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여행, 스위스 (feat. 니체, 바그너, 실러, 헤세)

읽는 여행, 스위스 (feat. 니체, 바그너, 실러, 헤세)

$18.00
Description
보는 여행에서 읽는 여행으로

고전 여행자를 위한
가장 지적인 스위스 안내서

위대한 작품을 탄생시킨 고전의 고도 스위스,
네 명의 예술가가 스위스에 새겨둔
삶과 예술의 결정적 순간을 읽는다
자연과 풍경이 뛰어난 여행지로만 인식돼오던 스위스를, 위대한 작품을 탄생시킨 고전의 고도이자 예술의 거장들이 머문 사유의 공간으로 바라본 색다른 안내서다. 40년 가까이 유럽 지성사를 탐구해온 독문학자 안인희가 스위스에 새겨진 니체, 바그너, 실러, 헤세 네 거장의 삶과 예술 속 ‘결정적 순간’을 현장감 넘치는 설명과 친절한 고증으로 펼쳐 보인다.
위대한 철학자 니체는 왜 햇빛을 피해 다녔을까? 히틀러를 매료시킨 작곡가 바그너의 예술적 마력은 무엇이었나? 극작가 실러는 무엇 때문에 죽어서 무덤까지 파헤쳐지며 고통받았나? 방랑의 소설가 헤세가 스위스의 색채에 사로잡힌 이유는 무엇인가? 이 책은 관광 명소나 호텔, 레스토랑 등을 소개하는 전형적인 가이드북과 달리, 오래전 스위스에 뜨거운 한 시절을 남겨둔 거장들의 흔적과 그 이면에 담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들려준다. 스위스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적인 만족감과 색다른 시선을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방식의 ‘스위스 안내서’다. 또한 실제 여행에서 휴대하고 현장에서 고전을 읽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도록 니체, 실러, 헤세 세 거장의 스위스를 품은 짧은 고전을 이 책과 함께 출간했다.
저자

안인희

저자:안인희
한국외대에서독일문학으로박사학위를받았고,독일밤베르크대학에서수학했다.옮긴책으로는《인간의미적교육에관한편지》(한독문학번역상수상),《광기와우연의역사》,《히틀러평전》,《이탈리아르네상스의문화》(한국번역대상수상),《츠바이크의발자크평전》,《위로하는정신》,《데미안》,《돈카를로스》,《헤르만헤세의나무들》,《트리스탄과이졸데》,《바그너와우리시대》,《나르치스와골드문트》등이있고,지은책으로는《게르만신화바그너히틀러》(올해의논픽션상수상),《안인희의북유럽신화》등이있다.40년가까이유럽정신과문화사에서중요한위치를차치하는저작들을우리말로옮기고,유럽문화사의방대하고깊은뿌리를친절하고체계적인문장으로드러내는저술을써왔다.그의안내에따라스위스의구석구석을걷다보면,오래전스위스에뜨거운한시절을남겨둔거장들의생생한목소리를만날수있다.

목차


들어가는말

제1부고독한산책자니체
제1장젊은날의니체
제2장‘쪽빛고독’속에홀로선작품《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

제2부성공의길,유혹자바그너
제1장소년들을유혹하다
제2장여인들을유혹하다,바그너의영원한삼각형

제3부프리드리히실러와스위스민주주의
제1장《빌헬름텔》,스위스독립이야기
제2장프리드리히실러
제3장옛날스위스용병들의길

제4부생의한가운데서,좌절을딛고일어서는헤세
제1장두번의위기,두번의도주
제2장《클링조어의마지막여름》
제3장산살바토레산의푸니쿨라와몬타뇰라걷기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1.그늘길로만다닌외로운산책자-니체

