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한 전나무의 땅

뾰족한 전나무의 땅

$15.00
Description
자신의 한 시절을 온전히 떼어주는 사람들,
밀려오는 시간에 완만히 퇴적되는 그리움에 대하여
윌라 캐더가 ‘미국 문학의 3대 걸작’이라 극찬하고 직접 편집했던 세라 온 주잇의 대표작. 국내 첫 출간. 작가도 단행본으로는 처음 선보인다. 미국 지방주의 문학의 선구자이자 당대 최고의 작가였던 주잇은 헨리 제임스의 《보스턴 사람들》의 집필에 영감을 준 실제 주인공으로도 알려져 있다. 《뾰족한 전나무의 땅》은 특출난 주인공이 없고 ‘더닛 랜딩’이라는 하나의 마을과 몇 명의 개성 있는 등장인물을 다루는 삽화 형태의 서사 구조다. 이름 없는 화자는 그곳에서 여름을 보내며 서로에게 한 시절을 온전히 내어주는 이들의 삶에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함께 경청하게 되는 독자는 살아가는 지역이 길러내는 사람들과 그들이 이룬 공동체, 밀려오는 시간에 완만히 퇴적되는 곡진한 그리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저자

세라온주잇

저자:세라온주잇SarahOrneJewett
1849년미국메인주사우스버윅에서태어났다.의사인아버지가어부들과농부들을왕진할때따라다니며그들의삶을가까이에서체험했고,어린시절류머티즘성관절염진단을받아자주산책해야했는데그때고향에애정을갖게되었다.주로메인주에서살아가는사람들의삶에기대많은작품을남긴주잇은당대최고의지역주의소설가였다.대표작인《뾰족한전나무의땅》(1896)은살아가는지역이길러내는사람들과그들이이룬공동체,그리고밀려오는시간에완만히퇴적되는곡진한그리움을느낄수있는작품으로어슐러K.르귄이“조용하면서도강력한리듬”이라며극찬했고윌라캐더는‘미국문학의3대걸작’이라한뒤직접편집까지맡았다.그밖의주요작품으로는《디프헤이븐》(1877),《시골의사》(1884),《백로》(1886)등이있다.주잇은평생결혼하지않았고가까운여성들과동반자적관계를맺으며살았다.특히보스턴에서문학살롱을개최하던애니필즈와각별했으며둘은헨리제임스의《보스턴사람들》집필에영감을준것으로도알려졌다.또한주잇은캐더의모든초기작을세심히읽어주며소설가로성장할수있도록도왔다.1902년불의의마차사고로큰부상을당해작가로서의경력이사실상끝났고1909년몇차례뇌졸중을겪은후사우스버윅에서사망했다.

역자:임슬애
고려대불문과를졸업하고,이화여대통역번역대학원에서한영번역을전공했다.현재전문번역가로활동중이다.옮긴책으로는《숨을참던나날》,《우리가있던자리에》,《영광》,《더로스트키친》,《가장자리》,《도리언그레이의초상1890》,《두번째장소》,《모든열정이다하고》,《잠못드는밤》,《루시게이하트》,《8월은악마의달》등이있다.

목차


제1장돌아옴_9
제2장토드부인_11
제3장학교_18
제4장학교창가에서_22
제5장리틀페이지선장_27
제6장기다림의땅_37
제7장바다먼곳의섬_47
제8장그린아일랜드_53
제9장윌리엄_69
제10장페니로열이자라는땅_74
제11장나이든가수들_81
제12장낯선돛_86
제13장가여운조애나_96
제14장은둔생활_112
제15장셸히프아일랜드에서_122
제16장대모험_128
제17장산길_137
제18장보든가모임_147
제19장만찬이끝나고_164
제20장바닷가따라걷다가_172
제21장뒤돌아본풍경_192

해설|잔잔한파도처럼가만가만밀려드는기억들_198

출판사 서평

이야기하기기억하기
다가오는그리움환대하기

이름없는화자가여름을보내기위해작은어촌마을인더닛랜딩에도착한다.은둔자가되고자했던화자는하숙집주인이자약초애호가인‘토드부인’의세심한환대에결코은둔할수없는곳임을깨닫는다.‘스위트브라이어’,‘코스트메리’,‘발삼’,‘세이지’,‘전나무’등이뿌리내린모습을바라보며더닛의풍경을그려보고,‘리틀페이지선장’,‘윌리엄’,‘일라이자틸리’등을만나대화하며그들의삶을체험한다.사람이든자연이든모두애정을지닌지역의토양에서자라나는존재들이다.주잇은그존재들을이야기속배경으로처리하는것이아니라그들고유의서사를풍부하게드러내보여준다.

토드부인이우리이웃의역사를전부이야기해주었다.같이어린시절을보냈고,부인의말을빌리자면“저마다고생을잔뜩하고그고생의명암을전부깨우칠때까지”함께했다.(23쪽)

극단적인상황과인물이없는《뾰족한전나무의땅》은공동의기억을보존하려는사람들이어떻게공동체를꾸리는지에대해이야기한다.그들은과거에향수를느끼는것을넘어공동체의정체성을가꾸려고한다.낮동안사람들을만나그들의삶을듣고온화자가토드부인에게이야기를전할때토드부인은이미여러번들은말인걸알지만가만히고개를끄덕인다.마치계승되어야하는유대감이있다는듯.“한사람이사회에서주고받을수있는자기만의몫을”수행해야한다는듯.

