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몰

미스 몰

$18.03
Description
날카로운 유머로 집 안을 꿰매는 가정부 미스 몰,
자기 연민을 허락하지 않는 자리에 채워 넣는 자존감에 대하여
그간 문학사에서 주요하게 다뤄지지 않은 ‘가정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1930년대의 유쾌한 고전. 제임스 테이트 블랙 기념상을 수상한 E. H 영의 대표작. 작가도 작품도 국내 첫 소개. 20년 동안 가정교사나 노부인들의 동반자로 살아오며 불안정하게 생계를 유지해온 가정부 ‘미스 몰’이 ‘로버트 코더’ 목사의 집으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코더 집안사람들의 변덕과 기질에 휘둘리면서도 자기 주도성을 잃지 않는 미스 몰이 유리 조각처럼 흩뿌려놓은 사랑, 위트, 속삭임, 상상력……. 이를 그러모아 모자이크 작품을 만들어가는 독자는 어느덧 자기연민을 허락하지 않는 미스 몰에게 푹 빠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저자

E.H.영

저자:E.H.영
1880년영국노섬벌랜드에서선박중개인의딸로태어났다.웨일스의게이츠헤드고등학교와펜로스대학에서공부했다.1902년변호사인존대니엘과결혼한뒤《미스몰》(1930)을포함한영의소설대부분의실제배경이되는브리스틀의클리프턴으로이주했다.제1차세계대전이벌어지자군수품공장에서일했고1917년전쟁중에남편을잃었다.이후런던으로이주해남편의친구였던랠프헨더슨과그의아내까지세명이서동거를했다.제2차세계대전이끝나고공립학교교장으로일하던헨더슨이은퇴하자영은헨더슨과윌트셔로이사해여생을보냈다.날카로운유머로집안을꿰매는가정부‘미스몰’이주인공인《미스몰》은자기연민을허락하지않는자리에채워넣는자존감에대해말하는소설로,영에게제임스테이트블랙기념상을안겨주었다.당시여성의사회진출은이전보다늘었지만그역할이제한되거나폄훼되기일쑤였는데,영은여성참정권운동의적극적인지지자로서이러한현실을날카로운통찰로되짚었다.그밖의주요작품으로는《밀알》(1910),《저곳에》(1912),《황무지의불》(1916),《윌리엄》(1925),《목사의딸》(1928),《채터턴광장》(1947)등이있다.1949년윌트셔에서폐암으로사망했다.

역자:정연희
서울대영어교육과를졸업했고,미국펜실베이니아대에서석사학위를받았다.현재전문번역가로활동중이다.옮긴책으로는《헬프》,《디어라이프》,《내이름은루시바턴》,《착한여자의사랑》,《무엇이든가능하다》,《플로리다》,《다시,올리브》,《오,윌리엄!》,《작가와연인들》,《바닷가의루시》등이있다.

목차

미스몰_7

해설|나스스로즐거워하지못한다면_453

출판사 서평

날카로운유머로집안을꿰매는가정부미스몰,
자기연민을허락하지않는자리에채워넣는자존감에대하여

그간문학사에서주요하게다뤄지지않은‘가정부’를주인공으로내세운1930년대의유쾌한고전.제임스테이트블랙기념상을수상한E.H영의대표작.작가도작품도국내첫소개.20년동안가정교사나노부인들의동반자로살아오며불안정하게생계를유지해온가정부‘미스몰’이‘로버트코더’목사의집으로들어가면서벌어지는이야기를그린다.코더집안사람들의변덕과기질에휘둘리면서도자기주도성을잃지않는미스몰이유리조각처럼흩뿌려놓은사랑,위트,속삭임,상상력…….이를그러모아모자이크작품을만들어가는독자는어느덧자기연민을허락하지않는미스몰에게푹빠진자신을발견하게될것이다.

우리집의가정부,간병인,가정교사,도우미……
아니,구원자미스몰!

20년간가정부나노부인들의동반자로살아가며불안정하게생계를유지하는미스몰.마흔살이된그는자신을고용한노부인과문제가생겨그곳에서나올위기에처하고,우연히부유한친척이자친구인‘릴라’를만나로버트코더목사집안의가정부로고용된다.거기에는답답하고가부장적인코더에게서벗어나기위해노력하지만은근히그를닮은큰딸‘에설’,여전히엄마의손길이필요한작은딸‘루스’,그리고의대에다니는건방진조카‘윌프리드’가살고있다.
미스몰은“혼란에빠진한젊은여자와(……)언제라도기절할것처럼보이는어린아이가살고있는집에상황을지휘할수있는”자신이있다는것에힘을내기도하지만때로는“이가족을어떻게할것인가?”라고혼잣말하며가족의혼란속으로휩쓸린다.그럼에도미스몰은서서히에설과루스,그리고윌프리드의마음을얻고“좀처럼웃지않는”코더를가끔웃게한다.고용인이라고해서고분고분하게만대하지않고할말은반드시하면서살아간다.하지만‘필그림’이라는이름을듣자어떤상황에서도웃으려노력하던미스몰의얼굴이굳어버린다.필그림과함께미스몰의과거에대한소문이코더집안사람들에게퍼지고모든것을물거품으로만들지도모르는비밀이그녀를서서히덮쳐오는데…….