학위논문을끝마치지도않은대학원생니체는스물네살에스위스바젤대학교의문헌학교수로초빙된다.니체는진작부터“젊은문헌학계전체의우상”으로불리며재능을인정받았고,바젤에서전유럽의지지를얻고있던작곡가바그너를만나31년의나이차를뛰어넘는우정을나눈다.활동분야가전혀다른,위대한예술가와시인-철학자사이의우정은니체의말마따나‘별들의우정’에가까웠고,실제로인류역사에서도드문일이었다.
이렇듯니체는바젤로옮긴뒤삶의여러측면에서매우특별한순간들을맞이했고,훗날이때를“가장행복한시기”였다고회고한다.그러나안타깝게도이시간은오래가지못했다.겨우서른다섯살이라는젊은나이에도견디기힘든안통과두통,복통등에시달리면서10년만에교수직을내려놓아야했다.그래서저자는“찬란한태양과도같은재능을타고났지만”눈의통증때문에햇빛을피해그늘길로만다녀야했던니체를“고독한그늘의삶을살아야했던사람”이라고정의한다.
교수직을떠난니체는여러호수가있고,여름철에도덥지않은쾌적한환경의실스마리아에자주머물렀다.지금도그리크지않은실바플라나호숫가산책로를천천히걷다보면,숲그늘아래우뚝솟은‘니체바위’를만날수있다.‘니체바위’는니체가《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의‘영원회귀’사상을이바위앞을지나며떠올렸다고고백한데서유래한이름이다.“고독한그늘의삶”을살아야했던니체에게스위스는안식의공간이자영감의땅이었다.

계절에따라몸이견딜만한날씨를찾아주로남부유럽의휴양지를떠돌며극히소박하게살았다.오늘날처럼엄청난관광객이몰리던시절이아니었기에가능한일이었다.(……)고통스러운그의삶에서“가장행복한시기”는루체른호숫가에살던바그너가족과가깝게지낸3년이었다.(28쪽)

2.거부할수없는유혹자-바그너

바그너는지금도존경받는작곡가이지만당대에도대단한성공을거둔예술가였다.저자는‘유혹자’라는관점에서바그너와그의스위스생활에대해서조명한다.바그너는특히소년과여성들에게강력한힘을발휘한유혹자였다.소년히틀러와토마스만은물론이고,절친했던리스트의딸이자제자의아내였던코지마역시마찬가지였다.“자신이전생애를바칠만한뛰어난창작자예술가를사랑하고”싶었던코지마는훗날바그너의두번째아내가된다.바그너와각별한관계를유지했던니체의분석에따르면,바그너의대형무대가“알코올중독과비슷한”“놀라운세뇌효과”를냈기때문이란다.
드레스덴무장봉기에동참했다가지명수배명단에오른바그너는리스트의도움을받아스위스로망명한다.그러고는부유한사업가오토베젠동크의후원으로,멀리취리히호수가내려다보이는엥게구역의숲속저택에서안정된생활을누린다.바그너는이곳을“초록언덕의피난처”라부르며왕성하게작품을창작하지만,그의첫아내인민나가바그너의여성편력을참지못하면서두사람은뿔뿔이흩어지고만다.
기대했던오페라〈트리스탄과이졸데〉가크게실패하면서바그너는다시빚에쫓기는신세가된다.그런데이번에는바그너의작품에매료된루드비히2세의재정적도움을받아기사회생한다.이후코지마와루체른호숫가의트립셴저택에머물며“돈걱정없이”“자기취향대로사치스럽게”생활한다.저자는취리히나루체른등지를배경으로벌어지는바그너의여성편력이나사치,니체와반목하고화해하는등의에피소드를가감없이드러내고,바그너삶의몇번의변곡점에서구원자처럼등장하는스위스의운명적배경을대형오페라무대처럼실감나게펼쳐보인다.