《뾰족한전나무의땅》이더욱빛나는건더닛랜딩이라는공동체가다양성을살피고존중한다는데있다.이제는사람들의기억속에서만존재하는‘조애나토드’는사랑하는사람에게서버림받고품었던끔찍한생각때문에신에게“용서받을수없는죄”를지었다고생각해아무도찾아오지말라는말을남기고작은섬에혼자틀어박혀죽을때까지홀로살아간다.섬에서나오라는사람들의만류가있었지만이내공동체는“사람들에게서벗어난삶”을살기로정한조애나를존중한다.그럼에도“고기잡으러가는길에섬에들러”선물꾸러미를조용히두고오거나굴뚝에서연기가나는지세심히살핀다.그의장례식을치를때는조애나가“줄곧뭍에남아친구들과관계를유지했던것처럼다들지극히공손”한태도로참석하며한여성의개인사를공동체의역사로섬세하고존중어린태도로귀속시킨다.

세상에는언니처럼살수밖에없는사람들이있어.(121쪽)

“조용하면서도강력한리듬”
고향,기억,죽음,여성의서

여성의세계에대한,철저한여성의책

1896년처음출간된《뾰족한전나무의땅》은영미권독자와평론가로부터따뜻한환대를받았다.주잇은당대미국에서가장사랑받는작가로거듭났으며헨리제임스는“아름다운작은성취”,어슐러K.르귄은“조용하면서도강력한리듬”이라고극찬했다.

하지만1930년대이후《뾰족한전나무의땅》은서서히잊혔다.다시주목받은건20세기후반페미니즘비평가들이이책을새롭게발견하기시작한뒤였다.그들은그간이책이읽히지않았던이유로‘여성이여성에대해말하는,특히노인여성에대해말하는책’이기때문이라고설명했다.이처럼《뾰족한전나무의땅》에서가장주체적이고사려깊으며미래지향적인인물은대부분여성이다.그시대에요구되었던‘종속적인여성’이없다.자유롭게살아가며자기만의방에서글을쓰며생활하는이름모를화자,남편을여읜뒤허브사업으로생계를꾸리는토드부인등《뾰족한전나무의땅》속여성들은“우리시간다잡아먹을남자들”과함께할생각이없다.

주잇역시평생남자와결혼하지않았다.줄곧여성들을사랑했고가까운여성들과동반자적관계를맺었다.보스턴에서문학살롱을개최하던애니필즈와반지를교환하고서약을낭독하는등‘보스턴결혼’생활을했으며윌라캐더의모든초기작을세심히읽어주며소설가로성장할수있게도왔다.캐더에게건넨“당신만의방식으로길을만들어야합니다.만약그방식이새로운것이라면,그것이당신을두렵게하게두지마세요.……진실을쓰고,그들이그것을받아들이도록하거나떠나게하세요”라는조언은오늘날을살아가는여성에게도여전히유효하다.

죽음,외딴섬위로내리는갑작스러운햇살

화자가만나는사람들은모두노인이다.환갑을훌쩍넘었으며이미사랑하는사람들의죽음을너무많이겪었다.‘포스딕부인’은“뱃사람들과뱃사람의아내들로이뤄진대가족의어머니였으나,그들대부분”을먼저떠나보냈고,토드부인의집에온날에는얼마전자매‘루이자’가죽었음을알린다.그들에게장례식에참석하는것은이미일상이었다.

오랜만에잔치가열리자만남의기회가얼마나값진지“진정으로이해하는사람은노인들”이었다.그들은“오랫동안만나지못한친구들을만나게되겠구나”라고말하며기뻐한다.노인들은맞잡은손을놓지못한다.조만간다시만나게되리라기대하지도않는다.그저“다음여름에”라는말을애틋하게반복할뿐이다.“아직여름이우리것이고나뭇잎이초록임에도.”

마을과사람과시절에대한
주잇의사랑스러운애착

미국지방주의문학의선구자라는세간의평가와“자기공간을향한나의애착은야옹,하고운적있는그어떤고양이보다도강하답니다”라고스스로묘사한것처럼주잇은자기공간에깊이속한사람이었다.어렸을적에는의사였던아버지의왕진을따라다니며많은이웃이어떻게살아가는지보았고,어려서부터앓았던류머티즘성관절염으로흙길과바닷가로자주산책을다녔다.“난다른집을바란적이없어”라고말하는‘블래킷부인’처럼자연스럽게지역에대한애정을기를수있는환경이었던것이다.어쩌면뉴잉글랜드의생활을묘사한《뾰족한전나무의땅》을대표작으로남긴것은운명이었을지도모르겠다.

“내가사랑하는이들을겹쳐보기도했다”라고말하는성해나소설가의추천사처럼.독자는《뾰족한전나무의땅》을읽으며자신과관계맺고있는,“현재를꿋꿋이견뎌내고함께”살아가는모든기억의공동체를떠올리게될것이다.사람이든사물이든마을이든자연이든.과거에있든.미래에있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