기》를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다.
차페크는 아무 데나 펴놓고 읽어도 삶의 근사한 비밀을 일러주는 소설 《평범한 인생》과 ‘로봇’이란 말을 탄생시킨 희곡 《R. U. R.》, 가드닝 분야의 고전이 된 에세이 《정원가의 열두 달》, 미워할 수 없는 개와 고양이에 대한 에세이 《개와 고양이를 키웁니다》 등을 통해 국내의 독자들에게도 독보적인 사랑을 받아왔다.
소설과 희곡에서는 주로 미래에 대한 비판이나 철학적인 성찰을 담은 반면, 에세이에서는 키득키득 웃게 만드는 유머와 영화처럼 펼쳐지는 생생한 묘사를 통해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과 번뜩이는 통찰을 전달한다. 특히 영국과 스페인이라는 미지의(차페크는 영국 땅에 발을 내딛고서야 자신이 영어를 한마디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라를 경험하며 남긴 여행기 속에 풍자와 유머, 동물과 자연, 인간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았다. 국내에 처음 번역된 이 두 권의 여행기는 다채롭고 위트 있는 차페크 산문의 매력을 가장 확실하게 느끼게 해준다.

저자

카렐차페크

저자:카렐차페크
1890년체코북부의작은도시말레스바토뇨비체에서태어났다.체코프라하와독일베를린에서철학을공부했고,1915년철학박사학위를받았다.1916년형요세프차페크와함께쓴산문집《빛나는심연》을시작으로소설,에세이,희곡,동화등다양한장르를넘나들며뛰어난작품들을발표했다.동시에체코의일간지《나로드니리스티》,《리도베노비니》등에서저널리스트로일했다.1920년‘로봇’이라는말을세상에소개한것으로유명한희곡《R.U.R.》을펴냈고,1933년부터체코문학의최고봉이자차페크문학의정수라불리는철학소설3부작《호르두발》,《별똥별》(1934),《평범한인생》(1934)을연달아출간했다.일곱차례이상노벨문학상후보에올랐지만,당시유럽을장악했던나치에반대했다는이유로번번이수상하지못했다.그러나차페크는명실공히프란츠카프카,밀란쿤데라와함께체코문학을대표하는3대작가로손꼽힌다.식물과정원의애호가로서《정원가의열두달》(1929),개와고양이의반려인으로서《개와고양이를키웁니다》(1939)같은에세이를쓰기도했고,영국,스페인,네덜란드,북유럽,이탈리아등을여행하며인상적인일러스트와함께여행기를남기기도했다.그밖의주요작품으로는희곡《곤충극장》(1921),장편소설《도롱뇽과의전쟁》(1936)등이있다.1938년나치독일이체코를점령하기몇달전,지병인폐렴이악화되어프라하에서세상을떠났다.

저자:이리나
현재전문번역가로활동중이다.옮긴책으로는《한시간사이에일어난일》,《일중독자의여행》,《징구》,《음식의위로》,《엄마의반란》,《회색여인》,《위로를주는빵집,오렌지베이커리》,《4월의유혹》,《내인생의모든개》등이있고,지은책으로는《삼치부인바다에빠지다》가있다.

목차

남과북급행열차_7
독일,벨기에,프랑스_15
올드카스티야_20
푸에르타델솔_25
톨레도_32
포사다데라상그레_42
벨라스케스의위대함에대하여_47
헌신자엘그레코_52
고야예술의상반된두가지_57
그밖의다른사람들_63
안달루시아_69
세비야의거리들_73
창살과안뜰_80
히랄다_87
알카사르요새_95
정원_101
만틸라_107
트리아나_115
투우_120
일반적인투우_135
플라멩코_152
보데가_170
카라벨라_176
종려나무와오렌지나무_182
티비다보_190
사르다나_196
펠로타_200
몬트세라트_208
부엘타_214

해설|“눈이자신의비전에열정적으로고정된사람은모두조금미친다”_221

출판사 서평

때때로우리에게잘못된일이생길때마다
한걸음더스페인쪽으로

《조금미친사람들》은화가,건축가,만틸라를걸친여인,플라멩코를추는집시,광란의투우사,경이로운구두닦이등열정적이고어딘가조금미쳐있는듯한스페인사람들을따르는여행기다.차페크는관광객의시선이아닌이웃주민의시각으로스페인을바라보았다.특히플라멩코나투우같은스페인고유의문화를각별히존중했다.금방이라도바닥에발을부딪치는딱딱소리가들릴것처럼플라멩코댄서들의움직임을리드미컬한문장으로그려냈고,“책에서조차죽음을가지고장난치는것에조금의매력도느끼지못하는”차페크답게투우가주는복잡미묘한감정을최대한객관적으로묘사했다.황소의목에창을꽂아넣는투우장의풍경은분명우리의마음을어지럽게하지만,모래위로엉키는수많은관중의함성과감정을세밀하고속도감있는언어로풀어내는솜씨는그가왜세계적인작가인지단번에증명해준다.

