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 여름 같은

한순간 여름 같은

$15.00
Description
“한 사람이 그의 생애 속에서 시를 사랑했다.”

《동물 농장》과 《1984》 아래
숨겨진 또 하나의 세계 ‘시인’ 조지 오웰
처음으로 만나는 ‘시인’ 조지 오웰. 《한순간 여름 같은》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시’에는 오웰이 평생에 걸쳐 쓴 시 가운데 스물한 편을 뽑아 수록했으며, 그중 열여섯 편은 국내 초역이다. 제2부 ‘에세이’에는 그의 대표작 〈나는 왜 쓰는가〉, 〈문학의 질식〉, 〈시와 마이크〉부터 시인으로서의 자아를 엿볼 수 있는 에세이까지 총 열 편을 묶었다. 영어권에서도 드문 ‘난센스 시’의 유래를 찾는 〈난센스 시〉, 영국 유머 문학의 쇠퇴를 논하는 〈불쾌함 없는 재미〉는 국내에 처음 소개한다. 1941년부터 BBC에서 일했던 오웰은 인도의 청취자를 대상으로 ‘라디오 시 매거진’ 〈보이스〉를 송출했다. 전쟁 중에도 문학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당시 발표 지면이 부족했던 젊은 시인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다. 제3부 ‘라디오 대본’에서는 〈보이스〉의 제1화 대본을 처음으로 번역해 소개한다. 시인이자 번역가인 심지아의 말처럼 《한순간 여름 같은》은 “한 사람이 그의 생애 속에서 시를 사랑”했던 일을, “그런 사소한 사실”을 내밀하게 따라가는 책이다. 오웰이 읽고 쓰고 소개한 시를 통해 오웰을 통과하며 그의 “시적 자아와 산문 형식 간에 어떤 교차가 발생했는지를 들여다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저자

조지오웰

저자:조지오웰
1903년인도벵골에서영국행정부하급관리의아들로태어났다.본명은에릭아서블레어.첫돌을맞기전영국으로돌아와교육받았는데,스스로를'하위-상위-중산층'이라부르며복잡하고모순적인위치에서어린시절을보냈다.1917년이튼칼리지에장학생으로입학했고,여러잡지에정기적으로글을기고했다.졸업후1922년버마(현미얀마)에서제국경찰로일했지만,제국주의에대한증오와식민체제에대한혐오를견디지못해5년만에그만뒀다.이때의경험을바탕으로첫장편소설《버마시절》(1934)을발표했다.1937년에는영국탄광노동자들의삶을취재한르포《위건부두로가는길》,1938년에는스페인내전과1936년의카탈로니아를생생히기록한전쟁소설《카탈로니아찬가》를펴내며스스로를20세기가장영향력있는목소리의주인공으로자리매김하게한다.이후작품속에자신의정치적견해를더적극적으로드러냈고,1945년스탈린주의를비판한최초의문학작품이자세계문학사에서가장중요한작품중하나로손꼽히는《동물농장》을출간했다.《동물농장》은영국의동맹국지도자인스탈린을풍자했다는이유로여러출판사에서퇴짜를맞은끝에출간되었지만,초판이나오자마자전세계적인인기를얻었다.오웰은《1984》(1949)로다시한번큰명성을얻지만,지병인폐결핵이악화되어1950년영국런던에서숨을거두었다.

역자:심지아
시인이자번역가로활동하고있다.2010년《세계의문학》신인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옮긴책으로는《서있는여성의누드/황홀》이있고,지은책으로는시집《로라와로라》,《신발의눈을꼭털어주세요》등이있다.

