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늦기 전에 시작하는 생태환경사수업 : 기후위기 시대, 역사 교사의 역할을 찾아서

더 늦기 전에 시작하는 생태환경사수업 : 기후위기 시대, 역사 교사의 역할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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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역사 교육은 얼마나 반영하고 있나?
-‘공해’나 ‘환경오염’ 같은 단어조차 등장하지 않는 대부분의 역사 교과서
-인류 역사에서 그간 추구해 온 가치를 성찰할 기회를 역사 수업이 제시해야
2024년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2030년 21세, 2050년 41세, 2100년에는 91세가 된다. 22세기까지 삶을 이어 갈 청소년들은 현재에도 미래에도 기후위기라는 큰 위협 속에서 살아야 한다. 지속불가능을 넘어 지구의 거주불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지금, 교육의 각 분야를 막론하고 생태 시민성을 기르기 위한 고민과 시도가 필요한 때다.
우리의 역사 교육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얼마나 반영하고 있을까? 그동안 역사 교과서들은 산업화를 경제성장과 연관 지어 개발과 발전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해 왔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의 교과서에는 ‘공해’나 ‘환경오염’ 같은 단어조차 등장하지 않았다. 산업재해, 건강 파괴 문제 등이 사회문제로 부각됐음에도 이를 역사적으로 성찰하는 교육과정이나 교과서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은 미미했다. 그동안 교과서가 인간과 자연의 분리, 문명과 진보, 개발ㆍ국가 주의 서사로 구성되었던 점을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전국역사교사모임에서는 2021년부터 생태환경사 공부 모임을 꾸려 오고 있다. 생태환경적 관점에서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재구성해 수업을 개발하고 있으며, 그간의 시도와 실천을 《더 늦기 전에 시작하는 생태환경사 수업》에 담았다.

기후위기를 의제로 삼는다는 것은 단지 기후사를 더 많이 가르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기후변화를 생태환경이란 더 넓은 차원에서 살피고, 생태 변화를 일으킨 인간적 요인을 짚으면서, 달라진 조건에서 상황의 악화를 막으며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폭넓게 생각해 보자는 것이지요.
… 콜로세움을 보며 화려했던 로마 문명을 누차 설명했으면서도, 그 공간에서 수많은 동물과 인간 대학살이 일어났다는 사실은 얼마나 가르쳤는지 생각해 보세요. 산업화나 경제성장을 힘주어 가르치면서도, 그 과정이 나라 안팎의 자연 파괴와 연결되었다는 점을 놓쳐 버린 데서 출발합시다. 그리고 인간이 자연을 자원으로만 보고 파괴해 온 결과가 이제 지구시스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정도라는 냉엄한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우리가 가르쳐 온 역사 교과서의 서사를 다시 생각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총론〉 중에서(12쪽)

저자

전국역사교사모임

저자:전국역사교사모임
전국역사교사모임은1988년‘살아있는역사교육공동체’를지향하고실천하려는역사교사들이모여창립했다.현재전국2,400여역사교사가회원으로참여해연구모임과지역모임활동을펼치며역사교육현장에새로운바람을불러일으키려노력하고있다.역사교육전문지인계간《역사교육》을꾸준히발행하고있으며,대안교과서인《살아있는한국사교과서》,《살아있는세계사교과서》와교사를위한역사교육론인《우리아이들에게역사를어떻게가르칠것인가》,《역사,무엇을어떻게가르칠까》,《역사교실,역사에서배우고삶으로가르치는》등다수의단행본을발간했다.

목차

총론
생태환경사를공부하고가르친다는것

1부생태환경사수업의출발
1.교사의준비_기후위기시대,역사교사니까잘할수있는일을찾아서
2.세계사수업_세계사교과서를낯설게마주하는시간
3.동아시아사수업_동아시아를넘나들며직조하는생태환경사
4.한국사수업_녹색한국사수업을그리다
5.융합수업_생태환경융합수업의가능성넓히기

2부생태환경사수업의다양한실천
1.그림_소의자리가있는한국사를상상하다
2.설화_설화를활용한생태환경사수업
3.답사_지역의역사를새롭게바라보는생태답사
4.인터뷰_구술인터뷰로산업화와공해의역사돌아보기

3부생태환경사수업의새로운내러티브
1.인류세_새로운세계사를위한밑그림
2.발전서사를넘어_역사를보는틀의전환을향해
3.수업론_생태환경사수업구성을위한단계별접근법

좌담회
생태환경사수업을막시작하려는선생님들께

미주
참고문헌및추천도서

출판사 서평

그림,설화,답사,인터뷰를활용하는풍부한수업실천
-한국사와세계사를넘나들며직조하는생태환경사수업
-생태환경적관점으로구성하는역사수업의새로운서사

이책에는기후위기시대역사교사의책임은무엇인지,생태환경적관점으로역사수업을구성할수있는방법에는어떠한것들이있을지현장성을바탕으로한제언과구체적인사례를담았다.환경동아리운영기같은생활지도에서부터한국사와세계사를넘나들며그림,설화,답사,인터뷰등을활용하는풍부한수업실천을살펴볼수있다.