바로그순간안달루시아기수는이미말을돌려버터덩어리에나이프를꽂듯황소의목에창을박아넣었다.그러자관중이일어나환호했다.그리고책에서조차죽음을가지고장난치는것에조금의매력도느끼지못하는나는,죽음이농담도구경거리도아니라고여기는나는목에무언가가걸린것같았다.물론이는공포의결과였지만,감탄도포함하는것이었다.(133∼134쪽)

차페크에게여행은단순한관광이아닌다른문화와의진정한만남을의미했다.이는오늘날SNS에서누가더화려한지,누가더좋은것을가졌는지,얼마나많은곳을가고맛난음식을먹었는지를자랑하고,다양한포즈를뽐내며‘좋아요’를수집하는자극적인여행과는사뭇달라한층인상적이다.벨라스케스,리베라와함께스페인바로크회화를대표하는화가무리요가그린소년들은전세계박물관에가지런히전시되어있지만,차페크는박물관대신땀흘리는광장과산책로에서이소년들을발견해낸다.비록괴성을내지르며달려드는그들에게동전을갈취당할지라도무리요가만난소년들의얼굴이바로이들과가장닮아있음을생생하게경험한다.

차페크에게는“살아있는사람들의거리야말로가장좋은박물관”이었다.“당나귀가귀를뒤로바짝붙여야”간신히지나갈수있는비좁은골목이나“허름한벽과창살달린창문사이로”설핏비치는하늘이나“자수를놓거나금으로세공하거나보석을박는등모든방식으로미친듯이”장식한교회들을지나치다보면박물관에서만큼이나걸음을자주멈출수밖에없음을유쾌하게드러낸다.나아가“알라신의격렬한글씨와그리스도의십자가,잉카의황금,다양한시대와신들,문명과인종들의삶”이엉킴없이조화를이루는광경을마주할때면“꿈속을걷듯이”스페인땅을거니는스스로를발견하게될것이라고조금들뜬목소리로확신한다.

당신은포도주나기름을실은당나귀를피해가며,창문의아름다운하렘창살을훔쳐보고꿈속을걷듯이걸어간다.꿈속을걷는것처럼말이다.당신은일곱걸음마다멈춰서게될것이다.(33∼34쪽)

차페크와함께관능적이고매력적이며아늑하고다정한세비야거리를걷고,곳곳에무어인의흔적이남아있는알카사르정원을방문하고,만틸라를두른까만눈의여인과사랑에빠지다보면알게모르게우리가스페인을꿈꿔왔음을비로소깨닫게된다.《조금미친사람들》은웃고춤추고채색하고사유하며자기만의세계를만들어가는여행기이자녹아내릴듯강렬한매력의스페인쪽으로한걸음더다가서게만드는책이다.

미치지않고서야가닿을수없는
아름답고숭고한모험의땅

거리는그저지나가는곳이어서“한시라도빨리집에가고싶어하는”(《대놓고다정하진않지만》)영국인들과다르게스페인사람들은삶의매순간거리로쏟아져나온다.그래서스페인의거리는“포도주로가득찬술잔처럼생기넘치”고“세계에서가장매력적”이다.스페인에발을내디딘순간이사실을깨달은차페크는거리와광장,골목과정원에서끊임없이스페인을마주한다.태국의전통춤처럼우아하고기품있는동작으로신발을문지르는구두닦이부터캔버스밖에서살아움직이는벨라스케스와고야의인물들,자정에야문을여는극장과새벽2시에도북적이는댄스홀,가우디처럼“열정적으로자신의영혼을끌어올린기발한”도시의건축가들까지자신의삶과열정을막다른길로내몰길즐기는스페인사람들을만난다.차페크는이들의생활에찬찬히녹아들어“눈이자신의비전에열정적으로고정된사람은모두조금미친다”라는자명한삶의진실에까지가닿는다.미치지않고서야온전히세계를살아내기힘든우리의시선이스페인에자꾸머무는것도어쩌면이때문이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