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물여섯, 덕진양행 노조위원장입니다 (청년 노동운동가 김윤기 평전)

나는 스물여섯, 덕진양행 노조위원장입니다 (청년 노동운동가 김윤기 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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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오래오래 살리고 싶은
스물여섯 청년 노동운동가 김윤기의 삶!
그가 떠난 지 36년, 우리의 노동 현장은 안녕한가?
성남의 소규모 봉제공장 덕진양행의 제1대 노조위원장 김윤기. 학생운동과 인천5·3민주항쟁 활동에 이어 노동 현장으로 투신한 그는 1989년 4월 3일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1980년대 열악한 노동 환경과 비인간적 노동자 처우에 눈뜬 수많은 대학생이 노동 현장으로 들어갔다. 보장된 ‘대졸자의 길’을 포기하고 가족의 희생과 기대를 배신하며 공장으로 간 소위 ‘위장 취업자’들은 노동 현장의 변화를 이끌었고, 군부독재에 위협이 되었다. 그 절박하고 뜨거운 현장의 한가운데 있었던 청년 노동운동가 김윤기의 짧지만 순수하고 열정 가득했던 삶을 되짚어 보며 오늘의 우리에게 안부를 묻는다.
저자

이계형

저자:이계형
국민대학교국사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박사학위(문학박사)를받았다.국민대·중앙대에서강의했으며,친일반민족행위진상조사규명위원회·대한민국역사박물관건립추진단전문위원으로활동했고,한국근현대사학회회장을역임했다.현재는국민대학교교양대학교수로재직중이다.지은책으로는청소년도서《왜고종황제는폐위되었을까?》,《왜5·18민주화운동이일어났을까?》와《한국독립운동,아직끝나지않았다》,《한국근대사》,《해방후김구의백범일지》등여러권이있다.

기획:김윤기기념사업회
“얼마나더죽어야하나?얼마나더쓰러져야하나?노동해방의그날은얼마나숱한아픔을지나야오려는가?”
1989년4월오직몸뚱이하나뿐인노동자의목을조여오던자본의착취와탄압에맞서노동자의햇새벽을알리고자했던덕진양행노조위원장김윤기.그는노조파괴에격렬히맞서결국분신으로마지막저항을선택했다.그가사랑하는동지와가족을떠난지35주년을맞아성남노동현장에서함께했던덕진양행노동형제들,인천5·3민주항쟁때함께투쟁했던동지들,그리고세상에눈을뜨고투쟁의결의를다졌던국민대학교민주동문들이모였다.우리는노동자가인간다운대접을받을수있는사람사는세상을만들기위한노력과실천을다짐하며열사가생전에꿈꾸었던노동해방의뜻을기리고,살아계신어머님과가족들의슬픔과아픔을위무하고자,빛나는이름,“다시김윤기”를외치며2024년3월23일‘김윤기기념사업회’를설립했다.

목차

여는글
발간사

1부청년노동운동가김윤기의삶과투쟁
1.출생과학창생활
2.국민대학교청문회활동과학생운동
3.인천5.3민주항쟁활동과감옥투쟁
4.노동운동현장으로의이전
5.덕진양행노조활동과분신

2부김윤기열사장례투쟁과기념사업
1.김윤기열사장례투쟁
2.성남김윤기열사기념사업회결성과활동
3.국민대김윤기열사기념사업회발족과활동
4.국민대총학생회김윤기열사추모집회
5.김윤기기념사업회창립과사업계획

3부어머니정정원여사의투쟁기
1.인터뷰:어머니에서사회운동가로
2.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활동
3.민족민주열사.희생자범국민추모제활동

가족의말
지은이의말
발행인의말
김윤기열사연보
발간에도움을주신분들
이미지출처및소장처

출판사 서평

오래오래살리고싶은
스물여섯청년노동운동가김윤기의삶!
그가떠난지36년,우리의노동현장은안녕한가?

성남의소규모봉제공장덕진양행의제1대노조위원장김윤기.학생운동과인천5·3민주항쟁활동에이어노동현장으로투신한그는1989년4월3일자신의몸에불을붙였다.1980년대열악한노동환경과비인간적노동자처우에눈뜬수많은대학생이노동현장으로들어갔다.보장된‘대졸자의길’을포기하고가족의희생과기대를배신하며공장으로간소위‘위장취업자’들은노동현장의변화를이끌었고,군부독재에위협이되었다.그절박하고뜨거운현장의한가운데있었던청년노동운동가김윤기의짧지만순수하고열정가득했던삶을되짚어보며오늘의우리에게안부를묻는다.