목차


제1부시
우정과사랑_009
때론깊어가는어느가을날엔_010
한순간여름같은_013
노래_015
히스마스터스보이스축음기공장근처폐허가된농장에서_017
사진가_021
옷입은남자와벌거벗은남자_023
우리의마음은결혼했지만,우리는너무어려요_026
내사랑과나는어둠속을걸었다_027
이교도_029
부상당한크리켓선수(월트휘트먼풍은아님)_030
노래_032
친애하는친구야,잠시만내말을들어주겠니_034
치약광고에서착상을얻어_036
1935년성앤드루의날_037
나는행복한사제로살아갔을지도모르지_040
이탈리아인의용병이내손을잡았다_043
이땅의짐승들_047
나폴레옹동지_049
대공습의추억_051
조지프힉스,이교구에살았던고인_054

제2부에세이
두꺼비단상_059
가난한이들은어떻게죽는가_067
나는왜쓰는가_086
한편의시가주는의미_100
그브레이교구성직자에대한변론한마디_107
물속의달_115
난센스시_120
불쾌함없는재미_129
문학의질식_143
시와마이크_166

제3부라디오대본_181

옮긴이의말|잘린풀줄기들의마음을깨어나게하네_199

출판사 서평

시로형성한‘조지오웰’이라는감수성

제1부시
그대를죽인거짓은
더깊은거짓속에묻혔네.(45쪽)

오웰은전생애에걸쳐시를사랑했고작가로서정체성을형성하는데에도시가큰역할을했다.대표작인〈나는왜쓰는가〉에서오웰은자신의첫창작시도에대해말하는데그중심에시가있었음을밝힌다.이에세이에서우리는오웰글쓰기를특징짓는가장유명한문장인“나는내게낱말을다루는소질과불쾌한사실을직시하는힘”과“네댓살때처음으로시를”썼다는문장이나란히놓여있음을확인할수있다.
청소년시절넘치는열정으로쓴〈노래〉(“오한번더나를보소서,혹독한운명이여”),당시연인에게써서보냈던〈이교도〉(“우리발치잘린풀줄기들의마음을깨어나게하네”)부터버마에서복무하던시절의감정이담긴〈친애하는친구야,잠시만내말을들어주겠니〉(“우리의생각을그런거짓속에잠기게하잖아,/그러곤우리자신조차그걸믿게되지”)와아직블레어였던시절자신의삶과세상의혼란을담은〈때론깊어가는어느가을날엔〉(“다만꿈결처럼싸우며,고생하네”),〈한순간여름같은〉(“하지만나는보네,해를뒤덮으려치닫는암갈색구름들을”)까지.세계대전의참상을암시하는〈히스마스터스보이스축음기공장근처폐허가된농장에서〉(“연기가살해한나무들/사이를그저배회할뿐”)와스페인내란에참전했던경험을바탕으로쓴〈이탈리아인의용병이내손을잡았다〉(“어떤폭탄이터진다해도/그수정같은정신을결코산산조각낼수는없으니”),그리고마지막시로알려진〈조지프힉스,이교구에살았던고인〉(“일곱가지끔찍한고통이오케스트라처럼그의온몸안에서연주했지”)은비극적으로짧은생을붙잡기위해오웰이고통속에서분투했음을알려준다.
알게모르게우리는그의시를읽어왔다.《동물농장》의〈이땅의짐승들〉,〈나폴레옹동지〉.《엽란을날려라》의〈1935년성앤드루의날〉등그는많은산문에자신의시를놓아두었다.독자는오웰의시가한데모였을때발생하는시적맥락을,곤경에처한사람들을연민하고사랑하는오웰을,세상을향한분노를토해내는오웰을,희망과상실을반복하면서도영원히깨지지않는“수정같은정신”을노래하는오웰을만날수있을것이다.
그리고독자는내밀한오웰도만날것이다.어머니의손을빌려처음시를썼던네댓살의오웰을,지역신문에애국시를실으며작가로서첫발을디딘열한살의오웰을,생의마지막에이르러‘조지프힉스’라는화자를빌려자비와간청을드리는오웰을,위대한소설가이자에세이스트였지만뛰어난시인은아니었던오웰을,그러나언제나시인이었던오웰을,자신의문학적여정을시로열고시로닫았던오웰을.

