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 글자

주홍 글자

$15.35
Description
너절하고 비겁한 인간의 마음 위에
희망이란 글자를 새기는 간절함에 대하여
너새니얼 호손의 탄생 220주년을 맞아 지금의 언어 감각에 걸맞은 세심한 문장으로 번역해 출간하는 《주홍 글자》. ‘낡아빠진 통념의 낙인’이라는 앙상한 이미지로 작품을 ‘낙인찍은’ 독자에게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가닿을 작품이다. 화려한 무늬로 덧댄 인간의 비겁한 마음보다 ‘희망’이라는 간절한 글자로 새긴 정직한 마음이 희미하더라도 더 오래 빛날 수 있음을 통렬하게 드러낸 소설.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윌라 캐더가 꼽은 ‘미국 문학의 3대 걸작’ 중 한 작품이기도 하다.
저자

너새니얼호손

저자:너새니얼호손NathanielHawthorne
1804년미국매사추세츠주세일럼에서태어났다.메인주의보딘대학에서헨리워즈워스롱펠로,프랭클린피어스등과교류하며공부했지만학업에는큰흥미를느끼지못했다.졸업후세일럼으로돌아가본격적인창작활동을시작했다.1828년익명으로첫소설《팬쇼》를자비출판했지만별다른반응을얻지못했다.호손이남은책을모두불태운탓에이작품은그의사후에야재출간되었다.1837년첫소설집《두번들려준이야기》가롱펠로와에드거앨런포등의찬사를받으며비로소주목받기시작했다.1842년소피아피보디와결혼하며매사추세츠주콩코드의구목사관으로이사했고,랠프월도에머슨,헨리데이비드소로등과교제했다.1850년호손의대표작이자작가로서의영역을공고히해준《주홍글자》를출간했다.《주홍글자》는지금도다양한장르에서수없이재탄생되며확고한고전으로평가받는다.대학시절의친구인피어스가대통령에당선된뒤영국리버풀의영사로임명돼일했고,그후유럽의각지를여행했다.그밖의작품으로는《일곱박공의집》(1851),《블라이드데일로맨스》(1852),《대리석목신》(1860)등이있다.1864년피어스와미국뉴햄프셔주플리머스를여행하던중건강이악화되어사망했다.

역자:박아람
현재전문번역가로활동중이다.KBS더빙번역작가로도활동했고,2018년GKL문학번역상최우수상을수상했다.옮긴책으로는《달콤한내세》,《내아내에대하여》,《마션》,《잃어버린희망》,《프랑켄슈타인》,《어느영국여인의일기,1930》,《어느영국여인의일기두번째,런던에가다》,《요크》,《신들의양식은어떻게세상에왔나》,《대놓고다정하진않지만》등이있다.

목차

2판에부쳐_7
《주홍글자》의서문-세관_9

제1장감옥문_62
제2장장터_65
제3장인지_78
제4장만남_91
제5장바느질하는헤스터_101
제6장펄_114
제7장총독의저택_128
제8장꼬마요정과목사_138
제9장의사_151
제10장의사와환자_165
제11장마음속_179
제12장목사의철야_189
제13장헤스터의새로운결심_204
제14장헤스터와의사_215
제15장헤스터와펄_225
제16장숲속으로_234
제17장목사와신도_243
제18장넘치는햇살_258
제19장냇가의아이_267
제20장미로를헤매는목사_277
제21장뉴잉글랜드의경축일_292
제22장행렬_304
제23장주홍글자의폭로_318
제24장결말_330

해설|영원히끝나지않는소명_339

출판사 서평

문학사의영원한고전이자
무한히증식하는살아있는이야기

미국낭만주의문학의선구자이자미국문학전통의기틀을닦은작가너새니얼호손은본래‘해손’이라는성을조상에게서물려받았다.청교도적전통이짙은세일럼에서나고자란호손의조상중에는치안판사를지내며퀘이커교도여성에게공개태형의형벌을내리거나이른바‘세일럼마녀재판’에서판사로활약한이도있었는데,이러한가계의역사를부끄러워한호손이성을바꿔버린것이다.허상일뿐인도덕적완벽주의에대한반감을키워간호손은자신의대표작이자문학사의영원한고전으로자리잡은《주홍글자》를통해이에대해냉철하게비판했다.

학교교육에서자주다뤄지며우리에게도친숙한《주홍글자》는,그러나여전히한방향의서사로만소비되거나이미읽은것같은착각을자주불러일으켰다.《프랑켄슈타인》속괴물의이름을‘프랑켄슈타인’으로오해하는이가많은것처럼은밀하고초라하게몸어딘가에새겼을거라고생각하기쉬운글자‘A’가실은옷위에금실로화려하게수놓인것이라는‘정확한’사실을아는이도많지않다.지금시대의감수성에맞는정확하고부드러운번역으로《주홍글자》를다시금제대로읽어야할이유다.