역사교사들은조선왕조실록을탐구하는과정에서임진왜란을둘러싼날씨와자연재해,전쟁과전염병,기근의뚜렷한상관관계를추론하는가하면,프랑스혁명이일어난18세기가지구의평균기온이크게떨어졌던소빙기임을확인하며일조량감소에따른흉작과지배층의수탈,여기에겹친흑사병이체제저항세력의배경이되었음을짚는다.역사를왕조의흥망성쇠나지배층의결정에좌우되는것으로보는관점에서벗어나기후나미생물과같은생태환경적요인을비롯,다양하고복잡한맥락이역사적사건에숨어있음을사고할수있도록하는것이다.

선조27년6월18일자사관의논평중임진왜란중에역병보다기근으로굶어죽는백성의구제가더긴급하다는내용을읽고전쟁과전염병,기근의뚜렷한상관관계를추론할수있습니다.전쟁과정에서막대한식량을군량미로거두어식량이부족해지고,전쟁과함께발생한흉년은민중을기근속으로몰아넣습니다.면역력이약화된상황에서전염병은이전보다더큰위력을발휘합니다.이런재난상황에서위정자들의역할과공동체의대응에대해질문하고폭넓게이야기를나누는과정에서학생들의사고를확장할수있으리라생각합니다.
-〈설화를활용한생태환경사수업〉중에서(191쪽)

자크리의난과와트타일러의난이일어난14세기중후반과프랑스혁명이일어난18세기후반은지구의평균기온이크게떨어졌던시기입니다.약300년에서400년간추위가지속되었던이시기를소빙기라부르기도합니다.기온하락과함께일조량이감소하면서흉작이이어졌고여기에기근과흑사병까지겹치자사회기반이무너지기시작했습니다.이런상황에서지배층의무거운과세와수탈은농민들에게큰부담으로작용했고이는곧체제에저항하는세력이성장하는배경이되었습니다.
-〈세계사교과서를낯설게마주하는시간〉중에서(51쪽)

한편생태환경적관점으로바라보면역사의변화에큰영향을미친특정동식물이나사물을중심으로새로운서사를구성하는주제사수업이가능하다.아울러그림을사료로활용해동물과자연의존재와위치,인간과인간이외존재의관계와상호작용을이해할수있다.제도사일색인문헌사료로는미처담지못한,혹은배제된이야기가생생하게드러나는텍스트인설화를통해당대민중의자연인식을살피며인간역시생태적그물망에서살아가고있음을이야기할수도있다.

세계곳곳에서면화재배를확대하려는노력이생태환경과인간의삶에부정적인영향을미치기도했는데,이런내용을다루는것이산업혁명과제국주의를둘러싼다양한측면을살펴보는데도도움을주리라생각했습니다.…먼저수업주제를‘면화로보는생태환경사’로정하고,서로다른대단원에속해있는‘신항로개척과노예무역,산업혁명,미국남북전쟁,인도민족운동’네가지의내용요소를끄집어내서학습자료를만들었습니다.
-〈세계사교과서를낯설게마주하는시간〉중에서(64쪽)

시간이지나면서쇠고기를먹고싶어하는사람들이많아지자소를훔치거나허가없이도축,판매하는사람들이늘어났습니다.정부에서는‘우금(牛禁)’이라하여소를함부로죽이거나판매하고먹는행위를처벌하는법령을강력하게시행했습니다.하지만쇠고기수요는점차늘어나하루에도살되는소가500마리에서1,000마리였습니다.정부의금지가큰소용이없었던것이지요.앞의그림처럼쇠고기를먹는주요계층이양반이나권력가였던점도하나의요인이었을것입니다.한편으로는매일많은소를도축할정도로소의개체수가많았고그소를먹일만큼농업생산력이뒷받침되었다고해석할수있습니다.
-〈소의자리가있는한국사를상상하다〉중에서(164쪽)