제2부에세이
우리는그시를함께읽으며몸서리쳤고,그러고는그걸잊어버린듯했다.(85쪽)

오웰의대표에세이인〈나는왜쓰는가〉,〈문학의질식〉,〈시와마이크〉와시인으로서의자아를엿볼수있는에세이까지총열편을수록했다.그중〈난센스시〉와〈불쾌함없는재미〉는국내에처음으로번역해선보인다.〈난센스시〉는전래동요부터‘난센스시’의선구자인에드워드리어까지영어권의난센스시를탐구하며특정시장르에대한생각을전개한글이다.〈불쾌함없는재미〉는영국유머문학의‘황금기’를회고하며“현대영국유머의시답잖고멍청한경향성”을‘불쾌하지않고재밌게’로지적한뒤진짜재밌으려면진지해져야함을역설한다.
당연한얘기겠지만오웰의에세이와시는비슷한주제를공유한다.나란히두고읽으면좀더풍성해지는데,〈두꺼비단상〉에서오웰은자연이주는기쁨은누구나접할수있고또돈도들지않는다고말하며,자연의아름다움을느끼는것을정치적으로비난하는이들의견해를비판한다.“공장에원자폭탄이쌓여가고(……)확성기에서는끊임없이거짓말이흘러나오지만,지구는여전히태양”을돈다는것이다.파괴된자연에대한안타까움과자연을사랑하는마음은그의시에서도잘드러난다.〈히스마스터스보이스축음기공장근처폐허가된농장에서〉는“산성연기가들판을망가트리고,/바람에시달린몇송이없는꽃들마저암갈색으로”물들었다면서이곳이나의세상이자집이지만그저“연기가살해한나무들”사이를배회할뿐이라며자연을파괴하는인간의난폭함을꼬집고,〈이교도〉에서는“우리발치잘린풀줄기들의마음을깨어나게하네”를통해태동하는생명의기쁨에대해노래한다.
한편오웰은시비평으로도유명했다.제라드홉킨스의시〈펠릭스랜들〉을인용하며시작하는에세이〈한편의시가주는의미〉에서는시와시인이공유하는‘정서적내용’을강조하며,언어와세계관은분리할수없다고말하는데,과학자가꽃을분석해도경이로움이줄지않듯시에대한상세한비평또한그가치를더한다고결론내린다.특히이시가어려운것은단어사용의계급성때문이라고지적하는데,오웰의산문이명료하고직접적인표현으로유명한것을고려한다면,오웰이시적언어의사용을예리하게감각하고있음을알수있다.

제3부라디오대본
오웰:이잡지는매달한번화요일에방송될것이며,산문을포함하되현대시를전문으로다룰겁니다.특히지면부족으로어려움을겪고있으며,응당받아야할만큼주목받지못한젊은시인들의작품을싣는데각별한노력을기울일거라는점을알아주셨으면합니다.(185쪽)

오웰은〈시와마이크〉에서시가인쇄물에갇혀대중과멀어졌다고지적한다.그러나라디오가시를대중화하는데잠재력이있으며시를쓰는사람이마이크앞에정기적으로앉아시를낭독하고설명한다면,“시인은자기작품과우리시대와”새로운관계를맺을수있다고주장했다.
실제로오웰은BBC에서일할때인도의청취자를대상으로‘보이스’라이름붙인‘라디오시매거진’을송출했다.그는창간호에서“폭탄과총알로세상의운명이판가름나는”시기에시를다루는라디오시매거진을만드는건“꽤경솔하게보일”수도있지만이런시대일수록문학이필요하다고말한다.《한순간여름같은》에는창간호인제1화의대본을수록했다.오웰은지면부족으로어려움을겪는젊은시인들을위해자리를마련했다고분명히밝혔고,당시영국정보부의감시대상이었던인도출신의좌파소설가물크라지아난드를출연시키기도했다.시한편을방송할“오분의전파를확보”하는것이거짓선전을퍼뜨리기위해“열두시간”을확보하는것보다더어려웠던시대.오웰은〈보이스〉를통해대중에게시를돌려주고,시인과시와대중의관계를새롭게정립하고자했다.이는지적자유를수호하려고했던오웰의실천적인태도의다름이아니다.

《동물농장》과《1984》아래가려져있던시인조지오웰의면모를,이제《한순간여름같은》을통해처음으로선보인다.평생에걸쳐그를사로잡았던시적고뇌와생태적이면서섬세한감수성을아우르는이책은,우리가익히알던산문너머에존재했던오웰의또다른세계로깊이빠져들더없이특별한기회가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