1980년대어느평범한청년의삶과죽음
―한청년의일대기로본‘학출’노동운동가의궤적

대학진학률20%이던그때,서울변두리가난한집안의장남은조금의사정이라도허락한다면모름지기대학에진학해집안을일으켜세워야하는존재였다.김윤기도딱히다르지않았고,가족의뒷바라지와자신의노력끝에1983년국민대무역학과에입학했다.
사회과학학습서클‘청문회’에가입한그는《난장이가쏘아올린작은공》,《어느청년노동자의삶과죽음-전태일평전》,《전환시대의논리》,《해방전후사의인식》,《노동의역사》등의책을탐독하고토론하며사회현실에눈뜨게된다.1980년광주의현실을알게되고,불평등하고비민주적인사회를목도하면서사회변혁에대한열망이커졌고,1984년말총학생회부활을기점으로학원민주화를위한학생운동에매진했다.이후자본주의의계급문제에초점을두고반제반파쇼운동에나섰고대학교4학년당시1986년인천5.3민주항쟁에참여해구속된다.공안당국의무리한소요죄적용과고문,‘부천서성고문사건’등에맞서감옥투쟁을전개한그는1년만기를채우고석방되었다.

저도남들과같이평범하게살아볼까생각해본적이한두번이아니었습니다.떼돈은못벌더라도얄팍하나마아버님께월급봉투를내밀어보고도싶고,코딱지만하지만마당에서세수나할수있는내집을갖고서살고도싶고,(…)말마따나흔히이야기하는장남의역할을남부끄럽지않게해보고싶었던적이한두번이아니었습니다.(…)그러나제가,바로어머님의아들이,왜이렇게되어야하는가는분명합니다.누구보다양심적이고누구보다도착하게살려고하며,또한성실하며궁극적으로는현명하기때문이라고생각합니다.
-1986년11월옥중에서쓴김윤기의편지(122~124쪽)

출소후노동현장으로의투신을결심한그는준비과정을거쳐1988년성남현장으로이전했다.비밀스럽게활동했던지라정확한인원은알수없으나1980년대1만명넘는‘학출’이노동현장에있었을것으로추정되고,성남에만도1984~1985년경100명이상의활동가가있었다.김윤기는위장취업신분이들통나성남공단밖소규모봉제공장인덕진양행에입사했다.노동집약적경공업중심의소비재생산을하는중소규모업체가대부분인성남공업단지는저임금여성노동자비중이높고작업환경,임금,작업시간등이매우열악했다.87년노동자대투쟁의열기속에학출노동운동가들이활동한주요공단중하나였던성남지역에서도노동운동이성장하면서1988년성남지역노동조합협의회(성남노협)가설립되었다.
김윤기는당시성남지역노동운동과궤를같이하며덕진양행에노동조합을만들고제1대노조위원장으로활동했다.노동조합설립필증을받았음에도사측은노조를인정하지않고교섭결렬과폭행을일삼았다.첫파업투쟁승리로노조인정을이끌어냈는가싶었는데,이어진공장이전음모로노조파괴탄압이본격화되었다.공장이전철회를두고11차교섭까지이끌던그는최후의수단으로1989년4월3일자신의몸에불을붙였다.그의나이스물여섯이었다.

누가그젊은이에게시너를들라고가르쳤을까.누가그젊은이에게목숨을걸지않으면인간으로서의기본적인권리마저찾지못할거라고가르쳤을까.얼마나무서웠고얼마나아팠을까.겨우스물몇해를살았을뿐인데.꼭그래야만했을까.(…)
베토벤현악사중주중135번악보에는이런낙서가있다고한다.
“꼭그래야만했을까?(Mussessein?)”
“꼭그래야만했다!(Esmusssein!)”
-공지영(여는글,6쪽)

1980년대윤기가2020년대윤기에게
―산재사망,비정규직,장시간노동,성별임금격차…여전한노동현실

스물여섯살의한청년이살다갔다.김윤기의짧은생을돌아보면그시절비슷한고민을하던여러청년의면면이스며있다.이책이한사람의평전이자그와동시대를함께했던수많은청년노동운동가들의평전이기도한이유다.