그곳에모여매서운눈으로헤스턴프린자신을,가슴에는금실로아름답게수놓인주홍글자A를달고아기를품에안은채처형대위에선자신을노려보는사람들이라니!(76쪽)

서럽게우는갓난아이를끌어안은채처형대위에선‘헤스터프린’.그의가슴에서금실로수놓은주홍글자A가아름답게반짝인다.소설에는A가무엇을뜻하는지한번도언급되지않지만매섭게그를노려보는군중도,소설의바깥에서미간을찡그리며이장면을바라보는독자도글자의의미가무엇인지분명하게알고있다.가슴팍에‘간통한여자’를뜻하는선명한낙인을새기고도가슴속으로는천박한행실로악마의자식까지낳았다는사회적낙인마저감당해야하는헤스터.그러나그는아이의아버지를밝히라는추궁에끝내응답하지않는다.군중속에서불안하게서성이며상황을지켜보는저명한목사‘딤스데일’의눈빛에도.한편수년만에돌아온헤스터의남편‘로저칠링워스’는우연히딤스데일목사의비밀을알아차리고,그에게은밀한복수를시작하는데.

합당하다고생각되는대중의비난은마음을무겁게짓누르는지라잘못된부분은바로잡거나삭제하고,실제로가혹했다고여겨지는부분은힘닿는데까지고칠요량으로서문을아주주의깊게다시읽어보았다.그러나이스케치에서눈에띄는특징이라고는솔직하고진솔한유머와그안에서묘사되는인물들에대해정확한인상을전달하려는노력뿐이다.(〈2판에부쳐〉,7쪽)

《주홍글자》는초판이출간되자마자작가의천재성이나놀라운서사,인간의복잡한마음을거침없는전개로펼쳐보이는예술적인능력등을곧바로인정받았지만,유독‘도덕성’의측면에서는외설스럽다거나상스럽다는평가를받았다.아울러작품을소개하는‘서문’역할을했던〈세관〉역시“점잖은주변사회를유례없이자극했다”라는비판을받았다.하지만호손은2판에부치는글을통해“능력이닿는만큼최대한생생한진실”을담아냈다고생각하기때문에이러한비판이“대단히즐겁다”라면서“한글자도바꾸지않고”2판을출간하는배짱을보여준다.

은폐해오던당대도덕성의모순과금기시해오던청교도의위선에대한폭로를본래부터소설의뼈대로삼았던호손에게이러한비판은조금의생채기도내지못했다.특히호손은생생한진실을전달하기위해역사적사실을충실하게반영했다.마녀로판결받아처형된앤히빈스같은실존인물을등장시키거나갖가지자료를동원해17세기중반의보스턴지리까지사실적으로재현했다.역사적사실이나실화에서모티프를얻어시작된서사는풍부한상징과세밀한심리묘사,긴장감을놓지못하도록하는고딕소설의수법까지더해지며170여년이넘도록끊임없이스스로를갱신해내는‘살아있는이야기’로자리잡게했다.

절망에빠진‘나’를구원하는건
스스로에대한믿음과몇가닥의실과바늘

허먼멜빌은호손의천재적인재능을극찬하며《모비딕》을그에게헌정했고,헨리제임스역시“미국인의상상력이빚어낸가장완벽한작품”이라며《주홍글자》를격찬했다.이후에도국내외수많은매체가뽑은‘반드시읽어야할고전’목록에서앞자리를차지하며그생명력을과시해왔다.인간의내면세계를시적이면서도정교하게톺아본뛰어난심리소설이자당대의현실을성실하게재현한역사소설,무덤이나악마등이등장하는고딕소설의면모까지보이는《주홍글자》의작품성은더이상의심의여지가없지만,헤스터가그랬듯절망에빠진‘나’를구원해내는것이무엇인지에대해서는시대에따라그해석을달리할수있다.

헤스터에게‘간통’이라는죄가있다면그죄를똑같이짊어졌어야할딤스데일은,그러나도리어명망있는목사행세를하며대중의맹목적인지지를받는다.자신이믿고자하는모습으로딤스데일목사를이상화하는마을사람들의태도도비난받아마땅하지만,끊임없이스스로를속여야하는상황속에서도대중에게진실을털어놓지않는딤스데일목사의비겁함은그보다더추악하다.딤스데일목사는“지옥불구덩이”에라도빠진듯고통스러워하지만그가믿는신도,무턱대고그를맹신하는그의신도들도그를절망에서끌어내지못한다.반면‘간통(Adultery)’이라는낙인을가슴안팎에새기고도몇가닥의실과바늘로사람들에게정직하게옷을지어줌으로써그것의의미를‘능력있다(Able)’,‘천사(Angel)’로천천히바꿔나가는헤스터의능력은그어떤종교나지지보다도위대하다.스스로에대한믿음과삶에대한당당하고성실한태도에는숨겨야할것이없기때문이다.어쩌면오랜시간을건너우리에게당도한이소설이건네고자하는삶의진실도바로이것이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