트립셴에서바그너는처음으로돈걱정없이자기취향대로사치스럽게,가족과함께쾌적하고도나름조용하게살수있었다.(……)삶이고달플때나안정되어있을때나믿을수없을정도의집중력으로,때로는건강이나빠졌을때조차도결코창작을멈추지않았다.(36쪽)

3.죽어서도고통받은자유인-실러

스위스독립과정을보여주는희곡《빌헬름텔》로잘알려진실러는아이러니하게도스위스에한번도가보지못했다.공간묘사가중요한희곡작품에서공간의문제를실러는어떻게해결했던것일까?라이벌로불린괴테에따르면,실러는“찾아낼수있는한많은특수한스위스지도를찾아내벽마다도배”했고,골목길마저외울정도로책을읽어나가며작품이완성될때까지자리에서일어나지않았다고한다.저자는실러가루체른호수를둘러싼세개칸톤(州)의역사적사건과‘빌헬름텔’전설을기막힌솜씨로한데버무려《빌헬름텔》을탄생시킨과정을인상적인문장으로들려준다.
생전에재정적으로어려움을겪었던실러는특별한장례도없이시신이든관을차례차례쌓아올리는공동묘지에53번째로매장된다.그로부터21년이지나공동묘지를옮겨야하자당시시장이었던카를슈바베는실러의유해를찾아내기로결심한다.하지만슈바베는일정한절차도없이마구잡이로무덤을파헤쳤고,몇개의유골을적당히조합해실러의것이라고공표해버린다.2008년이되어서야DNA조사를통해그유골이실러가아님이밝혀졌고,실러의무덤은결국텅빈채로남겨진다.저자는위대한극작가인실러가사망하고,한참이나엉뚱한유골을실러라고오인하고,현대에와서야대소동이마무리되며텅빈무덤으로남겨지는과정을굴곡진알프스를넘는열차처럼아슬아슬하지만흥미롭게들려준다.
무덤까지파헤쳐졌던실러는,그러나가본적도없는루체른호수위에서물결에흔들리는기념비를얻었다.루체른에서배를타고플뤼엘렌쪽으로한참을가다보면물살위로솟은거대한바위기둥이보이는데,실러에게헌정한기념비다.자연바위를손질해만든것이니만큼천연기념물의특성을지녔고,여전히중부스위스관광지의1번지로여겨진다.

스위스사람들은척박한자연과투쟁하며오랜세월가난하게(오늘날엔엄청부유)살아왔지만,스위스의민주주의와그들의역사에는실러가그려낸모습이반영되어있음을부인하기어렵다.(237쪽)

4.색채언어에도취한방랑자-헤세

극렬한사춘기를경험한헤세는,그러나제1차세계대전이발발한뒤더큰생의위기를경험한다.아버지의사망과아내의조현병,그리고헤세자신이심각한신경쇠약증세를겪은것이다.결국홀로스위스남부몬타뇰라의‘카사카무치’에입주한다.“전기도난방도없고,사람없이버려진빈집”이었지만,“이곳에서그는예술가로서,인간으로서자기자신을차츰되찾으며”12년을보낸다.스위스북부와달리햇빛이찬란한남부지역의기후가헤세에게큰도움을준것이다.이때부터헤세는소설창작과그림작업에본격적으로몰두한다.저자는몬타뇰라에서의생활이헤세삶의결정적인전환점이되었음을주목하며,이런개인적인체험이《데미안》과함께헤세후기작품의서막을알리는소설《클링조어의마지막여름》까지이어졌음을명징하게보여준다.
《클링조어의마지막여름》은죽음을눈앞에둔화가의광적인창작열을다룬소설로,저자는아름다운남부도시루가노를여행하는사람들에게도시를안내하는역할까지할수있는작품이라고설명한다.아울러스위스남부의햇빛이북부에비해‘충격적일정도로’따갑지만,“천천히자신도모르게움츠러들었던몸이펴지고차츰나른함과행복감”도느낄것이라고말한다.헤세가스위스남부에서생의위기를모면하고예술가로서의새로운불꽃을댕길수있었던이유도어쩌면여기에있지않을까.

마흔두살의“표현주의화가”클링조어는생애마지막여름을(스위스)남부지역에서보내며마지막그림들을그렸다.(319쪽)