윤기와나는공통점이있다.1960년대에태어나박정희군부시대에유년과청소년시절을보냈고,1980년대전두환군부치하의대학에입학했다.대학생신분으로군부에맞서다감옥에갔고,출소후에는복학의길을접고노동현장에들어가노조를만들어노동자의권익을위해싸웠다.내가그보다두해앞섰을뿐,여기까지우리는같은삶을살았다.윤기와나만이아니다.나의아내도,선배도,동료도,후배도모두같은삶을살았다.그들중에는공장에다니다연탄가스로생을마친후배도있고,수사기관의압박으로건물에서뛰어내려생을던진선배도있고,충격과상처로정신병원에입원하거나프레스에손이잘린동료도있다.그당시노동운동의현장에서는우리를‘학출노동자’라불렀고,사회에서는‘위장취업자’라불렀다.
-김학원(발행인의말,392쪽)

김윤기가마지막까지두른머리띠에는‘노동해방’이란말이적혀있었다.수많은노동자,학생이현장에서노력한끝에많은것이바뀌었지만,그가떠난지36년이지난지금도한국의노동현장은그리밝지만은않다.
2023년기준임금노동자의연간근로시간은1,874시간으로OECD내비교대상국가들가운데가장길다.2024년기준성별임금격차는27년째꼴찌이고,중장년비정규직이34.4%로OECD국가평균8.6%와비교해압도적1위이다.2025년현재청년층쉬었음인구는관련통계집계이래최대치이고,산재사고피해자‘김용균들’을지금도숱하게뉴스에서만나게된다.
이책의1부는지금은없는그가독백이라도하듯일인칭시점으로김윤기의활동과과거를이야기하며윤기가윤기에게말하고있다.하지만이는1980년대의윤기가2020년대를살고있는오늘의윤기들에게하는말이기도하다.우리가김윤기의고뇌와결의를과거에묻어두지않고현재진행형으로곱씹어볼때이책은회고담이나노동운동사에머물지않고그의미를빛낼것이다.

그를보내고36년이지난지금우리는이미50~60세의기성세대가되었습니다.어쩌면자신의생애에서가장돈이많고,정보도많고,경험도권력도지위도가장높은나이가되었습니다.그러나그렇게소유하고누리는것을무엇에사용하고있는지를돌아보라고말합니다.
-유길용(김윤기기념사업회회장,발간사,10쪽)

이책을집필하면서내내머릿속에서맴돌던질문이있었다.그가떠난지30여년이흘렀는데꿈꿨던세상이되었는가.노동현장에서사람사는세상을만들고자희생하신분들을얼마나알고있는가.우리는그들을어떻게기억해야하는가.예전말로만떠들던나에게민주주의를실천하겠다며노동현장으로떠나갔던친구들이떠오르면서한때잊었던그들을다시금생각하게되었다.
-이계형(지은이의말,389~399쪽)

어머니에서사회운동가로
―사료로보는1980년대학생운동과노동운동그리고유가족운동

1980년대를전후해수많은사회적죽음이있었다.‘열사’라칭해진그들뒤에남겨진가족들은슬픔을가누기도전에‘고인들이썼던민주의가시관을받아쓰는’또다른운동가가되어‘고인들이하나뿐인생명을바쳐가면서까지목말라외치던바를살아있는가족들이함께실천’해나갔다.이렇게창립된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의역사는우리민주화운동사에한축을이루고있다.김윤기의어머니정정원여사도아들의죽음뒤서슬푸른독재정권하에서유가협활동에참여하며아흔이가까운지금까지도사회운동에헌신하고있다.3부에서는아들의나이보다더긴시간을민주화운동에참여한사회운동가정정원여사의이야기를실었다.그가떠나고남은사람들의삶을통해그의정신을다시한번되새기게된다.
더불어이책에는1980년대학생운동,인천5.3민주항쟁,성남지역노조활동,장례투쟁,유가협활동등각종사료가생생하게담겨있다.한사람의생애사를통해민주화운동사료가운데흔히볼수없었던자료들을만나는것도이책의미덕이다.

목소리흩어진나대신어머니
몸뚱이스러진나대신어머니
청춘에불꽃된나대신어머니
오늘도부르네윤기야민주야

나대신투쟁하고나되어살아가고
고운얼굴도수줍은미소도
주름에내어주고백발에뒤덮여
너로사는게내가사는일
-김선미(김윤기동생)의시중에서(3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