다시〈예덕선생전〉의예문으로돌아가마지막문장에주목하려합니다.앞과같은언급을통해똥오줌비료가한양의온갖작물을재배하는데없어선안될중요한역할을했음을알수있습니다.…‘인간은매일일정량의똥오줌을배설하는데,왜동아시아에서유독농업자원으로활용했을까?동아시아각국에서는언제부터똥오줌을비료로활용하기시작했을까?…매일배설하는분뇨를소중한자원으로인식하느냐,폐기물로인식하느냐의차이는어디서비롯하며,현재의생태위기에서이질문에는어떤의미가있을까?’등학생들에게다양한질문을던져볼수있습니다.똥을중심으로과거사람들의생태인식과생태계의순환을생각해보도록하는것이지요.
-〈설화를활용한생태환경사수업〉중에서(185쪽)

교육과정과교과서가바뀌어야
적극적인생태환경사수업이가능하다
-생태환경사수업의새로운내러티브를위해

역사를생태환경적관점에서세심하게살피는것은현재인류가처한상황을냉정하게성찰하는일이기도하다.이는학생들이기후위기라는개념과현상에대한이해,개인의노력이부딪힐수밖에없는한계,법과제도변화의방향까지아우르며실천하는생태시민으로성장하는과정이고,여러교과가함께수업해나가야하는이유이기도하다.이에《더늦기전에시작하는생태환경사수업》은다양한교과의협업을통한생태환경적융합수업사례를소개하며각교과의적극적인참여를제안한다.

원진레이온산업재해당사자에대한구술인터뷰로한국현대사읽기를시도한프로젝트수업은산업화라는‘승리의서사’속에소거된듯했지만잊어서는안되는공간의역사와존재들이우리곁에숨쉬고있음을일깨운다.

갈릴레이재판은세계사시간에보통스치듯이언급됩니다.반면융합수업에서는이사례를통해르네상스의인간중심적사고가얼마나혁신적인것인지구체적으로이야기를나눌수있었습니다.역사수업이펼쳐놓은시공간스케일에‘지구과학’그리고‘생활과윤리’에서등장하는지식을접목하자훨씬풍부한이해가가능했습니다.그런면에서얼핏생태시민교육과거리가멀어보이는역사라는과목이어쩌면‘코페르니쿠스적’사고의전환을이루는기회를제공할수있지않을까요?그간문명을이룩하고발전을거듭해온‘시련을극복한인간상’에심취한인류역사를뒤집어볼수있다면말이지요.
-〈생태환경융합수업의가능성넓히기〉중에서(129쪽)

놀라운것은교사가제시하지않았는데도원진레이온산업재해를현재와연관지어인식하는학생들이있었다는점입니다.학생들은SPC사건을비롯해여전히계속되는산업재해,노동자를희생시켜회사를운영하는경영방식의문제점을지적했습니다.현실의문제를인식한후에는산업재해를예방하기위한방법과대책에관한논의까지자연스레연결하기도했습니다.프로젝트를진행하며과거와오늘의만남이라는역사의현장성을느낄수있었습니다.
-〈구술인터뷰로산업화와공해의역사돌아보기〉중에서(227쪽)

2022개정교육과정에는교과교육전반에걸쳐생태전환교육을연계하도록하고생태전환교육을위한고등학교선택과목도신설되었다.그러나이것으로는부족하다.앞으로역사교육과정과교과서에생태환경적관점이더많이담겨야한다.19세기국민국가의필요에서등장한근대역사학과그에기반한역사교육의틀로는지금의위기에대처할수없다.생태환경사교육이개별적시도가아닌교육과정으로자리잡을때교육현장의전반적변화를기대할수있다.교육과정에서강조하는것을가르친다는정당성,생태환경적연구결과를검토하고정돈한교과서서술과의미있는탐구활동이마련되어야현장교사들이부담감을덜고용기를낼수있다.

생태환경사수업은역사학의성과와문제의식에바탕해이를교육적으로재구성한결과물이다.따라서학생을역사수업의중심에세우고,기후위기시대를살아갈청소년들에게새로운역사적상상력을제공하는것이생태환경사수업의중요한역할이다.한국의생태환경사교육은이제첫걸음을내딛은정도로더많은공부와실천과논의가필요하다.《더늦기전에시작하는생태환경사수업》은교사와학생이기존교과서의한계를넘는질문을던지고생각을나누는기회의장을열어생태환경적역사수업의방향성을찾는데마중물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