“나라면당신의도금된새장에갇혀지내느니마음내키는대로돌아다니면서생계를꾸려가겠어요.”(218쪽)

“이럴수가,웃기고똑똑한데
친절하기까지한여자!”

일생에걸쳐다양한상황에서함께살아가지만얼핏주목하기힘든‘가정부’,‘간병인’,‘가정교사’,‘도우미’를전면에내세운작품이다.가정부인미스몰은1930년대소설에서는매우보기드문캐릭터다.물론오늘날에도상황은비슷하지만말이다.미스몰은예쁘지도순진하지도좋은배경을갖고있지도않다.사람들은그를어김없이‘노처녀’라부르거나‘부적응자(misfit)’라는의미로‘미스피트’라부른다.
하지만미스몰은거짓과는다른허구를무기로삼아이런현실을세련되게돌파해나간다.고용주에게굽신거리지않으며자신의신념을웬만해서는굽히지않는다.존중어린태도를유지하면서도!여성에게적절한행동이무엇인지규범이존재했지만자발적인해고를택할정도로세간의평가를의식하지않는다.때로압박감을느낄때도허구의사촌‘힐다’의이야기를꺼내화제를돌리는등상상의마술로곤경을빠져나간다.
미스몰의기지와삶을대하는느긋한태도를천천히따라가다보면김멜라소설가의추천사처럼“‘아,웃긴여자’,‘아아,웃기고똑똑한여자’,‘이럴수가,웃기고똑똑한데친절하기까지한여자!’”라고자연스럽게말하게될것이다.

그녀는웃음거리가될사람이아니었다!웃음거리가되지않을것이고,겁을먹지도않을것이었다!(77쪽)

하지만영은가정부로살아가는일이얼마나어려운지보여주는동시에모든위기를허구와상상의마술로벗어날수는없다는것을보여준다.미스몰은끝없는외로움에허덕이며자기효능감을증명하기위해싸운다.고요하게쉴수있는자기만의공간이없고,성격과감정을숨겨야하며모두의필요를맞추다보니“사물자체가아니라그그림자”로서살아간다.마흔살이되었고노화가두렵다.미스몰이돌보는그누구도“그녀가잠들거나깬채로꿈을꾸고있는모습을”보지못한다.미스몰은많은사람을돌보지만스스로를돌볼수있는사람은자신밖에없다.
코더목사의집으로들어가는길에트렁크가든“수레를따라걸으면서이것이자신의장례식이고자신이유일한애도자”라고느끼는것도무리는아닐것이다.하지만“우리는가장공포스러운상황에서도웃을준비가되어있어야한다는거야”라고말하는미스몰은자기연민에오래빠져있지않는다.비록장밋빛현실은없지만(“강요된운명에서실패작이었던그녀는자신이선택하는다른운명에서도성공작일가능성이없다는사실을인정해야했다”)희망을놓지않고(“기회를붙잡지않는건미련한마음이죠”),자신이직면해야하는과거는무슨수를쓰든비껴갈수없음을알고있는사람이다.그리고직면한다.자신을우습게만들려는소문을걷어내고,자신을휩쓸어버리려는사람을오히려불쌍히여기는용기와함께.

세상을홀로항해하는작은배들을응원하는
E.H.영의재미와아이러니에대한감각

《미스몰》은발표된그해에제임스테이트블랙기념상을받았고,1930년한해에만6쇄를찍는등‘젊은고전’으로빠르게자리매김했다.동생이자라디오성우였던글래디스영은《미스몰》을포함한영의몇작품을BBC라디오방송에서낭독했고,일부는드라마로만들어지기도했다.버지니아울프는영의작품들을재미있게읽었지만자신의기호에는맞지않았다며,바로그런이유에서영이훌륭한작가인것같다는말을하기도했다.여성과소수자의목소리에주목하는비라고출판사의창립자카먼칼릴은“영에게돋보이는점은조용한아이러니와강렬함,그리고제인오스틴으로시작되는영국여성작가전통이다”라면서영의작품에대한애정을드러냈으며,‘비라고모던클래식’에영의작품여덟권을포함하기도했다.《데일리메일》은《미스몰》을두고“사랑,외로움,위트를활용한1930년대의이유쾌한고전은시대를훨씬앞서있다”라고평했다.거의100여년만에국내에처음소개되는E.H.영과《미스몰》은자기삶에있어“자신이유일한애도자”라고느끼는사람들에게,그러나“가장공포스러운상황에서도웃을준비가되어”있는사람들에게기쁨과슬픔과희망과환희를가져다줄것이다.
《미스몰》은제1차세계대전이후여성의삶과역할에대한흥미로운통찰을제공한다.세상은급변하고있었지만,여전히많은부분에서여성들은소외된채였다.돈이없거나결혼하지않은여성들이구할수있는일자리가거의없었고,나이든독신여성을향한낙인도여전했다.영은여성참정권운동의적극적인지지자로서이런현실을날카로운통찰로되짚으며100여년의세월을넘어“사람들은여자들이의리없다고그러잖아!아,나는벌써,(……)그부인의자매가된기분인데!”라고외친다.
해나는“스스로종종자신을홀로용감하게항해하는병에든작은배에비유”했다.정연희번역가가해설의마지막문장에서말한것처럼“병에든작은배처럼이세상을홀로용감하게항해하는모든이를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